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하나의 아픔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이 철렁거린다.

그의 부담스럽단 말에 나는 한없는 낭떨어지에 떨어지고 만다.
그저 외면하고 싶어던 그 불길한 느낌과 예감이 사실로 내게 다가서니
왈깍 울음이 쏟아지고 말았다.

그를 만난지 4개월..
누구의 소개로 처음 그를 대한던 날, 난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그는 미혼에 서른다섯. 참으로 웃는 모습이 너무나 슬퍼보여 더 아름다웠던 녀석이다.
이런게 바로 첫눈에 반한다는 것일까? 혼잣말로 되뇌이길 수차례..

내 나이 마흔하나! 아들둘에 토끼같은 마누라. 그저 평범한 이 시대의
가장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월급날이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지극히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에게
이런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고, 아니 비굴함까지 느껴지는지를
난 전혀 몰랐다!  몰랐다!
하루종일 그의 전화 기다리다 지쳐버리고 어쩌다 오는 짤막한 안부 인사에
기쁨 반 서운함 반이 뒤섞여 또 밤을 지새우게 한다.

지난번에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퇴근후에 술 한잔 하자고!
하루해가 왜 이리 긴지 난 미처 몰랐다.
만남의 장소에 갔을때 그의 친구들이 있었고
당황스러웠지만 친구들을 소개 시켜줄 정도면 나를  음음..의미있게 생각한다는
것이겠지라고 여기니 그 친구들 모두가 괜챦아 보였다.
그렇게 친구들과 같이 한 자리가 두번, 세번 반복 되었다.
그는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하고 술하는것이 좋다고 했다.
나는 나의 이런 마음을 둘이서 표현하고 싶었는데....뭔가 자꾸 엊갈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전화를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그가 전화받는 횟수는 점점 줄고....이제는 전화조차도 받질 않는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면 안된단다...그가....    현명하고 옳은 판단이다.

근데 어쩌랴! 이 흔들리고 자꾸 보고싶은 이 마음을!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오늘도 하루 일과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
온통 머릿속엔 어떻하면 그를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어떻하면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을까? 그 생각 뿐이다.
그의 집앞에서 그를 기다리다 난 뭔가 보고 말았다.
그의 옆엔 다른 사람이 있었다........묻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단다...
화도 났다....무척이나...
가슴이 찢어질것 같았다.
눈물이 왈깍 쏟아지려고 한다.
뒤 돌아서서 한없이 걸었다.  걸었다.. 걷다보니 불꺼진 그의 집 앞이다.
미칠것만 같다.

확인하고 싶었다....
나하고 같이 한 시간중에 정말 진심이 있었는지...
만날수가 없었다. 아니 그가 날 피하고 있었다.
너무나 힘든 느낌이 나를 괴롭힌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또 가고..
술이라도 마시니 조금 괜챦아진다...거의 한달가량을 술과 함께 지냈다.
혹시 그가 올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과 더불어....

그러던 어느날 그를 우연히 만났다.
심장이 멎을것만 같았다.
 .................
물었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을 ..... 대답이 없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뭘 그리 확인하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맘에도 없는 소릴 했다....더 이상 너에게 부담주는 사람이
되질 않겠다고...., 지우겠다고......
돌아서는 밤거리의 공기가 왜이리 찬지!!!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 이런 감정이 생겨 이러는지 긴 한 숨만 나온다.

생각해 본다...간직할 추억이 있는지....
가슴 아파한 기억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내일도 해는 어김없이 뜰텐데...
내 맘도 잔잔해 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