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선생님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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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나는 그 빗속에 우산을 쓰고 서있다.

'난 누구를 기다리는거지?'

머지않아 차가 한대 다가와 멈춰선다.

"타라"

나는 우산을 접고 서둘러 차에 탄다.

운전석에는 선생님이 있다.

나를 포근한 미소로 맞이한다.

"어디가는거에요?"

"어디긴. 너 나랑 여행가고 싶다면서?"

"여행이요? 어디로요?"

"가보면 알아."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나의 손을 살며시 쥔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차는 출발하고 운전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본다.

옆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부른다.

"영민아~ 영민아~"

나는 뒤 돌아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다시 옆에 선생님을 바라봤지만 선생님도 없었고, 차도 사라져 허공에 덩그러니 나만 존재할 뿐이었다.


눈을 뜬다. 꿈이다.

방 문이 열리며 엄마가 들어온다.

"벌써 7시가 다되가는데 안 일어날래?"

'아.. 또 꿈이구나'

요즘들어 자주 꿈속에 선생님이 찾아온다.

아니.. 내가 선생님을 너무 깊게 생각한 탓이겠지.

꿈속에서 선생님은 항상 밝게 웃어주시지만 결코 행복한 꿈은 아니다.

서둘러 준비하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 생활은 그저 그렇다.

항상 선생님을 보지만 단지 그뿐이다.

같이 있고 싶고 손잡고 싶고 안고 싶지만 헛된 꿈일 뿐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바라만 본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하다.

'선생님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조금은 특별할까? 다른 반 아이들과 똑같이 한 학생일 뿐일까?'

당연히 후자일 것을 알기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일부러 무뚝뚝하고 차갑게 대하고 그런 내 자신이 싫다.


아침 조례시간,

"오늘부터 상담할거니까 1번부터 상담실로 와라"

"네~"


3교시 수학시간이 끝나고 책상에 엎드렸다.

그때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친다.

"야, 선생님이 상담실로 오래."

'아 벌써 내 차롄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상담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선생님 부르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어 그래. 영민이 앉아라. 뭐 마실래?"

"아뇨.. 괜찮습니다."

"음.. 그래?"

나는 소파에 앉아 고개를 떨궜다.

"그래 영민이는 요새 무슨 고민거리 있어?"

"아뇨... 없어요."

"그래? 이상하네.. 요새 수업에 집중도 잘 못하는거 같고 얼굴도 어둡던데."

"음 아니에요.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영민아, 선생님한테 뭐 화난거 있어?"

"아뇨... 선생님한테 화날게 뭐가 있어요. 항상 잘 해주시는데요."

"선생님이 영민이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무슨 힘든 일이든 다 털어놔도 된다."

"... 아뇨.. 정말 괜찮아요..."

말을 하는데 갑자기 울컥한다.

참아보려 안간힘 쓰지만 이내 두 볼에 눈물 흐른다.

선생님은 일어나서 옆에 다가와 나를 꼭 안아준다.

"괜찮다. 말하기 힘들면 안해도 된다. 그냥 실컷 울어라."

눈물이 더욱 세차게 흐른다. 

선생님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고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고 그제서야 부끄러워 선생님의 품을 빠져나와 눈물을 닦았다.

"죄송합니다."

"괜찮다. 영민아, 힘들면 언제든지 선생님한테 와라. 울면 그칠때까지 안아줄거고, 힘들면 힘이 날때까지 함께할꺼다."

"선생님..."

"그러니까 선생님한테는 솔직해도 된다. 얘기하고 싶을때 언제든지 말하면 된다."

"네.."

조금은 마음을 추스리고 상담실을 나섰다.

선생님은 모든걸 이해해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 마음까지도... 아니.. 그럴리가 없다.

교실에 돌아와서도 내내 선생님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혼자 갖고 있기엔 너무나 벅차고 고통스러워 선생님께 말씀드릴까라는 이기적인 생각까지 다달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첫번째 고백 편지를...


To. 선생님께

선생님, 갑작스러운 저의 울음에 무척이나 놀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를 안아주시고 이해해주시는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런 선생님에게 저는 지금부터 이기적이고 못된 짓을 할까 합니다.

이 편지를 모두 읽었을때 선생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두렵지만 지금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뒤는 생각하지 않으렵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한순간도 좋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점점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아팠습니다.

끝까지 들키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저를 용서하세요.

결코 저의 마음을 받아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저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편지를 쓰는 내내 나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편지를 접어 가방에 넣고 침대에 파뭍혀 한없이 울었다.

그리고는 울다 지쳐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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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kjs66611" data-toggle="dropdown" title="훈훈하고싶다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훈훈하고싶다</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님의 댓글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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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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