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 04 -Episode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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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에서 어느덧 물안개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었다. 이미 낮에도 더이상은 여름옷을 입고다니기 서늘할만큼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정수는 문득 한기를 느끼고 옷을 여매였다. 계절이 바뀔때면 언제나 빼놓지않고 걸리는 감기로 계절마다 고생을 하는 정수로서는 사소한 추위에도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 얼른 들어가 몸을 녹여야 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물제비가 피고 있었다.
'퐁퐁퐁'
정수와 멀리 떨이지지 않은 곳에 한 사내가 물위를 향해 다시한번 돌을 던지고 있었다.
'퐁퐁퐁퐁퐁퐁'
"크으~"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지 다시한번 사내는 돌맹이를 들고 물위로 내 질렀다. 넓은 어깨가 힘껏 뒤로 젖혀져 다부져 보이는 손을 떠나며 이번에도 시원하게 물위로 튀어 오르고 있었다.
'퐁퐁퐁퐁퐁퐁퐁'
정확히 일곱번의 물제비를 일으킨 후 빠져버린 돌맹이를 보며 사내는 주먹을 꽉쥐어 보이며 기뻐했다.
"야호~ 7번이다. 아... 저기 보셨죠? 7번인거?"
문득 정수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가 정수를 보며 물었다. 선이 단정한 턱의 사내는 짙은 눈섭에 단호한 인상이었지만 웃는 얼굴은 천진해 보였다.
"아 예... 예... 예... 7번이요. 저도 봤어요."
"하하하 그래요. 7번, 7은 행운이라잖아요. 럭키 세븐요. 아 드디어 일이 좀 풀릴려나?"
"아 예..."
낯가림이 심한 탓도 있지만 되려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낯설어 정수는 서둘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잠깐만요."
짙은 갈색의 셔츠에 손을 툭툭털던 사내가 돌어서는 정수를 불러세웠다.
"여기분 아니시죠? 혹시 서울분 아니신가요?"
"예? 아...예... 예 그런데... "
"요앞 레이크 팬션으로 가시는 길 아니신가요? 저도 거기에 묵거든요. 오면서... 서울차가 주차장에 있는 걸 봤어요. 그리고 가지고 계신거 폭스X겐 아니신가요?"
어떻게 이사람이 알고 있었을까? 멍한 표정을 짖고 있자 한걸음 사이로 좁혀든 남자가 싱글싱글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폭스X겐 키 홀더를 가지고 계셔서요."
그제서야 정수는 핸드폰과 함께 집어든 열쇠를 보게 됐다.
"가시는 길이시면 같이 가죠. 저도 이제 들어갈려구요. 그나저나 이제 많이 춥네요?"
성큼 성큼 걸어가는 사내뒤를 따라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으로 정수가 쫒았다. 강으로 내려오는 나무계단엔 이미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아직은 옅게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무척 서늘한 풍경을 보여주고있었다. 잘 다듬어 놓은 정원수 사이로 뻗은 나무계단 주변에서 바람에 스쳐 바스락 쓸어가는 나뭇잎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란게... 말이죠..."
두세걸음 앞서던 사내는 뒤따라 오던 정수의 숨소리를 듣고 잠시 멈추어 서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없는게 아니라 있는 줄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없다고 생각하고만 사니까 정말 잘 시간도 없었는데요..."
사내의 뒤를 쫒아 나란히 보폭을 맞추게 되자 그제서야 사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상 이렇게 홀가분하게 떠나니까 전부 남아도는게 시간이예요. 하하하. 역시 사람은 저지르고 봐야하나봐요."
무의식적으로 사내의 걸음을 맞추던 정수는 계단을 오르며 아직도 숨이 가쁜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정말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쉬면서 놀아야 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강박관념인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말 그대로 자리에 누워서 퍼져 있는거죠. 놀 수도 있고 공부할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정말 심신이 지쳐 쉬어야 할땐 그렇게 최대한 몸을 쉬게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런의미에서 사람도 가끔은 혼자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정수를 의식해서인지 사내의 걸음은 느려졌고, 이젠 정수도 제법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간신히 입을 뗄 수 있게된 정수가 그제서야 말을 옮겼다.
"네 그런 것 같아요."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일행이 있으신 건가요? 아니면 정말 폼나게 쉬러 오신건가요?"
문득 사내의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정수는 차츰 표정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일행은 없습니다. 말씀 그대로 혼자 쉬러 왔어요."
뭔가 굳어버린 정수의 표정에 일순 순한표정이던 남자도 긴장한 것 같았다.정수 역시 아마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변했으리라 짐작하고 다시금 표정을 정리해보려 애썼다.
"아 저기... "
"아네... 팬션에 다 왔네요. 전 주차장 잠시 들려서 뭐 좀 가져와야 할 것 같은데... 편히 쉬시다 올라가세요."
냉큼 고개를 돌린 정수가 종종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미 덜어내줄 마음따윈 조각조차도 없었다. 평생 혼자 살다 외롭게 죽는다고 해도 이것이 나다... 라고 정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사랑 가슴아픈 기억은 되세길수 없을만큼 날카로운 칼날이었고, 그 공포스러움에 정수는 의식적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스스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다. 여름은 지나갔고, 이젠 새로운 계절이 되었다.
'퐁퐁퐁'
정수와 멀리 떨이지지 않은 곳에 한 사내가 물위를 향해 다시한번 돌을 던지고 있었다.
'퐁퐁퐁퐁퐁퐁'
"크으~"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지 다시한번 사내는 돌맹이를 들고 물위로 내 질렀다. 넓은 어깨가 힘껏 뒤로 젖혀져 다부져 보이는 손을 떠나며 이번에도 시원하게 물위로 튀어 오르고 있었다.
'퐁퐁퐁퐁퐁퐁퐁'
정확히 일곱번의 물제비를 일으킨 후 빠져버린 돌맹이를 보며 사내는 주먹을 꽉쥐어 보이며 기뻐했다.
"야호~ 7번이다. 아... 저기 보셨죠? 7번인거?"
문득 정수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가 정수를 보며 물었다. 선이 단정한 턱의 사내는 짙은 눈섭에 단호한 인상이었지만 웃는 얼굴은 천진해 보였다.
"아 예... 예... 예... 7번이요. 저도 봤어요."
"하하하 그래요. 7번, 7은 행운이라잖아요. 럭키 세븐요. 아 드디어 일이 좀 풀릴려나?"
"아 예..."
낯가림이 심한 탓도 있지만 되려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낯설어 정수는 서둘러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잠깐만요."
짙은 갈색의 셔츠에 손을 툭툭털던 사내가 돌어서는 정수를 불러세웠다.
"여기분 아니시죠? 혹시 서울분 아니신가요?"
"예? 아...예... 예 그런데... "
"요앞 레이크 팬션으로 가시는 길 아니신가요? 저도 거기에 묵거든요. 오면서... 서울차가 주차장에 있는 걸 봤어요. 그리고 가지고 계신거 폭스X겐 아니신가요?"
어떻게 이사람이 알고 있었을까? 멍한 표정을 짖고 있자 한걸음 사이로 좁혀든 남자가 싱글싱글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폭스X겐 키 홀더를 가지고 계셔서요."
그제서야 정수는 핸드폰과 함께 집어든 열쇠를 보게 됐다.
"가시는 길이시면 같이 가죠. 저도 이제 들어갈려구요. 그나저나 이제 많이 춥네요?"
성큼 성큼 걸어가는 사내뒤를 따라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으로 정수가 쫒았다. 강으로 내려오는 나무계단엔 이미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아직은 옅게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무척 서늘한 풍경을 보여주고있었다. 잘 다듬어 놓은 정원수 사이로 뻗은 나무계단 주변에서 바람에 스쳐 바스락 쓸어가는 나뭇잎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란게... 말이죠..."
두세걸음 앞서던 사내는 뒤따라 오던 정수의 숨소리를 듣고 잠시 멈추어 서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없는게 아니라 있는 줄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없다고 생각하고만 사니까 정말 잘 시간도 없었는데요..."
사내의 뒤를 쫒아 나란히 보폭을 맞추게 되자 그제서야 사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상 이렇게 홀가분하게 떠나니까 전부 남아도는게 시간이예요. 하하하. 역시 사람은 저지르고 봐야하나봐요."
무의식적으로 사내의 걸음을 맞추던 정수는 계단을 오르며 아직도 숨이 가쁜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정말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쉬면서 놀아야 한다는 것도 어찌보면 강박관념인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하고... 말 그대로 자리에 누워서 퍼져 있는거죠. 놀 수도 있고 공부할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정말 심신이 지쳐 쉬어야 할땐 그렇게 최대한 몸을 쉬게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런의미에서 사람도 가끔은 혼자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정수를 의식해서인지 사내의 걸음은 느려졌고, 이젠 정수도 제법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간신히 입을 뗄 수 있게된 정수가 그제서야 말을 옮겼다.
"네 그런 것 같아요."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일행이 있으신 건가요? 아니면 정말 폼나게 쉬러 오신건가요?"
문득 사내의 질문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정수는 차츰 표정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일행은 없습니다. 말씀 그대로 혼자 쉬러 왔어요."
뭔가 굳어버린 정수의 표정에 일순 순한표정이던 남자도 긴장한 것 같았다.정수 역시 아마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변했으리라 짐작하고 다시금 표정을 정리해보려 애썼다.
"아 저기... "
"아네... 팬션에 다 왔네요. 전 주차장 잠시 들려서 뭐 좀 가져와야 할 것 같은데... 편히 쉬시다 올라가세요."
냉큼 고개를 돌린 정수가 종종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미 덜어내줄 마음따윈 조각조차도 없었다. 평생 혼자 살다 외롭게 죽는다고 해도 이것이 나다... 라고 정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사랑 가슴아픈 기억은 되세길수 없을만큼 날카로운 칼날이었고, 그 공포스러움에 정수는 의식적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스스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다. 여름은 지나갔고, 이젠 새로운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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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3편에 이어서 바로 에피소드편을 올려주셨네요.
로얄클럽의 실체가 언제나 벗겨질지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탄력받은신 김에 팍팍 올려주세요^^*
로얄클럽의 실체가 언제나 벗겨질지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탄력받은신 김에 팍팍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