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훈아명훈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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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훈아....
명훈아......

"뭐 그렇게 놀라니? 내가 너 퇴원한 걸 모를 줄 알았어?"

아니 이 여자는 뭐길래 천연덕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명훈의 작업실에 들어온 거지?

나도 모르게 놀라서....
"누....누구세요?"
라고 해버렸다. 이러다가 들통나는 것이 아닌가?

"흐흐... 삐졌구만? 야, 너네 엄마 나 싫어하시잖니. 귀한 아들 코꿸까 봐...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지.... 니 퇴원하기만 기다렸다고..."
이 여자는 아주 태연하게 나의 몸 아니, 명훈의 몸을 쓰다듬고 있었다.
"나 먼저 씻을까? 자기는 온지 얼마 안 됐나 보네?"
"어.... 어"

이 상황을 어떻게 연기해야 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아주 태연한 척했지만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면 같이 샤워할까?"
이 여자는 겁도 없이 명훈의 몸을 훑고 있었다.
난 좀 역겹기도 하고 이런 여자랑 명훈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란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 더 나를 짜증나게 했다.
나도 모르게 여자의 손을 획 뿌리쳤다.

"어머! 단단히 삐졌구만... 알았어. 알았어."
물만 마시고 갈게...
작업실 한 켠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고 아주 자연스럽게 거기에 있는 생수통을 꺼내고
아주 자연스럽게 싱크대 찬장에서 머그잔을 꺼내 붓고 마시는 그녀...
한 두 번 와본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행동은 마치 같이 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동거녀와 같은 느낌이었다.

동거녀?
명훈의 동거녀라고 한다면 내가 진작에 알았을 텐데...
명훈은 왜 나에게 숨긴 것일까?

"아니 나 빼고 친구랑 같이 여행 가더니 보기 좋게 사고나 당하고...
여행지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난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조차 없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여자는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눈치였다.

"왜? 왜?... 아무 말 없는 거 보니, 무슨 일은 있었나 보군....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여자는 큰 소리가 나게 모그잔을 탁자에다 놓으며
얼굴을 붉혔다.
"아니! 난 너무 짜증난다고... 하다 하다 내가
다른 여자에게 질투하는 게 아니라, 남자한테 질투를 해야 해!"
여자는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었다.

"명... 명훈이 너...."
여자의 얼굴을 잠깐 쳐다봤는데 눈은 충혈되어 있고
주르륵 눈물이 나는 것을 보았다. 난 죄인처럼 눈을 깔았다.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돼.... "
쇼파에 던져두었던 핸드백을 급하게 집고는
내 앞을 쌩하니 지나쳐서 밖으로 나가버리는 그녀....
한 여름에 서리가 내리고 있는 것 같이 작업실 안은 서늘해졌다.

저 여자는 누구이며 나를 어떻게 아는 것일까?
그리고 왜 울면서 저렇게 나간 것일까?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녀가 다짜고짜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내가 그녀와 스킨쉽을 할 수 있지 않지 않은가???

나의 잘못도... 그리고 그녀의 잘못도 아닌 것 같았다.

머리가 복잡해지니깐...안 되겠다 싶어서
작업실 한 켠에 설치 되어 있는 샤워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기로 했다.
한 평 정도의 공간에 사방을 커튼으로 쳐놓고
간이로 만들어 놓은 샤워실이다.

내가 놀러 올 때 간간히 녀석은 이 커튼 안에서 실루엣만 비추며
샤워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얼마나 이 커튼을 거둬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에어컨 바람이 있는 상태에서 찬물의 느낌은 정신까지 맑게 만들었다.
오늘은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명훈이는 매일 이런 삶을 살아왔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에 여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내 생각이 짧았고
만나는 여자 한 둘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명훈의 몸이 되어 좋은 점은 딱히 없었지만
명훈이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일들이 체감 되니... 좀 더 명훈을
알기 시작된 것 같았다.
이런 주목받는 느낌을 매일 받고 있는 명훈의 일상이라....

샤워를 마치고 물기를 닦으면서 생각이 들었지만
녀석의 몸은 탄탄하고 근육질이었다.
이런 몸을 유지하려면 매일 매일 운동을 했을 텐데
내가 점점 망쳐놓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몸의 털도 적당히 있고 피부도 매끄러웠다.
그곳 역시 튼튼한 모양을 갖고 있었다.
이미 친구였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기는 했지만
자연산이었지만 반절은 자연스럽게 벗겨져 있는 상태였다.
내가 내 몸을 만지는 기분은 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명훈의 것을 만진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물기만 닦고 난 알몸인 체로 쇼파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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