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그 날, 그 부대에서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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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눈을 떴다.
나는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었는데, 항상 기상나팔이 울리기 한 5분전에 깨버리는 것이다.

슬그머니 머리맡에 시계를 집어올려서 시각을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5분 전이었다.
바깥은 슬그머니 해가 고개를 들어 커튼 틈으로 햇살을 들이밀고 있었다.

"......"

뭔가 엄청나게 말도 안되는 꿈을 꾼 것 같았다.
그리고……

".......?"

순간 꿈의 내용이 기억나서 나는 화들짝 놀라서 모포를 들어올렸다.
아……. 꿈이구나. 모포는 그대로 덮혀 있었고 내가 딱히 옷을 벗고있거나 그러진 않았다.
다만…….

"......."

어둠에 적응된 동공이 내 발치에 떨어진 구겨진 휴지에 닿았다.
저건 대체 뭐지……?
그냥 쓰레긴가……?

너무 기분이 이상해서 나는 내 속옷을 확인했다.
뭔가 살짝 축축한 느낌이 있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든다.
알고있다. 이 느낌…… 정액이 말라붙어서 나는 느낌이다.

몽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량이고……
슬금슬금 확인해 보니 이상하게도 활동복 상의에도 살짝 묻어있었다.

나는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왼쪽을 쳐다보았다.
박상욱 병장님은 나를 등지고 창쪽을 향해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오른쪽은 공석.
그리고 내 눈은 다시 발치의 구겨진 휴지로 가서 불길한 예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자는 사이에…… 난 뭘 당한거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만약에 내가 자는데 날 건드렸다면 제일 유력한 사람은 박상욱 병장님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렇게 사과까지 한 박상욱 병장님이 나를…….?
믿을 수도 없었고,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믿기 힘든 일이였다.

그럼 대체 이게…….

한참을 멍하니 생각하다가, 결국 나는 울려퍼지는 기상나팔 소리에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너무 찜찜한 기분이었지만,

"박상욱 병장님 기상시간입니다."
"ㅇ…...알았어…… 일어날게……."

정말 평상시 그대로인 박상욱 병장님을 비롯해서,
그 누구도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도……

"......"

이내 이 찜찜한 기분은 결국 바쁜 일상에 치여서
뒷전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사수인 김민현 병장님은 내가 출근하니 이미 휴가를 출발한 상태였다.
나는 어제 인수인계 받았던 것 중에 작전과장님의 업무용 인트라넷 메일을 확인하라는 말을 들어서, 그걸 확인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본 들 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작계 훈련?"

메일을 누르다가 작계훈련이라는 말이 궁금해서 옆에 원준이에게 물어봤지만
똑같이 물음표를 띄울 뿐이었다.

"과장님…… 혹시 뭐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 뭔데?"
"작계 훈련이 뭡니까?"

출근 하시자마자 줄담배를 피던 과장님은 조금 놀라는 표정이더니,

"아 맞다 너 어제왔지……"

그러면서 한숨을 쉬면서 설명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내가 근무하는 우리 대대는 주로 예비군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데,
상근예비역이 같이 근무하는 예비군 중대에서 처리하는 훈련이 작계훈련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향방 기본훈련은 대대에서 관리하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처리하는 본격적 훈련이면, 
향방 작계훈련은 예비군 중대 자체에서 실시하는 5~6년차 예비군을 대상으로 하는 간단한 훈련이라고.

"그래도 사수 없는데 열심히 하네."
"......."

칭찬인지 비꼼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 과장님의 말에 나는 그냥 침묵했다.
곧 다른 부대로 가실 과장님은…… 사실 뭐가 어찌돼도 상관없다는 느낌이었다.
애 하나는 잘 뽑았다고 사방에 얘기를 하시는 바람에 나는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만 잔뜩 받게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도 다 본인이 잘 뽑았다고 포장하신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년 병장 하나와 처부 책임 간부님이 사라져버린 사무실은 이등병 둘이서 억지로 굴리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사무실은 거의 마비상태였다.

뭔가 해야될 것 같아서 과장님께 물어보면 다 이런 대답 뿐이었다.

"아 그거? 안해도 돼."
"그거? 급할 거 없어 천천히 해."
"아 또 그 자식들 그러네. 내가 전화 할테니까, 걸어서 돌려."

그냥…… 전부 올 스톱인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과장님은 그냥 담배를 하나 물고는 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원준아……"
"왜?"
"우리 어떡하냐."
"나도 몰라……."

내 한탄에 아무런 해결책도 내지 못하고 같이 손을 놔버리는 원준이.
오후 쯤 되니까 갑자기 막 전화가 불이나기 시작했다.

"통신보안 X대대 상황실 이병……"
"야 너네 업무일지 종합 안하냐?"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대뜸 말을 잘라먹고 들어오는 멘트.

"ㅈ…...잘 못들었습니다?"
"너 걔냐? 김민현 병장 부사수? 신병?"
"아 예 맞습니다."
"어휴……."

통화 상대는 결국 한숨을 쉬더니, 동원과로 와서 업무일지 가져가라고는 틱 말하고 끊어버렸다.
나는 업무일지가 뭔지 원준이한테 또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거 김민현 병장님이 매일 하는 거 같던데. 해야되는 거래."
"업무일지 매일 해야되는 거라고?"
"어 그거 대대장님한테도 들어간다고…… 뭐 나도 해야될거 써서 내라던데?"

나는 시계를 봤다. 오후 네 시.
일과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피말리는 느낌을 받으며 온 처부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결국 업무일지를 한 시간만에 만들어냈다.
김민현 병장님…… 죽이고싶다…….


간부님들 회의까지 다 마치고 일과가 끝나고 나니,
내 멘탈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다행히도 일을 시키는 커맨드센터…… 과장님도 칼퇴근을 해버려서 야근 할 거리도 없어서,
나는 제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었다.

3중대원들은 오늘 예비군 훈련이 있다면서 아침부터 전부 조교모를 쓰고 나가버렸다.
아마 예비군 훈련장에서 복귀가 좀 늦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생활관에 들어가서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좀 늦어지면 나 혼자서 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어?"

그렇게 생활관 문을 달칵 하고 열어보니,
방금 경계근무를 하고 오신건지 생활관 총기거치대에 총기를 거치하는 정해성 일병님이 계셨다.

"뭐냐…… 너였냐."
"이병 김보현!"

철컥철컥. 총기가 제대로 거치됐나 확인을 하고 나서는,
정해성 일병님은 나한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뭔가 싶었는데, 그냥 밥을 먹으러 가자는 뜻인 듯 했다.

"다른 애들은?"
"복귀가 늦는 것 같습니다. 먼저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가자."

정해성 일병님은 그렇게 나랑 단 둘이서 발을 맞춰서 식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록 일병이었지만 소대 내에서는 2번째 고참이어서, 
정해성 일병님은 부분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성 일병님은 구령을 넣는 것에 대해서 딱히 위화감이 없었다.

"앞으로- 갓!"

짧고 굵은 목소리에 맞춰 나는 걷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지나치는 간부님들한테 경례를 하는 것 조차도 박상욱 병장님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단 둘이 밥을 먹는 것도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다.
해가 조금씩 지고있는 석양이 지는 하늘 아래로, 막사 앞을 걷는건 조금 나쁘지 않았다.
멘탈이 다 갈려버린 나한테 그나마 좀 쉴 수 있는 시간.

정해성 일병님의 머리는 살짝 갈색빛이 도는 머리였다.
쌍꺼풀 없는 눈 안에는 갈색 동공이 어슴푸레하게 석양을 받아서 빛나고 있었다.

속으로 와……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순간 정해성 일병님이 고개를 돌려서 나랑 눈이 마주쳤다.

'힉……'

깜짝 놀라면서 시선을 피했지만, 훔쳐보고 있던 걸 안 들킬 수는 없었다.

"뭘 그렇게 힐끔힐끔 쳐다봐. 기분나쁘게."

묘하게 툴툴대는 것 처럼 느껴지는 낮은 목소리.
핀잔이었지만, 썩 그렇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닙니다…… 그냥……."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아님 말고.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안 들킬 눈치정도는 있던가."

무슨 소린가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아…… 이 사람. 내가 아까 그냥 그렇게 보던 걸 눈치 채고 있었구나.

"할 말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싱겁기는…… 식판 가져와. 밥먹게."

정해성 일병님은 그렇게 식당에 들어서면서 툭 던졌다.
그래도 조금은 정해성 일병님과 가까워 진 것 같아서, 내심 기분은 좋았다.

그렇게 나는 정해성 일병님과 마주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3중대원들이 전부 없어진 가운데 단 둘이서 밥을 먹자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저……."
"뭐?"
"다른 중대원들은 밥 언제 먹습니까?"
"몰라 알아서 하겠지. 늦게 와서 먹던지, 교장에서 먹던지."

관심도 없어. 하고 정해성 일병님은 마저 밥을 입에 넣었다.
교장이라고 하는 건 아마도 예비군 교장을 말하는 거겠지. 관리하는 예비군을 교육시키는 곳.
오늘 훈련이 있었으니 아마 좀 늦으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뿐이었다.
내가 작전병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과 똑같이 조교 모자를 쓰고 예비군 훈련을 뛰고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갑자기 정해성 일병님이 말을 걸어왔다.

"작전 업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약간 뜸을 들이면서 정해성 일병님은 말을 이어갔다.

"다른 중대원들한테 너가 막 힘들다는 얘기는 안 하는게 좋을거다. 애초에 중대 사람들은 본부 애들은 앉아서 놀고 먹는 줄 알거든.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거야."

조금 벙찌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정해성 일병님이 나름대로 날 걱정해줘서 하는 말이었다.
늘 조심하는 부분이긴 했지만,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얘기해 줄은 몰랐다.

앞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조금씩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박상욱 병장님이랑 너무 심하게 장난치지도 말고."

낮은 목소리로, 정해성 일병님은 무척 신경쓰인다는 말투로 얘기했다.

"말년인 사람이 정도를 모르고…… 생활관 애들한테 보기 안좋으니까. 그냥 너가 좀 거리를 둬."
"알겠습니다."

순간적으로 질투같이 들렸지만, 착각이겠지.
하지만 나름대로 정해성 일병님의 말씀은 일리가 있었다.
만약에 이대로 또 후임이 들어온다면 그런 상황은 썩 보기 좋지 않을 것이고,
상병장들 한테도 딱히 좋은 소리는 못 들을것이고.
게다가…… 나도 내키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오늘 아침에 무슨 일이 있긴 했지.
조금 고민하다가, 나는 확실치 않아서 일단 이 얘기는 묻어두기로 했다.

밥을 다 먹고 터벅터벅 앞장서서 막사로 돌아가는 정해성 일병님의 걸음걸이가
오늘따라 유독 친근하게 들렸다.
조금은 옆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 정해성 일병님이 고마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냥 내가 가깝다고 착각을 해서 그런 것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 당장은 기분이 좀 편해졌다.


- 08.


그렇게 몇 주가 흘렀고,
김민현 병장님이 전역하고 난 뒤 나는 야근을 더 자주 밥먹듯이 하게 되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가르쳐 줄 과장님은 사무실에 잘 계시지도 않았고,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수인계서 파일에서 할 일을 찾아보는 것 뿐이었다.

선임이 다 사라져버린 작전과에서 정말 이례적으로 내가 이등병을 달고 최선임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나는 경계근무 몇 번 못 서보고 상황실에서 근무를 서는 상황병 근무를 시작했다.
감편된 인원으로 근무하는 향토 사단 대대급에서는 대부분 야간 상황실을 당직사령, 당직부관, 그리고 상황병 3인으로 조를 편성해서 돌리는데,
간부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대부분의 간부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당직사령 근무를 서고, 당직 부관은 전투중대 분대장들이, 상황병은 본부 행정반 처부계원 최선임 한 명씩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섰다.

특이하게도 당직을 서는 모든 사람들 전부 밤을 새워서 하루 근무를 서면, 그 다음날에 오침을 하고 일과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근무가 편성되어 있었다.
효율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과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이등병으로서는 좋은 점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처음 상황근무를 혼자서 서는 날이었다.
어제 인사계원인 박상인 상병님한테 대략적으로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아직도 좀 아리까리한 것들이 남아있긴 하다.

"오늘 상황근무 선대매."

원준이가 퇴근할 무렵에 그렇게 넌지시 물어왔다.

"할 것도 많은데 야근느낌으로 하면 되지 뭐."
"고생한다……. 파이팅…….."

짠한 표정으로 화이팅을 해주고 자리를 정리하고 재빨리 뜨는 원준이.
왜 쟤는 저렇게 항상 얄미울까……

생활관에서 짤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단독군장을 차고 있자니,
소대 사람들이 생활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잔뜩 정비작업을 하고 들어온 사람들의 표정에는 피로가 잔뜩 서려있었다.

"뭐야 너 왜 군장차."

경계근무도 열외되어 있는 내가 불침번 설 시간도 아닌데 군장을 차는게 이상했던지, 
일병으로 막 진급한 한인혁 일병님이 나한테 물어왔다.

"아 오늘 상황근무 섭니다."
"캬 너 본부사람 다됐네. 이제 상황실 전화하면 너가 받는거야?"
"아마 그렇게 되지 싶습니다 ㅋㅋㅋ"
"고생 많네 ㅋㅋㅋ 근무하다 졸지말고."

그렇게 말하고는 한인혁 일병님은 어깨를 토닥이고 나가셨다.
그 뒤로 정해성 일병님이랑 박상욱 병장님이 잇달아 들어오셨다.
정해성 일병님은 한번 쓱 쳐다보고는,

"상황서냐?"

조금 피곤이 묻은 목소리로 물어오셨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해성 일병님이 박상욱 병장님쪽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게……. 박상욱 병장님도 단독군장을 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보현이 너가 오늘 상황병이야?"
"예 맞습니다."
"뭐야 근무 바꿨더니 ㅋㅋㅋ 첫 근무지? 잘 해보자 ㅋㅋ"

박상욱 병장님은 당직부관 완장을 차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상하다…….? 오늘 듣기로는 부관 근무가 박상욱 병장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해성 일병님은 정말 노골적으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무가 갑자기 바뀐건 좀 놀랄 일이긴 한데, 그래도 조금…… 많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원래 오늘 당직이십니까?"
"일 있어서 좀 바꿨어. 오늘은 너가 대신 회의 들어가야겠다."

회의라고 하면 분대장 회의? 같은 걸 말하는 거겠지.
중대장님 주관하에 하는 일일 결산시간이 늘 일과끝에 있었다.

"......."
".......왜 뭐 할 말 있냐?"
"아닙니다."

묘한 기류가 흐르고, 정해성 일병님은 찬바람이 일만큼 쌩하고 생활관에서 나가버렸다.
두 사람 사이는 이상할 정도로 파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첫 상황근무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짬이 찰 대로 찬 박상욱 병장님이 대부분 일을 다 처리해버렸고,
당직사령도 오늘은 대부분 상황병 근무자들 사이에서 편하다고 소문난 본부중대장님이셨으니까.

새벽 두 시 쯤부터 이미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그냥 대놓고 자기 시작했고……
나만 조용한 상황실을 뜬 눈으로 지켰다.
정말 한 숨도 안자려고 커피를 잔뜩 들이킨 탓에 아침 상황보고시간이 될 쯤에는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고생했다. 나 먼저 퇴근한다?"

아침에 대대장님이 참석하는 상황보고 시간이 되면 부관과 상황병은 퇴근해도 됐지만
일단 상황보고 자료를 작성한 것이 상황병이라 자료에 무슨 일을 생길때를 대비해서 상황병은 남아있어야 했다.
나는 내가 작성한 자료가 틀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박상욱 병장님이 행복하게 퇴근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졸리지? 가봐 내가 상황 볼게."

옆에서 원준이가 넌지시 얘기해줬고, 나는 조용히 상황실 뒤편에서 나왔다.
박상욱 병장님은 이미 오침을 하러 간 것 같고, 
난 혼자서 식당에서 군대리아를 위장에 거의 쑤.셔넣다시피 하고 나왔다.
뭔가 혼자 계속 다니기 시작하니 이상한 적막감이 들었다.

우리 부대에는 밤을 샌 당직 근무자를 위해서 오침을 하는 공간인 근무자 취침실이 따로 있었다.
두꺼운 커튼이 달린 이 방은 거의 암실이라서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보일 지경이었다.

달칵- 하고 문을 열자,
모포가 스슥 하고 스치는것이 저 안쪽에 이미 박상욱 병장님이 주무시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일어나야 할 시간인 17시에 손목시계의 알람을 맞춰놓고 박상욱 병장님 옆의 매트리스를 깔고 누웠다. 
최대한 거리를 띄웠지만 그래봤자 한정된 침상 위에서 띄울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었다. 
고작해야 3명이서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침상에서 내가 아무리 멀어져봤자 매트리스 하나 정도의 사이였다. 

"……." 

이거면 됐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엄청나게 피곤한데 잠이 잘 안와서 눈만 깜빡이면서 하염없이 천장을 봤다. 


그리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모포 안 허벅지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이 없었던 건지, 나도 모르게 잠든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잘 모르겠다.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는걸 보면 꿈은 아닌 모양이겠지. 

실눈을 떴다. 

‘……!!’ 

분명 한 칸 띄워서 자리를 잡았을 텐데, 박상욱 병장님의 매트리스는 내 바로 오른쪽에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손은 조용히 모포안에서 내 허벅지를 더듬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지? 이게 지금 무슨상황이지?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잠꼬대인 척 하면서 손을 치웠다. 
기어오는 왼손을 내 오른손으로 걷어냈다. 

나는 그 뒤로 아예 반대쪽으로 돌아누웠지만,
잠버릇도 아닌 것 같은 그 손은 또 다시 내 허벅지를 더듬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돌아누워서 꿈쩍도 하지 않으니 박상욱 병장님은 겨우 손을 거뒀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필사적으로…… 자는 척을 해야한다…...

그때였다. 
방심한 순간 그의 손이 재빠르게 들어와 내 사타구니를 잡았다. 
깜짝 놀란 나머지 방어를 하지 못한 나는 고스란히 그 손길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헉……" 

가파른 숨소리가 돌아누운 내 등 뒤에서 들린다. 
아예 작정을 하고 내가 깨어있든 말든 만지겠다 이건가…… 

박상욱 병장님의 왼손은 내가 깨어있는지 확인하려는 듯이 더 과감하게 바지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너무 이상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몇 달 째 스킨쉽도 못한 내 예민한 몸은 이미 반응해서 잔뜩 발기하고 있었다.

"아……"

솔직히 기분이 안 좋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하는 이성과,
그냥 자는 척 하고 있으면 되잖아. 하는 본능이 자꾸만 충돌하고 있었다.

스멀스멀 기어들어온 손은 감질나게도 계속 군용팬티 앞섶만 만질 뿐이었다.
최대한 움찔움찔 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그냥 쥐죽은듯이 모로 누워있었다.
그거랑은 별개로, 찌릿찌릿한 느낌이 자꾸 자지 끝에서 느껴진다.
분명 프리컴때문에…… 잔뜩 젖었을 것이다.

뿌리치기에는 기분이 너무 좋다.
문질렀다가 가볍게 흔들었다가 하는 느낌이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으…….'

내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자,
박상욱 병장님은 손을 팬티 속으로 집어넣었다.

'.......!!!!'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조금 움찔해버리고 말았다.
피부가 기둥에 스치면서 경악에 가까운 엄청난 쾌감을 전달했다.
이걸……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고민은 진작에 날아가버린지 오래였다.
거대한 쾌감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대한 내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 뿐이었다.

"흐으……."

작게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게 기폭제가 되었는지, 박상욱 병장님은 조금씩 천천히 내 기둥을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그 조그만한 움직임으로 머리가 완전히 ㅈ으로 가득차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 해줬으면 하는데, 그만두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쓰레기같고 변태같다는 건 아는데……
내가 간신히 버티고 있자 이제는 프리컴으로 다 젖어버린 내 귀두를 사정없이 비비기 시작하는 손길.

"ㅇ…...으……"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점점 그냥 내가 프리컴만 내뿜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손에 따라 움찔거리는 몸은 이제 거의 제어가 되지 않았다.
들키면 안된다는 필사적인 생각도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그냥 빨리 편해지고 싶었다.
머리를 열고 누군가가 억지로 계속 끝없는 쾌감을 양동이 째로 들이붓는 느낌.
그냥 빨리…… 싸게 해줬으면 좋겠어……
머릿속으로는 계속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색조차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박상욱 병장님이 하는 대로 손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계다…….'

취침실 한가운데서 사정해서 뒷처리 할 생각이 너무 끔찍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사정감은 점점 치솟고 있었다.
사정감이 바늘같이 확 솟아오를때마다 나는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그것도 이제 곧 한계였다.

"하……"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들어왔다.
눈 앞이 뿌얘졌고,

고무줄이 잡아당겨졌다 풀리는 느낌으로 폭발해버렸다.
몆 주 동안 바빠서 자위도 하지 않았던 탓에, 그 양은 엄청났다…….

순식간에 안면에 찬물이 뿌려진 것 처럼 제정신이 돌아왔다.
ㅇ…...이게…...무슨 일이지…….

쓰윽 하고 눈을 떴다.
이제 와서는……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박상욱 병장님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휴지로 손을 닦고 있었다.

"저……."
"응?"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또 하의를 다 벗고 있었고,
박상욱 병장님은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휴지로 내 그곳을 닦고 있었다.
나는 그 손길이 너무 무서워서 확 뿌리쳤다.

"......."
"......."

어색하고도 무서운 공기가 어두운 암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는 황급하게 뒷수습을 하고,

"ㅈ…...저…... 생활관 가서 자겠습니다."
"그래."

박상욱 병장님은 진짜 천연덕스럽게 그대로 돌아누워서 자버렸다.
결국 나는 그 뒤로 한 숨도 못자고, 저녁이 돼서 박상욱 병장님이 일어나길 기다려야만 했다.
대체 이 사람…… 무슨 생각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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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잼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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