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소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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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기 전, 자신의 책상을 가지런히 정리를 한 후에도 지환은 퇴근을 하지 않고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 다음날 아침 9시에 단골업체의 김사장과 신규 아이템의 준비로 인해서 미팅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준비할 일이 많던 나는 그의 그런 모습을 눈치챘지만 별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저...사장님.”

책정된 아이템들의 기본 단가를 재차 확인하는 작업중에 녀석은 마침내 슬그머니 내 책상 근처로 다가와서 나를 불렀다.

“왜? 퇴근 안하고....”

“...........”

대답 없이 지환은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쭈뼛거리며 나의 눈치를 살폈다.

“뭔데? 말해 봐.”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던 나의 시선을 돌려 그런 녀석을 올려다 보았다.

“저....그게...”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녀석이 입을 열었다.

“며칠전에 신입사원 한 명 뽑을 계획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랬지. 일이 많아서 매일 야근하고 힘이 드는데, 한 사람 정도는 충원은 해야지. 그런데, 그게 왜?”

나의 말에 녀석은 대답 없이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왜? 설마 윤주가 그 좋은 회사를 때려쳤을리는 없고.... 누구 일 잘하는 친구라도 있어?”

“........”

대답없는 지환을 보면서 나는 한손으로 뻑뻑해진 뒷목 언저리를 무심코 주물렀다.

“실은....”

녀석이 다시 겸연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달 전 즈음에 사장님도 잠깐 보신 적도 있었어요. 장 우안이라고....”

“.........”

“퇴근 시간에 잠깐 우리 사무실 들러서 자기 짐 가지고 갔었거든요. 얼굴에 화상 상처 좀 있고요.”

 

녀석의 말에 그 우안이라는 사람의 모습과 함께 장현이 한 말이 같이 떠올랐다.

“생활이 어려운 형편이라서 안정적인 직업이 좀 절실한 사람이라서요. 무슨 일이든 불평없이 열심히 할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장님께서 한번 생각을.....”

“지환아.”

“네?” 자신의 말을 모두 들어 보지도 않고 자신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는 나의 목소리에 녀석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사실....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려고 하던 것이 한가지 있었는데...”

“..........”

“나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런 타인의 소문을 사실 확인도 해보지 않고.....” 말을 멈추고 나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좋지도 않은 소문이던데, 그런 내용을, 그냥 또 너에게 옮긴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몰라 잔뜩 긴장이 된 표정으로 지환은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누가 말야. 지나가는 말이긴 했지만......”

그런 말을 꺼내는 것은 항상 불편하다.  아마 누구든지 그럴 것이다.  그래서 녀석에게 말을 본격적으로 꺼내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쩝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 친구랑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가까이 해서 그다지 좋을 것 없는 사람이라고.....” 나의 그런 갑작스러운 말에 놀란 듯, 녀석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을 살피다가 나는 슬며시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에 몇 번 만나던 사람을 스토킹을 했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지환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은 멍하니 벌어져 있었다.

“상대방 집에 방화도 했다는 구나.”

“......”

“뭐, 내가 직접 보거나 겪은 것도 아니니 백프로 그 말이 다 사실이라고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녀석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다.

“성냥도 안 그었는데 연기만 날리는 없지 않겠니?”

“..........”

“다른 것보다 나는 어쨌든 그런 소문에 얽혀있는 사람하고 네가 어떤식이라도 엮이는 것이 현명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녀석은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뭐, 네 사생활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그 친구하고 벌써 깊어진 사이가 된 것은 아니길 바란다.”

가능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런 말을 해 버리고 나도 모르게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형이나, 아버지가 아니다. 그저 사장과 직원의 관계일 뿐이었다. 남의 사생활까지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은 남들이 소위 말하는 ‘오바’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결례이고 무례이다.

“알겠습니다.”

조금 침착해진 표정으로 조용하게 대답을 하고는 지환은 나에게 등을 돌리고 슬며시 돌아섰다.

나의 마지막 말에 그가 혹여 기분이 상했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와 버린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저 조용히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혹시....”

자신의 자리에서 가방을 집어들고 지환이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얘기를 누구에게 들으신건지.....”

대답없이 빤히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느끼고는 목덜미까지 빨개진 얼굴로 지환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퇴근을...”

어색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고는 녀석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나에게 등을 돌리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녀석이 나가면서 닫는 문 소리가 들린 후에, 그제서야 나는 윗몸을 뒤로 젖히고 등을 의자의 등받이에 기댔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녀석에게 뱉어버린 마지막 말과 상관없이, 내 마음 한구석을 스멀거리면서 남아 있던 개운치 않고 답답했던 기운이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다시 상쾌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의 마음에 불편함을 밀어 넣은 바로 그 만큼 나의 마음속은 개운해졌다.



어짜피 결국에는 그도 알아야 할 이야기였다. 타이밍을 찾지 못해 망설이던 와중에 그래도 녀석이 내가 말해버릴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이제 나머지는 지환의 판단에 달려있었다.

분별 있는 녀석이니 자신의 삶에 문제가 될 관계는 알아서 잘 정리를 할 듯 싶었다.

장현이가 말한 소문을 내가 백프로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우안이라는 녀석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인물임은 확실해 보였다.

 

공포영화의 공통적인 도입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분명히 충고와 경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꼭 그런 것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몸값이 얼마 나가지 않는 엑스트라 녀석들이 놈의 첫 번째 먹잇감이 되는 것을.......

 

그러나 지환은 그런 분별없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창문 안으로 봄볕이 스며들어와 사무실의 공기를 아른거리게 하는 오후였다.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 돌아와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느긋하게 기대고 식곤증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있을 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슬며시 뜬 눈에 나의 책상위에 믹스커피가 들어 있는 잔을 내려놓고 있는 지환의 얼굴이 들어왔다.

 

뒤로 돌아서려던 녀석이 내가 눈을 뜬 것을 눈치채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사장님.”

대답없이 손을 뻗어 커피잔을 손에 쥐고는 지환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전에........ 말씀 하신거요.”

“.........”

“혹시 누구에게서 들으신건지.......”

한순간 녀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 녀석이 여전히 그 쓸데없는 일에서 마음을 접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뭐하게?” 퉁명스런 말투로 묻고는 나는 지환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나의 그런 반응에 더 이상 묻기를 단념할 줄 알았던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장현이 형인가 해서요.”

“왜. 그 녀석이면 어쩌려고.” 여전히 일부러 싸늘한 말투로 녀석에게 툭 내뱉었다.

“누구에게 들은 게 그게 중요해?”

 

그냥 녀석이 고분고분 ‘알았습니다.’ 로 끝내고 그 우안이라는 친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길 바랬다.

‘스토커’, ‘방화’ 라는 말을 장현이에게 들은 후부터 내 머리 한쪽에 먹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항상 꺼림직한 느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간신히 그것을 걷어 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녀석이 다시 그 일에 대해 말을 꺼낸 것이다.

 

힘든 과거를 딛고 이제 나도 ‘인생이라는 것도 살아볼 만 하다’는 삶에 대한 끈적거리는 애착심과 미련이 달라붙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나의 삶의 전부인 사무실에 나와서 일에 몰두하는 것도 좋았고, 내 앞에서 항상 같은 모습과 표정으로 반듯하고 꾸준하게 일을 해 주는 지환이 녀석이 고마웠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와서 재잘거리면서 웃고 떠들어대는 윤주마저도 마치 나의 또 다른 가족 같았다.


그런 녀석이 타인에 의해서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면 나에게도 그런 일에 관여할 권리와 책임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녀석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한두가지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화난 주인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강아지의 얼굴 같은 표정으로 녀석은 내 안색을 살폈다.

목덜미까지 빨개진 녀석을 바라보면서, 내가 터무니 없는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인간관계에 분명히 처신하라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정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지환의 얼굴을 보기가 조금 민망해졌다.

“그래.”

녀석에게서 무의식적으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면서 혼자서 중얼거리듯 녀석에게 대답을 했다.

“ 그 녀석이다.”


 

 

 

 



“도대체 왜 궁금한 건데?”

지환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며 장현이 입을 열었다.

“혹시, 너 벌써 그 녀석하고....”

“전혀. 그런 것 아니예요. 형.” 마치 장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는 듯,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지환이 그에게 손사래를 쳤다.

그 사람이 전혀 제 이상형도 아니고, 그런 쪽으로는 진짜 전혀 관심 없어요.”

“그럼 도대체 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장현이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라면, 그 자식이 위험할 수 있으니 거리를 두라는 말을 들었으면 그러려니 하면 되지, 나한테 까지 찾아와서 그 소문을 꼬치꼬치 캐묻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



녀석은 그 우안이라는 녀석에 관한 소문을 마음속에서 그냥 털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기어코 외근 후에 장현의 사무실에 들렀다.
그런 지환의 모습을 보고 장현은 실망감과 함께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음속에 두고 있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제 딴에는 말도 안되는 녀석과 그 녀석에 관련된 소문을 확인 하겠다고 자신을 찾아온 것이 한편으로는 믿어지지 않았고 자존심도 상했을 듯도 했다.



“그건, 그냥...”

지환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장훈의 시선을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냥. 지나쳐 버릴수 없는 연민 같은 거예요. 그 사람이 안돼 보였거든요. 제 자신 같아서.....”

“뭐?”  그런 지환의 말에 장훈이 얼굴을 찌푸리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어렸을 때.....”

말을 멈추고 지환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안에 간 적이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제가 게이인 것을 알게 된 후에...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고, 아무리 둘러봐도 아군은 보이지 않고......” 

“......”

“그래서 마치 등 떠밀리는 심정으로 수면제를 사가지고 천안에.....”

“너, 아주 생긴대로 놀았구나?” 어이없다는 듯 장현이 그를 보고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왜 하필 천안이었냐?” 여전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장현이 물었다.

“그냥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마지막으로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생각 하다가 천안으로......'하늘나라까지 안락하게 가라' 라는 의미라고 혼자 해석해 버리고.... ‘이름 좋은 도시네’ 라고 생각해서....”

“야. 니두 진짜 골 때리는 놈이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는 지환을 보면서 장현이 피식 하고 웃었다.

“그땐, 그냥..... 그랬어요.” 낮은 목소리로 지환이 우물거렸다.

 

“그리고, 전에 그 사람 과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나처럼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공감도 되고 내 딴에는 힘도 되어주고 싶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장현은 그런 지환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랬는데, 어느 날 사장님에게 전혀 다른 얘기를 듣게 되어서....”

다시 씁쓸해진 표정으로 지환이 고개를 들고 장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지환은 이제 30대가 된 청년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십대 소년의 모습 같이 얼굴은 여리고 맺힌 곳 없이 우울해 보였다.

 

 

 

“나도 그냥 여기저기 건네 들은 거긴 해.” 한참의 침묵후에 마침내 조용한 말투로 장현이 입을 열었다.

“십년도 더 넘게 예전에 준하라는 녀석이 있었어. 나이는 내 또래였고...”

“.......”

“원래 집은 대전이었나? 그랬을거야. 똑똑하고 공부도 잘해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취직도 하고.... 집안도 꽤 잘살고 생긴것도 꽤 생겼고 말발이 또 장난이 아니었지. 몸에 걸치는 것에 돈*랄도 좀 하고 사교성 좋으니 주변에 비슷한 것들 끼리 꼬이기 시작했지 뭐. 똥냄새 풍기면 똥파리 꼬이고 향수 뿌리면 꽃으로 알고 꿀벌 꼬이고... 다 그런거 아니냐?” 말을 멈추고 장현이 피식하고 웃어보였다.

“처음 종로바닥에 나왔을 때는 이런 저런 곳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어. 그래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꼭 끼리끼리 또 따로 뭉치게 되잖냐. 무슨 패밀리라고...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결속이 더 다져지고 더 친해지고 하는 거고, 그러면 외부인들은 그 안에 끼어들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거고...”

“............”

“그래서 사실 그 다음에는 완전히 지들 맘 맞는 녀석들끼리 돌아다니니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이야 뭐 그 안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하지. 그렇게 폐쇄적이 되어버리니까...”

“...........”

“뭐, 그 패밀리에 잘사는 강남출신 놈들 많았는데 그래도 거기서 준하가 리더격이었고 그렇게 지들끼리 커뮤니티 만들어가지고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종로 어떤 술집 앞에서 우연히 그 두 놈이 눈이 맞았대. 준하하고 우안이하고... 그리고 사귀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또 그 패밀리 안에서 그 전부터 준하앓이를 하던 녀석들이 있었다는거 아니냐.... 근데 하루 아침에 지들 패밀리에 들어 있지도 않던 어디서 듣보잡이 나타나서 지들 리더 가로챘다고 암투에 질투에 시기에 험담에....아주 우습지도 않았나 보더라. 뭐 스물 몇살짜리 애기들이 뭘 알겠어. 그냥 인생 장밋빛에다가 술에, 섹스에...한참 좋을때긴 한거지... 그러다가 그 내분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니까, 꼴에 지가 리더라고 그 패밀리는 유지하고 싶어서... 왕 노릇하고 싶었던거지..... 그래서 준하가 그 우안이라는 놈한테 헤어지자고 했대.”

말을 멈추고 장현이 한번 피식 하고 웃었다.


“그런데 뭐, 한참 준하한테 미쳐있던 그 자식이 준하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졌다고 그러더라. 변변한 직업도 없고 돈도 없으니, 당장 갈 곳도 없는거고, 인생에서 유일하게 믿고 있었는데 배신감도 들었을테고.... 그러다가 술에 만취해서 준하네 집에다가 방화까지 했다고 그러더라고.....”

“........”

“근데, 그게 단순히 순간 ‘욱’해서 저지른 것도 아니고 계획적으로 다 준비해서 한 짓이라는 소문이 돌았대. 그 패밀리 안에서....”

 

“혹시 그 화재로 준하라는 사람이 죽은 것은.....” 조심스럽게 지환이 물었다.

“걔가 왜 죽어?” 지환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장현이 실소를 했다.

“........”

“야. 걔가 그때 죽었으면 난리가 났겠지. 그 패밀리 와해되고 여기저기 별별 소문 다 나고 그랬을 것 아니냐. 뭐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거라고 본다.” 말을 멈추고 장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사람은 말야. 원래 사실을 믿는 게 아니라,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거야. 그리고 자꾸 그런 바램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자기 최면에 걸리면서 진짜로 그렇다고 진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거고.... 그게 지금 그 우안이라는 자식의 정신상태다. 그 새끼는 지금 너처럼 멍청한 녀석이 옆에 있어주면서 힘이 되니 어쩌니 하면서 한심한 짓거리 하는 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정신병을 고쳐주는 의사가 필요한거야 임마.”

“...........”

“더 이상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내가 너 생각해서 진심으로 충고하는 거다. 알았냐?”

“........”

“내가 다시 말하는데, 그 녀석 절대 가까이 하지 마라. 그 자식 앞으로도 어떤 일 저지를지도 모르는 새끼야.  싸이코라고. 너 니 그 몸사리고 죽은 듯이 있어야 해 이 녀석아. 그 자식한테 연락 오더라도 무슨 도발할 만한 말이나 행동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연락 끊어. 알았냐?”

“.........”

“아까, 니 말대로 그 자식 방화 때문에 어느 한 놈 죽을 수도 있었어. 내 말 명심해라.”

 

말을 마치고 장현이 손을 뻗어 물잔을 집어들고는 벌컥거리면서 들이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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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teampl" data-toggle="dropdown" title="ksendora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ksendora</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근데 장현씨. 굳이 그렇게 야멸차고 조롱하듯 나무랄 것까지 있나요?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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