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워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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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에, 과장과 둘이서 회의를 끝내고 나온 윤대리가 내 책상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 보았다.

 

아무 의미 없이 업무과에서 받아 온 서류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던 나는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 보았다.

 

 

, 너 순진한 척, 회사 위하는 척은 혼자 다하더니 아주 얍삽한 놈이더라?”

 

그런 그의 뜻 모를 말에 놀라 당황한 나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런 나를 내려다 보면서 그가 피식 웃었다.

 

네가 혼자서 일한다고 하고 얼마나 뒷돈 챙겼냐?”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얼마나 회사 밖에서 네 멋대로 회사를 팔면서 다녔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이 자식아.”

 

“......”

 

, 클리오네 박주형 과장하고 짜고 뒤로 돈 챙겼다면서!”

 

그의 말에 더욱 당황스러워졌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둘이서 계획적으로 그렇게 한거지?”

 

“.......”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는 나를 그가 조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튼, 오후에 그 건에 대해서 과장님하고 다시 회의할 거니까 너도 참석해라.”

 

말을 마치고 그가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너하고 그 자식 내 손에 꼬투리가 잡혔으니 가만히 놔둘수 없지.” 그가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아주 박살을 내 주겠어.”

 

 

 

그의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렇게 당황한 상태에서도 그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허둥지둥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냉정해지려고, 집중하려고 노력을 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다.

 

긴장속에서 침이 마르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클리오네와의 계약을 이행하면서, 참고사항으로 훑어보던, 예전에 윤대리가 완료해 놓은 계약서에서 눈여겨 보았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모니터 화면에 지난 몇년간의 계약건들을 모두 불러내어 다시 확인해 보기 위해서 찬찬히 계약 내용들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위에 보고를 하기 전에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이승우씨를 불렀다.”

 

7층에 있는 회의실에 앉아 김과장이 나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승우씨와 클리오네 박과장이 자신이 아는 업체로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회사에 커다란 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투서가 외부에서 날라왔다.”

 

“.......”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고 클리오네와의 관계도 따져보고 이 일을 어떻게 해결을 해야할까 고심을 했다.”

 

그가 말을 멈추고 천천히 손을 들어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슬며시 문질렀다.

 

그리고 말을 잇기 전, 그는 낮은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내가 윤대리와 함께 며칠 동안을 이것저것 자료도 뒤져보고 심사숙고를 해서 결정을 내린 후, 이승우씨에게 몇가지 확인을 좀 해 보려고 하는데....”

 

“.......”

 

윤대리는 이승우씨가 클리오네의 박과장하고 공모하고 거래업체를 바꾸고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확실하다고 하는데....”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윤대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파일을 들여다 보는 척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내가 본 이승우씨는 그런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있어.”

 

과장님이 잘못보신 거에요. 저 자식 속이 얼마나 시커멓고 응큼한데요.”

 

넌 그만 가만히 있고....” 김과장이 윤대리에게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가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생각은 이렇다.” 김과장이 테이블 위에 양 팔꿈치를 괴고 두 손을 보아 턱을 괴고 그의 앞에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으로 이렇게 큰 거래를 맡게 된 이승우씨가 순수한 마음으로 거래처의 박과장에게 거래하는 도중에 도움을 청했던 거야. 순진하고 만만하게 보였던 그런 이승우씨를 박과장이 좋은 먹잇감으로 여기고 이용한 거지.”

 

, 과장님, 저 자식도 한패라니까요.” 어이없다는 말투로 윤대리가 항의했다.

 

그래서?” 그런 윤대리를 김과장이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우리 회사에 무슨 도움이 되는데?”

 

“........”

 

겨우 신입사원인 이승우씨에게 그런 일을 맏긴 너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거 같냐? 그리고 그게 회사의 명성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

 

“.........”

 

이승우씨.”

 

흥분을 다시 가라앉히며 김과장이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경력이 쌓인 사원도 실수할 수도 있는 건데, 이승우씨 같은 신입사원은 거래처 사람에게 속아서 이용당할 수도 있는거지.”

 

“.........”

 

모든게 그 박과장이 잘못한거야. 이승우씨를 꾀어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제조업체와 계약을 하게 했고, 그렇게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 철저하게 이승우씨를 이용한거야.”

 

“..........”

 

우린 그 모든 책임이 클리오네의 박과장과 클리오네사의 책임으로 물으려고 하고있어. 또 그게 당연한거고. 이승우씨는 최선을 다해서 맡은 임무를 완수하려고 하다가 벌어진 일이니, 내가 위에 보고를 잘 드려서 이승우씨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할거야. 이승우씨의 자리는 내가 책임지고 보장할게. 어때?”

 

“........”

 

이승우씨는 그냥 내가 말한대로 사유서를 써서 나에게 올리기만 하면 돼. 그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할게.”

 

 

 

 

이 모든 것이 나의 탓이었다.

 

그를 이런 곤궁에 처하게 한 장본인인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와 나의 행동이 그를 더 큰 재난 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앞이 아득해졌다.

 

 

침착하고 대담해져야 했다.

 

나의 소심한 성격으로 더듬거나 떨리는 자신없는 말투로 변명이라도 하듯 하면 그들에게 오히려 더 큰 자신감을 주어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 수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 순간 우영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누구 앞에서든 자신감있고 당당한 말투와 상대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주장하는 그 녀석의 눈빛과 목소리의 힘이 터무니없이 부러웠다.

 

그 녀석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눈하나 깜빡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대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마침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입을 열었다.

 

그래 말해봐.” 김과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김과장님께서 아시고 계시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떨지 않으려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이미 다른 길은 없었다.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 속 한편에서는 자꾸 나에게 지금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잘하는 것인지 의문을 던졌다.

 

제가 자발적으로 클리오네의 박주형 과장님에게 거래업체 선정을 부탁했었습니다.”

 

나의 말에 김과장이 놀란 눈으로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니가 왜 그런 짓을...” 여전히 놀란 눈으로 김과장이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거래업체를 클리오네의 박과장님이 소개해 준 것은 맞지만 거래를 차질없이 해 낼수 있는 제조업체 리스트를 뽑아서 제게 주신 것중에서 제가 직접 확인해보고 선택한 것이지 박과장님이 제게 강요한 것은 아닙니다.”

 

“......”

 

윤대리님이 하신 일들을 검토해 보면서 결코 윤대리님이 선정한 제조업체로는 클리오네사와 거래를 제대로 완료할 수 없다는 것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장님께서 직접 그 서류를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노려보는 윤대리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을 내가 정리할 때였다.

 

나 때문에 시작된 꼬여버린 모든 일을 내 힘으로 제대로 원래대로 정리를 해 놓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흔적만을 남기고 내가 퇴장을 할 때라는 것을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래업체의 선정만 제가 클리오네의 박과장에게 부탁한 것이 아닙니다.”

 

말을 잇기 전 두근 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침을 삼켰다.

 

처음부터 제가 클리오네 관련된 우리 회사 서류를 들고 가서 박과장에게 모두 오픈했습니다. 그래서 박과장도 윤대리님이 그 건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었는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 악을 쓰는 윤대리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울렸다.

 

, 미쳤냐? 돌았어?”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김과장은 가만히 앉아 침착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했냐?” 그가 물었다.

 

회사 직원 아무도 모르게 내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나의 마음이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것은 아마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고 모두 사실인 까닭이었을 것이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과장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을 해 보는 듯 해 보였다.

 

이 승우씨.” 그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

 

나는... 그리고 윤대리는, 이 승우씨 잃고 싶지 않아.” 그가 조용히 말했다.

 

신입사원이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일인데....” 그가 다시 손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슬며시 문질렀다.

 

그래도 지금 터진 일이 그렇게 쉽게 유야무야 해결 될 일은 아니야. 우리회사에서는 그쪽 회사에게 법정 소송을 걸거고 손해배상청구도 하게 될 거야.”

 

“.......”

 

이승우씨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냥 내가 말하는 대로 사유서 써서 결재 올리고 그 다음에는 모른 척 빠져 있어. 회사를 위한 일이니까 윤대리하고 내가 이 일을....”

 

아닙니다.”

 

툭 뱉어낸 나의 말에 김과장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가 저지른 일이니...”

 

!” 나의 말에 윤대리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 그게 얼마나 큰 범죄인지 몰라?” 고개를 돌려 윤대리를 바라보았다.

 

, 회사 짤리는 걸로 끝날 것 같냐?” 그가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다시 그에게서 김과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신새끼.” 윤대리가 비웃었다.

 

회사의 징계위원회에 넘겨야 합니다. 과장님.”

 

과장은 아무 말 없이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회사의 정보를 거래처로 빼돌렸으니 대가를 치러야죠.”

 

천천히 나를 바라보던 김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그런 김과장을 보고 조용히 대답했다.

 

윤대리님도 징계위원회 준비해주세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윤대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뭘?”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윤대리님이 왜 지난 몇 년간 13건의 거래를 계약상의 총량에 60%도 채 되지 않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거래업체와 계약을 계속해서 체결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씀해 주셔야 할 겁니다. 계약의 만료일 까지 수정해 가면서 왜 그 동일한 거래업체를 고집했는지 그리고 또 그 거래업체 때문에 클리오네와의 거래가 취소될 뻔 했다는 사실도.....”

 

새끼. 니가 뭘 알아?” 윤대리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내 앞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폴더를 열고 프린트된 리스트를 끄집어 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클리오네사와의 계약 이행중에 제가 박과장님의 소개를 받고 협력업체로 지정한 업체로부터 받은 단가가 그 전에 윤대리님이 받아오신 것 보다 6.4%가 낮습니다. 왜 더 나은 입찰을 통하지 않고 그런식으로 계약을 하셨는지 설명하셔야 할 겁니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윤대리가 나를 노려보았다.

 

 

과장님,” 고개를 돌려 똑같이 놀란 듯 보이는 김과장을 바라보았다.

 

지금 맡고 있는 일들을 매듭 짓게 되면 사표 제출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열심히 회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를 보고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몸을 돌려 회의실 밖으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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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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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고 제가 확인하기 전에 먼저 읽어주신분들이 계시는데,   먼저 워드에 쓴 글을 드래그 해서 올리는데 문제가 생기는 군요.

중간에 걸러야하는 글자가 들어있을 경우 경고창이 뜬 후에, 다시 교정해서 올리면   아랫부분 어느정도가 날아가 버립니다.

확인하고 날라간 부분 다시 붙여서 올렸습니다.

혹시 읽으시다가 이상하게 끝나버린다라고 생각되시면 참고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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