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소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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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 그 사건의 종결을 한 후에도 우안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고, 아무도 그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제작된 도안을 들고 확정을 받느라 지환은 거래처의 몇 군데를 돌면서 외근을 하고 있었다. 열흘 가까이를 외출을 삼가고 내근만 하다보니, 일 때문이긴 하지만 녀석은 오랜만의 외출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듯 했다.
무던해 보이기만 하고, 말투도 느려서 좀 답답할 것 같은 인상의 젊은 녀석을 장현이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대여섯명의 이력서를 보고 난 후에도 여전히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나를 보고는 그 녀석이 그 중에서 제일 나은 놈이라고 장현은 내게 조언을 했었다.
외모와 다르게 그래도 친해지면 사교적이고 활발하다고, 우리 같이 작은 회사에서의 맞춤형 인재라고 녀석은 나를 설득했다.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녀석을 만나보고 난 후, 그 젊은 녀석을 보내고 여전히 탐탁치 않아 보이는 나를 보면서 장현이 씨익 웃었다.
의자를 끌어다가 나의 책상 앞에 앉아서 녀석은 입을 열었다.
“형님, 솔직히 취업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요새 젊은 애들이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겠어요?”
녀석의 말에 책상위에 올려져 있던 방금 전 돌아간 녀석의 이력서에 시선을 두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형님이 지환이나 윤주 정도 되는 애들만 보다가 내가 소개해주는 애들 보려니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이해하는데, 마찬가지로 형님도 눈높이를 좀 낮춰야지 어쩌겠어요.”
녀석의 말에 당황스러워져서 벌개진 얼굴로 나는 겸연쩍게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런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보고 내가 슬며시 마음속에 남아있던 말을 꺼냈다.
“저기, 이제 다 끝난 얘기라서 물어보는 건데....”
“뭔데요?”
“그 일이 어떻게 된 거였어? 파프리카도 탈퇴하고 행방을 감추어서 그 준하라는 애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아. 그거요?” 장현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녀석이 대신 유튜브로 옮기면서 또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하다가 걸렸던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인혁이처럼 그렇게 착하고 쉬운 상대는 아니니까요.”
유튜브가 모든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매체가 되면서 그 녀석은 다시한번 유튜버로서 떠 보겠다는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남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만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그 녀석의 머리에 다시 떠오른 것이 있었다.
하지만 전처럼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까발린 상대가 사고로 죽었다는 얘기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녀석의 잘못이 아니었다.
설명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사고는 사고일 뿐이었다. 만의 하나, 자신의 행동이 그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사람을 쉽게 믿었던 상대의 잘못이었다.
어차피 경쟁사회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었던가.
그런 전쟁터에서 그 상대는 패배자였고 그 결과로 이 세상에서 어떤식으로든 버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 그 상대는 자신의 성공을 위한 소모품일 뿐이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런 쓸모없는 부류들은 자신의 삶의 풍요를 위한 에너지로 사용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 뿐이었다. 그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예전의 그 패배자였던 상대와는 달리 자신은 사람을 이용할 줄 알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여우만큼 간교하고 날렵하고 또한 영특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의 앞뒤를 재면서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똑같은 방식으로 종로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예전처럼 한 번에 먹잇감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게다가 그 사람들 중에서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가재는 게편이라고 그 추잡하고 혐오스러운 호모들에게 집단 린치라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인생에서 굴욕적인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 그는 우연히 안면이 있던 한 녀석에게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 녀석으로 부터 상류층 게이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찾는다는 비밀 사이트의 정보를 건네받게 된 것이었다.
보수적인 상류사회에서 자신의 비밀을 유지하며 적당히 즐길 상대를 구하기 위해 신원이 확실한 지원자만이 가입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상당한 조건을 그 대가로 내 걸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 그는 그것이 자신의 빚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상당한 보수를 조건으로 올려놓고, 선택받게 되면 상대를 파악해 보고, 상대방이 만만하다 싶으면 그의 약점으로 발목을 잡고 적당한 만큼 자신의 호구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로 방송을 해 버리고 한번에 그 대가를 손에 쥐고 상대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인지, 아니면 그 상대의 목을 슬며시 조르면서 야금거리면서 단물을 빨아 먹을 것인지 고를 수 있는 선택권까지 부여받은 듯 했다.
어차피 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폭로되는 것이었으니 머리만 잘 굴리면 칼자루는 자신이 쥘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여러 사람들이 들어와 확인하는 사이트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생전 쓴 적도 없는 그럴듯해 보이는 안경을 사서 착용을 하고는, 그는 전문 사진관을 찾아 가능한 자연스러우며 자신의 매력을 가능한 드러낼 수 있는 포즈를 연출해 냈다.
그 위에 덤으로 필요한 과정인 뽀샵을 통해 그는 알맞게 섹시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자신도 그러한 변모에 감탄을 할 정도였다.
예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학구적이며 지적인 이미지에 순수함까지 보여주는 자신의 사진을 들고 그는 만족감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밝혀야 하는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자신의 조건으로 적당한 가격을 올려놓고는 그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만족스러운 미끼를 끼우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여유로운 낚시꾼으로 생각되었다.
이제 대어가 와서 자신의 미끼를 물어주기만을 그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의 그런 기다림은 곧 결과를 얻게 되었고 예상보다 빠른 입질에 그는 흐뭇한 미소를 띠고는 낚싯대를 당기기 시작했다.
준하와 안면이 있던 강남 재벌가의 한 젊은 남자가 스멀거리는 성적인 욕망을 해소하려는 생각에 그 비밀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등록되어있는 회원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었다.
“이준하?” 녀석은 그 이름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저 이름만 같을 뿐이라는 것이 확실함에도 그는 슬그머니 호기심이 생겨 녀석의 신상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싫지 않은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에 녀석을 선택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주말이라고 때마침 전화가 걸려 온 친구 녀석 둘에게 그는 괜찮은 녀석을 하나를 건졌다고 음흉한 말투로 넌지시 말을 건넸다.
가만히 보고 있을 친구 녀석들이 아니었다.
곧 그들은 단골 바 한곳에 연락해서 하룻밤을 빌려 놓았다.
혼자만 즐기겠다는 그 녀석에게 친구들은 그저 망을 봐주겠다는 이유로 혹은 그 녀석이 하는 짓이 괜찮아 보이면 다음번에는 자신이 초이스할 목적으로 관람만 하겠다고 우겼다.
그렇게 질펀하게 밤을 새워 놀 목적으로 녀석들은 스물 셋 먹은 어린 준하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부끄럽다고 수줍음을 타는 듯이 몸을 빼던 그 녀석은 술이 한두잔 들어가자 유혹적인 야한 농담을 자기 입으로 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듯 안경을 벗고 실실거리면서 웃는 준하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그 남자들 중 한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초이스를 한 주인공인 남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녀석의 머리를 끌어당겨 키스를 하려고 하자, 그 녀석이 한발 뒤로 뺀 다음, 싱긋 웃고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야. 저 자식.....”
이제야 무엇인가 기억이 난 듯한 표정으로 그 남자가 다른 두 놈을 자신쪽으로 끌어당겨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인가? 준하친구 그게 누구지? 걔를 파프리카에 올렸던 놈이 혹시 저놈 아냐?”
“뭐?”
“몰래 동영상 찍어서 파프리카 방송에 그 친구 얼굴 대문짝 만하게 나오게 하고 대화 내용 짜깁기하고 지 멋대로 자막 꾸며 넣어서 완전 변태로 몰아서 생매장 시켰던 놈 말야. 준하가 그 놈이 자기와 동명이인이라고 사진까지 돌리면서 찾아다녔거든, 보면 죽여버리겠다고.... 그 놈과 아주 비슷한데?”
그 친구의 말에 녀석을 초이스해서 불렀던 남자가 굳은 표정이 되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녀석도 이름이 이준하던데...”
그의 말에 다른 두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확인해 보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긴 하지.”
남자가 몸을 돌려 두세걸음 발을 옮겨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녀석의 가방을 집어 들었다.
“뭐 하는 거예요?”
화장실에서 돌아오던 녀석이 자신의 가방을 뒤지고 있는 남자를 보고는 당황해서 큰소리로 화를 냈다.
“넌 가만 있어.”
다른 남자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 정말!” 반항하면서 몸을 빼려고 하는 녀석의 옆 머리를 그 남자가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 한방에 힘없이 쓰러진 녀석에게 다가온 남자는 그 녀석의 머리채를 휘잡았다.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라.”
험악하게 노려보는 그의 눈은 마치 맹수의 눈과 같이 잔인함만이 가득했다.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그는 그에게서 눈을 돌려 자신의 가방을 뒤지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빙고!”
그가 오른손으로 숨겨져 있던 소형 동영상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의 왼손으로 들고 있던 가방을 내동댕이쳤다.
“야, 이 자식 보통내기 아니야.” 그가 히죽거리면서 녀석을 바라보았다.
“가방 한쪽 구석에 이거 설치해 놓고 빳빳한 천을 대서 막아 놨어. 그냥 의식하지 않고 열어보면 알아보지 못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있던 녀석이 그를 그대로 끌고 와 그들의 앞에 무릎을 꿇렸다.
“한번 보자. 그 안에 뭐가 있나.”
다른 남자의 말에 그가 카메라를 돌려보았다.
“오호, 야! 우리 셋 모두 확실하게 아주 잘 보이는데?” 그가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면서 허리를 굽히고 두려움의 빛이 번지고 있는 녀석의 눈을 드려다 보았다.
“이 자식이 너를 개 호구로 봤나보다.” 남자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녀석을 초이스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야, 이거 이거.....저 자식, 우리도 방송에 내보낼려고 그런거 아냐?”
“야. 혹시 뭐, 너 지금 생방송으로 우리 내보내고 있는거냐?”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진 손을 뒤로 잡아당기며 그 남자가 그 녀석에게 물었다.
“아, 아니예요.” 고통에 눈을 움찔하고는 두려움에 떨면서 녀석이 양손을 흔들어보였다.
남자가 손을 당기는 대로 그의 머리가 반항하지 못하고 힘없이 끌려다녔다.
고통을 간신히 참으며, 두려움이 배어있는 그의 얼굴에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듯 했다.
“저....제가...잘못했어요.” 그가 두 손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마치 빌 듯이 모았다.
그가 손을 들어 무릎을 꿇고 있는 녀석의 볼을 툭툭 쳤다.
“너 아무래도 오늘 살아서 여기 나가기 쉽지 않겠다.”
잔인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며 남자가 실실 웃었다.
“야. 이것 좀 봐라.”
친구의 손에서 카메라를 빼앗아 여기저기 돌려보던 다른 남자가 고개를 들고 히죽거렸다.
“얘가 그 준하 베프라는 애 맞지?”
남자가 카메라를 옆에 있는 친구에게 넘겼다.
“그래 걔 맞는 것 같다.”
확인을 해 본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야. 이 새끼 어쩌지?”
“준하한테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 자식 이 놈 잡겠다고 아직도 벼르고 있는데...” 다른 남자가 물었다.
“걔네 엄마 아프다고 오늘 대전 간다고 한 것 같은데, 아직 가는 중 일테니 전화 한번 해봐.”
녀석의 머리채를 쥐고 있던 남자도 카메라를 건네 받고 그것을 보기위해 그를 잡고 있던 손을 슬며시 놓았을 때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던 녀석은 그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는 순간 벌떡 일어나 문쪽을 향해서 순식간에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 안에는 의자와 탁자가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고 그의 발은 그곳에서 그를 벗어나게 해줄 정도로 충분히 빠르지 못했다.
가까이에 서 있던 남자가 옆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발렌타인 삼십년산 병을 손에 쥐고 있는 힘껏 그의 뒷통수를 향해 던졌다.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그 녀석의 왼쪽 귀 뒷부분을 강타했고 순간 녀석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야. 이 자식. 도망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보네.”
느긋한 말투로 여유로운 걸음으로 남자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
쓰러진 채로 공포의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그를 비웃듯이 웃어보이고는 남자는 발로 그의 머리를 툭툭 찼다.
“야 이 자식아. 너, 들어 올 때는 네 마음이지만, 갈 때는 네 마음대로 못나가. 열쇠도 없으면서..” 히죽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그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그의 눈 앞에 흔들어 보였다.
“준하 다시 올라온다는데?” 뒤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시간 정도면 집에 도착한다고 끌고 오라는데?”
그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히죽거렸다.
“야, 그럼 우린 재미 없어지잖아. 오랜만에 몸도 풀 겸 이 자식 여기서 실컷 가지고 놀다가 새우잡이 배에다가 팔아 버리려고 했는데.”
세 남자가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왔다.
“저. 아니예요.” 그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제가...제가 하려고 한게 아니예요.” 겁에 질린 그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제가 아는 놈이 시킨거예요. 찍어오면 돈...돈 주겠다고 했어요.” 그가 양 손을 모으고 손바닥을 비비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그 자식 잡아가지고 올게요. 아니면 저랑 같이 가요...”
그가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비비면서 쉰 목소리로 애원을 했다.
흐릿한 술집의 불빛에 비춰진 그의 눈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포만이 가득했다. 그가 가까이 와서 선 남자의 발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게요. 살려만 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승용차의 문을 열고 지환이 운전석에 올랐다.
마지막 거래처를 들러 도안과 서류의 내용을 확인을 하고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길이었다.
갑자기 몰려온 상념에 젖어 그가 멍하니 자동차의 계기판을 바라다 보았다.
‘그 자식의 목을 조르려고......’
며칠전에 장현의 집에서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신음을 토해내던 준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에는 은빛이 번쩍이는 테이프가 단단히 붙여진 채, 손과 발이 뒤로 묶인 채로 무방비 상태로 녀석은 준하의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술을 덮고 있는 은빛 테이프 아래로 붉은 핏물이 배어나오고 찢어진 귀에서 아래로 흘러내린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검푸른 색으로 부어오른 그의 눈두덩이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공포로 사로잡혀 있었다.
녀석을 마주하며 다시금 살아서 꿈틀거리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준하는 그 놈의 배 위에 올라타고 두 손을 그의 목 위에 올려놓고는 손가락으로 그의 보잘 것 없는 목을 감았다.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지... 꿈속에서도 그는 녀석을 잡아 자신이 응징하는 꿈을 꾸곤 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절망으로 가득차서 고속도로의 난간을 들이받는 순간의 친구의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아귀 속에서 공포에 질린 남자의 눈빛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대로 손가락에 힘만 주면 모든 일은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놈을 응징하는 순간이었다.
어쩐일인지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놈의 목을 조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에 남아 있던 모든 힘들 쏟아 부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부어오른 놈의 눈꼬리 끝에서 눈물이 맺혀 흘러내렸다.
“아아아!!”
끝을 내지 못하는 자신을 향한 분노를 그렇게 표출한 후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누워있는 녀석을 노려보았다.
“어쨌든, 넌 오늘 내 손에 죽는거야.”
“형...”
술에 만취해서 방안에서 잠들어 있던 우안이 잠결에 그를 불렀다.
거실의 한쪽 구석에 있던 테이블을 끌고 온 후, 준하는 그 놈의 몸을 밀어 가능한 한 테이블의 아래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소파 위에 놓여있던 담요를 가져와 그의 몸을 덮었다.
그리고는 방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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