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반지하 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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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50대의 삶도 살다 보면 어느덧 지쳐오게 마련이다. 특히 젊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집안의 가장이라면 더욱 그 피곤함이 가중되어 밀려올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20대의 청춘을 그리워하며 한탄하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을 돌리는 것이야 옛날 예적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것들 뿐이고 현실은 약하디 약한 중년에 그칠 뿐이다. 하루하루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돌아오는 것을 처자식에게 꾸역꾸역 먹이는 것을 마치 얽힌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당연하게 지워진 숙명처럼 살아가던 나에게 자그마한 일탈이 생긴 것은 불과 달포 전 일이었다.
우리 집 밑에는 반지하방이 있는데 얼마 전 젊은 대학생이 한 명 이사를 왔다. 물론 우리 집이 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있고, 집주인이 그렇게 세를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이사를 온 것이겠지만, 그러기에는 그 젊음은 너무나도 눈부셨다. 뱃살이 축 늘어진 나와는 다르게 쏙 들어간 배, 단단해보이는 상체, 풍성한 머리카락, 오똑한 콧날, 부리부리해보이지만 어딘가 상냥해보이는 눈매, 앙다불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입술, 약간 갈색 피부.
나는 그 청년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약간의 시기심마저 느껴졌지만 내가 이미 젊음을 버리며 살아온 것을 이제 와서 탓해봤자 돌아오는 건 그저 우리집 뻬삐가 짖는 소리밖에 없는 걸 어쩌리.
그런데다 신은 약간의 불공평함을 주기 위함인지 그 청년에게 밝은 성격과 인사성, 붙임성까지 들려보낸 모양이다. 이사오던 날 처음 보는 아저씨인 나에게도 스스럼 없이 인사를 건네오는 것 아닌가.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 형이라 불러야 되나? 하하, 여기 사시나봐요? 저 오늘 여기 반지하에 이사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기분나쁠만큼 싹싹한 태도에 어디선지 모르게 은은히 풍겨오는 좋은 향기에 나도 모르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웃으며 잘 지내보자고 대답하고 있었다.
어느 휴일, 아내의 심부름으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반지하 방 문이 열려있길래 젊은 사람이라고 너무 조심성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은 꼰대같은 생각을 가지고 고개를 슬쩍 들이밀어보았다. 거실에는 운동기구들이 잔뜩 널려있었고 이전에 청년에게서 맡은 적 있던 향기를 집안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운동기구들이 널려있는 것을 보니 청년은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 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서 청년을 불러보기로 했다
"이봐요 학생~ 문 열려있네요~"
그러자 학생은 마치 겁에 질린 미어캣이 주변을 살펴보기라도 하듯이 고개만 슬쩍 내밀고는 누가 왔나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였다는 것을 알고는 이전의 약간 기분나쁠만큼 밝고 사람 좋아보이는 웃는 얼굴로
"아~ 형님, 환기때문에 잠깐 열어놨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만 내밀고 대답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도 들었던 듯, 쏙 빼들었던 고개를 다시 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무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고는 다시 문 밖으로 나왔는데, 그 순간 내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옷입은 모습만 보았지 상의를 탈의한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라도 하고 있었는지 편해 보이는 비치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 밑으로 보이는 허벅지 근육이 하루 이틀 운동을 한 게 아니라는 듯 불끈거리고 있었다. 먹기는 잘 먹고 다니는지 약간 살은 있어 보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청년의 비인간적일 수 있었던 완벽함을 인간적인 완벽함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순간 대포집에서 간고등어에 반주라도 들이킨 양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낀 나는 갱년기 증상은 남자에게도 오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청년의 몸에서 좀체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선을 의식했는지 청년이 쑥스러운 듯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헤헤,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학교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친구들이랑 자주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다보니, 군살이 좀 붙었네요... 헤헤."
그러면서 청년은 남자다운 거친 듯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만지고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 순간 장 보고 왔으면 빨리 올라올 것이지 뭐하고 있냐는 까랑까랑한 아내의 목소리에 꿈에서 깬 구운몽의 성진 마냥 고개를 두세 번 휘휘 젓고는
"아, 학생, 그러면 수고해요. 나 마누라 심부름 했던 거 깜빡했네.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라고 급하게 남기고는 청년의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나는 그 청년이 쓰다듬던, 살이 조금 올랐지만 탄탄하던 가슴과 배 등이 시야에 아른거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며칠 후, 퇴근길에 우연히 그 청년을 다시 만났다. 그 청년은 술을 조금 마셨는지 약간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집에 들어가려고 열쇠를 맞춰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잘 맞지 않는지 조금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아, 형님, 에헤해 감사함다~~"
탈칵
문이 열리고 그를 집으로 들이기 위해 부축하자 늘 그렇듯 그에게서 좋은 향이 느껴졌고 나는 그 향을 조금이라도 더 맡고 싶어 일부러 그를 부축한 자세를 몇 번 다잡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에해헤 형님~ 제가 오늘 한잔 했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술에 취했어도 예의바름을 잃지 않는 태도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에게 쓰고 있는 향수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 청년은 향수같은 건 따로 쓰지 않고 오일을 바르고 있다고 했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그에게 그 오일이 무어냐고 물어보았고, 그는 하얀 고체가 담긴 병을 꺼내 보여주며 씨익 웃었다. 나는 그의 미소를 바라보며 이것이 기름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TV정보프로그램에서 오일에 대해 알게된 후로 그 오일을 자주 바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오일을 발라주겠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오일을 발라보았고 기분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고 향이 참 좋았다. 청년이 그 오일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해서 먹어보니 처음에는 기름 특유의 미끌거림은 있었지만 뒷맛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인터넷으로 오일을 주문해 아내와 같이 사용했다. 아내는 향도 좋은데다 피부도 촉촉해진다며 너무 좋아했다. 해외 직수입인데다 유기농이라니 더욱 믿고 쓸 수 있겠다고, 몇 개 더 주문해서 동창회 때 친구들에게도 좀 나눠줘야겠다고 했다.
200ml 1병 8,000원, 5병 40,000원(5만원 이상 구매 시 국제배송비가 무료라고 했다.)
우리 집 밑에는 반지하방이 있는데 얼마 전 젊은 대학생이 한 명 이사를 왔다. 물론 우리 집이 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있고, 집주인이 그렇게 세를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이사를 온 것이겠지만, 그러기에는 그 젊음은 너무나도 눈부셨다. 뱃살이 축 늘어진 나와는 다르게 쏙 들어간 배, 단단해보이는 상체, 풍성한 머리카락, 오똑한 콧날, 부리부리해보이지만 어딘가 상냥해보이는 눈매, 앙다불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입술, 약간 갈색 피부.
나는 그 청년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약간의 시기심마저 느껴졌지만 내가 이미 젊음을 버리며 살아온 것을 이제 와서 탓해봤자 돌아오는 건 그저 우리집 뻬삐가 짖는 소리밖에 없는 걸 어쩌리.
그런데다 신은 약간의 불공평함을 주기 위함인지 그 청년에게 밝은 성격과 인사성, 붙임성까지 들려보낸 모양이다. 이사오던 날 처음 보는 아저씨인 나에게도 스스럼 없이 인사를 건네오는 것 아닌가.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 형이라 불러야 되나? 하하, 여기 사시나봐요? 저 오늘 여기 반지하에 이사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기분나쁠만큼 싹싹한 태도에 어디선지 모르게 은은히 풍겨오는 좋은 향기에 나도 모르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웃으며 잘 지내보자고 대답하고 있었다.
어느 휴일, 아내의 심부름으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반지하 방 문이 열려있길래 젊은 사람이라고 너무 조심성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은 꼰대같은 생각을 가지고 고개를 슬쩍 들이밀어보았다. 거실에는 운동기구들이 잔뜩 널려있었고 이전에 청년에게서 맡은 적 있던 향기를 집안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운동기구들이 널려있는 것을 보니 청년은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 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서 청년을 불러보기로 했다
"이봐요 학생~ 문 열려있네요~"
그러자 학생은 마치 겁에 질린 미어캣이 주변을 살펴보기라도 하듯이 고개만 슬쩍 내밀고는 누가 왔나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였다는 것을 알고는 이전의 약간 기분나쁠만큼 밝고 사람 좋아보이는 웃는 얼굴로
"아~ 형님, 환기때문에 잠깐 열어놨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만 내밀고 대답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도 들었던 듯, 쏙 빼들었던 고개를 다시 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무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고는 다시 문 밖으로 나왔는데, 그 순간 내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옷입은 모습만 보았지 상의를 탈의한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라도 하고 있었는지 편해 보이는 비치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 밑으로 보이는 허벅지 근육이 하루 이틀 운동을 한 게 아니라는 듯 불끈거리고 있었다. 먹기는 잘 먹고 다니는지 약간 살은 있어 보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청년의 비인간적일 수 있었던 완벽함을 인간적인 완벽함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순간 대포집에서 간고등어에 반주라도 들이킨 양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낀 나는 갱년기 증상은 남자에게도 오는 건가 싶은 생각을 하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청년의 몸에서 좀체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선을 의식했는지 청년이 쑥스러운 듯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헤헤,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학교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친구들이랑 자주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다보니, 군살이 좀 붙었네요... 헤헤."
그러면서 청년은 남자다운 거친 듯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만지고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 순간 장 보고 왔으면 빨리 올라올 것이지 뭐하고 있냐는 까랑까랑한 아내의 목소리에 꿈에서 깬 구운몽의 성진 마냥 고개를 두세 번 휘휘 젓고는
"아, 학생, 그러면 수고해요. 나 마누라 심부름 했던 거 깜빡했네.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라고 급하게 남기고는 청년의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나는 그 청년이 쓰다듬던, 살이 조금 올랐지만 탄탄하던 가슴과 배 등이 시야에 아른거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며칠 후, 퇴근길에 우연히 그 청년을 다시 만났다. 그 청년은 술을 조금 마셨는지 약간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집에 들어가려고 열쇠를 맞춰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잘 맞지 않는지 조금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아, 형님, 에헤해 감사함다~~"
탈칵
문이 열리고 그를 집으로 들이기 위해 부축하자 늘 그렇듯 그에게서 좋은 향이 느껴졌고 나는 그 향을 조금이라도 더 맡고 싶어 일부러 그를 부축한 자세를 몇 번 다잡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에해헤 형님~ 제가 오늘 한잔 했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술에 취했어도 예의바름을 잃지 않는 태도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그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에게 쓰고 있는 향수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 청년은 향수같은 건 따로 쓰지 않고 오일을 바르고 있다고 했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그에게 그 오일이 무어냐고 물어보았고, 그는 하얀 고체가 담긴 병을 꺼내 보여주며 씨익 웃었다. 나는 그의 미소를 바라보며 이것이 기름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TV정보프로그램에서 오일에 대해 알게된 후로 그 오일을 자주 바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오일을 발라주겠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오일을 발라보았고 기분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고 향이 참 좋았다. 청년이 그 오일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해서 먹어보니 처음에는 기름 특유의 미끌거림은 있었지만 뒷맛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그날 집에 돌아가 인터넷으로 오일을 주문해 아내와 같이 사용했다. 아내는 향도 좋은데다 피부도 촉촉해진다며 너무 좋아했다. 해외 직수입인데다 유기농이라니 더욱 믿고 쓸 수 있겠다고, 몇 개 더 주문해서 동창회 때 친구들에게도 좀 나눠줘야겠다고 했다.
200ml 1병 8,000원, 5병 40,000원(5만원 이상 구매 시 국제배송비가 무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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