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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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연립주택의 자기집에서 수십군데를 칼에 찔려 피살되었다.
> 발견당시 그는 욕조에 있었고 샤워기의 물이 틀어져 있었다.
> 살해후 시간이 많이 지나 경찰이 달려갔을땐 그의 피는 물과 함께 모두 빠져나간후였고 하얀 몸뚱아리만 깨끗한 물에 둥둥 떠있었다.
> 그가 발견된 안방은 마치 강도라도 든 듯 온통 엉망이었지만 특별히 훔쳐간 물건은 없는 듯 했고 침실에서 핏자국이 가득한걸로 보아서
> 그는 침실에서 살해당한후 욕조로 옮겨진 것 같았다.
> 타살 도구는 그의 집 부엌칼이었다.
> 분명 강도의 행각이 아닌 지인에 의한 타살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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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맡은 강력계 이형사는 우선 그의 인적사항을 조사했다.
> 그는 남자고등학교의 미술교사였고 1학년중 한 반을 맡고 있었다.
> 동료교사들의 의하면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다른 교사들과도 원만한 관계였다고 했다.
>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가 성격도 좋고 남에게 원망은커녕 오히려 호감을 가지게 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 우선은 특별한 구석이 전혀 없는 사건이라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 그런데 뜻밖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졌다.
> 그의 집을 수색하던중 옷장 깊숙이 숨겨둔 GHB와 엑스터시라고 불리는 환각제가 발견된 거였다.
>
> "교사가 마약이라. 정말 의외군"
>
> 그 뿐만 아니었다.
> 그가 가진 수십장의 CD중 상당 부분이 포르노 CD였던 것이다.
> 그런거 한두장 안가진 사람이 있겠냐마는 유난히 아동포르노와 동성애포르노가 많았다.
> 그가 주로 방문한 사이트들도 외국의 포르노 사이트 들이었다.
> 차마 보기에 역겨운 사진들이 즐비한...
>
> "이자식, 이거 완전히 뒤로 호박씨 까는 놈이잖아"
>
> 그는 한번의 이혼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
> "설마 잠자리에서 포르노에서 본걸 따라하다가 이혼당한건가? 킥킥"
>
> 동료형사들이 농담처럼 말했지만 무언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거란 생각에 이형사는 어렵게 그녀를 만났다.
> 평범한 30대 초반의 여자였다.
>
> "주위에 원한 가질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던데 혹시 뭔가 아시는게 없는지"
>
> 이형사의 말에 그녀는 대답대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
> "주변 사람들이 뭐래요?"
>
> "좋은 사람이었다고 하더군요"
>
> 그녀는 아주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
> "훗. 정말 여전하군요. 사람들은 왜 겉모습만 보는지 몰라."
>
> "..왜 그와 이혼했지요?"
>
> "서류 못봤어요? 성격문제죠"
>
> "정말 그뿐입니까?..... 이런 말 실례지만 남편과의 잠자리는 어땠나요?"
>
> 그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형사는 그녀가 말을 꺼내기 쉽도록 유도했다.
>
> "그는 유난히 포르노에 집착했던 사람 같더군요."
>
> "그 지저분한 CD들을 발견했나 보군요. 그래요, 그는 그런 사람이예요."
>
> "부인에게도 그런걸 요구 했나요?"
>
> "그런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는 없죠."
>
> "그말은 긍정의 뜻이군요."
>
> 이형사의 말에 그녀의 표정에 분노가 서리는 듯 하더니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소리쳤다.
>
> "그 자식은 변태였어요. 처음에는 평범하고 좋은 사람인냥 하더니 오래 못가더군요.
> 우린 중매로 만났죠. 그 사람은 내게 충실한 남편이었어요. 한 일년 정도는요.
> 그가 나몰래 이상한 영화나 컴퓨터 사이트를 보는걸 알았지만 남자들은 보통 다 그런지 알았죠.
> 그런데 어느날부터 내게 무리한걸 요구 했어요."
>
>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려는듯 앞에 놓인 물을 단번에 마셔버렸다.
>
> "정말 짐승같은 놈이었죠. 날 침대에 묶어놓고는 강제로 관계를 가지려 했어요.
> 그뿐 아니었어요. 온갖 변태적인 체위들을 강요하더군요. 우습게도 정상적인 체위로는 만족하지 못했어요.
> 훗, 이제와서 이런걸 말하게 될줄이야."
>
>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괴로운 듯 했다.
>
> "난 그래도 참았어요. 나아질줄 알았죠. 하지만 그는 생각이상으로 미친인간이었어요.
> 내가 잠자리를 거부하자 외박이 잦아지더군요. 그리고 어떤짓을 한줄 알아요?
> 어느날 밤 웬 남자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어요. 그리곤 침실로 가더군요.
> 내가 무슨 말을 하려 뒤따라 갔는데...기가 막혀서"
>
> "...뭐죠?"
>
> "침대 위에서 두 사람이 얽혀서 그짓을 하고 있더라구요. 나참..
> 그래서 바로 이혼 했어요. 그의 조건은 하나였죠. 자신의 일을 입밖에도 꺼내지 말라고.
> 만약 한마디라도 했다간 그날로 절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하더군요. 충분히 그럴 인간이라 생각이 들어서 이때까지 그에 대한걸
>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죽었으니 상관없겠죠?"
>
> 그리고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 "흥, 그런 사람이 교사라니 정말 우습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남자고등학교에 있었다면서요?
>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지. 형편없는 세상이야"
>
> "무슨 뜻이죠?"
>
> "내 이야기를 듣고도 몰라요? 그자식은 동성애를 즐겨요. 게다가 아직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죠.
> 기회만 있다면 학생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그런 놈이었다구요."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기전 그녀는 내뱉듯 말했다.
>
> "누군지 그를 죽인 사람이 궁금하군요. 혹시나 잡게 되면 알려줘요. 만나서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으니. 쓰레기 하나 치워줘서 정말
> 고맙다구요"
>
>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이형사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주위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평범한 미술교사의 이면에는 마약과 동성애로 얼룩진 또하나의 모습이 있었다.
>
>
>
>
>
> 이형사가 학생들과 면담을 하려고 하자 반장은 난색을 표했다.
>
> "지나치군. 학생들이 뭘 알겠어?"
>
> "반장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의 조사결과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이건 분명 원한을 가진 자에 의한 범행이고, 1%의 정보라도 얻기 위해선 학생들과의 면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 결국 반장을 설득하고, 학교교장을 설득해 그는 직접 한생들과 1:1 면담을 시작했다.
>
> "좋은 분이셨어요. 우리 얘기도 잘 들어주고... 요즘 그런 선생님들 잘 없는데 정말 친구같으신 분이셨어요."
>
> "...선생님을 싫어하는 애들은 없었어요....."
>
> 학교에선 역시 그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 그런데 한 아이가 뭔가 망설이며 말했다.
>
> "...저..선생님이 돌아가신 그날 말예요. 미술실에 올라갔다가....선생님과 명진이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어요."
>
> 명진이라면 이 학급의 반장이었다.
>
> "평소에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는 녀석이라 좀 놀랐어요. 두사람은 언성을 높이다가 내가 들어가자 입을 다물었어요."
>
> "무슨 일로 싸웠는지 아니?"
>
> "아뇨. 몇마디 듣지도 못했어요. 뭘 말하겠다고 명진이가 소리치는 것 같았는데...
> 설마 그게 이 사건과 상관이 있는건 아니겠죠?"
>
> 그 학생이 나간후 이형사는 이명진이라는 반장의 이름에 밑줄을 진하게 그었다.
> 처음 면담을 시작할때 협조를 구했던 학생이었다.
> 반듯한 외모에 금테 안경. 누가봐도 한눈에 모범생으로 볼만한 깨끗한 이미지였다.
>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면담을 하며 은근슬쩍 명진에 대해 물어보았다.
>
> "반장요? 선생님이 굉장히 신뢰하고 별 문제 없이 지냈는데요"
>
> "책임감도 강하고 반장으로선 최고예요"
>
> 앞에 만났던 그 학생외엔 아무도 명진이 최근 다른태도를 보였다는걸 모르는 듯 했다.
> 그럼 심각한 다툼이 아니었나? 단순한 학급문제였을 뿐일까?
> 어느새 반 이상을 만났고 이형사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
> "다음은 33번...김선우라.."
>
> 앞에 학생이 나가고 그가 다음 학생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문이 열리며 33번째 학생이 들어왔다.
>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 학생을 보는데 앞의 학생들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소유자였다.
> 다른 아이들이 그저 여드름이 막 나기 시작하는 사춘기의 평범한 남학생들이었던데 비해 선우라는 학생은 귀한집 도련님같은 그런
> 이미지였다.
> 마른몸매에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
> 외모도 눈에 확 띄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참으로 곱다 라는 생각이 드는 학생이었다.
> 천천히 걸어서 의자로 다가오는데 걸음걸이가 너무나 가벼워서 마치 공중에 붕 떠서 스르르 다가오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
> 선우는 두손을 모아 깍지끼고 허리를 약간 숙인채 이형사의 앞에 앉았다.
>
> "김선우?"
>
> "...."
>
> 선우의 시선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 이형사는 그 시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 가늘고 붉은 입술은 꼭 다물어져 말을 거는 그가 민망할 정도였다.
>
> "평소 최선생님에 대한 인상을 말해주겠어?"
>
> "........"
>
> 역시 대답이 없었다.
>
> "왜 그러지? 뭐가 잘못됐나?"
>
> 재차 묻자 그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며 희미한 목소리가 나왔다.
>
> "....좋은..선생님이었어요"
>
> "그리고? "
>
> "그리고라뇨?"
>
> "선생님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
>
>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잖아요."
>
> 그리고 다시 입술을 꼬옥 다물고 그를 쳐다보는데 잠시 눈이 마주쳤다.
> 쌍거풀 없이 굉장히 깨끗하고 까만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 그러나 이형사가 그 눈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선우는 금방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려버렸다.
>
> '무언가 할 말을 하지 않는군'
>
> "여기 보니 미술부로군. 그럼 최선생님담당 이구 말이지. 선생님과 상당히 친했겠는걸"
>
> "다른 애들과 별로 다를건 없었어요."
>
> 말은 그러지만 이형사는 분명 이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정보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특유의 직감이 들었다.
>
> '서두르면 안되지.'
>
> 이형사는 우선 목표물을 확인만 하고 선우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 신비한 소년은 등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 이형사가 뒷모습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선우는 문을 나서다 말고 고개를 돌려 그를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소리없이 문을 닫고 가버렸다.
> 선우가 가고난후 이상하게도 이형사는 그가 면담을 하고 있는 이 교사휴게실의 분위기가 좀 달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 무언가 녀석이 남기고간 신비한 안개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 형사생활 3년동안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났지만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었다.
> 어딘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묘한 녀석이었다.
>
> "김선우라.."
>
> 이형사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담배를 꺼내 물고 방금 그애의 이름밑에 역시 짙은 선을 그었다.
>
>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
> 이형사는 그 예감이 틀리길 원했다. 정말로 그 예감이 틀리길 원했다.
>
> 반장인 이명진은 37번이었다.
> 이형사는 앞에 앉은 명진을 쳐다보았다.
> 명진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우리를 잘 이해해주시고. 전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
>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최근에 선생님과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
> "무슨 문제 말이죠? 전 잘 모르겠습니다"
>
>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
> "사건이 있던 오후, 선생님과 다퉜다는 말을 들었다."
>
> "선생님과 학생이 다툰다는건 말부터 어폐가 있지 않나요? 제가 요즘 학급일을 좀 소흘히 해서 야단을 들었던 것 뿐이예요.
> 제가 잘못한거 인정했고 선생님도 용서해줬어요. "
>
> 막힘없이 말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은 지울수 없었다.
> 너무 완벽하게 방어벽을 쌓아두고 있는게 느껴져 그것이 더 어색했다.
>
> '헤볼테면 해봐. 어떤것도 말하지 않을테니'
>
> 그런 마음이 전해졌다.
> 아무리 추궁해도 명진은 절대 이형사 앞에서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을 것 같지 않았다.
> 면담을 마치고 나가려는 명진에게 이형사는 조금 무모한 시험을 해보았다.
>
> "참, 김선우하고 친한가?"
>
> 선우의 이름에 아주 잠깐 명진의 표정에 변화가 엿보였다.
>
> "미술부여서 선생님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텐데 전혀 말을 않더군. 그 학생에 대해 좀 말해 주겠어?"
>
> ".....잘 모르는 녀석이예요. 성격이 내성적이라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저도 마찬가지구요."
>
> 금방 좀전의 표정을 되찾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고 명진은 방을 나갔다.
>
>
> 남은 학생들과의 면담을 모두 마치고 난후 이형사는 최선생과 김선우, 그리고 이명진의 이름을 적어보았다.
> 김선우와 이명진은 무언가 감추는게 있는 것 같았다.
> 두 사람을 따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마지막 반장 이명진은 선우의 이름에 변화를 보였다.
> 그건 두사람이 분명 최선생과 공통적으로 연결되는게 있다는 말이다.
>
> 마약, 동성애, 아동포르노, 그리고 두 학생.
>
> 이형사는 자신이 너무 지나친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 누가 그의 생각을 듣는다면 헛된 망상이라고 할 것이다.
> 그역시 헛된 망상이길 바랬다.
>
>
>
>
>
> 이형사가 서로 돌아와보니 부검결과가 나와 있었다.
> 죽은 시간은 시신을 발견하기 12시간전 정도.
> 그시간이라면 새벽 3, 4시였다.
> 먼저 등을 두 번 찔리고 쓰러진후 복부를 무참히 스물곳도 넘게 찔렸다.
>
> "죽기전 고통이 심했나 봅니다. 죽기전 살인범을 잡았어요. 손톱 깊숙이 살인범의 피부와 피가 박혀 있었어요. 그 혈액형은
> AB형이더군요. 그리고 이건 역시 치정에 의한 살인 같습니다. 죽기전 정사한 흔적이 있다더군요. 또 몸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됐구요.
>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시죠?"
>
> 그 이야기를 듣던 동료 형사 한명이 혀를 찼다.
>
> "쯧쯧. 기가 막히구만. 어떻게 이런 인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란 말인지. 세상 말세다. 말세."
>
> 옆에 있던 다른 선배형사는 부검소견서를 보며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하며 말했다.
>
> "마약에 치정관계? 그럼 이건 원한이 아니라 환각에 의한 살인이 아닐까?
> 그 방에서 깨진 술잔이 발견됐잖아. GHB를 술에 타서 마셨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 같은데."
>
> "아아, 이거 의외로 복잡하게 되 버렸네. "
>
> 동료들은 투덜대며 수사의 초점을 어디로 맞출지 의논했다.
> 수사는 우선 마약을 구입하게된 루트를 조사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 살인도 살인이지만 마약루트를 밝히는 쪽이 더 큰 수확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노련한 선배들이 그쪽을 맡았고 그들에 비하면 신참이라 할수 있는 이형사가 대신 주변탐문을 맡았다.
>
>
>
>
>
> 이형사는 다시 최선생의 연립주택을 찾아 옆집을 방문했다.
>
> "얘기 다 했잖아요.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니깐요"
>
> 옆집에 사는 40대 여자는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
> "제가 묻고 싶은건 다른겁니다. 혹시 최선생님 집에 드나드는 학생이 있었습니까?"
>
> "학생이야 많았죠. 수시로 찾아온걸요. "
>
> "어떤 학생인지 아십니까?"
>
>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었어요. 서너명씩 올때도 있었고 열명넘게 온적도 있었고..뭐 미술부 애들이라고 하던데요. 와선 시끄럽게 떠들다
> 가곤했어요."
>
> 평소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라 학생들이 집에 자주 놀러갔다는 이야기는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들었었다.
>
> "유달리 자주 찾아오던 학생은 없었습니까?"
>
> "잘 몰라요."
>
> 그 여자는 더 이상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 결국 별다른 정보는 얻지 못한체 그 곳을 나와서 걸어가는데 누군가 이형사를 불러 세웠다.
>
> "잠깐만요."
>
> 뒤 돌아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
> "저기 아까 그 집에 사는데요"
>
> 그 여대생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 이형사는 그녀를 얼른 근처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
> "엄마가 뭐라 할까봐 계속 가만있었는데 아무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
> 그녀가 가진 정보가 기대 되었다.
>
> "그날 새벽에 있잖아요.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배도 출출하고 해서 말이죠 편의점에가서 컵라면을 사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입구에서
> 애들을 봤어요"
>
> "애들? 고등학생 말인가요?"
>
> "네. 한명은 최선생님학교 교복차림 이었고 한명은 그냥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급하게 주변을 살피며 나와서 가더라구요. 너무 서둘러
> 가는바람에 그애들은 날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요"
>
> "왜 그 중요한걸 이제야 말하는 겁니까?"
>
> "우리 엄마가 알면 뭐랄까봐 그러죠. 알잖아요. 어른들 이런일에 연루되는거 엄청 싫어하잖아요."
>
> "다시 보면 알수 있겠어요?"
>
> "어두워서 얼굴은 잘 못봤어요. 그런데 한명은 아는 애였어요. 왜냐면 몇 번 부딪힌 적이 있는데 좀 다른 애들과 틀려서
> 기억하거든요."
>
> "혹시 약간 마르고 좀 여리게 생긴 학생 아닌가?"
>
> "예. 그런 이미지예요. 예쁘장하게 생겨서 기억해요. 사진보여주면 금방 알아볼수 있어요."
>
> 선우다.
> 이형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선우를 떠올렸다.
> 사진을 보여주면 더 확실하겠지만 그의 예감은 틀림없었다.
>
> "그 학생은 자주 최선생님 집에 왔었나요?"
>
> "예. 몇 번 만났는데 미술부 애들과 같이 오기보단 혼자 오거나 최선생님하고 둘이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뭐 그래봤자 제가 본건
> 서너번 뿐이지만 말이죠."
>
> 이형사는 그 여대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집으로 돌려 보냈다.
> 사건은 의외로 쉽게 풀리고 있었다.
>
> 최선생이 죽던날 나온 두 학생.
> 그게 누군지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 게다가 그시간 그 집을 나왔다는건 분명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말이다.
> 이형사는 거기다 더해 그 원인을 조금씩 눈치채고 있었다.
> 그와 함께 그의 기억속에서 오랫동안 묻혀있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
> '...차라리 아무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그랬어. 나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이렇게 괴롭진 않을거야.'
>
> 그 목소리는 아직도 이형사의 귀에 선명하게 울리고 있었다.
>
>
>
>
>
>
>
>
>
>
>
>
> "이형사. 학생들 면담 보고서는 왜 아직 안올려?"
>
> "예... 정리해서 곧 올릴겁니다."
>
> 반장님의 추궁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이형사는 서를 나왔다.
> 이형사는 그가 가진 정보를 곧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란걸 알고 있었다.
> 그럼 그들도 분명 선우를 조사하게 될 것이다.
> 이형사는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다.
>
>
>
>
>
>
> 그날 저녁 그는 서를 나와 선우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 그애는 이형사의 전화를 받고 상당히 놀랐다.
>
> "나하고 얘기좀 할까?"
>
> 「...전 할말 없어요.」
>
> "23일밤 널 본 이웃 주민이 있다. 아직 보고하진 않았어. 만약 네가 거부하면 난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으면 안돼. 그럼 넌
> 경찰서에서 조사받게돼."
>
> 이형사의 말에 한동안 수화기 너머론 아무말이 없었다.
>
> "여기 최선생 집이다. 이리로 와라"
>
> 「그집은 싫어요.」
>
> "긴말 않겠다. 지금 당장와"
>
>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이형사는 최선생집 쇼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생각했다.
>
> 젠장.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혼자 선우를 만나서 뭘 하려는 거지?
> 녀석의 살인고백을 들어서 어쩌자는 거야.
> 어차피 상부에 알리지 않으면 안돼.
> 하지만 그전에 내가 이 사건의 전모를 알게된다면 혹시나 녀석에게 도움을 주게 되지 않을까 싶어.
> 주제 넘은 짓이란거 알아.
> 하지만 이대로 그냥 지나칠순 없어.
> 난 도와주고 싶어.
> 도와주지 않으면 안돼.
>
>
>
>
>
> 한시간을 넘어서야 벨이 울리고 선우가 나타났다.
> 여전히 창백한 얼굴은 흡사 죽은사람처럼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그 창백함이 어두운 불빛에 비치자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이형사는 자기같이 멀쩡한 사람도 한번쯤 만져보고 싶은 기분이 들만큼 그애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 그러니 하물며 그 선생이 가만 둘리가 없었을 것이다.
>
> "23일밤 왜 이 집에 왔지?"
>
> "...미술부 애들은 수시로 이집에 놀러왔어요. 저도 자주 개인적으로 지도 받으러 왔어요. 그날도 그렇게 왔던 것 뿐이예요."
>
> "너 혼자가 아니었어. 다른 한명은 누구였지?"
>
> 이형사의 말에 선우는 깜짝 놀라했다.
>
> "그..그걸 어떻게."
>
> "이..명진 아닌가?"
>
> 선우의 창백한 얼굴이 굳어졌다.
>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느껴졌다.
>
> "..아..아니예요...뭘 잘못 아신거예요. 그날밤 왔던건 나 혼자예요"
>
> 선우는 거짓말에 서툴렀다.
> 이형사는 벌써 살인고백을 다 들어버린 기분이었다.
>
> "이명진과 너. 두사람은 그날밤 이 집에 왔어. 왜지? 너는 미술부로서 그림지도를 받으러 온거라 치더라도 이명진은 왜지?
> 반장이라서?"
>
> "몰라요. 더 이상 아무말 않겠어요. 이런식으로 학생을 심문해도 되는 건가요? 부모님께 이를거예요."
>
> "정말 부모님께 말할거니?"
>
> "그래요!"
>
> "그래서...너와 선생님의 관계가 탄로나도?"
>
> 선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 그애의 손이 덜덜 떨리는게 보였다.
> 잔인한 노릇인건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이형사는 그의 고백을 들어야 했다.
>
> "명진인 아무것도 몰라요... 그날 어쩌다가 이집에와서 만난 것 뿐이예요... 명진인...아무죄도 없어요."
>
> "그럼 너는?"
>
> 선우는 한계를 느낀 듯 눈을 한번 꼭 감았다가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눈을 뜨고 이형사를 쳐다보았다.
> 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말을 뱉었냈다.
>
> "...제가 죽였어요."
>
> 그리고 뒤에 덧붙였다.
>
> "명진이는 그 후에 왔었고 겁먹은 날 데리고 무작정 이집을 나온 것 뿐이예요."
>
> 이렇게 쉽게 고백을 듣게 될줄이야.
> 이형사는 그게 더 기가 막혔다.
> 그만큼 순진한 녀석이었다.
> 이런 녀석이 어떻게 살인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이형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선우에게 말했다.
>
> "살인 동기에 대해 이야기해봐"
>
> "...싫어요"
>
> "네가 이야기를 해야 널 도울수 있어"
>
> 그말에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
> "뭘 도울수 있죠? 이미 난 사람을 죽였어요. 그거면 되잖아요. 내가 죽였다구요.
>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구요!"
>
> 선우는 그를 향해 소리치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 이형사는 선우가 울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
> "네가 말하든 안하든 그건 네 자유지. 하지만 우선 내 이야기를 하나 할게."
>
> 그리고 그는 오래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 "내가 고등학교때야. 난 교회에서 한 여학생을 만났고 우린 서로 좋아했다. 그앤 평범하고 성격밝은 여학생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 누군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어. 그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부모도 몰랐어. 하지만 불행히도 그앤 그 한번의 원치않던
> 관계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
>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이야기하는건 결코 그로서도 내키지 않았다.
>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함으로서 선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조금이나마 들려줄수 있기를 바랬다.
>
> "결국 배가 불러오고 부모가 알게 되었다. 그게 더 비극이었지.
> 부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소문이 난거야.
> 동네주민들도, 교회사람들도 모두 그 일을 알게 되고 말았지.
> 물론 나도 알게 되었지. 그 사건이후 날 피하던 그애 때문에 속을 태웠는데 이유를 알고 나자 정말 미칠 것 같더군.
> 그앤 완전히 집안에 틀어박혀 사람들을 기피했어. 난 몇 번 그 집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어.
> 그러던 어느날 밤. 그애가 날 찾아온거야. 수척해진 얼굴로 날 찾아온 그애를 보고 난 어떤 말도 할수 없었어.
> 그애가 말하더군. '우리집은 엉망이야. 엄마,아빠는 매일 내 문제로 싸움이야. 동생들은 날 피해. 내가 지나가면 이웃사람들이 모두
> 손가락질 하는 기분이야.....차라리 아무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그랬어. 나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이렇게 괴롭진 않을거야.'
> 난 그저 말없이 그애의 손을 잡아주었지.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난 몰랐어.
> 그리고 다음날, 난 그애가 목을 매달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날 만난후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목을 매달고 자살한거야"
>
> 그가 이야기를 하는동안 선우는 말없이 그저 두손을 모은채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
> "그앨 범한 용의자로 이웃에 사는 남자가 거론됐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어 풀려나고 말았어.
> 그앤 죽었는데, 자살을 했는데도 그 원인제공자는 뻔뻔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난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었어. 물론...난 그럴
> 용기가 없었지.
> 그후 난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다. 많은 생각이 있었지. 신이 계시다면 왜 이런 일을 방관할까하는.. 더 이상 믿음을 지킬수
> 없었다.
> 그대신 이렇게 형사가 되었어. 좀더 현실적인 판단이었지."
>
> 이형사가 처음으로 남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그후 한번도 남에게 말한적 없었다.
>
> "....난 이사건을 접하면서 그애를 떠올렸어. 넌 내말이 무슨 말인지 알거야. "
>
> 그때까지 묵묵히 이형사의 이야길 듣던 선우는 그제서야 이마를 감싸쥐며 괴로운 듯 말했다.
>
> "...나도 겁나요. 사람들이 내 비밀을 알게 되는게 겁나요. 부모님이, 친구들이 내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겁이나요. 그렇게
> 된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예요"
>
> "네가 죽을 이유는 없어. 그러니까 내게 이야기해. 내가 널 반드시 도울수 있을거야."
>
> "...어떻게요? 난 살인자인데 날...어떻게 돕죠?"
>
> 눈물 가득한 눈으로 선우가 이형사를 바라보았다.
> 그 눈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
> "...형사님이 아는건 괜찮아요. 하지만 날 아는 사람들이 알게되는건 정말 끔찍해요.
> 난... 그 여자애를 이해해요. 나라도 죽는게 나았을 거예요."
>
> "....내게 말해. 나도 널 이해해. 그러니까 꼭 도와줄거야. 지금 넌 코너에 몰려있어.
> 곧 너에 대해 조사가 있을거고 그렇게 되면 나도 널 도울수 없어. 그러니 지금 내게 말해. 내가 도와줄게."
>
> 그말에 선우는 흔들리는듯 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 "....전 처음에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
> 그렇게 선우는 자신의 살인에 대해 털어놓았다.
>
> .
>
>
> .
>
>
> .
>
>
> .
>
>
> 선우는 담임이자 자신이 속한 미술부 담당교사인 최선생님을 굉장히 따랐다고 했다.
> 친구처럼 대해주고 학생들을 존중해주는 선생님을 존경했었다.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최선생이 조금씩 선우에게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 그림을 지도해주면서 뒤에서 어깨나 목을 주무르던가 옆에 앉아 필요이상으로 가까이 접근해서 몸을 슬쩍 만지던가 하는 행동들을 느꼈다.
> 하지만 그런 행동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엔 고등학교 1학년인 선우는 어리고 순진했다.
> 그러던 어느날,
>
> .
>
>
> .
>
>
> "선생님이 미술숙제 채점을 해야하신다며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학교에선 너무 늦으니 집에가자고 하셨죠. 몇 번 다른 부원들과 선생님
> 집에 간적이 있어서 전 전혀 다른 뜻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
> .
>
>
> .
>
>
> 최선생은 선우에게 홍차를 한잔 건네주었다.
> 선우는 그것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한잔을 다 비웠고 잠시후 의식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옷이 벗기워진채 누워 있었고 손은 침대에 묶인채였다.
>
> "..서..선생님?"
>
> 최선생은 알몸으로 침대 옆에 서서 선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 "선생님"
>
> 선우가 부르자 그는 씨익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침대위로 올라와 선우를 올라탔다.
>
> "일찍 깨어났구나. 좀더 늦게 깨었으면 더 좋았을걸"
>
> "선생님. 이거 풀어주세요. 집에 갈거예요"
>
> 그때까지도 선우는 최선생이 자신에게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채 그저 겁을 먹고 애원했다.
>
> "그래. 집에 보내주마. 하지만 그전에 너에게 가르쳐 줄게있어"
>
> 그말과 함께 기분나쁜 손길로 선우의 몸을 쓰다듬었다.
>
> "정말 부드럽구나. 생각보다 더 좋은걸."
>
> 혀로 선우의 목을 쓰윽 핱았다.
>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끼며 선우는 그제야 조금씩 최선생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
> "그만둬요. 선생님, 제발 풀어주세요"
>
> 선우는 다시한번 애원했다.
> 하지만 선우의 애원은 오히려 최선생의 욕망을 부채질 할 뿐이었다.
>
> "아주 즐겁구나. 최고의 선물이야."
>
> 흉측하게 웃는 최선생을 보며 선우는 그가 자신이 아는 미술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완전히 다른, 그저 모습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 "넌 아주 날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 너무 좋아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
> 그는 혀로 선우의 몸을 위에서부터 더듬으며 아래로 내려가더니 선우의 것을 슬쩍 손으로 잡았다.
>
> "선생님!"
>
> 타인의 손에 은밀한 곳이 만져지자 흠칫 놀라며 선우는 그를 다시 불렀다.
> 하지만 소용없었다.
>
> "역시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이것도 귀여운걸"
>
> 그는 혀로 그곳을 핣았고 선우는 온몸에 섬찟한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
> "선생님-"
>
> 선우는 묶인채 몸을 비틀며 그를 간절하게 불렀다.
> 제발 선생님이 제 정신을 차리고 행동을 멈춰주길 바랬다.
>
> .
>
>
> .
>
> "꿈이길 바랬어요. 난 정말 내가 미친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현실이 아니다. 있을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었죠. 그
> 기분나쁜 혀의 감촉은, 그 손길은 꿈이 아니었어요"
>
> .
>
>
> .
>
> 최선생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선우를 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
> "반항하면 착한 학생이 아니지. 선우는 선생님이 좋다고 했잖아. 그럼 말을 잘 들어야지."
>
> 그는 선우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며 몸을 들었다.
>
> "후후...아주 예쁘구나. 기대이상이야. 어떤 느낌일지 기대되는걸"
>
> 그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수 없었다. 뭘 보고 있는건지,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다.
> 그저 다른사람앞에 이런식으로 벗겨진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신이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 최선생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서랍장을 뒤 적였다.
>
>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힘들겠지? 이런, 뭘 써야 되지?"
>
> 곧 그는 뭔가를 발견한듯 그걸 들고 다시 선우에게 다가왔다.
>
> "젤이 남아 있군그래. 후후. 나에게 고마워 하라구. 그냥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제자에게 심한 고통을 줄순 없지"
>
> "선생님, 풀어주세요. 제발 풀어주세요"
>
> 선우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한번 애원했지만 그는 선우의 말따위은 듣지도 않는 듯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침대위로 올라와 선우의
> 다리를 들었다.
>
> "자, 이제부터 멋진 경험을 하게 될거다. 나중엔 내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될걸. 쿡쿡."
>
> 그리고 무언가가 선우의 몸안으로 깊숙이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놀란 선우의 몸이 움찔했다.
>
> "아.."
> "어떠냐? 괜찮지?"
>
> 다리 사이로 최선생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 그는 선우의 안으로 젤을 바른 손가락을 밀어넣고는 움직였다.
> 처음으로 느껴보는 차갑고 섬뜩한 이질감이었다.
>
> "싫어요. 그만둬요. 선생님!"
> "가만있어. 준비를 잘 해야지 내걸 받아들일수 있단 말이다."
>
> 그는 손가락을 빼더니 다시 젤을 듬뿍 묻혀 선우의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
>
> "손으로도 느껴진다. 넌 아주 최고일 것 같다. 이런이런. 도저히 못참겠구나"
>
> 그는 이해못할 말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손을 빼고는 선우의 다리를 단단히 잡아 올렸다.
>
> "자, 긴장풀고 몸에 힘을빼라. 너무 그러고 있으면 너만 다친다"
>
> .
>
>
> .
>
> "전 선생님이 무슨 짓을 할지 짐작도 할수 없었죠. 그저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어요.
> 그런데 그순간"
>
> .
>
>
> .
>
> 무언가 퍽하는 느낌과 함께 크고 단단한 것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 손가락 따위하고는 비교도 할수 없는 거였다.
>
> "아악!"
>
> 선우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하지만 그 비명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최선생은 더욱더 깊숙이 선우의 안으로 자신을 밀어넣었다.
>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 "아아악-!"
>
> 선우의 비명소리도 커졌다.
> 그러자 최선생은 행동을 잠시 행동을 멈추고 선우의 몸위에 엎드리며 말했다.
>
> "너무 소리지르지마. 네 비명이 옆집에도 들리면 곤란해. 조금 참아. 또 다시 비명 지르면 그땐 이런걸로 끝나지 않아"
>
> 그렇게 냉정한 목소리를 이제껏 미술선생님에게서 들어본적이 없었다.
>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 "..하...정말 좋군.... 기대 이상이야...하아.."
>
> 열에 들뜬 그의 신음이 들려왔다.
> 선우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무슨 일을 더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 눈물만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 "하아..하아..하아.."
>
>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최선생의 거친 숨소리도 빨라졌다.
>
> "하악.하악..하악.."
>
> 그가 몸을 움질일때마다 선우의 몸도 따라서 들썩였다.
> 헛되다는걸 알면서도 선우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몸을 뒤척였고 그럴수록 고통은 더 심했다.
> 최선생은 자신에게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선우의 다리를 움켜잡은채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
> .
>
>
> .
>
> "...끔찍한 경험이었어요.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 아픔보다 더 견딜수 없었던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사람에게 내
> 몸이 유린당하는 거였어요. 육체의 고통따위야 참으면 되요. 하지만 그때 내가 받은 진짜 고통은 믿고 따랐던 사람에게 철저하게
> 농락당한다는 그 절망감이었어요. 그순간 내가 알던 세계는 깨어졌죠. 나를 둘러싸고 있던, 내가 믿던 세계가 철저하게 파괴되었어요"
>
> .
>
>
> .
>
> 한참동안 피스톤질을 해대던 행동이 멈추더니 뜨거운 것이 선우의 몸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리고 최선생은 기분좋은 한숨을 내쉬며 선우의 몸에 털썩 엎드렸다.
>
> "아아...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넌 최고야. 최고라구.."
>
> 완전히 사정을 끝내고 한풀 기운이 꺽여버린 최선생은 그제서야 선우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 그리곤 눈물로 범벅이된 선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 "처음이라 힘들었지? 하지만 너도 조금은 느꼈을거야. 뭔가 새로운 걸 내게 배운거야.
> 예술이 사람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구? 그깟 그림나부랑이가? 형태도 모를 조각들이? 후후... 웃기는 소리 말라구 그래. 진짜
> 예술이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사람과 사람이 이렇게 서로의 육체속에서 느끼는 거야. 그 절정 속에서야 말로 인간이 발견할수 있는
> 최고의 예술을 느끼는 거라구. "
>
> 그런 그의 말따위 선우의 귀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 그저 지금 이 것이 현실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
> "앞으로 너에게 진짜 예술이 뭔지 가르쳐 주지. 그건 바로 너 자신안에 있어.
> 넌 앞으로 정말 멋진 경험을 하게 될거다. 이건 시작이지"
>
> 그리고 선우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 그의 꺼칠한 혀가 입속을 굴러다니는 느낌을 받으며 선우는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
> .
>
>
> .
>
>
> "...그게 시작이었어요... 끝이 아닌 시작..."
>
> 처음엔 주저하며 하던 이야기였지만 선우는 어느새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 선우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얼마전 본 영화를 이야기하든, 소설을 이야기 하듯 그렇게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
> "전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그 다음날도 결석을 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 선생님이 찾아왔어요"
>
> "집에 찾아왔단 말이니?"
>
> "네."
>
> .
>
>
> .
>
> 방문을 열며 선우의 어머니가 선생님과 함께 들어왔다.
>
> "선우야, 선생님이 오셨구나"
>
> 선우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 어머니가 나가시자 그는 방문을 닫고 천천히 선우에게로 다가왔다.
> 선우는 이불을 뒤집어 쓰며 소리쳤다.
>
> "나가요! 나가란 말야!"
>
> 최선생은 그런 선우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
> "생각보다 많이 아픈건 아니구나. 그런데 결석이라니. 그렇게 안봤는데 선생님은 실망이다."
>
> 이불을 뒤집어쓴채 선우는 벌벌 떨고있었다.
>
> "자, 선생님 좀 보자. 이렇게 선생님이 직접 왔는데 얼굴도 안보여 줄 참이냐"
>
> 그러나 선우는 더욱더 이불을 꼬옥 붙잡고 몸을 웅크렸다.
>
> "선생님말 들어!"
>
> 엄하게 꾸짖으며 최선생은 선우에게서 이불을 확 끌어내렸다.
>
> .
>
>
> .
>
> "정말 그 얼굴 두 번다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얼굴만 봐도 미칠 것 같았어요.
> 정말 두 번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구요.."
>
> .
>
>
> .
>
>
> 최선생은 겁먹은 선우의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
>
> "선생님은 선우가 아주 좋아. 난 내가 좋아하는건 꼭 손에 넣어야 만족하지.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해. "
>
> 그리고 선우에게 키스하려 했고 선우는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손으로 선우의 턱을 그러쥐고 억지로 입을 맞추었다.
> 그때 방문손잡이가 털컥 거리며 어머니가 과일쟁반을 들고 들어오셨다.
> 최선생은 재빨리 선우를 놓았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 싱글거리며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
>
> .
>
> "엄마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죠."
>
> .
>
>
> .
>
> 어머니가 나가고 나자 최선생은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 "내일 학교에 나와라.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그리고 선생님도 선우를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싶어 못견뎌."
>
> 그의 말에 선우는 떨면서 원한가득 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
> "...다...다 일러버릴거예요.... 경찰에..신고 해버릴거예요"
>
> 최선생은 선우의 말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
> "하하하. 신고 할거라구? 뭘 말이지? 너와 내가 한일을 경찰에게 말하겠다구? "
>
> 그는 혼자 킬킬대며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웃음을 딱 그치며 선우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
> "아악!"
>
> 머리카락이 모두 뽑힐 듯 아파 선우는 약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그런 선우의 얼굴가까이 최선생은 얼굴을 갖다 대며 이빨을 앙물고 협박처럼 내뱉었다.
>
> "할테면 해라. 나야 오히려 바라는 바다. 그렇게 되면 지옥까지 너와 함께 갈수가 있으니 말이지."
>
> "아..아파요. "
>
> 선우의 말에 최선생은 오히려 손에 더 힘을 주며 선우의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젖혔다.
>
> "악.."
>
> "신고하는건 네 맘이지만 그렇게 되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생각 못해? 네 부모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시겠니. 그리고 넌 평생 사람들에게
> 손가락질 받으며 살게 될거다. 네 친구들이 급우들이 어떻게 널 볼지 생각해보라구"
>
> 그리고 나서야 선우를 잡은 손을 놓으며 일어섰다.
>
> "난 그럼 가보마. 내일 학교에서 꼭 보게되길 바란다. 후후.."
>
> .
>
>
> .
>
> "선생님이 나가시자 엄마는 내가 내다보지도 않는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더군요.
> 전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할수 없었어요. 하지만 한가지 내가 선생님에게 완전히 잡혀버렸다는것만은 알수있었죠. 그렇게 전 저자신에 대한
> 권리를 잃어버렸어요. 내 몸이지만, 내 마음이지만 그후 모든건 선생님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린거죠..."
>
> ".....그게 그렇게 두려웠니? 그런 인간에게 농락당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는게 그렇게 두려웠어?"
>
> 그말에 선우는 이형사를 노려보았다.
>
> "이해한다고 했잖아요. 아저씨 여자친구가 왜 죽었는지 안다면 날 이해못할 리가 없잖아요"
>
> "아..미안. 너무 그때 상황이 안타까워서 그러는거야. 왜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
>
> 그는 선우를 진정시키려 했다.
>
> "..무슨 방법이 있죠? 난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부모님들에겐.
> 아버진 강하고 엄격하신 분이예요. 그래서 당신의 기대보다 모자란 절 늘 못마땅 해 하셨죠.
> 내가 몸이 약한것도, 미술을 하는것도 싫어했어요.
> 늘 저를 보며 혀를 차시곤 했죠. '쯧쯧, 저렇게 약해빠져서야..'
>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가슴에 하나씩 생채기가 나는걸 느껴요.
> 그런데 선생님하고의 일을 알아봐요. 하하..아마 절 인간취급도 안할걸요.
> 엄마는 그런 절 늘 변호하고 감싸안아줬어요.
> 전 엄마를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엄마가 저 때문에 아파하실걸 생각하면..."
>
> 선우의 눈에서 굷은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
> "....차라리...혼자 당하는편이 나아요...지금도....그생각엔 변함없어요."
>
>
> 이형사는 우는 선우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 선우는 눈물을 닦고 잠시 훌쩍이더니 곧 진정이 되는 듯 했다.
>
> "...그래서 넌 다음날 학교에 갔니?"
>
>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 아침조회시간. 학교에 등교한 선우를 최선생이 보았다.
>
> "이제 몸은 괜찮니? 건강조심해야지. 너희들도 모두 자기 몸 관리는 알아서들 해라.
>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야지 3학년이 되어서도 버틸수 있어. 알았지?"
>
> 학생들은 모두 '네'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
> .
>
>
> .
>
>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 이중적일수있을까 생각했어요. 너무나 완벽하게 훌륭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서 선생님의 추악한 모습을 알고 있는
> 나까지도 여전히 속을 것 같았어요. 선생님은 그날 저와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종례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절
> 부르더군요. 빈 교사휴게실로 부르더니 열쇠를 건네줬어요."
>
> "열쇠?"
>
> "이 집 열쇠였죠."
>
> 선우는 주머니에서 그 열쇠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
> "저보고 집에 가 있으라고 했어요.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
> "그래서 혼자 이집에 왔어?"
>
> "...네... 정말 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가 있지 않으면 우리집으로 찾아 오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여기에
> 왔어요. "
>
> .
>
>
> .
>
> 최선생이 집으로 들어서자 선우는 오들오들 떨며 그를 피해 뒷걸음질 쳤다.
>
> "뭘 그렇게 겁내? 걱정하지마라. 오늘은 그때처럼 하진 않을테니. 그정도로 못되먹은 인간은 아니란 말이다"
>
> .
>
>
> .
>
>
> "하지만 그후 해야 했던건 그때보다 조금도 나을바 없었죠.
> 내게 입으로 하라고 했어요. 전 그게 무언지도 잘 몰라 가만히 있자 선생님은 침대 끝에 앉으며 저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어요. 시키는
> 대로 무릎을 꿇자 내 머리를 거기에 바짝 붙이더군요.
> 자기걸 입에 물라고 했어요. 그 다음부터 이것저것 요구했어요. 귀두부위를 가볍게 혀로 애무해라, 지금 입을 움직여라, 혀로
> 해라....
> 그건 해초냄새처럼 비릿하고 역겨웠어요. 그의 것이 커질수록 숨쉬기가 힘들었어요.
> 난 몇 번이고 토할 것 같아서 벗어나려 했지만 선생님은 내 머리를 움켜쥐고 더욱더 밀어붙였어요. 하지만 입에 사정하기전에 내 입에서
> 빼내더군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는데..후후후...그건 자극을 더 즐기려한 행동이더군요.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내 입에
> 그걸 넣고 처음처럼 하게 했죠. '잘하는구나..... 넌 머리가 좋아... 한번만 말해도 이해를 하니 말이야..'
> 그리고 듣기도 거북한 신음소리를 내며 절정으로 향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입에다 다 쏟아내더라구요. 전 더 이상 견딜수 없어
> 헛구역질을 하며 그를 밀어냈어요.
> 캑캑대며 뱉어냈지만 목구멍까지 내려오는건 어쩔수 없었어요."
>
> 선우는 그때의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 이형사가 선우의 이야기를 이렇게 세세하게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선우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 역시 계속 들어주었다.
>
> "선생님은 여길 치울테니 저보고 욕실로가서 입을 헹구라고 했어요. 욕실에서 전 울었어요. 울고 또 울고...나중엔 더 이상 울 기운도
> 남지 않을만큼 울었어요.
> 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는데 욕실문을 열고 선생님이 들어와선 내 등을 두들기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어요.
> '괜찮지? 뭐든 처음엔 거북하겠지만 나중엔 익숙해 진다"
> 나중.. 나중엔 익숙해 진다고 했어요. 얼마나 더 많이 그짓을 해야 익숙해 진단 말이죠?
> 어떻게 그런거에 익숙해 질수 있단 말이예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난 말했어요.
> 그러자 선생님은 내가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너무 모른다고 하더군요.
> 그리곤 날 기분좋게 해준다고 했어요."
>
> .
>
>
> .
>
> 최선생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선우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 그리곤 자신도 옷을 벗고는 선우에게 욕조로 들어가라고 했다.
> 또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몰라 겁을 먹었지만 그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 물이 가득 차자 최선생은 선우의 뒤에 나란히 앉으며 욕조안으로 들어왔다.
>
> .
>
>
> .
>
> "기분나쁘고 뜨거운 숨결이 목과 귀뒤에 느껴졌어요. 이젠 정말 그사람 숨소리도 듣기 싫었어요.
> 그는 천천히 내 몸에 물을 끼얹으며 몸을 어루만졌어요.
> '넌 정말 예뻐. 넌 날 위해 존재하는 거야. 넌 내거다'...
> 그 목소리도 그 말들도 끔찍했어요. 아아..너무 싫었어요. 제발 그만둬요. 그만두라구"
>
> 선우는 과거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
> .
>
>
> .
>
> 어깨를 어루만지고 가슴을 쓰다듬고 허리를 안으며 그 손은 아래로 내려와 선우의 페니스를 슬며시 잡았다.
> 그리고 천천히 손으로 자극했다.
>
> "반응이 있구나. 역시 너도 좋은거지? 대답해. 억지로 참을 필요없어. 좋다고 말해"
>
> 선우는 필사적으로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 그러자 최선생은 한손으로 선우의 어깨를 잡아 내리며 말했다.
>
> "시키는대로 말해. 그럼 여기서 그만두지. 하지만 내 말을 안들으면 그때처럼 내걸 집어넣겠어.
> 아무것도 없이 그대로 밀어붙일거라구. 그게 더 좋아? 그게 좋으면 지금 반항해도 돼."
>
> .
>
>
> .
>
> 이형사는 그만 입술을 깨물었다.
> 듣고 있을수가 없었다.
> 선우의 이야기와 함께 그의 눈앞에 짐작 되어지는 그 상황들이, 선우의 절망감이 느껴져 듣고 있을수가 없었다.
>
> "전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가 원하는대로 다 할 수밖에 없었어요"
>
> .
>
>
> .
>
> "좋다고 말해"
>
> "..좋아요.."
>
> "신음소릴 내란 말야"
>
> "...아..."
>
> "그정도가 아니잖아. 참지 말고 소릴내. 더...더.."
>
> "아아...아......"
>
> 최선생의 손이 더 격렬하게 선우의 페니스를 자극했다.
>
>
> "아...아악.."
>
>
> 그건 고통에 가까웠다.
> 그리고 곧 그 고통도 사라지며 온몸의 기운이 모두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모든 사물이 흔들거리더니 곧 뿌옇게 흐려졌다...
>
> "흐...흐윽...흑흑.."
>
> 최선생은 우는 선우를 가만히 일으켜 세워 욕실을 나왔다.
>
> .
>
>
> .
>
> "그리고 타올로 물기를 닦아주고 옷을 입혀주었어요.
> '오늘 아주 즐거웠어. 너도 그렇지? 자, 이제 학원에 갈 시간이다. 학원에 빠지면 엄마한테 야단맞는다. 빨리 가렴'
> 그제서야 그 집을 나올수 있었어요. 전 걷기도 힘들었어요. 자꾸만 의식이 흐려지고 다리가 풀려서 걸어갈수가 없었어요. 결국 어느 빌딩
> 계단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리고 또 울었어요.
> 눈물이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게 신기하더군요. 울어도 울어도 끝이 없이 나왔어요. 끝이없이..."
>
> 선우의 이야기를 듣던 이형사는 분노에 휩쌓였다.
> 그의 눈앞에 그 죽은 미술선생이 있다면 대신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이형사는 더 이상 선우의 이야기를 들을수 없었다.
>
> "됐어. 그만해라. 네 사정은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만 됐으니 직접적으로 살인을 하게된 경위를 말해줘"
>
> 그러자 선우는 이형사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해못할 웃음을 피식 지었다.
>
> "훗..내 이야기가 거북한가요? 듣기가 역겨워요?"
>
> "그게 아냐. 내가 괴로워. 네가 당한 그 일들이 내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 괴로워."
>
> 선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
> "아뇨. 이정도에 괴롭다는건 말도 안돼요. 그후 내가 당한 일들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 발견당시 그는 욕조에 있었고 샤워기의 물이 틀어져 있었다.
> 살해후 시간이 많이 지나 경찰이 달려갔을땐 그의 피는 물과 함께 모두 빠져나간후였고 하얀 몸뚱아리만 깨끗한 물에 둥둥 떠있었다.
> 그가 발견된 안방은 마치 강도라도 든 듯 온통 엉망이었지만 특별히 훔쳐간 물건은 없는 듯 했고 침실에서 핏자국이 가득한걸로 보아서
> 그는 침실에서 살해당한후 욕조로 옮겨진 것 같았다.
> 타살 도구는 그의 집 부엌칼이었다.
> 분명 강도의 행각이 아닌 지인에 의한 타살이 확실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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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을 맡은 강력계 이형사는 우선 그의 인적사항을 조사했다.
> 그는 남자고등학교의 미술교사였고 1학년중 한 반을 맡고 있었다.
> 동료교사들의 의하면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다른 교사들과도 원만한 관계였다고 했다.
>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가 성격도 좋고 남에게 원망은커녕 오히려 호감을 가지게 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 우선은 특별한 구석이 전혀 없는 사건이라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 그런데 뜻밖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졌다.
> 그의 집을 수색하던중 옷장 깊숙이 숨겨둔 GHB와 엑스터시라고 불리는 환각제가 발견된 거였다.
>
> "교사가 마약이라. 정말 의외군"
>
> 그 뿐만 아니었다.
> 그가 가진 수십장의 CD중 상당 부분이 포르노 CD였던 것이다.
> 그런거 한두장 안가진 사람이 있겠냐마는 유난히 아동포르노와 동성애포르노가 많았다.
> 그가 주로 방문한 사이트들도 외국의 포르노 사이트 들이었다.
> 차마 보기에 역겨운 사진들이 즐비한...
>
> "이자식, 이거 완전히 뒤로 호박씨 까는 놈이잖아"
>
> 그는 한번의 이혼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
> "설마 잠자리에서 포르노에서 본걸 따라하다가 이혼당한건가? 킥킥"
>
> 동료형사들이 농담처럼 말했지만 무언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거란 생각에 이형사는 어렵게 그녀를 만났다.
> 평범한 30대 초반의 여자였다.
>
> "주위에 원한 가질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던데 혹시 뭔가 아시는게 없는지"
>
> 이형사의 말에 그녀는 대답대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
> "주변 사람들이 뭐래요?"
>
> "좋은 사람이었다고 하더군요"
>
> 그녀는 아주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
> "훗. 정말 여전하군요. 사람들은 왜 겉모습만 보는지 몰라."
>
> "..왜 그와 이혼했지요?"
>
> "서류 못봤어요? 성격문제죠"
>
> "정말 그뿐입니까?..... 이런 말 실례지만 남편과의 잠자리는 어땠나요?"
>
> 그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형사는 그녀가 말을 꺼내기 쉽도록 유도했다.
>
> "그는 유난히 포르노에 집착했던 사람 같더군요."
>
> "그 지저분한 CD들을 발견했나 보군요. 그래요, 그는 그런 사람이예요."
>
> "부인에게도 그런걸 요구 했나요?"
>
> "그런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는 없죠."
>
> "그말은 긍정의 뜻이군요."
>
> 이형사의 말에 그녀의 표정에 분노가 서리는 듯 하더니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소리쳤다.
>
> "그 자식은 변태였어요. 처음에는 평범하고 좋은 사람인냥 하더니 오래 못가더군요.
> 우린 중매로 만났죠. 그 사람은 내게 충실한 남편이었어요. 한 일년 정도는요.
> 그가 나몰래 이상한 영화나 컴퓨터 사이트를 보는걸 알았지만 남자들은 보통 다 그런지 알았죠.
> 그런데 어느날부터 내게 무리한걸 요구 했어요."
>
>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려는듯 앞에 놓인 물을 단번에 마셔버렸다.
>
> "정말 짐승같은 놈이었죠. 날 침대에 묶어놓고는 강제로 관계를 가지려 했어요.
> 그뿐 아니었어요. 온갖 변태적인 체위들을 강요하더군요. 우습게도 정상적인 체위로는 만족하지 못했어요.
> 훗, 이제와서 이런걸 말하게 될줄이야."
>
> 그때의 기억이 여전히 괴로운 듯 했다.
>
> "난 그래도 참았어요. 나아질줄 알았죠. 하지만 그는 생각이상으로 미친인간이었어요.
> 내가 잠자리를 거부하자 외박이 잦아지더군요. 그리고 어떤짓을 한줄 알아요?
> 어느날 밤 웬 남자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어요. 그리곤 침실로 가더군요.
> 내가 무슨 말을 하려 뒤따라 갔는데...기가 막혀서"
>
> "...뭐죠?"
>
> "침대 위에서 두 사람이 얽혀서 그짓을 하고 있더라구요. 나참..
> 그래서 바로 이혼 했어요. 그의 조건은 하나였죠. 자신의 일을 입밖에도 꺼내지 말라고.
> 만약 한마디라도 했다간 그날로 절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하더군요. 충분히 그럴 인간이라 생각이 들어서 이때까지 그에 대한걸
>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죽었으니 상관없겠죠?"
>
> 그리고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 "흥, 그런 사람이 교사라니 정말 우습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남자고등학교에 있었다면서요?
>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지. 형편없는 세상이야"
>
> "무슨 뜻이죠?"
>
> "내 이야기를 듣고도 몰라요? 그자식은 동성애를 즐겨요. 게다가 아직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죠.
> 기회만 있다면 학생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그런 놈이었다구요."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기전 그녀는 내뱉듯 말했다.
>
> "누군지 그를 죽인 사람이 궁금하군요. 혹시나 잡게 되면 알려줘요. 만나서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으니. 쓰레기 하나 치워줘서 정말
> 고맙다구요"
>
>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이형사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주위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평범한 미술교사의 이면에는 마약과 동성애로 얼룩진 또하나의 모습이 있었다.
>
>
>
>
>
> 이형사가 학생들과 면담을 하려고 하자 반장은 난색을 표했다.
>
> "지나치군. 학생들이 뭘 알겠어?"
>
> "반장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의 조사결과 그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이건 분명 원한을 가진 자에 의한 범행이고, 1%의 정보라도 얻기 위해선 학생들과의 면담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 결국 반장을 설득하고, 학교교장을 설득해 그는 직접 한생들과 1:1 면담을 시작했다.
>
> "좋은 분이셨어요. 우리 얘기도 잘 들어주고... 요즘 그런 선생님들 잘 없는데 정말 친구같으신 분이셨어요."
>
> "...선생님을 싫어하는 애들은 없었어요....."
>
> 학교에선 역시 그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 그런데 한 아이가 뭔가 망설이며 말했다.
>
> "...저..선생님이 돌아가신 그날 말예요. 미술실에 올라갔다가....선생님과 명진이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어요."
>
> 명진이라면 이 학급의 반장이었다.
>
> "평소에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는 녀석이라 좀 놀랐어요. 두사람은 언성을 높이다가 내가 들어가자 입을 다물었어요."
>
> "무슨 일로 싸웠는지 아니?"
>
> "아뇨. 몇마디 듣지도 못했어요. 뭘 말하겠다고 명진이가 소리치는 것 같았는데...
> 설마 그게 이 사건과 상관이 있는건 아니겠죠?"
>
> 그 학생이 나간후 이형사는 이명진이라는 반장의 이름에 밑줄을 진하게 그었다.
> 처음 면담을 시작할때 협조를 구했던 학생이었다.
> 반듯한 외모에 금테 안경. 누가봐도 한눈에 모범생으로 볼만한 깨끗한 이미지였다.
>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면담을 하며 은근슬쩍 명진에 대해 물어보았다.
>
> "반장요? 선생님이 굉장히 신뢰하고 별 문제 없이 지냈는데요"
>
> "책임감도 강하고 반장으로선 최고예요"
>
> 앞에 만났던 그 학생외엔 아무도 명진이 최근 다른태도를 보였다는걸 모르는 듯 했다.
> 그럼 심각한 다툼이 아니었나? 단순한 학급문제였을 뿐일까?
> 어느새 반 이상을 만났고 이형사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
> "다음은 33번...김선우라.."
>
> 앞에 학생이 나가고 그가 다음 학생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문이 열리며 33번째 학생이 들어왔다.
>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 학생을 보는데 앞의 학생들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소유자였다.
> 다른 아이들이 그저 여드름이 막 나기 시작하는 사춘기의 평범한 남학생들이었던데 비해 선우라는 학생은 귀한집 도련님같은 그런
> 이미지였다.
> 마른몸매에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
> 외모도 눈에 확 띄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참으로 곱다 라는 생각이 드는 학생이었다.
> 천천히 걸어서 의자로 다가오는데 걸음걸이가 너무나 가벼워서 마치 공중에 붕 떠서 스르르 다가오는 느낌이 들정도였다.
>
> 선우는 두손을 모아 깍지끼고 허리를 약간 숙인채 이형사의 앞에 앉았다.
>
> "김선우?"
>
> "...."
>
> 선우의 시선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 이형사는 그 시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 가늘고 붉은 입술은 꼭 다물어져 말을 거는 그가 민망할 정도였다.
>
> "평소 최선생님에 대한 인상을 말해주겠어?"
>
> "........"
>
> 역시 대답이 없었다.
>
> "왜 그러지? 뭐가 잘못됐나?"
>
> 재차 묻자 그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며 희미한 목소리가 나왔다.
>
> "....좋은..선생님이었어요"
>
> "그리고? "
>
> "그리고라뇨?"
>
> "선생님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
>
>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잖아요."
>
> 그리고 다시 입술을 꼬옥 다물고 그를 쳐다보는데 잠시 눈이 마주쳤다.
> 쌍거풀 없이 굉장히 깨끗하고 까만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 그러나 이형사가 그 눈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선우는 금방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려버렸다.
>
> '무언가 할 말을 하지 않는군'
>
> "여기 보니 미술부로군. 그럼 최선생님담당 이구 말이지. 선생님과 상당히 친했겠는걸"
>
> "다른 애들과 별로 다를건 없었어요."
>
> 말은 그러지만 이형사는 분명 이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정보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특유의 직감이 들었다.
>
> '서두르면 안되지.'
>
> 이형사는 우선 목표물을 확인만 하고 선우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 신비한 소년은 등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 이형사가 뒷모습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선우는 문을 나서다 말고 고개를 돌려 그를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소리없이 문을 닫고 가버렸다.
> 선우가 가고난후 이상하게도 이형사는 그가 면담을 하고 있는 이 교사휴게실의 분위기가 좀 달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 무언가 녀석이 남기고간 신비한 안개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할까.
> 형사생활 3년동안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났지만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었다.
> 어딘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묘한 녀석이었다.
>
> "김선우라.."
>
> 이형사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담배를 꺼내 물고 방금 그애의 이름밑에 역시 짙은 선을 그었다.
>
>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
> 이형사는 그 예감이 틀리길 원했다. 정말로 그 예감이 틀리길 원했다.
>
> 반장인 이명진은 37번이었다.
> 이형사는 앞에 앉은 명진을 쳐다보았다.
> 명진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 "좋은 선생님이었어요. 우리를 잘 이해해주시고. 전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
>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최근에 선생님과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
> "무슨 문제 말이죠? 전 잘 모르겠습니다"
>
>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
> "사건이 있던 오후, 선생님과 다퉜다는 말을 들었다."
>
> "선생님과 학생이 다툰다는건 말부터 어폐가 있지 않나요? 제가 요즘 학급일을 좀 소흘히 해서 야단을 들었던 것 뿐이예요.
> 제가 잘못한거 인정했고 선생님도 용서해줬어요. "
>
> 막힘없이 말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기분은 지울수 없었다.
> 너무 완벽하게 방어벽을 쌓아두고 있는게 느껴져 그것이 더 어색했다.
>
> '헤볼테면 해봐. 어떤것도 말하지 않을테니'
>
> 그런 마음이 전해졌다.
> 아무리 추궁해도 명진은 절대 이형사 앞에서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을 것 같지 않았다.
> 면담을 마치고 나가려는 명진에게 이형사는 조금 무모한 시험을 해보았다.
>
> "참, 김선우하고 친한가?"
>
> 선우의 이름에 아주 잠깐 명진의 표정에 변화가 엿보였다.
>
> "미술부여서 선생님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텐데 전혀 말을 않더군. 그 학생에 대해 좀 말해 주겠어?"
>
> ".....잘 모르는 녀석이예요. 성격이 내성적이라 특별히 친한 친구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저도 마찬가지구요."
>
> 금방 좀전의 표정을 되찾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고 명진은 방을 나갔다.
>
>
> 남은 학생들과의 면담을 모두 마치고 난후 이형사는 최선생과 김선우, 그리고 이명진의 이름을 적어보았다.
> 김선우와 이명진은 무언가 감추는게 있는 것 같았다.
> 두 사람을 따로 생각할수도 있지만 마지막 반장 이명진은 선우의 이름에 변화를 보였다.
> 그건 두사람이 분명 최선생과 공통적으로 연결되는게 있다는 말이다.
>
> 마약, 동성애, 아동포르노, 그리고 두 학생.
>
> 이형사는 자신이 너무 지나친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 누가 그의 생각을 듣는다면 헛된 망상이라고 할 것이다.
> 그역시 헛된 망상이길 바랬다.
>
>
>
>
>
> 이형사가 서로 돌아와보니 부검결과가 나와 있었다.
> 죽은 시간은 시신을 발견하기 12시간전 정도.
> 그시간이라면 새벽 3, 4시였다.
> 먼저 등을 두 번 찔리고 쓰러진후 복부를 무참히 스물곳도 넘게 찔렸다.
>
> "죽기전 고통이 심했나 봅니다. 죽기전 살인범을 잡았어요. 손톱 깊숙이 살인범의 피부와 피가 박혀 있었어요. 그 혈액형은
> AB형이더군요. 그리고 이건 역시 치정에 의한 살인 같습니다. 죽기전 정사한 흔적이 있다더군요. 또 몸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됐구요.
>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시죠?"
>
> 그 이야기를 듣던 동료 형사 한명이 혀를 찼다.
>
> "쯧쯧. 기가 막히구만. 어떻게 이런 인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란 말인지. 세상 말세다. 말세."
>
> 옆에 있던 다른 선배형사는 부검소견서를 보며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하며 말했다.
>
> "마약에 치정관계? 그럼 이건 원한이 아니라 환각에 의한 살인이 아닐까?
> 그 방에서 깨진 술잔이 발견됐잖아. GHB를 술에 타서 마셨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 같은데."
>
> "아아, 이거 의외로 복잡하게 되 버렸네. "
>
> 동료들은 투덜대며 수사의 초점을 어디로 맞출지 의논했다.
> 수사는 우선 마약을 구입하게된 루트를 조사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 살인도 살인이지만 마약루트를 밝히는 쪽이 더 큰 수확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노련한 선배들이 그쪽을 맡았고 그들에 비하면 신참이라 할수 있는 이형사가 대신 주변탐문을 맡았다.
>
>
>
>
>
> 이형사는 다시 최선생의 연립주택을 찾아 옆집을 방문했다.
>
> "얘기 다 했잖아요.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니깐요"
>
> 옆집에 사는 40대 여자는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
> "제가 묻고 싶은건 다른겁니다. 혹시 최선생님 집에 드나드는 학생이 있었습니까?"
>
> "학생이야 많았죠. 수시로 찾아온걸요. "
>
> "어떤 학생인지 아십니까?"
>
>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었어요. 서너명씩 올때도 있었고 열명넘게 온적도 있었고..뭐 미술부 애들이라고 하던데요. 와선 시끄럽게 떠들다
> 가곤했어요."
>
> 평소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라 학생들이 집에 자주 놀러갔다는 이야기는 다른 학생들에게서도 들었었다.
>
> "유달리 자주 찾아오던 학생은 없었습니까?"
>
> "잘 몰라요."
>
> 그 여자는 더 이상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 결국 별다른 정보는 얻지 못한체 그 곳을 나와서 걸어가는데 누군가 이형사를 불러 세웠다.
>
> "잠깐만요."
>
> 뒤 돌아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
> "저기 아까 그 집에 사는데요"
>
> 그 여대생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 이형사는 그녀를 얼른 근처 커피숍으로 데려갔다.
>
> "엄마가 뭐라 할까봐 계속 가만있었는데 아무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
> 그녀가 가진 정보가 기대 되었다.
>
> "그날 새벽에 있잖아요.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배도 출출하고 해서 말이죠 편의점에가서 컵라면을 사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입구에서
> 애들을 봤어요"
>
> "애들? 고등학생 말인가요?"
>
> "네. 한명은 최선생님학교 교복차림 이었고 한명은 그냥 평상복 차림이었는데 급하게 주변을 살피며 나와서 가더라구요. 너무 서둘러
> 가는바람에 그애들은 날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요"
>
> "왜 그 중요한걸 이제야 말하는 겁니까?"
>
> "우리 엄마가 알면 뭐랄까봐 그러죠. 알잖아요. 어른들 이런일에 연루되는거 엄청 싫어하잖아요."
>
> "다시 보면 알수 있겠어요?"
>
> "어두워서 얼굴은 잘 못봤어요. 그런데 한명은 아는 애였어요. 왜냐면 몇 번 부딪힌 적이 있는데 좀 다른 애들과 틀려서
> 기억하거든요."
>
> "혹시 약간 마르고 좀 여리게 생긴 학생 아닌가?"
>
> "예. 그런 이미지예요. 예쁘장하게 생겨서 기억해요. 사진보여주면 금방 알아볼수 있어요."
>
> 선우다.
> 이형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선우를 떠올렸다.
> 사진을 보여주면 더 확실하겠지만 그의 예감은 틀림없었다.
>
> "그 학생은 자주 최선생님 집에 왔었나요?"
>
> "예. 몇 번 만났는데 미술부 애들과 같이 오기보단 혼자 오거나 최선생님하고 둘이서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뭐 그래봤자 제가 본건
> 서너번 뿐이지만 말이죠."
>
> 이형사는 그 여대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집으로 돌려 보냈다.
> 사건은 의외로 쉽게 풀리고 있었다.
>
> 최선생이 죽던날 나온 두 학생.
> 그게 누군지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 게다가 그시간 그 집을 나왔다는건 분명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말이다.
> 이형사는 거기다 더해 그 원인을 조금씩 눈치채고 있었다.
> 그와 함께 그의 기억속에서 오랫동안 묻혀있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
> '...차라리 아무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그랬어. 나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이렇게 괴롭진 않을거야.'
>
> 그 목소리는 아직도 이형사의 귀에 선명하게 울리고 있었다.
>
>
>
>
>
>
>
>
>
>
>
>
> "이형사. 학생들 면담 보고서는 왜 아직 안올려?"
>
> "예... 정리해서 곧 올릴겁니다."
>
> 반장님의 추궁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이형사는 서를 나왔다.
> 이형사는 그가 가진 정보를 곧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란걸 알고 있었다.
> 그럼 그들도 분명 선우를 조사하게 될 것이다.
> 이형사는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다.
>
>
>
>
>
>
> 그날 저녁 그는 서를 나와 선우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 그애는 이형사의 전화를 받고 상당히 놀랐다.
>
> "나하고 얘기좀 할까?"
>
> 「...전 할말 없어요.」
>
> "23일밤 널 본 이웃 주민이 있다. 아직 보고하진 않았어. 만약 네가 거부하면 난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으면 안돼. 그럼 넌
> 경찰서에서 조사받게돼."
>
> 이형사의 말에 한동안 수화기 너머론 아무말이 없었다.
>
> "여기 최선생 집이다. 이리로 와라"
>
> 「그집은 싫어요.」
>
> "긴말 않겠다. 지금 당장와"
>
>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이형사는 최선생집 쇼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생각했다.
>
> 젠장.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혼자 선우를 만나서 뭘 하려는 거지?
> 녀석의 살인고백을 들어서 어쩌자는 거야.
> 어차피 상부에 알리지 않으면 안돼.
> 하지만 그전에 내가 이 사건의 전모를 알게된다면 혹시나 녀석에게 도움을 주게 되지 않을까 싶어.
> 주제 넘은 짓이란거 알아.
> 하지만 이대로 그냥 지나칠순 없어.
> 난 도와주고 싶어.
> 도와주지 않으면 안돼.
>
>
>
>
>
> 한시간을 넘어서야 벨이 울리고 선우가 나타났다.
> 여전히 창백한 얼굴은 흡사 죽은사람처럼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그 창백함이 어두운 불빛에 비치자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이형사는 자기같이 멀쩡한 사람도 한번쯤 만져보고 싶은 기분이 들만큼 그애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 그러니 하물며 그 선생이 가만 둘리가 없었을 것이다.
>
> "23일밤 왜 이 집에 왔지?"
>
> "...미술부 애들은 수시로 이집에 놀러왔어요. 저도 자주 개인적으로 지도 받으러 왔어요. 그날도 그렇게 왔던 것 뿐이예요."
>
> "너 혼자가 아니었어. 다른 한명은 누구였지?"
>
> 이형사의 말에 선우는 깜짝 놀라했다.
>
> "그..그걸 어떻게."
>
> "이..명진 아닌가?"
>
> 선우의 창백한 얼굴이 굳어졌다.
> 마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느껴졌다.
>
> "..아..아니예요...뭘 잘못 아신거예요. 그날밤 왔던건 나 혼자예요"
>
> 선우는 거짓말에 서툴렀다.
> 이형사는 벌써 살인고백을 다 들어버린 기분이었다.
>
> "이명진과 너. 두사람은 그날밤 이 집에 왔어. 왜지? 너는 미술부로서 그림지도를 받으러 온거라 치더라도 이명진은 왜지?
> 반장이라서?"
>
> "몰라요. 더 이상 아무말 않겠어요. 이런식으로 학생을 심문해도 되는 건가요? 부모님께 이를거예요."
>
> "정말 부모님께 말할거니?"
>
> "그래요!"
>
> "그래서...너와 선생님의 관계가 탄로나도?"
>
> 선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 그애의 손이 덜덜 떨리는게 보였다.
> 잔인한 노릇인건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이형사는 그의 고백을 들어야 했다.
>
> "명진인 아무것도 몰라요... 그날 어쩌다가 이집에와서 만난 것 뿐이예요... 명진인...아무죄도 없어요."
>
> "그럼 너는?"
>
> 선우는 한계를 느낀 듯 눈을 한번 꼭 감았다가 입술을 깨물더니 다시 눈을 뜨고 이형사를 쳐다보았다.
> 그리고 드디어 원하던 말을 뱉었냈다.
>
> "...제가 죽였어요."
>
> 그리고 뒤에 덧붙였다.
>
> "명진이는 그 후에 왔었고 겁먹은 날 데리고 무작정 이집을 나온 것 뿐이예요."
>
> 이렇게 쉽게 고백을 듣게 될줄이야.
> 이형사는 그게 더 기가 막혔다.
> 그만큼 순진한 녀석이었다.
> 이런 녀석이 어떻게 살인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 이형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선우에게 말했다.
>
> "살인 동기에 대해 이야기해봐"
>
> "...싫어요"
>
> "네가 이야기를 해야 널 도울수 있어"
>
> 그말에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
> "뭘 도울수 있죠? 이미 난 사람을 죽였어요. 그거면 되잖아요. 내가 죽였다구요.
>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구요!"
>
> 선우는 그를 향해 소리치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 이형사는 선우가 울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
> "네가 말하든 안하든 그건 네 자유지. 하지만 우선 내 이야기를 하나 할게."
>
> 그리고 그는 오래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 "내가 고등학교때야. 난 교회에서 한 여학생을 만났고 우린 서로 좋아했다. 그앤 평범하고 성격밝은 여학생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 누군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어. 그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부모도 몰랐어. 하지만 불행히도 그앤 그 한번의 원치않던
> 관계로 인해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
>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이야기하는건 결코 그로서도 내키지 않았다.
>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함으로서 선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조금이나마 들려줄수 있기를 바랬다.
>
> "결국 배가 불러오고 부모가 알게 되었다. 그게 더 비극이었지.
> 부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여기저기 소문이 난거야.
> 동네주민들도, 교회사람들도 모두 그 일을 알게 되고 말았지.
> 물론 나도 알게 되었지. 그 사건이후 날 피하던 그애 때문에 속을 태웠는데 이유를 알고 나자 정말 미칠 것 같더군.
> 그앤 완전히 집안에 틀어박혀 사람들을 기피했어. 난 몇 번 그 집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어.
> 그러던 어느날 밤. 그애가 날 찾아온거야. 수척해진 얼굴로 날 찾아온 그애를 보고 난 어떤 말도 할수 없었어.
> 그애가 말하더군. '우리집은 엉망이야. 엄마,아빠는 매일 내 문제로 싸움이야. 동생들은 날 피해. 내가 지나가면 이웃사람들이 모두
> 손가락질 하는 기분이야.....차라리 아무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그랬어. 나 혼자만 알고 있었으면 이렇게 괴롭진 않을거야.'
> 난 그저 말없이 그애의 손을 잡아주었지.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난 몰랐어.
> 그리고 다음날, 난 그애가 목을 매달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날 만난후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목을 매달고 자살한거야"
>
> 그가 이야기를 하는동안 선우는 말없이 그저 두손을 모은채 시선을 아래로 향한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
> "그앨 범한 용의자로 이웃에 사는 남자가 거론됐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어 풀려나고 말았어.
> 그앤 죽었는데, 자살을 했는데도 그 원인제공자는 뻔뻔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난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었어. 물론...난 그럴
> 용기가 없었지.
> 그후 난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다. 많은 생각이 있었지. 신이 계시다면 왜 이런 일을 방관할까하는.. 더 이상 믿음을 지킬수
> 없었다.
> 그대신 이렇게 형사가 되었어. 좀더 현실적인 판단이었지."
>
> 이형사가 처음으로 남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그후 한번도 남에게 말한적 없었다.
>
> "....난 이사건을 접하면서 그애를 떠올렸어. 넌 내말이 무슨 말인지 알거야. "
>
> 그때까지 묵묵히 이형사의 이야길 듣던 선우는 그제서야 이마를 감싸쥐며 괴로운 듯 말했다.
>
> "...나도 겁나요. 사람들이 내 비밀을 알게 되는게 겁나요. 부모님이, 친구들이 내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겁이나요. 그렇게
> 된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을거예요"
>
> "네가 죽을 이유는 없어. 그러니까 내게 이야기해. 내가 널 반드시 도울수 있을거야."
>
> "...어떻게요? 난 살인자인데 날...어떻게 돕죠?"
>
> 눈물 가득한 눈으로 선우가 이형사를 바라보았다.
> 그 눈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
> "...형사님이 아는건 괜찮아요. 하지만 날 아는 사람들이 알게되는건 정말 끔찍해요.
> 난... 그 여자애를 이해해요. 나라도 죽는게 나았을 거예요."
>
> "....내게 말해. 나도 널 이해해. 그러니까 꼭 도와줄거야. 지금 넌 코너에 몰려있어.
> 곧 너에 대해 조사가 있을거고 그렇게 되면 나도 널 도울수 없어. 그러니 지금 내게 말해. 내가 도와줄게."
>
> 그말에 선우는 흔들리는듯 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 "....전 처음에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
> 그렇게 선우는 자신의 살인에 대해 털어놓았다.
>
> .
>
>
> .
>
>
> .
>
>
> .
>
>
> 선우는 담임이자 자신이 속한 미술부 담당교사인 최선생님을 굉장히 따랐다고 했다.
> 친구처럼 대해주고 학생들을 존중해주는 선생님을 존경했었다.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최선생이 조금씩 선우에게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 그림을 지도해주면서 뒤에서 어깨나 목을 주무르던가 옆에 앉아 필요이상으로 가까이 접근해서 몸을 슬쩍 만지던가 하는 행동들을 느꼈다.
> 하지만 그런 행동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엔 고등학교 1학년인 선우는 어리고 순진했다.
> 그러던 어느날,
>
> .
>
>
> .
>
>
> "선생님이 미술숙제 채점을 해야하신다며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학교에선 너무 늦으니 집에가자고 하셨죠. 몇 번 다른 부원들과 선생님
> 집에 간적이 있어서 전 전혀 다른 뜻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
> .
>
>
> .
>
>
> 최선생은 선우에게 홍차를 한잔 건네주었다.
> 선우는 그것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한잔을 다 비웠고 잠시후 의식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옷이 벗기워진채 누워 있었고 손은 침대에 묶인채였다.
>
> "..서..선생님?"
>
> 최선생은 알몸으로 침대 옆에 서서 선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
> "선생님"
>
> 선우가 부르자 그는 씨익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침대위로 올라와 선우를 올라탔다.
>
> "일찍 깨어났구나. 좀더 늦게 깨었으면 더 좋았을걸"
>
> "선생님. 이거 풀어주세요. 집에 갈거예요"
>
> 그때까지도 선우는 최선생이 자신에게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채 그저 겁을 먹고 애원했다.
>
> "그래. 집에 보내주마. 하지만 그전에 너에게 가르쳐 줄게있어"
>
> 그말과 함께 기분나쁜 손길로 선우의 몸을 쓰다듬었다.
>
> "정말 부드럽구나. 생각보다 더 좋은걸."
>
> 혀로 선우의 목을 쓰윽 핱았다.
>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끼며 선우는 그제야 조금씩 최선생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
> "그만둬요. 선생님, 제발 풀어주세요"
>
> 선우는 다시한번 애원했다.
> 하지만 선우의 애원은 오히려 최선생의 욕망을 부채질 할 뿐이었다.
>
> "아주 즐겁구나. 최고의 선물이야."
>
> 흉측하게 웃는 최선생을 보며 선우는 그가 자신이 아는 미술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완전히 다른, 그저 모습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 "넌 아주 날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 너무 좋아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
> 그는 혀로 선우의 몸을 위에서부터 더듬으며 아래로 내려가더니 선우의 것을 슬쩍 손으로 잡았다.
>
> "선생님!"
>
> 타인의 손에 은밀한 곳이 만져지자 흠칫 놀라며 선우는 그를 다시 불렀다.
> 하지만 소용없었다.
>
> "역시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이것도 귀여운걸"
>
> 그는 혀로 그곳을 핣았고 선우는 온몸에 섬찟한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
> "선생님-"
>
> 선우는 묶인채 몸을 비틀며 그를 간절하게 불렀다.
> 제발 선생님이 제 정신을 차리고 행동을 멈춰주길 바랬다.
>
> .
>
>
> .
>
> "꿈이길 바랬어요. 난 정말 내가 미친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건 현실이 아니다. 있을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었죠. 그
> 기분나쁜 혀의 감촉은, 그 손길은 꿈이 아니었어요"
>
> .
>
>
> .
>
> 최선생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선우를 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
> "반항하면 착한 학생이 아니지. 선우는 선생님이 좋다고 했잖아. 그럼 말을 잘 들어야지."
>
> 그는 선우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며 몸을 들었다.
>
> "후후...아주 예쁘구나. 기대이상이야. 어떤 느낌일지 기대되는걸"
>
> 그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수 없었다. 뭘 보고 있는건지,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다.
> 그저 다른사람앞에 이런식으로 벗겨진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신이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 최선생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서랍장을 뒤 적였다.
>
> "아무래도 처음이니까 힘들겠지? 이런, 뭘 써야 되지?"
>
> 곧 그는 뭔가를 발견한듯 그걸 들고 다시 선우에게 다가왔다.
>
> "젤이 남아 있군그래. 후후. 나에게 고마워 하라구. 그냥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제자에게 심한 고통을 줄순 없지"
>
> "선생님, 풀어주세요. 제발 풀어주세요"
>
> 선우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한번 애원했지만 그는 선우의 말따위은 듣지도 않는 듯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침대위로 올라와 선우의
> 다리를 들었다.
>
> "자, 이제부터 멋진 경험을 하게 될거다. 나중엔 내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될걸. 쿡쿡."
>
> 그리고 무언가가 선우의 몸안으로 깊숙이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놀란 선우의 몸이 움찔했다.
>
> "아.."
> "어떠냐? 괜찮지?"
>
> 다리 사이로 최선생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 그는 선우의 안으로 젤을 바른 손가락을 밀어넣고는 움직였다.
> 처음으로 느껴보는 차갑고 섬뜩한 이질감이었다.
>
> "싫어요. 그만둬요. 선생님!"
> "가만있어. 준비를 잘 해야지 내걸 받아들일수 있단 말이다."
>
> 그는 손가락을 빼더니 다시 젤을 듬뿍 묻혀 선우의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
>
> "손으로도 느껴진다. 넌 아주 최고일 것 같다. 이런이런. 도저히 못참겠구나"
>
> 그는 이해못할 말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손을 빼고는 선우의 다리를 단단히 잡아 올렸다.
>
> "자, 긴장풀고 몸에 힘을빼라. 너무 그러고 있으면 너만 다친다"
>
> .
>
>
> .
>
> "전 선생님이 무슨 짓을 할지 짐작도 할수 없었죠. 그저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어요.
> 그런데 그순간"
>
> .
>
>
> .
>
> 무언가 퍽하는 느낌과 함께 크고 단단한 것이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 손가락 따위하고는 비교도 할수 없는 거였다.
>
> "아악!"
>
> 선우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하지만 그 비명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최선생은 더욱더 깊숙이 선우의 안으로 자신을 밀어넣었다.
>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 "아아악-!"
>
> 선우의 비명소리도 커졌다.
> 그러자 최선생은 행동을 잠시 행동을 멈추고 선우의 몸위에 엎드리며 말했다.
>
> "너무 소리지르지마. 네 비명이 옆집에도 들리면 곤란해. 조금 참아. 또 다시 비명 지르면 그땐 이런걸로 끝나지 않아"
>
> 그렇게 냉정한 목소리를 이제껏 미술선생님에게서 들어본적이 없었다.
>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
> "..하...정말 좋군.... 기대 이상이야...하아.."
>
> 열에 들뜬 그의 신음이 들려왔다.
> 선우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정말 무슨 일을 더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 눈물만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 "하아..하아..하아.."
>
>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최선생의 거친 숨소리도 빨라졌다.
>
> "하악.하악..하악.."
>
> 그가 몸을 움질일때마다 선우의 몸도 따라서 들썩였다.
> 헛되다는걸 알면서도 선우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몸을 뒤척였고 그럴수록 고통은 더 심했다.
> 최선생은 자신에게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선우의 다리를 움켜잡은채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
> .
>
>
> .
>
> "...끔찍한 경험이었어요.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 아픔보다 더 견딜수 없었던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사람에게 내
> 몸이 유린당하는 거였어요. 육체의 고통따위야 참으면 되요. 하지만 그때 내가 받은 진짜 고통은 믿고 따랐던 사람에게 철저하게
> 농락당한다는 그 절망감이었어요. 그순간 내가 알던 세계는 깨어졌죠. 나를 둘러싸고 있던, 내가 믿던 세계가 철저하게 파괴되었어요"
>
> .
>
>
> .
>
> 한참동안 피스톤질을 해대던 행동이 멈추더니 뜨거운 것이 선우의 몸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리고 최선생은 기분좋은 한숨을 내쉬며 선우의 몸에 털썩 엎드렸다.
>
> "아아...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넌 최고야. 최고라구.."
>
> 완전히 사정을 끝내고 한풀 기운이 꺽여버린 최선생은 그제서야 선우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 그리곤 눈물로 범벅이된 선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 "처음이라 힘들었지? 하지만 너도 조금은 느꼈을거야. 뭔가 새로운 걸 내게 배운거야.
> 예술이 사람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구? 그깟 그림나부랑이가? 형태도 모를 조각들이? 후후... 웃기는 소리 말라구 그래. 진짜
> 예술이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사람과 사람이 이렇게 서로의 육체속에서 느끼는 거야. 그 절정 속에서야 말로 인간이 발견할수 있는
> 최고의 예술을 느끼는 거라구. "
>
> 그런 그의 말따위 선우의 귀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 그저 지금 이 것이 현실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
> "앞으로 너에게 진짜 예술이 뭔지 가르쳐 주지. 그건 바로 너 자신안에 있어.
> 넌 앞으로 정말 멋진 경험을 하게 될거다. 이건 시작이지"
>
> 그리고 선우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 그의 꺼칠한 혀가 입속을 굴러다니는 느낌을 받으며 선우는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
> .
>
>
> .
>
>
> "...그게 시작이었어요... 끝이 아닌 시작..."
>
> 처음엔 주저하며 하던 이야기였지만 선우는 어느새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 선우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마치 얼마전 본 영화를 이야기하든, 소설을 이야기 하듯 그렇게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
> "전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그 다음날도 결석을 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 선생님이 찾아왔어요"
>
> "집에 찾아왔단 말이니?"
>
> "네."
>
> .
>
>
> .
>
> 방문을 열며 선우의 어머니가 선생님과 함께 들어왔다.
>
> "선우야, 선생님이 오셨구나"
>
> 선우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 어머니가 나가시자 그는 방문을 닫고 천천히 선우에게로 다가왔다.
> 선우는 이불을 뒤집어 쓰며 소리쳤다.
>
> "나가요! 나가란 말야!"
>
> 최선생은 그런 선우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
> "생각보다 많이 아픈건 아니구나. 그런데 결석이라니. 그렇게 안봤는데 선생님은 실망이다."
>
> 이불을 뒤집어쓴채 선우는 벌벌 떨고있었다.
>
> "자, 선생님 좀 보자. 이렇게 선생님이 직접 왔는데 얼굴도 안보여 줄 참이냐"
>
> 그러나 선우는 더욱더 이불을 꼬옥 붙잡고 몸을 웅크렸다.
>
> "선생님말 들어!"
>
> 엄하게 꾸짖으며 최선생은 선우에게서 이불을 확 끌어내렸다.
>
> .
>
>
> .
>
> "정말 그 얼굴 두 번다시 보고 싶지 않았어요. 얼굴만 봐도 미칠 것 같았어요.
> 정말 두 번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구요.."
>
> .
>
>
> .
>
>
> 최선생은 겁먹은 선우의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
>
> "선생님은 선우가 아주 좋아. 난 내가 좋아하는건 꼭 손에 넣어야 만족하지.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해. "
>
> 그리고 선우에게 키스하려 했고 선우는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손으로 선우의 턱을 그러쥐고 억지로 입을 맞추었다.
> 그때 방문손잡이가 털컥 거리며 어머니가 과일쟁반을 들고 들어오셨다.
> 최선생은 재빨리 선우를 놓았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 싱글거리며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
>
> .
>
> "엄마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죠."
>
> .
>
>
> .
>
> 어머니가 나가고 나자 최선생은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 "내일 학교에 나와라. 부모님이 걱정하시잖아. 그리고 선생님도 선우를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싶어 못견뎌."
>
> 그의 말에 선우는 떨면서 원한가득 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
> "...다...다 일러버릴거예요.... 경찰에..신고 해버릴거예요"
>
> 최선생은 선우의 말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곧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
> "하하하. 신고 할거라구? 뭘 말이지? 너와 내가 한일을 경찰에게 말하겠다구? "
>
> 그는 혼자 킬킬대며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웃음을 딱 그치며 선우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
> "아악!"
>
> 머리카락이 모두 뽑힐 듯 아파 선우는 약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그런 선우의 얼굴가까이 최선생은 얼굴을 갖다 대며 이빨을 앙물고 협박처럼 내뱉었다.
>
> "할테면 해라. 나야 오히려 바라는 바다. 그렇게 되면 지옥까지 너와 함께 갈수가 있으니 말이지."
>
> "아..아파요. "
>
> 선우의 말에 최선생은 오히려 손에 더 힘을 주며 선우의 머리를 움켜쥐며 고개를 젖혔다.
>
> "악.."
>
> "신고하는건 네 맘이지만 그렇게 되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생각 못해? 네 부모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시겠니. 그리고 넌 평생 사람들에게
> 손가락질 받으며 살게 될거다. 네 친구들이 급우들이 어떻게 널 볼지 생각해보라구"
>
> 그리고 나서야 선우를 잡은 손을 놓으며 일어섰다.
>
> "난 그럼 가보마. 내일 학교에서 꼭 보게되길 바란다. 후후.."
>
> .
>
>
> .
>
> "선생님이 나가시자 엄마는 내가 내다보지도 않는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더군요.
> 전 아무것도 제대로 판단할수 없었어요. 하지만 한가지 내가 선생님에게 완전히 잡혀버렸다는것만은 알수있었죠. 그렇게 전 저자신에 대한
> 권리를 잃어버렸어요. 내 몸이지만, 내 마음이지만 그후 모든건 선생님의 손아귀에 들어가 버린거죠..."
>
> ".....그게 그렇게 두려웠니? 그런 인간에게 농락당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는게 그렇게 두려웠어?"
>
> 그말에 선우는 이형사를 노려보았다.
>
> "이해한다고 했잖아요. 아저씨 여자친구가 왜 죽었는지 안다면 날 이해못할 리가 없잖아요"
>
> "아..미안. 너무 그때 상황이 안타까워서 그러는거야. 왜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
>
> 그는 선우를 진정시키려 했다.
>
> "..무슨 방법이 있죠? 난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특히 부모님들에겐.
> 아버진 강하고 엄격하신 분이예요. 그래서 당신의 기대보다 모자란 절 늘 못마땅 해 하셨죠.
> 내가 몸이 약한것도, 미술을 하는것도 싫어했어요.
> 늘 저를 보며 혀를 차시곤 했죠. '쯧쯧, 저렇게 약해빠져서야..'
>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가슴에 하나씩 생채기가 나는걸 느껴요.
> 그런데 선생님하고의 일을 알아봐요. 하하..아마 절 인간취급도 안할걸요.
> 엄마는 그런 절 늘 변호하고 감싸안아줬어요.
> 전 엄마를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엄마가 저 때문에 아파하실걸 생각하면..."
>
> 선우의 눈에서 굷은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
> "....차라리...혼자 당하는편이 나아요...지금도....그생각엔 변함없어요."
>
>
> 이형사는 우는 선우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 선우는 눈물을 닦고 잠시 훌쩍이더니 곧 진정이 되는 듯 했다.
>
> "...그래서 넌 다음날 학교에 갔니?"
>
>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 아침조회시간. 학교에 등교한 선우를 최선생이 보았다.
>
> "이제 몸은 괜찮니? 건강조심해야지. 너희들도 모두 자기 몸 관리는 알아서들 해라.
>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야지 3학년이 되어서도 버틸수 있어. 알았지?"
>
> 학생들은 모두 '네'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
> .
>
>
> .
>
>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 이중적일수있을까 생각했어요. 너무나 완벽하게 훌륭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서 선생님의 추악한 모습을 알고 있는
> 나까지도 여전히 속을 것 같았어요. 선생님은 그날 저와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종례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는데 절
> 부르더군요. 빈 교사휴게실로 부르더니 열쇠를 건네줬어요."
>
> "열쇠?"
>
> "이 집 열쇠였죠."
>
> 선우는 주머니에서 그 열쇠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
> "저보고 집에 가 있으라고 했어요.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
> "그래서 혼자 이집에 왔어?"
>
> "...네... 정말 오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가 가 있지 않으면 우리집으로 찾아 오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여기에
> 왔어요. "
>
> .
>
>
> .
>
> 최선생이 집으로 들어서자 선우는 오들오들 떨며 그를 피해 뒷걸음질 쳤다.
>
> "뭘 그렇게 겁내? 걱정하지마라. 오늘은 그때처럼 하진 않을테니. 그정도로 못되먹은 인간은 아니란 말이다"
>
> .
>
>
> .
>
>
> "하지만 그후 해야 했던건 그때보다 조금도 나을바 없었죠.
> 내게 입으로 하라고 했어요. 전 그게 무언지도 잘 몰라 가만히 있자 선생님은 침대 끝에 앉으며 저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어요. 시키는
> 대로 무릎을 꿇자 내 머리를 거기에 바짝 붙이더군요.
> 자기걸 입에 물라고 했어요. 그 다음부터 이것저것 요구했어요. 귀두부위를 가볍게 혀로 애무해라, 지금 입을 움직여라, 혀로
> 해라....
> 그건 해초냄새처럼 비릿하고 역겨웠어요. 그의 것이 커질수록 숨쉬기가 힘들었어요.
> 난 몇 번이고 토할 것 같아서 벗어나려 했지만 선생님은 내 머리를 움켜쥐고 더욱더 밀어붙였어요. 하지만 입에 사정하기전에 내 입에서
> 빼내더군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는데..후후후...그건 자극을 더 즐기려한 행동이더군요.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내 입에
> 그걸 넣고 처음처럼 하게 했죠. '잘하는구나..... 넌 머리가 좋아... 한번만 말해도 이해를 하니 말이야..'
> 그리고 듣기도 거북한 신음소리를 내며 절정으로 향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입에다 다 쏟아내더라구요. 전 더 이상 견딜수 없어
> 헛구역질을 하며 그를 밀어냈어요.
> 캑캑대며 뱉어냈지만 목구멍까지 내려오는건 어쩔수 없었어요."
>
> 선우는 그때의 기분이 아직 남아있는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 이형사가 선우의 이야기를 이렇게 세세하게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선우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 역시 계속 들어주었다.
>
> "선생님은 여길 치울테니 저보고 욕실로가서 입을 헹구라고 했어요. 욕실에서 전 울었어요. 울고 또 울고...나중엔 더 이상 울 기운도
> 남지 않을만큼 울었어요.
> 한참을 그렇게 울고 있는데 욕실문을 열고 선생님이 들어와선 내 등을 두들기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어요.
> '괜찮지? 뭐든 처음엔 거북하겠지만 나중엔 익숙해 진다"
> 나중.. 나중엔 익숙해 진다고 했어요. 얼마나 더 많이 그짓을 해야 익숙해 진단 말이죠?
> 어떻게 그런거에 익숙해 질수 있단 말이예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난 말했어요.
> 그러자 선생님은 내가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너무 모른다고 하더군요.
> 그리곤 날 기분좋게 해준다고 했어요."
>
> .
>
>
> .
>
> 최선생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으며 선우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 그리곤 자신도 옷을 벗고는 선우에게 욕조로 들어가라고 했다.
> 또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몰라 겁을 먹었지만 그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 물이 가득 차자 최선생은 선우의 뒤에 나란히 앉으며 욕조안으로 들어왔다.
>
> .
>
>
> .
>
> "기분나쁘고 뜨거운 숨결이 목과 귀뒤에 느껴졌어요. 이젠 정말 그사람 숨소리도 듣기 싫었어요.
> 그는 천천히 내 몸에 물을 끼얹으며 몸을 어루만졌어요.
> '넌 정말 예뻐. 넌 날 위해 존재하는 거야. 넌 내거다'...
> 그 목소리도 그 말들도 끔찍했어요. 아아..너무 싫었어요. 제발 그만둬요. 그만두라구"
>
> 선우는 과거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
> .
>
>
> .
>
> 어깨를 어루만지고 가슴을 쓰다듬고 허리를 안으며 그 손은 아래로 내려와 선우의 페니스를 슬며시 잡았다.
> 그리고 천천히 손으로 자극했다.
>
> "반응이 있구나. 역시 너도 좋은거지? 대답해. 억지로 참을 필요없어. 좋다고 말해"
>
> 선우는 필사적으로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 그러자 최선생은 한손으로 선우의 어깨를 잡아 내리며 말했다.
>
> "시키는대로 말해. 그럼 여기서 그만두지. 하지만 내 말을 안들으면 그때처럼 내걸 집어넣겠어.
> 아무것도 없이 그대로 밀어붙일거라구. 그게 더 좋아? 그게 좋으면 지금 반항해도 돼."
>
> .
>
>
> .
>
> 이형사는 그만 입술을 깨물었다.
> 듣고 있을수가 없었다.
> 선우의 이야기와 함께 그의 눈앞에 짐작 되어지는 그 상황들이, 선우의 절망감이 느껴져 듣고 있을수가 없었다.
>
> "전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가 원하는대로 다 할 수밖에 없었어요"
>
> .
>
>
> .
>
> "좋다고 말해"
>
> "..좋아요.."
>
> "신음소릴 내란 말야"
>
> "...아..."
>
> "그정도가 아니잖아. 참지 말고 소릴내. 더...더.."
>
> "아아...아......"
>
> 최선생의 손이 더 격렬하게 선우의 페니스를 자극했다.
>
>
> "아...아악.."
>
>
> 그건 고통에 가까웠다.
> 그리고 곧 그 고통도 사라지며 온몸의 기운이 모두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모든 사물이 흔들거리더니 곧 뿌옇게 흐려졌다...
>
> "흐...흐윽...흑흑.."
>
> 최선생은 우는 선우를 가만히 일으켜 세워 욕실을 나왔다.
>
> .
>
>
> .
>
> "그리고 타올로 물기를 닦아주고 옷을 입혀주었어요.
> '오늘 아주 즐거웠어. 너도 그렇지? 자, 이제 학원에 갈 시간이다. 학원에 빠지면 엄마한테 야단맞는다. 빨리 가렴'
> 그제서야 그 집을 나올수 있었어요. 전 걷기도 힘들었어요. 자꾸만 의식이 흐려지고 다리가 풀려서 걸어갈수가 없었어요. 결국 어느 빌딩
> 계단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그리고 또 울었어요.
> 눈물이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게 신기하더군요. 울어도 울어도 끝이 없이 나왔어요. 끝이없이..."
>
> 선우의 이야기를 듣던 이형사는 분노에 휩쌓였다.
> 그의 눈앞에 그 죽은 미술선생이 있다면 대신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이형사는 더 이상 선우의 이야기를 들을수 없었다.
>
> "됐어. 그만해라. 네 사정은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만 됐으니 직접적으로 살인을 하게된 경위를 말해줘"
>
> 그러자 선우는 이형사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해못할 웃음을 피식 지었다.
>
> "훗..내 이야기가 거북한가요? 듣기가 역겨워요?"
>
> "그게 아냐. 내가 괴로워. 네가 당한 그 일들이 내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 괴로워."
>
> 선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
> "아뇨. 이정도에 괴롭다는건 말도 안돼요. 그후 내가 당한 일들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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