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너머의 세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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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나와 젖어 있는 머리카락을 타올로 문지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화면에 뜨는 승호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검지 손가락 끝으로 스피커 폰의 이모티 콘을 눌렀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그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휴대폰의 주위에 퍼졌다.

“일어났네? 너 혹시 아직 안 일어났을까봐 모닝콜했지.”

 “지금이 몇신데?” 핀잔을 하듯이 말하고는 테이블의 한쪽 위에 놓여있던 드라이기를 집어들고 다시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부터 내가 매일 아침 모닝콜 해줄게.” 그의 말투에 여전히 겸연쩍은 웃음이 뭍어나왔다.

“그럴 필요없어. 알람도 해놓긴 하지만, 습관이 되어서 항상 울리기도 전에 일어난다.”

 “그래도....”

 “근데 벌써 출근 중인가 보네?” 그의 목소리 뒤로 다음역을 알려주는 짱구엄마 봉미선의 목소리가 언뜻 들려왔다.

“이제 신길역 다왔다.” 그의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잖아.”

 “그래. 너 주변에 굴러다니는 벌레 다 잡아먹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서 키득거렸다.
“환경미화원 분들 좋겠네. 누가 징그러운 벌레들 미리 다 청소해주니.”



지난 밤에 춥게 잔 이유였는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몸이 좀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출근하고 10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손마디부터 시작해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기 시작했다.
오한과 근육통과 함께 간헐적으로 나오는 재채기가 감기 몸살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벗어 놓았던 코트를 도로 입고 뜨거운 차를 담은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는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아무래도 병원에 가 봐야 할 듯해서 부장의 자리로 향했다.

“저... 부장님.”

나의 목소리에 허리를 굽히고 책상 옆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에서 무엇인가를 부시럭거리면서 찾는 듯 했던 부장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한지석씨 얼굴 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뭐라고 말도 꺼내기 전 부장이 놀란 얼굴로 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감기몸살 기운이 좀 있어서요. 병원에 좀 들렀다 올까 하고요.” 그의 표정에 무심코 손을 들어 나의 볼을 슬며시 만져 보았다. 손바닥에 열이 느껴졌다.

“그래. 어서 갔다 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러지 말고....” 막 몸을 돌리려는데 그가 다시 나를 불렀다.

“그냥 병원 갔다가 집에 가서 쉬어. 내일 모레 방문하는 싱가폴 바이어 접대는 한지석씨가 많이 거들어 줘야 하는데 그때 몸이 더 안좋아지면 안되지.”

 “그래도....”

 ‘“그냥, 오늘은 병원 갔다가 집에 가서 푹 쉬어. 그리고 내일 다시 쌩쌩하게 출근해. 그게 회사 위하는 일이지. 안 그래?” 마치 그가 정말 나에게 묻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나를 보고는 빙긋 웃어 보였다.

“내일 출근하면 바이어 오면 할 것들 나랑 같이 미리 점검 좀 하고 준비하도록 하고, 오늘은 그만 들어가 봐. 그렇게 그냥 있어봐야 일에 효율도 안 생기고 타 부서에는 나를 아픈 사람 억지로 일시키는 ‘못돼먹은 부장’ 만드는 거야.”



출퇴근 시간이 아닌 한 낮에도 지하철 3호선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지하철 안의 문 옆 기둥에 기대어 서서 코트의 옷깃을 세우고 역에 정차할때마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고 걸어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옷차림의 발걸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 넣어 놓은 휴대폰이 어느 순간 울렸다.

“여보세요.”

 “바쁜데 내가 눈치 없이 전화한 건 아니지?” 호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여전히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으로 멍하니 문의 아래쪽을 내려다보면서 대답했다.

몸이 안 좋아서 일찍 집에 가는 길이라고 말하면 대화가 길어질 것이 뻔해서 그가 전화한 이유만 듣고 끊고 싶었다. 몸이 불편하니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저기....” 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왜? 무슨 일 있어?” 뜸들이지 말고 얼른 그가 할 말을 하고 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의 말을 재촉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너, 그 썸남하고 완전히 사귀기로 한거야?”

 “아니. 아직 그런 건 아니고....”

 “잘됐네!”

 “.........”

 “그럼, 내가 한 사람 소개시켜 주려고. 진짜 괜찮은 사람이거든.” 그가 흥분한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었다.

“뭐,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아니야!” 그가 사양하는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전에부터 너 마음에 들어 했었다던데. 요전에 카페에서도 너하고 그 썸남이 같이 있는 것보고, 너 애인 생긴 줄 알고 가슴앓이 했다고 그러더라구. 그 형 진짜 괜찮은 사람이야.”

 “.........”

 “한번 정식으로 만나보면 안되겠냐고 나한테 그러더라구. 어때?”

그가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승호가 아직 연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를 두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글쎄. 그다지.....”

 “네 기분이 어떨지 이해 돼. 그래도 그냥 만나 보기만 하는건데 뭐. 그냥 편하게 셋이서 같이 차 한잔 하고 대화하다가 아니면 말고.....” 그가 말 끝을 흐렸다.

“사실, 우리 형하고도 친한데 너하고 그냥 편한 자리 한번 만들어봐줄수 있냐고 묻는데 그냥 거절하기도 그래서...”

 “.......”

 “그리고, 너도, 내 생각에는 상대방을 만나게 되면 너무 단순해져서 상대방을 파악 잘 못하고 네 감정에만 빠져서 상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너 지훈이형도 헤어질 때까지 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잖아.”

그의 말이 슬며시 날카로운 바늘처럼 내 마음 구석의 한켠을 찔러서 상처를 주었다. ‘네가 뭔데.’ 라는 말이 가슴속에서 목구멍을 타고 치고 올라와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그냥 나는 다시 삼켜버렸다. 호진의 말이 옳을 것이다. 아마도...

“그냥 너무 쉽게 정하지 말고 여러 사람 만나보면 사람들 보는 눈도 넓어지고...”

 “그래. 알았어.” 그의 말에 동의한다기 보다는 그와의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그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대답을 했다.

“만나보지 뭐. 그렇게 할게.”

 “그럴래?”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그가 나의 대답에 갑자기 밝고 환해진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럼 내가 그 형하고 통화해보고 약속시간 한번 잡아볼게.”


호진의 목소리가 사라진 휴대폰의 꺼진 화면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며칠전에 걸려온 지훈이형의 전화, 그리고 방금 전 호진과의 통화, 그리고 술집 뒷골목에서 누군가와 다투던 승호의 모습.....
모두 내 주변의 사람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갑자기 그들 모두 나와는 현실감이 떨어질 만큼 거리감이 있는 존재들처럼 느껴졌다.

그저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간헐적으로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재채기와 지끈거리는 두통과 버티기 힘든 몸이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말하신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자리를 차지할 내 차례는 오지 않을 듯 했다.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저 밖의 사람들의 말이 아닌, 내 몸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슬며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약에 취해 한참 깊은 잠속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던 나의 귀에 어딘가 먼 곳에서 아련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한순간 그 소리가 나의 잠을 깨워버렸다. 휴대폰의 전화벨 소리였다.

그냥 내버려 둘까 생각도 했지만 누군가가 끈질기게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전화벨 소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혹시 회사에서 온 것일까 싶어 몸을 일으키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승호였다.

“여보세요.”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나의 졸린 목소리에 그가 좀 놀란 듯 물었다.

“감기몸살로 조퇴했다.” 눈을 감은채로 귀찮은 듯 그에게 말했다.

“많이 아퍼?”

 “조금.”

 “내가 집으로 갈까?” 그의 걱정스러운 말투가 들려왔다.

“안 그래도 돼. 약 먹었으니 오늘 푹 자고 나면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로 내가 대답했다.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되는데. 너 혼자 그러고 있으니 밥도 못챙겨 먹을거잖아.” 그가 핀잔을 하는 듯한 목소리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내가 봐가면서 퇴근하고 갈수 있으면 갈게. 죽이라도 사가지고...”

 “안 그래도 돼. 나 졸립다. 자고 싶어.” 다 귀찮다는 듯 내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래 알았어. 얼른 자.”

휴대폰을 침대 발치로 던져놓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잠이 깨었다.

깜짝 놀라서 방문을 슬며시 열어보니, 승호가 주방의 싱크대 앞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뭐해?”

나의 말에 그가 몸을 돌려 나를 흘끗 보고는 피식 하고 웃었다.

“너 죽이라도 끓여주려고....거의 다 됐다.”

 “근데 어떻게 들어왔어?”

 “아, 너가 전에 현관비밀번호 네 생일하고 같다고 했잖아.” 그가 몸을 돌리지 않고 냄비에 담겨있는 죽을 그릇에 옮겨 담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초인종을 누를까 하다가 너가 자고 있을 것 같아서 그냥 한번 눌러봤더니 열리더라고.” 그가 밥상에 죽 그릇을 올려놓고 나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내 앞에 내려놓았다.

“방에 갖다 줄까?”

 “아냐. 그냥 여기서 먹지 뭐.”

상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완전히 고마운 생각만 드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퇴근을 하고 먼 길을 와서 죽까지 끓여주는 그의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웠지만, 그는 여전히 아직 나의 삶에서 자리를 잡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나에게는 남들이 말하는 ‘썸남’ 이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거리감을 두고 싶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우리는 선을 긋고 살고 있지 않은가?
상대방과의 사이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 보이지 않는 점선을 그리고 살고 있다.

상대방이 그 반경에서 멀어질 때에 우리는 서글퍼하고, 그 상대방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우리가 상대방에게 허용할 수 있는 경계선 안쪽으로 발을 들여놓을 때에는 경계심과 함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게 인간관계에서 또 하나의 힘들고 피곤한 일이며 과정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모두가 그런 인간인 것을....

그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나의 맞은 편에 앉아 나의 수저에 눈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스푼이 죽 그릇으로 들어가면 그것을 보고 있다가 다시 죽이 한 가득 담겨진 스푼이 나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희미한 미소를 띠고 바라다 보고 있었다.

그의 행동은 가까운 연인의 행동이다.
아니면 아픈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던가.
그래도 그에 대한 고마움이 그의 이런 뜻밖의 행동에 대한 나의 불편함을 상쇄하고 남아서 나는 잠자코 죽 그릇을 비웠다.

설거지까지 끝낸 후, 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 이곳저곳, 화장실 안, 그리고 죽을 끓이면서 보았을 것이면서도 다시 한번, 냉장고와 싱크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방겸 거실인 작은 공간을 둘러보다가 창문에 열려 있는 커튼을 두 손으로 잡아서 치고는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너하고 여기서 자야겠다. 괜찮지?” 그가 빙긋 웃으면서 물었다.

“집에 안 들어가도 돼?”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혼자 있고 싶다’ 는 말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나는 그것을 침과 함께 삼켜버렸다.

“괜찮아.” 그가 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나의 팔 위쪽을 툭툭 하고 쳐 보였다.

“너 몸 안 좋은데...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너 아침 해먹이려고.” 그가 다시 빙긋 웃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 몸 안 좋다고 빈속으로 그냥 출근할거 아냐. 내가 너 내일 아침에 해물전복죽 해주려고 미리 냉장고에 넣어놨어.”

 “........”

 “너 불편하게 안할게.” 그가 다시한번 피식 하고 웃었다.

“나 여기서 자면 돼. 넌 방안에서 편하게 자. 보일러 틀어져 있으니 따뜻한데 뭐. 여름 이불이나 하나 주라. 아니면 담요라도...”

갑자기 남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남들도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이렇게 가까워지고 이렇게 서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이렇게 나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을 마음을 열어놓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나의 불편함과 어색함은 그런 관계를 위해서 감수해야하는 것일까?
모두 이렇게 관계를 맺어가는 것일까?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있었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불편함에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승호는 방바닥에 앉아 침대에 등을 대고 티비를 보고 있었다. 볼륨은 낮게 해 놓은 채로 그는 연예인들이 둘러앉아 심심풀이 땅콩을 얘기하면서 시시덕거리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가끔은 나의 눈치를 보면서 ‘큭큭’ 거리고 또 다시 침묵을 지키면서 티비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승호가 티비를 끄고는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벌써 열시 반이 다 됐네. 어서 자라. 나도 그만 자야겠다.” 그가 슬며시 나에게 속삭이고는 몸을 돌렸다.

“쾅! 쾅! 쾅!” 현관문에 누군가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누군가 문에 발길질을 하는 듯 강렬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또 다른 둔탁한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키는 나의 가슴을 승호가 팔로 가로막았다.
“내가 나가볼게.”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이런!”
방문을 열고 현관문쪽을 향하는 나를 현관문 밖에 서있는 승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걸음을 옮겨 현관문 밖을 바라본 나는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음식쓰레기 더미를 현관문 밖에 쏟아놓고 도망을 친 것이었다.

코를 찌르는 구역질 나는 냄새가 열린 문을 통해서 안을 가득 채웠다.
“그냥 있어. 내가 치울게.”
집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는 승호는 주방쪽으로 발을 옮겨, 마트에서 가져온 비닐봉지를 손에 쥐고 다시 신발을 신었다.

“여긴 내가 치울테니까. 그냥 방에 들어가서 있어.” 말을 마치고 그가 현관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나는 놀란 상태로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그렇게 서 있었다.




“아, 어떤 개*식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면서 승호가 중얼거렸다.
“진짜 세상에 별 그지 같은 새끼가 다 있냐.” 어이없고 화난 목소리로 말을 뱉고는 슬며시 그가 나를 보았다.
“혹시 누가 그랬는지, 짚이는 거라도 있냐?”
 “........”
 “별 미친 개*끼가 다 있냐. 그래.” 그가 다시 나의 눈치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굳어 버린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터무니 없는 일에,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로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한 공포가 스멀거리면서 엄습했다.
도대체, 누가....

하지만 여전히, 나의 머리는 꺼져버린 컴퓨터 마냥,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마치 그렇게 굳어버린 듯, 멍한 눈으로 입을 벌리고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의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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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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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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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대단하시네요.
1편부터 연달아서 한번에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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