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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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발을 내딛인 그 곳은 투명한 하늘과 폐를 가득 채우는 맑은 공기가 가득했다. 그것만으로
짧은 여정을 마감한다 해도 서운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강천사로 향하기 위해서 우리는 또 다시 버스에 올라야만 했다. 그 어디에도 멋드러진 코트깃을 자랑하거나, 최첨단 유행을 구경할순 없었다. 다만 정겹게 그을린 피부들의 시골 사람들과 일탈을 꿈꾸며 먼길을 달려온 도시인의 무리가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하루를 멋지게 수놓았다.

 이런저런 풍경에 넋을 놓고 있을 때쯤 버스는 어느덧 강천사 입구에 도착했다. 그때 역시도 나는 동우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마 녀석은 많이 수줍었을 게다. 그러나 오늘 하루쯤 이래보는 것도 우리의 사랑에 더없이 좋은 촉매제가 될 거라 생각했다.

 참 편한 세상. 인터넷이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둔 모텔에 짐을 푼 우리는 비빔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채운 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강천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우리를 맞이한 것은 병풍바위였다. 기암 절벽, 폭포들, 계곡들. 우리의 방문을 의식한듯 한껏 금엄한 자태를 뽐내는 그곳의 정경들을 경쾌히 지나는 우리는 어느새 도시를 잊은 자연인이 되어 버린듯 했다.

 " 어? 현수교다 " 동우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와! 우리 올라가 볼까?"
 "그래 "
 " 여기를 건너면 저기 산 위에 있는 팔각정에 갈 수 있나본데?"
 " 꼴찌가 저녁 사기!!!"
 " 어 어 같이가!"
 치사한 녀석. 하지만 져도 좋을 법한, 그래서 즐거운 오후였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방문을 기념하며 현수교 위에 글들을 남겼다.
 ' 조은실은 박태식을 사랑한다.'
 '2004년 8월23일 우리 여기 있었다'
다들 유치하고 촌스러웠지만 몇개의 글 속에 행복이란 추억들을 담아간 듯 했다. 우리도 동참할까 했지만 짧은 키스와 클로즈 업 커플사진 몇장으로 대신했다.
 
 팔각정에 오르는 길은 무척 가파랐다. 다행히도 그리 높지 않아서 우리는 금새 그 곳에 오를 수 있었다.

 " 아~~!"
난 그 곳의 공기와 바람을 한껏 들이켰다.
 " 너랑 여길 온거 잘한 일인거 같아." 동우가 말했다.
 " 나도 그래서 너무 좋아 "
난 동우를 살며시 껴안았다. 수줍어서 피할 줄 알았던 녀석이 오히려 더 기다렸다는 듯이 두팔을 내 어깨위로 감싸 안았다. 이어 내게 살며시 입을 맞추고 잔뜩 긴장된 내 눈동자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
 " 그리고 오늘을 정말 잊지 못할거야. 고마워 "
 " 감계가 무량한걸? 나도 고마워 같이 와줘서.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었는데."
 "우리 자주 이런 기회 만들자. 이러고 싶어도 이럴 수 없는 날에 후회하지 않게."
 " 내일 죽을 사람처럼 왜이래. 걱정 안해도 내가 그렇게 할거야."
 " 고마워. 이제 그만 내려가자."
  난 그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춘 후 그를 꽉 껴안았다.
 그 곳을 오른 이들은 우리보다 더 불편한 눈치였고 우린 그들을 위한 한편의 연극이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산 아래의 풍경과 넓게 펼쳐진 산들이 서서히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 곳을 내려온 우리는 작은 댐을 지나 정상에 오르는 길에 합류했다. 오르는 듯 싶으면 내려가야 했고 구비 구비 물길과 산길을 따라 올라야만 했다.
 추위라면 벌벌 떨던 동우녀석도 점퍼와 스웨터를 벗어 하나는 허리춤에 두르고 또 하난 손에 든 채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송글 송글 맺힌 땀을 훔치며 동우가 말했다.

 " 허억 허억 휴~~~ 힘들다."
 " 그래. 조옴 쉬었다 갈까?"
 " 그래 허억 허억."
 우리는 나뭇그늘 아래 마른 솔잎이 두텁게 깔린 자리를 골라 앉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동우는 헝크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 무슨 생각해?" 내가 물었다.
 " 응? 니 생각."
 " 피이. 진짜 무슨 생각 했냐고?"
 "  뭐 그냥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어서. 일방적으로 나만 나쁜 사람이 된거 같아서. 널 사랑하는게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닌데 부모님은 무조건 날 정신병자 대하듯하니까."
  우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하늘을 바라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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