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4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날 껴안은 채 잠든 녀석의 숨결이 내 목의 뒤에 와 닿았다. 녀석 제법 피곤했던 모양이다.
 동우의 온기와 숨결이 행복에 젖은 날 잠으로 인도했다.

 눈부신 무언가가 내 눈에 어른거려 눈을 떠보니 어둠을 밀어낸 아침햇살이 반갑게 머릴 들었다.
손을 올려 햇살에 가져다 대었다. 햇빛에 투영된 손이 살구 빛으로 보였다. 손가락 틈새로 비치는
햇살이 잠든 동우를 깨웠다.

 “ 어! 아침이네? 잘 잤어? “ 잠이 덜 깬 녀석이 물었다.
 “ 응. 햇살이 눈 부셔서. 어때, 다리는 괜찮아?”
 “ 많이 쑤셔.”
 “ 그래. 여기? 아님 여기?”
 “ 아! 아! 하지마. 하하하하 하지마.”
 “ 내가 주물러 줄께에엥.”
 늘 그랬다. 우리의 장난은 끊이질 않았다. 샤워 후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밥을 시키고 말없이 밖을 보고 있는 녀석을 보았다.
“ 집에 가기 싫다. 반겨줄 사람도 없구…”
“ 우리 집으로 갈래? 아니 뭐 정 내키지 않으면…?
“ 에이 아니다! 밥 먹자.”
애써 마음을 삭히는 녀석의 슬픔이 보였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식당을 나와 우리는 순창 터미널로 향했고 그곳에서 막 떠나려는 버스를 잡아타고 서울로 향했다.
지친 여행객들, 자식을 만나러 상경하시는 누구 누구네 부모님들 그리고 우리…
슬며시 그의 무릎에 손을 올리고 내가 옆에 있음을 알리듯 그를 위로해 주었다.
마법의 주문에 걸린 듯 버스는 승객들을 잠으로 인도했다.
모든 게 어두웠다. 환한 무언가가 보였고 그것이 동우 임을 알았다 .
그는 슬픈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빛을 잃어갔고 잡은 손이 미끄러져 내 손을
빠져 나갔다. 그를 잡으려 손을 뻗고 소리를 쳐도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
“ 동우야!”
꿈이었다. 그는 곤히 잠들어 있었고 난 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닦았다.

이윽고 우리는 서울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그의 버스로 오르는 녀석에게 크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왠지 녀석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그를 위로 할 맘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따라 뛰며 그에게 인사를
했고 고개를 돌렸을 때 달려오는 승용차를 피할 수 없음을 뒤 늦게 깨달았다.

 끼이이이익! 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불투명한 시야가 점점 밝아 왔고 그때서야 내가
병원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