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아저씨 그림 3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어 여기’


보글보글 끓고 있는 부대찌개. 2층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성구가 2층으로 올라오는 한 남자를 보고 가볍게 손을 들어 반긴다. 그런 성구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맞은 편에 앉는 정장 차림의 남자. 성구에게 어제 넥타이를 빌려준 성구의 친구, 남윤이다.


‘이거. 고맙다.’


남자들 사이가 다 그렇겠지만, 유독 더 무뚝뚝한 감사 인사를 건네는 성구. 성구는 빌렸던 검은 넥타이를 반납하고, 넥타이고 뭐고 그저 배가 고픈지 남윤은 성구가 미리 주문해놓은 부대찌개 국물을 숟가락으로 한 입 퍼먹는다.


‘스읍. 크으. 좋네.’


‘아침 안먹었냐’


‘야 아침 얘기도 하지마. 마누라랑 싸우고 나왔으니까’


‘ㅎㅎ.'


아내와 싸웠다는 남윤의 대답에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국자를 들어 남윤의 앞접시에 부대찌개를 덜어주는 성구. 남윤은 그제서야 숟가락을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대어, 성구를 한번 훑어본다.


‘야 너 어젠 몰랐는데 좀 찐거 같다?’


‘찌긴 무슨. 똑같애.’


‘아니야. 쪘어. 이거 봐.’


그러다가 성구에게 살이 쪘다며 성구의 턱살을 망설임도 없이 쥐어잡는 남윤. 성구는 살짝 목을 뒤로 빼면서 부대찌개를 덜어준 접시를 남윤의 앞에 내려놓는다.


‘아 쪘나 보지 그럼. 됐어. 먹어.’


‘야. 혼자 살면 관리좀 해야지. 누가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남윤은 성구와 몹시 편한 사이인 것 같다. 덜어줘서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제서야 본인의 부대찌개를 덜고 있는 성구에게 잔소리까지 하며 먼저 숟가락을 드는 남윤. 그리고 그렇게 찌개를 덜다가 두 눈을 치켜올려 남윤을 노려보는 성구. 남윤은 성구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지 고개를 숙이고 찌개를 먹다가 웃음이 터져버린다.


‘푸훕. 움. 아 미안. 알겠어.’


‘너는 나이 먹어도 변한 게 없냐’


덤덤하면서도 뼈를 때리는 성구의 한 마디. 솔로라고 건드리자 조금 토라진 것도 같은 성구의 표정에 남윤은 그저 웃기다고 실실대며 밥을 먹고 있다. 그렇게 잠시 서로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두 사람. 그러다가 혼자 싱글벙글 대고 있던 남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시발새끼가.. 귀염 떨기는. 뱃살도 토실토실 해가지고'


‘아이 씨’


조금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성구를 귀엽다 말하는 남윤. 성구는 깜짝 놀라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주변을 한 번 돌아보다가 다시 남윤을 노려본다. 그런 성구의 위협적인 시선에도 끄떡 없는 듯한 남윤.


‘뭘 야려 임마’


‘너 갑자기 까분다’


‘어오.’


싸우는 건지 서로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는 두 사람의 대화. 경고하듯 묵직하게 말하는 성구의 목소리에 남윤은 끌어오르는 무언가를 가라앉히려 숨을 내쉬고 옆을 돌아본다. 그런 남윤을 노려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는 성구. 허나 그 때 또 훅 들어오는 남윤의 목소리.


‘오랜만에 울고불고 따이고 싶어서 그러냐’


‘아이 씨.발’


탁!


성구는 노려보는데 남윤은 계속 실실댄다. 결국 화가 폭발한 듯 들고 있던 숟가락을 세게 테이블에 내려놓는 성구. 남윤은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팔을 뻗어 성구를 붙잡는다. 물론 실실대면서.


‘아흐. 흐흐흐. 미안. 푸훕. 미안하다. 알겠어. 안할게.’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어.’


결국 애교를 부리듯 사과를 하는 남윤에게 넘어가는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숟가락을 드는 성구. 성구도 풍채가 좋지만, 남윤은 키까지 훤칠한 떡대라서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이 유독 식당 안에서 눈에 띄게 덩치가 좋다.


그리고 그제서야 성구의 눈치를 슬슬 보는듯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밥을 먹는 남윤. 허나 성구는 왠지 모르게 조금은 민망하면서도 씁쓸해하는 표정이다. 그런 성구를 계속 살피다가 덩달아 머쓱한 표정을 짓는 남윤. 결국 밥을 깨작대고 있는 성구를 보고 남윤이 괜히 창 밖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아아. 날씨는 드럽게 좋은데. 이 놈의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 되나.’


‘주아 중학교 들어갔지?’


남윤의 딸 이름도 알 정도로 가까운 두 사람의 사이. 남윤은 역시 장난을 쳐도 금방 돌아오는 성구의 포용력에 살짝 미소를 짓고 대답을 잇는다.


‘올해 1학년이야. 시집 보낼려면 한참 남았지.’


‘그래도 좋겠네.’


다시 흐르는 정적. 성구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밥을 깨작대고, 남윤은 점점 더 성구의 눈치를 힐끔 힐끔 보다가는 목이 타는지 손을 들어 주문을 한다.


‘이모 사이다 하나, 아니 두개 주세요’


‘난 됐는데’


‘어? 왜. 마셔.’




탁-


곧바로 사이다 두개를 가져다 주는 이모.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전한 남윤이 이번엔 먼저 컵을 들어 성구의 잔을 따라준다. 허나 사이다는 관심 없어하는 듯한 성구의 표정. 남윤이 성구의 기분을 살피는 듯 묻는다.


‘왜, 사이다 잘 먹었잖아’


‘살쪘다며. 이런 거 좀 줄이긴 해야지.’


'ㅎ'


표정만 봐선 무슨 심각한 이유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성구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터지는 남윤.


'임마 그냥 마셔'


남윤은 강제로 성구의 입 앞에 사이다를 따른 컵을 밀며 갖다댄다. 결국 얼굴을 찡그리며 컵을 받아드는 성구. 그렇게 장난을 치던 남윤이 갑자기 씁쓸한 목소리를 이어간다. 성구의 표정이 너무 안좋아보이니 남윤도 마음이 안좋은가보다.


‘내가 미안하지 너한테는.’


‘또 뭔 소리야’


‘나는 너 생각만 하면 미안하고. 그런다 항상.’


‘그런 말이 더 싫어. 처먹어 빨리.’


남윤이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뱉자 괜히 욕을 하며 남윤의 접시에 찌개를 더 덜어주는 성구. 남윤은 씁쓸한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차분히 접시를 받는다.





분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성구와 남윤은 사실 잠시 연인 관계였다. 현재는 마흔 다섯 동갑내기 두 사람. 십년도 더 된 과거에 성구가 오래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던 시절, 남자를 향한 혼란의 감정 속에 있던 두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다. 


한 명은 장난끼가 많으면서도 주도적이고, 한 명은 듬직하면서도 세심하다. 성격이 워낙 잘 맞던 두 사람이기에, 일년 남짓 연인으로서 많은 추억을 쌓았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허나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 때는 그렇게 두렵더라. 그 두려움이 별 탈 없던 두 사람의 거리를 서로 멀어지게 만들었고, 심지어 남윤은 성구와 헤어진 후 몇 달 뒤 바로 결혼을 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지금처럼 서로를 웃으며 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성구는 남윤을 원망하기도 했다. 남윤 이후의 여자와의 연애는 모두 처참할 정도로 실패했으니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자에게는 성욕이, 아니 설렘조차 들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혼자 살아야할 운명이려니, 하고 싱글 라이프를 견디고 있긴 하지만. 우연히 점심시간 명동 한복판에서 남윤을 마주쳤던 2년 전 그 시절 쯤엔, 성구는 정말이고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도망쳤잖냐. 너는 좀 즐기면서 살어.’


‘그딴 소리할거면 밥이나 먹어라 그냥’


‘아 또 내가 할 말은 아닌가. 하. 그냥 나도 기분이 참 그렇다.'


‘...’


‘너 지금 봐도 옛날 모습 그대로 보이고, 나이들수록 하는 짓이 더 귀여워지는 거 같은데 이 형님이 마음이 너만 보면 자꾸 힘들다 임마'


‘귀여운 건 주아지.’


워낙 별 일을 다 겪었던 두 사람이기에, 이정도 감정 흐름에서는 감정적으로 울컥한다거나 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정신 차리라는 듯 주아의 이름을 꺼내는 성구. 남윤은 그제서야 무언가에 홀린 듯 아련하게 성구를 쳐다보다가는 머리를 한대 맞은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푸훕. 아. 그치. 내 딸래미가 제일 귀엽지.’


‘미친 놈 ㅋ..’


‘하, 많이 먹어라 친구야 줄 수 있는 게 사이다 밖에 없다'


또르륵-


결국 무거웠던 분위기가 깨지고 괜히 사이다 캔을 들어 또 성구의 아직 줄지도 않은 잔에 따르기 시작하는 남윤. 장난이 끝이 없다.


‘안 먹는다고 새끼야. 푸흡ㅋㅋ 미친놈아.’


이번엔 성구도 빵 터져서는 잔을 들어 숨기듯 팔을 굽힌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대고 사이다 캔을 들어 마시는 남윤. 성구는 흐뭇한 표정으로 남윤을 바라본다.


꿀꺽-


그 와중에도 순간 사이다를 마시며 선명히 움직이는 남윤의 목젖을 보고 흠칫 놀란 성구. 성구는 그렇게 급히 시선을 내리고 다시 숟가락을 든다.




















내가 그린 그림처럼 아저씨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는 요술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빨강을 기대했는데, 주황도 아니고, 노랑도 아니고, 하필이면 검정이라니. 잠시나마 성구 아저씨와의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가, 가슴이 공허하기까지 하다. 헌데 그러면서도 후련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이 감정이 뭔지. 사랑이 맞는 건지. 사랑이라는 게 뭔지. 어른들의 세계는 참 어렵...


툭!


‘아.’


‘야 이현동’


학교가 끝나고 혼자 운동장 구석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현동. 누군가가 현동의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흐름이 끊겨버렸다. 운동장 저만치서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거나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이는데, 현동에겐 그럴 만한 친구가 딱히 없다. 남자 애들은 현동이 살집에 비해 너무 유약하다고 놀려대고, 여자 애들은 애초에 현동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으니까.


‘왜? 김천수’


헌데, 현동을 찾아온 듯한 한 아이. 오늘 현동의 반에 전학온 전학생이다. 아직 또래에 비해 살만 쪘지 키가 자라지 않은 현동에 비해, 이미 어른처럼 키도 큰 이 전학생의 이름은 천수. 아버지 철수와 이름이 비슷해서 바로 뇌리에 박혔다.


‘어 내 이름 아네’


‘너도 내 이름 아네’


‘왜 혼자 있냐 축구 안하고’


‘난 축구 못해’


서로에게 별 감정 없는 듯이 이어지는 대화. 허나 천수는 반에서 유독 튀는 현동이 궁금한지 현동의 옆에 앉으며 대화를 잇는다.


‘읏챠. 너 어디 살어’


‘둘리슈퍼 있는 골목에’


‘어 진짜? 나 어제 거기 슈퍼 갔는데’


‘그래? 응.’


친구들과의 대화라곤 놀림 당하던 기억 밖에 없어서 그런지 현동의 말투가 참 어색하다. 허나 유독 성숙해보이는 천수는 이미 현동의 캐릭터를 파악한 듯 여유롭게 앉아서 저만치 축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애들이 왜 너보고 기집애라고 하냐’


‘엄마 없다고 하는 애들 보단 낫지’


‘어?’


오늘 전학을 온 천수이지만, 이미 반에서 기집애라고 놀림 당하는 현동의 유명세를 알긴 아나보다. 헌데 한술 더 떠서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하는 현동을 보고 놀라는 천수. 그렇게 천수가 현동의 옆모습을 한참동안 빤히 바라보다가는 말을 잇는다.


‘너 존나 멋있다’


‘뭐?’


‘존나 멋있다고 와.’


어떻게 그 괴롭힘을 버티고, 이렇게 초연할 수 있냐는 듯한 천수의 목소리. 현동은 처음으로 듣는 친구의 칭찬에 기분이 오묘하면서도 머쓱해서 살짝 시선을 피한다. 허나 그런 현동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는 천수. 그 시선이 따가워서 현동의 얼굴이 점점 찡그려진다.


‘우리 집 가서 놀래?’


‘응’


그 때, 집에가서 놀지 않겠냐고 묻는 천수. 현동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뭔가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 천수가 나에게 멋있다고 두 번이나 말해줬는데. 천수가 왠지 나를 좋게 보는 것만 같다.


그렇게 곧바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 두 아이.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학교를 나서기 시작한다.


헌데 현동과 단 둘이 걸어가는 천수를 보고 축구를 하다 말고 달려오는 아이들. 현동의 발걸음이 살짝 느려진다.


‘야 천수야. 너 왜 얘랑 다니냐?’


‘왜? 그럼 안돼?’


‘얘 왕따야. 얘랑 놀지 마’


‘야. 기집애. 어디 가냐 공기하러 가냐?’


결국 아니나 다를까 현동을 둘러싸고는 축구공을 차대며 현동의 다리를 쳐대는 아이들. 그 때, 천수가 현동의 몸을 가리듯이 막아주며 입을 연다.


‘야, 야 야. 친구 그만 좀 괴롭혀라. 니들이 애냐?’


‘ㅇ..어?’


새로 전학온 아이이긴 하지만, 어른처럼 키도 크고 싸움도 잘 할것 같은 천수가 현동의 편을 드니 몹시나 당황하는 아이들. 현동의 무릎에 튕겨난 축구공은 데굴데굴 저만치 굴러간다. 


헌데 누구보다도 지금, 가장 당황한 듯 보이는 건 현동. 자신의 몸을 막아주는 천수의 뒤에서 천수의 뒷통수를 올려다보는 현동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사이 좋게 지내자고. 현동이 그만 놀리고. 친구 괴롭히는 거는 중학교 때 졸업해야지? 응?’


결국 아이들을 회유하는 듯 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게 말을 뱉는 천수의 목소리에 그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하고 머쓱한듯 하나 둘 다시 축구공을 향해 뛰어간다. 그리고 그제서야 등 뒤에 바짝 달라붙은 현동을 돌아보는 천수. 현동은 천수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심장이 요동치는 느낌에 깜짝 놀란 듯 시선을 돌린다.


‘괜찮아? 가자.’


천수는 그렇게 현동의 어깨를 꾸욱 눌러주며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한다. 현동은 그렇게 천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함께 걸음을 맞춘다.

























‘끄아아. 하아악. 하악. 하아악. 하윽’


저러다 기절하겠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 아직 안들어셨다며, 재밌는 걸 보여주겠다고 컴퓨터를 켠 천수. 모니터 안으로 보이는 발가벗은 두 남녀. 여자의 신음소리가 커져갈수록 현동의 동공도 확장된다. 그런 현동의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모니터에 잔뜩 집중한 듯 목을 빼고 있는 천수. 현동은 생전 처음보는 야한 비디오에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보인다.


사실 아버지가 워낙 술 취해서 데려온 아줌마들이 많았기 때문에 섹스 자체에 충격은 없다. 하지만 작정하고 제작된 야동의 기획력을 처음 맛본 현동. 아버지가 무식하게 박아대던 그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다. 심지어 감정 이입을 하라고 대놓고 만든 스토리까지 있으니 눈 깜빡할 시간 조차 아까운 듯, 두 눈이 충혈되고 있는 현동. 그렇게 현동과 천수는 한참동안 야동을 본다. 거의 한시간, 두시간이 되도록.































터벅 터벅-


성구는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어 오후 업무시간은 죄다 잡생각에 날려버렸다. 다소 힘이 빠진 발걸음으로 퇴근을 하는 성구. 습관처럼 슈퍼 앞을 바라보지만, 오늘은 현동이 없다.


‘아.’


그 때, 대체 무슨 일인지 자신의 집 대문 앞에 머리를 기대고 서있는 철수를 발견하는 성구.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초저녁부터 찾아왔는지. 성구는 순간 인상을 쓰고 철수에게로 다가간다.


‘뭔데’


‘어 이제 왔어’


철수가 입을 열자마자 역시나 풍기는 술 냄새. 헌데 철수는 오히려 성구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성구를 반긴다. 영문도 모른 채 표정을 찡그리는 성구. 철수가 그런 성구와 눈을 마주치고 말을 잇는다.


‘저녁 먹었냐’


‘이제 퇴근했는데 무슨 저녁’


‘음. 뭐.. 음.. 고기나 뜯으러 갈텨?’


근데 이게 무슨 일인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듯이 입맛을 다시다가는 고기를 먹으러 가자 하는 철수. 성구는 너무나도 낯선 철수의 제안에 오히려 경계심까지 드는 지 이상하다고 얼굴을 찡그린다. 그렇게 어색하게 성구의 등에 손을 대고 성구를 밀기 시작하는 철수.


‘가자. 가자고. 배고플텐데.’





























‘고기 먹자니까. 나 오늘 일당 받았는데.’


‘우동 먹고 싶어서 온거라니까. 그리고 이게 고기지 뭐야.’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운 밤이 되었다. 소주 한 병에 각자 우동 한그릇씩. 그리고 삼치구이 한 마리. 성구는 태연하게 우동을 후루룩 먹고, 철수는 그런 성구를 힐끔 힐끔 쳐다본다. 앉은 자리가 불편하기라도 한 듯 자꾸만 엉덩이를 들썩이는 철수. 성구는 그런 철수를 한번 노려보고는 그제서야 얼음물이 잔뜩 묻어있는 소주병을 돌려 소주를 깐다.


‘뭐 잘못 먹었나. 왜 갑자기 밥을 먹재?’


또르륵-


무심한 듯 말하면서도 소주 방울 하나 안흘리며 철수의 잔을 채워주는 성구. 표정은 당장이라도 철수를 때려눕힐 듯한 험악한 눈빛이지만, 목소리는 꽤나 부드럽다.


‘내가 어제 좀 말이 심했다 싶더라.’


‘그걸 아는 양반이 그딴 소리를 동네방네 지껄여’


‘미안하다.’


‘왜 이래 어색하게’


성구보고 마흔 다섯 먹도록 장가를 못가서 한심하다느니 뭐라니 성구만 보면 눈을 부라리고 시비를 걸던 철수. 그게 몇년, 아니 정확히 14년은 됐다. 현동의 엄마가 자살을 하고 나서 그 미움이 시작되었으니.



팅-


소주잔을 부딪히는 두 사람. 둘이 이렇게 술잔을 부딪힌 것도 참 오랜만이다. 성구는 철수보다 세살 어린 동생이다. 하지만 철수를 형 취급하지는 않는 성구. 오늘따라 철수는 온순하다. 심지어 성구 앞에서 몸을 돌려 술을 마시기까지 하는 철수. 성구는 그런 철수가 이상하다고 따라서 몸을 돌려 술을 마신다.


‘크으’


후루룩-


우동 국물을 마시는 성구와 매일 먹는 술이 물 같은지 그저 입만 쩝쩝대는 철수. 철수 앞에 놓인 우동 면발은 다 불어서는 터질 것 같다.


‘좀 먹어’


‘너 먹어. 배 안고파’


‘이씨. 두 그릇을 어떻게 먹냐’


‘왜. 먹지. 이 덩치에’


매일 노가다 판에서 일을 한다고 삐쩍 꼴은 철수와 함께 앉아있으니 더 좋아 보이는 성구의 풍채. 플라스틱 의자에 안정적으로 벌리고 앉은 두 허벅지는 철수의 두배는 된다.


후룩-


국물에 이어 면까지 한 젓가락 흡입하는 성구. 철수는 그런 성구를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맴도는 정적 속 유일하게 들려오는 성구의 쩝쩝소리.





‘쩝. 쩝. 그래도 지 아내 기일은 알긴 아나 보네’


‘...’


그 때, 오늘이 자살을 했다는 철수의 아내의 기일이라서 그러냐는 듯 혼잣말을 뱉는 성구. 철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다.


또르륵-


그런 철수의 잔에 또 다시 말없이 소주를 채워주는 성구. 철수는 숙이고 있는 고개를 통 들지를 못하고 있다.


‘왜 그래. 퇴근하는 사람 불러 놓고 재미없게.’


‘아. 아니다. 어 줘, 따라줄게’


그리고 오히려 마음씨를 써주는 듯 괜히 퉁명스럽게 말하는 성구의 한 마디에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코를 훌쩍으며 소주병을 받는 철수. 철수도 성구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허나 덜덜덜-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철수의 손이 떨려서 이리저리 성구의 손에 소주가 흐르고 난리도 아니다.


‘지.랄을 해요.’


‘ㅁ..미안하다.’


욕을 하는 성구. 허나 욕에 마냥 미움이 담겨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염려스러운 듯 철수를 바라보는 성구. 철수는 어느새 눈시울이 조금 붉어져서는 어쩔 줄 몰라하며 휴지를 뜯는다.


‘나한테 미안할 게 뭐있어. 꿀꿀이가 애.비 잘못 만난 게 걱정되지’


‘...’


팅-


그렇게 철수가 건네는 휴지를 받아 손을 대충 닦고는 잔을 들어 철수의 잔과 부딪히는 성구. 술이 오늘따라 참 써서. 그래서 참 맛잇다.


‘크으...’


현동의 이야기를 하자 표정이 더 어두워져서는 침울해보이는 철수의 모습. 성구는 그런 철수를 힐끔 바라보고는 삼치 배를 가르며 말을 잇는다.


‘현동이도 분명히 지 애.미 닮아서 그림에 소질 있을 건데, 그걸 왜 못하게 하나. 미련한 사람아.’


‘그림해서 뭐 먹고 살어. 우울증이나 걸리지’


‘현동이가 은근 독해가지고 애.비보단 잘 먹고 잘 살텐데’


‘그래도 그림은 안돼’


의견이 갈리는 그 순간에도, 무심한 표정으로 철수의 입에 삼치 살코기를 발라서 갖다대는 성구. 철수는 낯간지러운 성구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입을 벌려 살코기를 받아 먹는다. 이어서 살코기 부스러기들을 입에 넣어대며 말을 잇는 성구.


‘그래도 애가 좋아하는데 그림 시켜.’


‘안돼.’


‘시키라니까.’


‘안된다니까


‘왜 안돼 지 좋은 거 하는 게 최곤데'


‘아이 씨 새끼야.. 안된다니까.’


‘왜 이 새끼야'


누구보다 현동의 행복을 바라는 듯한 성구. 허나 성구가 남의 자식에 필요 이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같다. 그런 성구에게 이번만큼은 지지 않고 완강한 반응을 보이는 철수. 결국 살짝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진다. 움직임을 멈추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철수와 성구. 


헌데 아까부터 불안하던 철수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철수의 목소리. 몹시나 불안정하게 떨리는 철수의 목소리.


‘ㄴ..느이 누나가 평생을 그림만 그리다 죽었는데. 나보고 내 아들 ㄱ..그림 그리는 꼴을 또 보라고?’

 

‘우리 누나가 그림 때문에 목 매달았냐?’


‘그..그래도 그 꼴은 난 못본다. 그림의 그자도 꺼내지 마. 내아들 그림쟁이 되는 꼴은 ㅁ..못보닉,..윽!!’


우당탕-


‘야 이 쓰레기 새끼야. 우리 누나가 그림 때문에 죽었냐고? 어?’


점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던 성구가 결국 순식간에 철수의 목덜미를 잡고 순간 화가 폭발한 듯 일어난다. 그런 성구에게 멱살을 잡힌 채 입술을 바들바들 떠는 철수. 자살을 한 아내의 생각에 온전히 정신을 잡고 있기가 힘든 듯 눈을 깜빡깜빡 댄다.


이제 와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사실 성구는 현동의 외삼촌이다. 허나 현동은 그 사실을 모른다. 애초에 현동은 기억조차 나지 않던 세살 때 엄마를 잃었고, 그 이후 현동을 키워준 현동의 고모는 성구에게 현동과 남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었다. 


외삼촌인 성구의 존재로 현동이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외면하고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외가와는 아예 연을 끊겠다 했다. 그리고 성구도 그 진심 어린 부탁을 듣고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차라리 그게 맞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구는 그저 현동의 가까이에서 친한 옆집 아저씨인듯 현동을 챙긴다. 그마저도 자신의 과한 개입이 현동에게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항상 경계하며, 적당한 선에서 현동을 밀어내며 살아왔다.


그래서 성구는 애.비 역할 제대로 하지도 않으며 자신만 보면 자살한 아내 생각에 힘들다고 막말을 뱉는 철수가 싫었다. 현동이야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지만, 지가 무슨 권리로 힘들어 하는 건지. 허나 철수와 다투는 와중에도 동네 다 들리게 목소리가 커지면 혹여나 현동이 듣기라도 할까 철수의 꼬장을 무시하며 살아온 성구다.


철수의 아내. 그리고 성구의 누나는. 어느날 갑자기, 방에서 목을 매달고 죽은 채로 발견됐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누나의 몸에 주폭의 흔적인 것으로 보이는 멍 자국이 가득했고, 생활고로 인한 우울증 약 봉지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것 밖에는.




‘후우.......’


하지만, 이제는 전부 지나간 일이다. 누나의 죽음이 덤덤해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제 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겨우 화를 참아내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잡고 있던 철수를 놓아주는 성구. 철수는 힘이 빠진 채로 그대로 의자에 앉아서 다시 고개를 숙인다.


‘지난 얘기 그만하고. 현동이만 잘 보살펴. 넌 그것도 안하면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이니까. 니가 이렇게 약해빠진 모습 보일 자격이 있는줄 알ㅇ...'


‘성구야.'


'시이..발'


또륵-


‘크으...’


성구의 말을 끊어내고 너무나도 힘겨워하는 목소리로 성구를 부르는 철수. 그리고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괜히 소주를 자작하고 마셔넘기는 성구. 힘들겠지. 철수도 자신이 밉고 싫겠지.


성구는 철수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앉아 있고, 철수는 정신이 나간 듯이 몸에 힘이 풀려서는 다시 성구를 부른다.



‘성구야....’


‘왜 새끼야’






‘나 한번만 좀 안아줘라'


‘......’


고개를 푹 숙이고는 힘이 빠진 목소리를 뱉는 철수. 철수의 한마디에 성구의 가슴은 찢어질듯 아파온다. 


세상 살이가 왜 이리도 힘이 들까. 돈이 뭔지. 매일 땀 범벅이 되어 노가다판에서 일을 하고,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모르게 알코올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그 정확한 이유가 뭐가 됐든 아내는 세살 아들 남겨둔 채 자살을 했고, 악순환의 반복이 이제는 하나 뿐인 아들 현동에게 손찌검을 하기까지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쉰에 가까워지는 이 나이에도. 잠시라도,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싶은 그 마음. 철수는 홀로 이 세상 속에서 더 이상 버티기가 버거워보인다.


드륵-


‘일로 와.’


그리고 결국 진심 어린 철수의 부탁에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드넓은 가슴을 펼쳐보이는 성구. 성구는 듬직한 목소리를 뱉으며 철수를 끌어와서는 가슴 가득히 철수를 안아준다. 철수가 너무나도 밉고 싫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 철수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건 성구이기에.


‘프후윽. 흐으끄흑. 흐윽. 흐으으윽.’


그렇게 성구의 품에 안기자마자 바로 어린 아이처럼 눈물 콧물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철수. 성구는 고개 숙인 철수를 더욱 깊숙한 품 속으로 안아준다. 철수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성구의 셔츠가 철수의 눈물로 다 젖어들어갈 정도로. 아주 깊숙히. 그리고 포근하게. 성구는 철수를 안아준다.


























‘아아...’


결국 먼저 터지는 현동의 탄성. 천수는 옆에서 가랑이를 주물럭대다가 현동을 돌아본다.


‘꼴리냐? 이현동 기집애 아니네. 쌍남자네.’


‘아.. 기분이 이상해.’


‘저 아줌마 젖 진짜 크지 않냐? 나 이거만 보면 탁탁이 친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강한 시각적 자극. 현동은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기분이 들어 눈 앞이 하얘질 지경이다. 사실 천수는 아줌마 젖이 크다니 뭐라니 하지만, 현동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가있다.


야동 속 여자의 다리를 벌리고 뒷치기를 하고 있는 떡대 좋은 아저씨의 엉덩이. 탄탄하면서도 푸짐한 저 엉덩이가 자꾸만 현동의 콧구멍을 벌렁이게 만든다.


그 때, 갑자기 현동의 허리춤으로 손을 갖다대는 천수. 현동은 깜짝 놀라서는 허리를 굽히면서 천수를 바라본다. 역시나 흥분한 듯이 콧구멍이 커진 천수의 모습.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성구 아저씨의 생각이 들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천수. 천수의 손길이 괜히 더 까슬까슬 어른의 촉감처럼 느껴져서 뜨꺼운 숨이 절로 뱉어지는 현동. 천수는 현동의 바지를 내릴 듯이 당기며 말을 잇는다.


‘벗어봐. 탁탁이 쳐줄게’


‘ㅇ..어? ㅇ..안돼.’


‘왜 안돼. 벗어봐.'


‘아 하지마..’


‘야 내가 잡아먹냐? 벗어봐. 같이 하자고.’


‘ㅇ....ㅎ....’


‘벗어, 봐! 임마’


그렇게 결국 현동의 바지를 내리는 천수. 현동은 두 눈을 질끈 감고야 만다.




































‘아아, 왜 이러십니까. 아흑. 흐흐흑. 아 씨.발’


‘어라 씨.발? 이 새끼가 빠져가지고. 벗어봐 임마’


‘아이 씨 곱게 전역하지 왜 지ㄹ..크크큭. 지.랄이십니까 마지막 날까지’



6년 후, 점호가 끝난 생활관. 화려한 오버로크가 장식된 전역모는 당당히 관물대에 올려져 있고. 그 아래 써진 이현동 이름 석자. 내일은 현동의 전역날이다.


불이 꺼진 생활관에서 평소 가장 친하게 지냈던 후임을 옆에 눕혀놓고는 손장난을 치고 있는 현동.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그 현동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폭풍 성장한 모습. 키는 180이 넘는 듯 보이고, 포동포동하던 살집은 듬직한 살집과 굵직한 골격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얼굴에 그나마 남아있는 어린 시절 현동의 흔적. 이목구비가 귀여우면서도 남자다움이 물씬 느껴지는 훈남이 되었다.


이제는 친한 후임의 바지를 벗기려할 정도로 성격이 달라진 현동. 이게 다 고등학교 삼년 내내 단짝 처럼 붙어다녔던 천수의 덕이다. 사실 친하게 지낸 수준이 아니지. 천수와 단 둘이서 그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을 몇번이나 만들었던 현동. 입대 전에는 진짜 내가 게이구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군대에 갇혀보니 그저 남자가 고파서 죽겠고 고등학생 시절 천수랑 했던 짓들도 다 추억이더라 싶다.



‘아오. 나 영환이 자지 못만져서 이제 어떻게 사냐'


‘아 씨.발 진짜 찌릅니다? 전역날 영창 가고 싶으십니까? 크흑 흐흑흑. 아 간지러 아 시발’


‘뭐 이새끼야 찔러봐. 솔직히 니도 내 꼬추 많이 만졌잖아. 난 아쉬울 거 없어. 어짜피 영창 갔다오면 전역인데 니는 여섯달 남았지'


‘아 존.나 할 말없네 그럼 이리 대십쇼. 나도 마지막이니까 함 만지자.’


여자친구도 있는 영환의 꼬추를 그리도 좋아하는 현동. 사실 서로가 즐기는 장난이라지만, 현동에게는 그저 장난만은 아니다. 통통한 영환을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귀여워 하는 현동이니까. 그렇게 영환도 이판사판 모르겠다 하고 전역하는 현동에 아쉬운 마음을 그제서야 드러내며 현동의 생활복 안으로 손을 집어 넣는다.


‘아 존나 크네 부럽다. 나가서 여자들 존나 따먹겠어’


현동의 꼬추가 대물이라고 꼼지락 손을 움직이며 만지작대는 영환. 현동이 게이인줄도 모르고 지금 누구 꼬추를 만지는 건지. 현동은 당장이라도 영환을 덮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정말 전역하는 날 영창 갈 일 없지 않은가. 아쉬운대로 영환의 불알만 어린 시절 공기 굴리듯 만지작댄다.


‘여자가 말이냐. 남자 새끼들도 따먹고 다닐거다’


‘아 인정. 이현동 씹게이 인정.’


‘그럼 오늘 영환이 똥구멍 한번 대주냐?’


‘어우. 시발 꺼지십쇼. 무서워라. 나 잘래.’


‘푸흐흐.’



그렇게 2년의 군생활을 함께한 사이 답게 수위 높은 말장난을 치면서 각자의 침구에 눕는 두 사람.


‘잘 자라’


‘어 그래 현동아’


‘어쭈 말 놓네’


‘어 그래 현동아’


‘큭큭큭’


끝까지 현동에게 장난을 치는 영환. 티는 안내지만 얼마나 아쉬울까. 절친과도 같던 선임이 먼저 전역해버린다니. 그래도 현동은 아쉬우면서도 기대가 가득한 눈빛이다. 어둠 속에 반짝이는 현동의 눈동자. 내일 사회로 다시 나가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그려왔던 그 남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상상을 이어가는 현동의 꼬추는 침낭 속에서 점점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watanabe5" data-toggle="dropdown" title="SPG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SPG</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f=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1등 ㅎㅎㅎ 항상 잘읽고 있습니당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