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입니다 1화 : 첫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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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야…’

소리내어 부르지 못했지만, 그는 나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 마주보고 있는 우리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어쩌면 생각했던 정도의 감정으로 스쳐 지나간다.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까지도 느껴진다.



[4년 전 나의 첫출근]

학교에서 튀지 않는 평범한 시골촌놈이
평범한 대학을 나와서 평범하지 않은 대기업에 취업했다.
가문의 영광이었고, 시골에는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쪽팔리게..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정현호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스펀치처럼..’
‘스펀지 뻔하다..’


시바…ㄹ….


‘하여간 신입한테 짓궂어. 반가워요, 현호사원님 사수가 윤오 대리님이죠?’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옆에 20대 후반의 남자에게 묻는다.
저 분이 나의 사수가 되면, 내 회사생활 ㅈ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가보다.


‘네, 잠시 자리 비운 것 같은데요?’


그 대화를 끝으로 나는 방치되어 가만히 모니터만 보고 앉아있었다.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태.. 누군가 일을 줬으면 좋겠다 ….
이 공기의 흐름이 너무 어색하다고ㅠㅠ


‘안녕하세요, 현호씨 맞죠?’


30대 초반의 남자가 말을 건다.
아마도 이 분이 윤오 대리님?!
난 대리님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인사부터 내리꽂았다.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정현호입니다!’

‘아고 ㅋㅋㅋㅋ 군기 뭐야? 여기 군대 아니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안해도 돼요~’


그의 첫마디에 그는 분명 좋은 사수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리님의 얼굴에서 다시 한 번 좋은 사람이라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은 더 착했다.


누군가를 닮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승무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한 인상, 180 초반의 키, 그리고 떡벌어진 어깨..


‘현호씨..? 현호씨!’

‘네?’

‘이거이거 신입이 벌써 그렇게 멍 떄려도 되는거에요?ㅋㅋ’

‘아… 죄송합니다. 너무 자…잘..’


하마터면 잘생겼다고 말할 뻔 했다.
개버릇 남 못 준다.


‘시간 괜찮으면 커피 한 잔 할까요?’

‘네!’


사내에 카페가 있었다.
커피 두 잔을 시키고 빈 회의실로 향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카페에 앉아서 못마셔요ㅠㅠ’

‘넵!’

‘저 부사수는 처음 받아보는 거라 기대 많이 했는데
잘생긴 부사수 와서 좀 피곤해지겠네 ㅋㅋ’

‘네?’

‘지금도 메신저 불 나던데요? 부사수 잘생겼다고 ㅋㅋ’

‘아닙니다. 선배님이 훨씬 잘생기셨는데요?’

‘오~~ 그 얘기는 본인이 잘생겼다는걸 어느정도 인정 한다는?’

‘아, 그런건 아니지만 …’


때마침 진동벨이 울렸고, 도망치듯이 음료를 받아왔다.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던걸까?
손에 땀이 났고 발걸음이 비틀거렸다.

 
‘선배님 여기요. 감사히 마시겠습…’

‘아???’


ㅈ됐다. 내 회사생활….
선배님의 티가 아메리카노로 물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휴지를 들고 선배님의 티를 문질러댔지만
티에 물든 아메리카노가 번지는 꼴 밖에 안됐다.


‘괜찮아요 ㅋㅋㅋㅋ 저 사무실에 운동복 있거든요.’

‘네네..’

‘그것만 좀 가져다 줄래요?’


부랴부랴 선배님들에게 윤오선배의 자리를 묻고 가방을 열었다.
음? 콘…돔…?
선배도 남자네, 여자친구 있으신가,,


‘뭐야?ㅋㅋㅋ 왜 이렇게 빨라?’

‘선배님, 여기요 ㅠㅠ’


선배는 운동복을 받으며 본인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었다.


‘우와….’


조각조각 갈라진 선배의 복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가슴근육까지 눈에 들어왔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선배는 멋쩍은 듯이 말한다.


‘너무 뻔히 보는거 아니에요? 같은 남자여도 부끄럽네 ㅋㅋ’

‘죄송합니다ㅠㅠ’

‘아니에요, 신입은 실수해도 용서돼요 ㅋㅋ 근데 이런 실수는 다신 하지말자 ㅜ’

‘네 ㅠㅠ’

’자, 이제 얘기 좀 할까요?ㅋㅋㅋㅋ 시간이 얼마 없어요.
 전공이 뭐에요? 경영지원에 들어왔으니까 경영 아니면 경제?’

‘경제 전공했습니다. 선배님은요?’

‘으… 전 경영인데 경제는 어려워서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ㅋㅋ’
이런 형식적인 대화 좀 재미없나?’

‘아, 아닙니다!’

‘그럼 여자친구는? 이건 내 질문이 아니라 내 여자동기 질문’

‘네? 아, 없습니다. 선배님은요? 있으신 것 같은데?’

‘저도 없어요 ㅋㅋ'


없다고? 비상용이었나 ..


‘집은요? 들어보니까 충청도 쪽인 것 같던데.’

‘네, 서산에서 올라와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저도 혼자 살아요 ㅋㅋ 회사 끝나고 가끔 밥 한끼 하죠.
후배 불러내는 선배, 너무 꼰댄가요?’

‘아닙니다 ㅎㅎ 좋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ㅋㅋ 이제 슬슬 내려가죠.
이번주 스케쥴 말해줄게요. 첫날이니까 기본적인 업무 인수인계 정도 알려줄게요.
아까 승호 주임이랑은 인사했죠? 다음 달에 마케팅 쪽으로 넘어갈 친구라
승호 주임한테 인수인계 받으면 돼요.’


나즈막하게 뒷말을 잇는다.


‘친절한 친구는 아니니까 말조심 하구요.
아! 그리고 환영회도 해야하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단체회식은 좀 눈치보이고
젊은 사람들끼리 뭉쳐서 하죠~ 괜찮은 시간 말해주면 스케쥴 잡아봅시다.’

‘네!’

‘일단 내려가면 부서에 인사메일부터 작성해요~ 부서원 명단은 알려줄게요.
은근 꼰대들이 많아서 성함이랑 직책부터 외워두는게 좋아요 ㅋㅋ’


선배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선배도 자리를 오래 비울 순 없어보였다.

인사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한마디 한마디 써내려가고 있긴한데 이렇게 쓰는게 맞나 싶다.


‘어디 한 번 볼까? 오.. 글 좀 쓰는데요?
홍보팀 가야했던거 아닌가 ㅋㅋ’


순간 옆으로 오셔서 선배의 뺨과 내 뺨은 5cm도 안 됐다.


‘괜찮을까요, 선배님?’

‘응! 좋은데요? 신입다운 상큼함이 좀 들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어서 ㅎㅎ’


딱딱.. 내가 다 딱딱해질 지경입니다.


‘네, 내용 수정해보겠습니다.’

‘그 멘트만 추가해서 바로 메일 보내요~’


난 가벼운 멘트 하나를 추가하고 메일을 보냈다.


‘야 신입!!!!!!!!!!!! 발신취소 !!!!!!!!!!!!’


응.. ? 내가 뭐 잘못했나?
윤오선배가 내 자리로 뛰어와 메일을 취소한다.
순간 윤오선배의 굳어진 얼굴을 보고 나도 바짝 얼어버렸다.


'하아.. 수신인 다시 봐봐.'

‘수신인 : 박기태’


대표님이었다..
첫출근에 대표님한테까지 인사를 오지게 박아버린 신입사원..

ㅈ됐다 내 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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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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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이 재밋어보이는건 뭐지 기대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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