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05 -Episode weak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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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색 편향유리 앞에서 본 창밖에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속의 풍경을 연상시켰다. 햇빛에 산화되어 적당히 그을린듯한 오래된 필름... 가을 햇살이 환한 창밖풍경속에서 건너편 길가에 큰 가로수아래로 4-5살쯤 되어보이는 꼬마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앞서가던 어미처럼 보이는 여자가 되돌아와. 뭐라고 얘기하며 아이를 일으켜세우는 모습이 흡사 갖태어난 새끼를 돌보는 염소같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특별히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날은 샵에 나오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많던 적던 샵에 매상이 떨어져 늘 울상인 마스터를 보기에도 안스럽고 또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음에도 열심히 잘 따라와준 보조 아이들에게도 시간을 주고 싶었다.

  오후 4시... 가을 햇살에 마지막 풍경을 보고 있을 무렵 흰 하프 코트를 걸친 장신의 청년이 들어왔다. 코내림이 없는 안경을 쓴 얼굴이 단정해보였고, 살짝 집어넣은 머리에 브릿지도 잘 어울렸다. 광대뼈가 얕고 볼살이 드물어 그아래로 긴 턱선과 잘 어울렸다.

  "실례합니다."

  낮은 음자리의 미... 목소리 톤도 알맞았다. 한눈에 보아도 귀티가 나는 청년은 잠시 두리번 거리다 정수와 눈이 마주치자 큰 보폭으로 성큼 성큼 것더니 바로 정수 앞으로 왔다.
 
  "어서오십시요."

  가까이에 다가오자 청년은 어깨무렵에 정수의 시선이 걸렸다.

  "팔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요... 시세가 어떤가 해서 왔습니다."

  "아 예. 어떤 종류입니까?"

  "반지입니다."

  "예. 그럼 물건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

  청년은 안쪽 주머니에서 반지함을 꺼내고 있었다. 자주빛이 도는 벨뱃문늬... 저 벨벳은 낯이 익다.

  "반지에 몸체는 백금과 순금 혼합입니다. 위에 있는 장식은 세가지보석인데 '리가드'라고 하더군요."

  덜컥...

  뚜껑이 열렸다.

  "제가 이런 반지를 다시 사려면 얼마나 줘야 할지요?"

  재광은 그 앞에서서 차마 숨소리도 내지 못하는 남자를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재광을 보았을때 마치 잘 다림질한듯한 흰색 손수건 같은 남자의 얼굴이 보석함을 보는 순간 푸르게 보일만큼 창백해졌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다 보던 남자의 손이 낮게 떨리면서 마치 영화처럼 큰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어... 어째서... "

  "... "

  "어째서 이런... 어떻게 이 반지가 당신에게..."

  툭...

  눈물은 차마 얼굴에 흘러내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쇼케이스 위로 떨어졌다. 낮게 떨리던 남자의 손은 안타깝게 흔들리며 보석함을 감싸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잠시 재광은 정수를 내려다보다, 천천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샵이 마치는 시간은 8시 입니까? 잠시 얘기를 했으면 합니다. 이 반지는 놔두고 갈테니 연락을 주세요. 이건 제 연락처입니다."

  'XXX-XXX-XXXX'

  "여러가지 생각이 드시겠지만, 되도록이면 아무 생각도 하지마십시요. 절 만나시면 모두 알려드리죠. 그리고 눈이 많이 부으실 것 같은데 오늘 샵메니저는 일찍 마치시는게 좋겠습니다. 근처에서 기다리죠. 시간 되시는데로 연락주십시요.."

  채 고개도 들지 못하고 반지 케이스를 안고 있는 정수를 보며 재광은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재광이 다시 샵을 나가는 동안에도...정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딸랑' 문위에 걸어둔 조그만 종이 명쾌하게 울린 후로도 한참동안 정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직 마스터가 올 시간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안쪽 연마실에도 아무도 없다. 샵은 정수외엔 아무도 없었다...

  "흑흑... "

  고개를 숙인채 오른쪽 팔이 무너는가 싶더니 정수는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흑흑..."

  흐느낌은 점차 크게 변하고 이젠  통곡이 되어가고 있었다. 간신히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이제 간신히 희망을 포기하며 살았는데... 그래서 이제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됐는데...

  "아아악~"

  길가에 가로등이 차츰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샵에 불은 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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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아 이제 하나씩 하나씩 연결되어가는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런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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