실수 ... 03 -재광-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푸른색으로과 옅은 아이보리색으로 마무리 된 방은 넓은 창으로 쏟아진 햇살로 훤해지고 있었다.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하게 꾸며진 방 한구석에는 방주인듯한 청년이 환하게 웃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졸업사진인듯한 모습의 청년은 꽃을 안은체 초생달 모양 눈을 가늘게 뜨고 들고있는 장미다발 만큼이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책상을 지나 창가에 놓여진 침대엔 헝크러진 머리가 보였고 쏟아지는 햇살이 싫었는지 베게로 얼굴을 막고 있었다.
"재광아... 재광아...? 아직 안 일어났니? 밥먹어야지?"
문밖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3번씩 두들기던 노크에 이어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 주인을 깨우고 있었다.
"재광아. 월요일인데? 월요일에 오전 일찍 수업있다고 하지 않았니? 재광아?"
간신히 정신을 차린듯한 머리가 잠시 들썩거리고 이윽고 햇살에 노출된 제법 흰피부에 청년에 정면으로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돌렸다.
"으응~ 네... 어머니 일어날께여~"
아직 햇살에 적응하지 못한 듯 채 뜨지도 못한 눈이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약간의 탈색으로 군데 군대 색이 옅은 머리카락 사이로 동그랗고 쌍커플 없는 눈이 떠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청년은 먼저 시계부터 찾았다. 7시...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더 늦장을 부린다면 또 밥하던 바쁜 손이 그를 깨우러 올것이다. 미안하지 않은가...
길게 쭉 늘어진 팔과 다리로 한껏 기지개를 핀 다음 입고있던 잠옷 바지를 벗고 그대로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갔다.
목욕탕에서 몸 구석 구석 제법 꼼꼼하게 잘 딱고 나온 시간이 7시 20분 밖을 나오자 어느새 왔다 갔는지 속옷이 한벌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별로 멋을 내지않아도 한껏 귀티가 흐르는 재광은 식당으로 들어설 무렵 기분이 좋았다. 그간 수도관 고장으로 틀 수 없었는데 어제 저녁 늦은 수리를 마쳐 모처럼 더운물로 샤워했기 때문인가보다. 밝은 미소로 상을 차리는 중년여인에게 들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머니?"
닮은 듯한 부드러움으로 짙은 주름을 접으며 인자한 웃음으로 그녀도 대답했다."
"그래 잘 잤니? "
"예 어머니 어젠 너무 늦게 왔었죠? 죄송해요.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재밋었어요."
"아니 그럴 수도 있지.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좋겠구나. 다들 기분좋게 잘들 놀았니?"
"네 어머니. 아 어제는 국화주라는 술을 마셔봤어요. 너무 향기롭던데요. 꿏으로 담근 술이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설탕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향이 너무 달아서 목이 간질거렸어요."
"그래? 네가 술을 즐길줄 알게 됐나보구나. 언제 한번 담궈보도록 하자꾸나."
"정말요? 너무 기대되요 어머니. "
재광과 어머니는 한껏 아침공기를 즐기며 그들에 대화에 푹 빠져있었다. 그때 낮은 소리로 전화벨이 울렸다.
"누굴까? 일찍부터? 식사하고 있거라. 내가 가마."
"네~"
맑은 콩나물국에 갈색으로 잘 구워진 굴비를 두고 열심히 밥공기를 비우던 재광의 등뒤로 통화음이 들렸다.
"네.. 네... 저희는 잘 지냅니다. 예 건강하시구요? 네... 네 늘 같습니다. 제가 뭐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통화내용을 다 알 순 없지만 긴장하는 그녀와 또 그녀답지 않게 짧아진 대답들로 재광은 수화기 건너편에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늙어서도 철이라곤 들지 않을 인간. 아는 지식의 반 만큼이라도 실천할 줄만 알았다면 내가 당신의 성을 가진것이 이렇게까지 수치스럽진 않을 것이다.
"예... 식사중입니다. 제가 전하고 전화하라고 하면... 아니요. 지금 식사중이니까요... 아니요... 네 말해보죠."
급하게 밥을 씹어넘긴 재광은 번쩍 일어서서 성큼 성큼 그녀에게 걸어갔다. 수화기의 입을 막고 뭔가 말하려던 그녀는 그냥 그자리에 멍하게 서 있었다. 그녀에게서 수화기를 뺐어든 재광은 여과없는 단어들로 말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핸드폰 받으라고 있습니다. 집으로 굳이 전화 안하셔도 연락하시면 제가 받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겁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수화기에 울렸다.
'용건이 없으면 전화하지 말라는 말투로구나?'
"이해가 빠르십니다. 그대롭니다. 목소리로 감정도 느껴지신다면 되도록 문자로 앞으론 소식 듣고 싶습니다. 뭐 그것마저도 참아주신다면 더 감사하구요."
'고얀놈...'
"자격 갖추지 못한 비평은 들을때마다 짜증납니다. 정확한 용건이 있으시면 점심시간 무렵 다시 전화주세요. 가급적이면 전화 없으신 편이 저는 더 좋습니다만... "
'네가 아무리 그래도 넌 내 자식이다. 내 피와 살을 받은...'
"덕분에 지금 이렇게 쓰리고 미안하다는 것도 그 피와 살때문입니다. 이만 끊습니다."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재광의 눈동자엔 한기가 돌았다.
"너무 심하지 않니?"
걱정스레 얘기하는 그녀를 보며 재광은 다시 활짝 웃어보였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이미 겪어봤잖아요. 저분은 강철 심장이십니다. 제 말따윈 어느집 개가 짖나 하실거예요. 마음에 두실 분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부모자식간은 그런게 아니란다. 자식아끼지 않는 부모는 없어. 비록 내게 모질긴 하셨지만 그래도 네 아버지시다."
"아뇨 어머니... 전 아버지 없습니다. 전 세상천지 어머니 한 분밖에 없어요. 평생을 두고 어머니 하고만 살껍니다."
"못난 소리 말렴. 사람은 사랑해야 살아가는거란다. 그저 보내는 시간은 살아가는게 아니야. 그냥 살아지는거지."
"하하하 전 어머니 많이 사랑합니다. 처음뵜을때도. 그리고 지금도요... 전 늘 마음속에 사랑으로 꽉차 있어요."
"그래도 사람이란..."
"에이... 어머니 이제 그만요. 어서 가서 밥 마저 먹어요. 저 밥 한그릇 더 주세요. 굴비간이 너무 딱배었네요?"
그녀의 등을 떠미는 재광은 마음으로 다시 다짐했다. 사랑같은 허무맹랑한 거짓말... 속지도 속이지도 않겠다고... 생모의 얼굴도 모르는 재광에게 처음 글을 가르쳐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쉽사리 익숙해지지 못한 잠자리 오줌 지리는 버릇까지 사랑으로 감싸안아준 그녀는 재광의 보물이었다. 절대로 상처낼 수 없는 보물...
"재광아... 재광아...? 아직 안 일어났니? 밥먹어야지?"
문밖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3번씩 두들기던 노크에 이어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 주인을 깨우고 있었다.
"재광아. 월요일인데? 월요일에 오전 일찍 수업있다고 하지 않았니? 재광아?"
간신히 정신을 차린듯한 머리가 잠시 들썩거리고 이윽고 햇살에 노출된 제법 흰피부에 청년에 정면으로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돌렸다.
"으응~ 네... 어머니 일어날께여~"
아직 햇살에 적응하지 못한 듯 채 뜨지도 못한 눈이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약간의 탈색으로 군데 군대 색이 옅은 머리카락 사이로 동그랗고 쌍커플 없는 눈이 떠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청년은 먼저 시계부터 찾았다. 7시...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더 늦장을 부린다면 또 밥하던 바쁜 손이 그를 깨우러 올것이다. 미안하지 않은가...
길게 쭉 늘어진 팔과 다리로 한껏 기지개를 핀 다음 입고있던 잠옷 바지를 벗고 그대로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갔다.
목욕탕에서 몸 구석 구석 제법 꼼꼼하게 잘 딱고 나온 시간이 7시 20분 밖을 나오자 어느새 왔다 갔는지 속옷이 한벌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별로 멋을 내지않아도 한껏 귀티가 흐르는 재광은 식당으로 들어설 무렵 기분이 좋았다. 그간 수도관 고장으로 틀 수 없었는데 어제 저녁 늦은 수리를 마쳐 모처럼 더운물로 샤워했기 때문인가보다. 밝은 미소로 상을 차리는 중년여인에게 들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머니?"
닮은 듯한 부드러움으로 짙은 주름을 접으며 인자한 웃음으로 그녀도 대답했다."
"그래 잘 잤니? "
"예 어머니 어젠 너무 늦게 왔었죠? 죄송해요.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재밋었어요."
"아니 그럴 수도 있지.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좋겠구나. 다들 기분좋게 잘들 놀았니?"
"네 어머니. 아 어제는 국화주라는 술을 마셔봤어요. 너무 향기롭던데요. 꿏으로 담근 술이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설탕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향이 너무 달아서 목이 간질거렸어요."
"그래? 네가 술을 즐길줄 알게 됐나보구나. 언제 한번 담궈보도록 하자꾸나."
"정말요? 너무 기대되요 어머니. "
재광과 어머니는 한껏 아침공기를 즐기며 그들에 대화에 푹 빠져있었다. 그때 낮은 소리로 전화벨이 울렸다.
"누굴까? 일찍부터? 식사하고 있거라. 내가 가마."
"네~"
맑은 콩나물국에 갈색으로 잘 구워진 굴비를 두고 열심히 밥공기를 비우던 재광의 등뒤로 통화음이 들렸다.
"네.. 네... 저희는 잘 지냅니다. 예 건강하시구요? 네... 네 늘 같습니다. 제가 뭐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통화내용을 다 알 순 없지만 긴장하는 그녀와 또 그녀답지 않게 짧아진 대답들로 재광은 수화기 건너편에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늙어서도 철이라곤 들지 않을 인간. 아는 지식의 반 만큼이라도 실천할 줄만 알았다면 내가 당신의 성을 가진것이 이렇게까지 수치스럽진 않을 것이다.
"예... 식사중입니다. 제가 전하고 전화하라고 하면... 아니요. 지금 식사중이니까요... 아니요... 네 말해보죠."
급하게 밥을 씹어넘긴 재광은 번쩍 일어서서 성큼 성큼 그녀에게 걸어갔다. 수화기의 입을 막고 뭔가 말하려던 그녀는 그냥 그자리에 멍하게 서 있었다. 그녀에게서 수화기를 뺐어든 재광은 여과없는 단어들로 말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핸드폰 받으라고 있습니다. 집으로 굳이 전화 안하셔도 연락하시면 제가 받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겁고 위엄있는 목소리가 수화기에 울렸다.
'용건이 없으면 전화하지 말라는 말투로구나?'
"이해가 빠르십니다. 그대롭니다. 목소리로 감정도 느껴지신다면 되도록 문자로 앞으론 소식 듣고 싶습니다. 뭐 그것마저도 참아주신다면 더 감사하구요."
'고얀놈...'
"자격 갖추지 못한 비평은 들을때마다 짜증납니다. 정확한 용건이 있으시면 점심시간 무렵 다시 전화주세요. 가급적이면 전화 없으신 편이 저는 더 좋습니다만... "
'네가 아무리 그래도 넌 내 자식이다. 내 피와 살을 받은...'
"덕분에 지금 이렇게 쓰리고 미안하다는 것도 그 피와 살때문입니다. 이만 끊습니다."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재광의 눈동자엔 한기가 돌았다.
"너무 심하지 않니?"
걱정스레 얘기하는 그녀를 보며 재광은 다시 활짝 웃어보였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이미 겪어봤잖아요. 저분은 강철 심장이십니다. 제 말따윈 어느집 개가 짖나 하실거예요. 마음에 두실 분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부모자식간은 그런게 아니란다. 자식아끼지 않는 부모는 없어. 비록 내게 모질긴 하셨지만 그래도 네 아버지시다."
"아뇨 어머니... 전 아버지 없습니다. 전 세상천지 어머니 한 분밖에 없어요. 평생을 두고 어머니 하고만 살껍니다."
"못난 소리 말렴. 사람은 사랑해야 살아가는거란다. 그저 보내는 시간은 살아가는게 아니야. 그냥 살아지는거지."
"하하하 전 어머니 많이 사랑합니다. 처음뵜을때도. 그리고 지금도요... 전 늘 마음속에 사랑으로 꽉차 있어요."
"그래도 사람이란..."
"에이... 어머니 이제 그만요. 어서 가서 밥 마저 먹어요. 저 밥 한그릇 더 주세요. 굴비간이 너무 딱배었네요?"
그녀의 등을 떠미는 재광은 마음으로 다시 다짐했다. 사랑같은 허무맹랑한 거짓말... 속지도 속이지도 않겠다고... 생모의 얼굴도 모르는 재광에게 처음 글을 가르쳐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쉽사리 익숙해지지 못한 잠자리 오줌 지리는 버릇까지 사랑으로 감싸안아준 그녀는 재광의 보물이었다. 절대로 상처낼 수 없는 보물...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novel?sca=&sfl=wr_name,1&stx=오크우드" data-toggle="dropdown" title="오크우드 이름으로 검색" class="sv_guest"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오크우드</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아 드디어 세번째 글이 올라왔군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좀 더 자주 올려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좀 더 자주 올려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