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도련님과 듬직한 몸종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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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 밤.

 

 

 

 

"시현아. "

 

"네 도련님.. "

 

"내 하나만 물어보자꾸나. "

 

"하문하소서.. "

 

 

"너에게 있어서..

네 평생에 있어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느냐.. "

 

"...소인에게 있어.. 도련님께선 제 주인이 아니셨습니까..

제 몸의 주인이시자.. 또한 제 마음의 주인말입니다.."

 

"훗... 그래.. 내 너의 주인이었지.

허면.. 그 주인이 네 마음엔 들었었느냐."

 

"백번 천번 하문하셔도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로 끝날것입니다."

 

".....   그래.. 다행이구나..

네가 그렇다니.. 참으로 다행이야...."

 

".....

 

도련님께선 내게 벌써 몇번이나 같은 하문을 하시면서 잔을 들어 비우셨고

난 그 잔을 똑같이 몇번이나 다시 공손하게 채우고 있었다.

 

".....

 

그리고

도련님께서 연거푸 술잔을 비우시고 또 비우신다.

 

"속이 상하십니다.. 천천히 드시옵소서. "

 

"....이젠 상관없지 않느냐..

내일..아니.. 당장 오늘 새벽이라도 군사가 들이닥치면 끝날일이니..

지금 마시지 않으면 언제 또 마실수 있겠느냐."

 

".......

 

"너무 취하지는 마시옵소서..

할수있는 최선을 다해본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

 

"....

 

"최선?.. 훗..

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것이니라.

어차피 피할수도 없는일.. 지금 최선을 다해서 무엇에 쓰겠느냐..

그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음이니라.."

 

".....

 

"허나... 저와 하실일은 아직 남아있음이죠..  "

 

내 말에 도련님께서 씁쓸한 웃음을 지으신다.

 

 

"그렇지.. 당연히 남아있고말고..

내 몸은 아직 뜨거우니.. 내 마지막까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내 너를 품에 안을것이야.."

 

"소인의 뜻은 그것이 아니옵니다. "

 

"그것이 아니라니.. 그것보다 더한것이 지금에 있어서 무엇이냐.. "

 

"...잠시.. 도련님께 가까이 가도 되는지요. "

 

"당연한것 아니더냐.

오너라.. 얼마든지 내게 가까이 오너라.. "

 

난 자리에서 일어나

도련님의 곁이 아닌.. 도련님의 뒤로 돌아가 그곳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뒤쪽에 자릴 잡은 내가 의아하신지 도련님께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신다.

 

 

"무얼 하려는 것이냐. "

 

"제가 진즉에 했어야할 일이온데

오늘밤을 놓치면 안될까싶어 이리 나섰습니다.."

 

난 공손히 무릎을 꿇고 감히 도련님의 상투에 손을 가져다 대본다.  

 

 

"뭐.. 뭐하는게냐."

 

감히 상투를 건드리는 내 행동에 도련님께서도 조금은 놀라신다.

 

"잠시만.. 잠시만 계시옵소서."

 

"......

 

 

도련님의 상투를 잡고 동곳을 천천히 잡아빼니 도련님의 상투가 풀어지기 시작한다.

 

그건 격식과 체면을 생명처럼 여기던 유교 세상에서 엄청난 일이었는데

상투가 풀어진다는것 자체가 굴욕적인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것조차도 엄청난 일인데..

감히 상것이 양반의 동곳을 빼다니..

그건 미치지 않고선 있을수 없는일이었다.

 

하지만 난.. 그 미친짓을 감행하며 도련님의 머리를 풀어드린다.

 

그리고..

그 풀어드린 그 머리카락을 준비해둔 참빗과 얼레빗으로 곱게곱게 빗어내려본다.

옥같은 피부만큼이나 고운 머리카락은 무엇하나 걸림없이 부드럽게 빗겨져 내린다.

 

사각사각 머리를 빗어내리는 그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리었고

동백기름을 발라 윤을 내고 정성스레 모은후에

도련님의 머리위에서 멋스럽게 상투를 틀고서 다시 동곳을 꽂아드린다.

그리고 붉은색 망건을 둘러드려본다.

 

그 모습이..

방안에서 너훌거리는 초에 비친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도련님의 등뒤에서 ..

도련님을 껴안아 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내..

정말로..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

 

사람 마음이 가는곳에 양반과 상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던..

그런 남자의 등을 껴안고 있으니.. 이제서야 모든 한이 풀려나가는듯 하다.

 

어렸을때의 멸문조차도..

그 괴로웠던 모든 기억들 조차도...

모든것이 사라져버리는듯 하다.

 

 

"시현이 네..네가 지금.. 내 상투를 올린것이더냐.."

 

"네.. 소인이.. 도련님의 상투를 올려드렸습니다. "

 

 

"허면.. 네가... "

 

"도련님을 모시고난후..

제가 양반가의 여인으로 태어났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끝없이 했었습니다.

허나.. 그런일은 있을수 없는일.. 

비록.. 손이 투박한 배필이오나.. 이것을 혼례로 여겨 소인을 허락해 주시지요.."

 

"배.. 배필이라.. 나의 배필이라..

훗..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큿큿큭.... "

 

"이녀석 송시현..

제법이로구나..

그러고보니.. 이제 내가 너의 서방님이 된것이더냐.. 큭..

그렇다면 그것참 재밌는 일이로구나.

엉덩이를 벌려주는 서방님이라..

아마도 그런 서방은 이 세상에 나 혼자일 것이니라. 큭큭..

크하하하하하하하 "

 

도련님께서 진정 재밌다는듯 크게크게 웃으신다.

 

 

"허락해 주시는 것이옵니까.."

 

"암 허락하다마다.. 

나또한 너를 즐거이 맞이할것이야.. "

 

 

"허면 저에게도 한잔 따라 주시지요.. "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자 받거라.. 어서.. "

 

도련님께서 내가 바치고있는 잔에 술을 따라주셨고

난 그것을 언제나 그랬듯이 공손하게 두손에 바쳐 마신다.

목구멍을 따라 그 독함이 따라 내려간다.

 

"....

 

"이제..

도련님의 마음을 얻었으니.. 저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허나.. 백년의 가약을 맺었음에도 그리하지는 못할듯하니

조금이나마 남은 시간..

도련님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끝까지..도련님 곁에 남아 있겠습니다.."

 

"..훗.. 그것이 참이더냐..... "

 

"소인.. 거짓을 아뢰지 못하지 않습니까.."

 

"마음은 갸륵하나..

내 곁에 있다면.. 그 끝이 좋지 않을것이니라.

나 또한.. 시현이 네가 그리되는것을 원치 않으니..

날이 밝아 내가 출타하거든..

너 또한 살길을 찾아보는것이 옳을 것이니라..

내말 알아듣겠느냐. "

 

....

 

"소인이 다시 아뢰기 송구하오나..

어차피 사람은 그 끝에서 헤어지기 마련 아닙니까..

헌데..

그 끝을 도련님과 함께한다면 그것보다 좋은것이 어디있겠습니까.

또한..

도련님과 저는 다음생에서 다시 만날터이니..

저는 이제 아무런 걱정도.. 아무런 미련도 없습니다."

 

"시.. 시현아.... "

 

내 손을 맞잡고 있는 도련님의 손이 내게 전해질정도로 떨려온다.

 

"저와 함께 하시지요 도련님..

끝까지.. 저와 함께 하시지요.... "

 

"네.. 네놈이.. 으... "

 

 

언제나 근엄하셨던 도련님께서..

언제나 명예를 생각하셨던 도련님께서 눈물 한방울을 흘려내신다.

 

그리고 그 한방울은 방울방울이되어 흘렀고 이내 도련님의 몸이 웅크려지며

그동안 참아왔던 슬픔을 쏟아내신다.

 

"네 이놈.. 네가 감히.. 나를...

크흐흐흐흑.... 으으.... "

 

가문의 명예와 양반의 체면때문에 숨겨놓으셨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듯 하시다.

홀로 걸어왔던 외로운길과..

그 길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동행자.

그리고 어쩔수없이 헤어져야하는 현실앞에서

이제껏 참고 참았던 양반의 체면이 무너져내리는 것이다.

 

"어찌하여.. 이런.. 이런 삶이 있다더냐.. 어찌하여...  흐흑... 흑.. "

 

"....

 

나 또한 도련님의 몸을 안은채 바깥에서 비치는 달빛을 바라본다.

이제 그믐이 되어 거의 삭이 되버린 그 달은

희미하게나마 우리를 비추어주었지만 이제 그 미약한 힘도 다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삭막한 삭풍이 마당에서 부숴진 낙엽들을 휘감아 올리며 사라지고는 한다.

 

[휘이잉.. 덜커덕.. ]

 

 

마음이 무너져 내리신 도련님께서는

이제..

그 삭풍에 흔들리는 창문에도 화들짝 놀라신다.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곤두서신것만 같다.

 

 

"시현아...

무섭구나.. 내 진정.. 이젠 무섭구나..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이젠.. 진정 무섭구나.. "

 

도련님께서 내 손을 부여잡으며 몸을 파르르 떨어대신다.

아무리 지체높고 높으신 양반이었지만..

이제..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 앞에선 결국 나약한 인간일 뿐인것이다.

 

그런 도련님의 몸을 보호하듯이 감싸안으니

도련님의 숨결이 느껴졌고

가쁜숨을 내쉬는 그 숨결들을 놓치고 싶지않아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마음이 약해지시거든..

도련님과 저 사이의 그 약조만을 생각하시면서

마음을 다스려 보옵소서.. "

 

"......  시현아.. .  "

 

도련님의 눈물이 내 가슴을 적셔갈때

멀리서.. 축시를 알리는 쇠북종이 들려온다.

 

두웅.. 두웅....

 

 

그리고 우리는 혼례를 올린 오늘...

그 첫날밤을 다시 맞이하기로 했다.

 

도련님의 상투를 새로이 올려드린 날을 마음에 담아가고 싶었던것이고

도련님께서도 그러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뜨거웠는지도 모르겠다.

영원할줄 알았던 서로의 만남을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래서 더 서로를 끌어안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때보다도 도련님의 몸부림은 처절했고 그 강렬한 몸섞임은

희미해진 달빛대신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도련님의 격하고 격한 신음이 바깥마당을 울리고 담을 넘어가는데도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멀리.. [인]시를 알리는 쇠북종이 울리고나서도..

우리의 몸은 식을줄 모르고 서로를 향해 더욱 타오르고 있음이었다.

 

 

 

..........................................................................................................

 

 

 

 

 

2. 대감마님.

 

 

 

 

"험험!! 안에 있느냐.. "

 

!!!

 

새벽녁이 되어서야 서로를 끌어안고 잠시 눈을 붙히던 도련님과 난 

그 목소리에 흠칫 놀라고 또 소스라칠수밖에 없었다.

그건 분명히..

도련님의 아버님이자 집안의 최고어른이신 대감마님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도련님께선 속옷에 도포를 되는대로 걸치시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신다.

 

나 또한 헐래벌떡 일어나 대청 아래로 뛰어내려가 눈덮인 마당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나서

허리를 숙였다.

평소에도 먼발치에서만 가끔뵈던 대감마님은 뒷짐을 진채였고

그 반발짝뒤로 청지기가 보따리 하나를 들고 함께 서 있었다.

 

 

"어인일이십니까. 이 먼곳까지."

 

도련님의 그 물음에 동행한 청지기를 향한 대감마님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려놓고 이만 가보거라. 수고했다."

 

"녜이 대감마님. 소인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청지기가 들고온 보자기와 옷꾸러미를 대청마루에 내려놓자 쿵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어보니 보기보단 꽤나 무거운 짐임에 틀림이 없어보인다.

 

 

"일이 촌각을 다투고있으니 내 할말만 할것이니라."

"네 아버님. 말씀하소서."

 

"당장 이 하인복으로 환복하고 떠날 채비를 하거라."

"네?. 떠나라니요.. 갑자기 무슨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런 대감마님의 말씀에 도련님은 대감마님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고

곧바로 대감마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얼른 갈아입으라 하지 않더냐."

".....

 

"난 도련님께서 도포를 벗는걸 도와드리고 또다시 하인의 옷으로 갈아입으시는걸 도와드린다.

그때마침.. 도련님의 도포안에 속고의뿐이 없는것을 대감마님께서 똑똑히 보고 계셨고

어금니가 지그시 다물어지신 대감마님께서는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신다.

 

"저놈이 너의 몸종이라던 그놈이더냐."

 

대감마님께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나를 지목하셨고

난 제발이저려 몸이 얼어붙었다.

 

"네. 얼마전 제 몸종으로 삼은 아이입니다."

 

"몸종이라.. 네놈 이름이 [송시현] 이렸다."

 

" !!!

 

대감마님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 석자에

난 움찔하도록 놀랐고 그건 도련님께서도 마찬가지셨다.

어떻게.. 대감마님께서..

어떻게 이 천것의 이름을 알고 계시는지..

 

"아니.. 아버님께선 그것을 어찌 아시옵니까... "

 

도련님의 물음에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대감마님은

회한의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신다.

그 눈이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내보이고 있었다.

 

"..끌끌..모든게 나의 업보로구나... "

 

"아버님. 대체 무슨 말씀이옵니까. 말씀해 주소서"

 

 

"어차피.. 이제 그 누구에게도 들을수 없을터..

내 들려줄것이니 갈아입으면서 듣거라. "

 

"네. 소자. 환복하고 있습니다."

 

....

 

"한때..

송씨집안의 세가 명문거족으로 뻗어나갈때가 있었느니라.

그 세력이 왕실까지 위협할 정도였으니

여러가문이 견제를 해보았지만

무관의 대부분을 섭렵한 그들은

조정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기에도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느니라.."

 

"....

 

도련님과 난 대감마님의 말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환복하기를 마무리 지어가고 있었다.

 

 

"해서..

더이상 두고 볼수만 없었던 왕실에선 그 위협의 싹을 자르고자 했다.

왕실에 도전할수도 있는 그 싹을 미리 제거하려고 했던게지.."

바로 [멸문] 이란 방도로 말이야."

 

" !!...

 

 

"그리고..

그 왕실의 의중을 받들어 그 일을 진행한자가 .. 바로.. 우리 최씨가문이었느니라.. "

 

"아.. 아버님 그것이 무슨말씀이시옵니까..

우리집안이  왕실의 의중을 받들었다니요...  "

 

"내가..

내가 바로 그 송씨집안을 멸문시킨 장본인이란 말이다... "

 

"아.. 아니.. 어.. 어떻게.. "

 

듣고있던 난 가슴이 울렁거리고 뛰고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우리.. 가문을 몰살시킨.. 그 장본인이 .. 대감마님이라니..

대.. 대감마님께서...

도련님의 아버님께서 내 어릴적 그 끔찍했던 기억을 만든 장본인이라니..

 

 

 

"아니.. 아버님..

아버님께서 대체 왜...

 

"왕실의 안위를 위해선.. 누군가는 해야했어야 할일이었다..

그것이 바로 나였던것이고..

송씨집안의 없는죄를 만드는것이 바로 내가 할일이었단 말이다.

바로 반역죄를 말이다."

 

"아버님!!!!!"

 

"끝까지 듣거라..

해서... 뒤늦게 왕실의 의중을 알게된 그 집안의 어른 송대감이.. 저 송시현의 아.비가..

내게 부탁을 해왔었느니라."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됬단 말씀이오니까!!!!"

 

대감마님께선 도련님의 그 물음을 뒤로하고

다시 나를 내려다보신다.

 

"송시현.. 네놈은 귀를 열고 똑똑히 듣거라."

".....네네. 소인 듣고있습니다요. ㄷㄷ."

 

"내가.. 네 아.비와 네 가족에게 몹쓸짓을 했다만..

이제.. 내 가문이 그 죗값을 치룰것이니라..

허나..

내 너의 아.비의 부탁을 들어주어 지금의 네가 있듯이..

이제.. 네놈도 내 부탁을 들어야 할것이니라."

 

".... 하.. 하문 하시옵소서.. ㄷㄷ "

 

 

"가문을 멸문시킨 원수가 이런일을 시키는것은 안됬다만..

저 아이는 바깥에서 단 하루도 못견딜터..

이제부터 네놈이 저아이의 곁을 지켜야 할것이 내 부탁이니라."

 

"소..소인이 말씀이오니까."

 

"저 꾸러미 안에 새 신분을 증명할 호패와 너희가 가야할곳의 그림이 있으니

소중히 챙기고 이제 곧 떠나면 되는것이니라.. "

 

"아버님.. 대체 저보고 어딜가라 하심입니까."

 

도련님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 목에 슬픔이 메이고 있었다.

 

 

퍽!!!

 

윽!!!!!

 

대감마님께서 순식간에 자신의 자식인 도련님의 얼굴을 후려쳤다.

도련님의 볼이 부어오르고

입술이 터져 붉은선혈이 흘러나온다.

 

"계집같은 그 얼굴로 나가면 곧바로 발각이 될터.. 할수 없는 일이니라. "

 

 

"도. 도련님 ㅜㅜ"

 

내가 쓰러진 도련님을 부축하며 일으켜세우자 대감마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네놈은 무얼 꾸물거리는것이냐.

당장 짐을 메고 떠날 준비를 하라는데도!!!! "

 

"네네. 소인.. 짐을 메겠습니다요. ㅠ "

 

내가 보따리를 주워들고 어깨에 걸쳐메자

도련님께서 대감마님의 손을 부여잡는다.

 

"아버님!! 소자 떠날수 없습니다.

제 집안의 일에..

저만 떠나라니요. 있을수 없는 일이옵니다.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옵니다.

집안의 명예는 어찌하옵니까.

가문의 체면은 또 어찌하옵니까.

소자도.. 함께.. 이곳에 있게해주옵소서!!"

 

"시끄럽다!!

다 죽고나서 그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한사람이라도 살아남아야 훗날을 도모할수 있거늘..

살아남지 못하면 이대로 모든것이 없어진다는것을 모르겠느냐."

 

대감마님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그 음성에 힘이 실려나온다.

 

 

"아버님ㅠㅠ... "

 

 

난 짐을 들고..

도련님의 팔을 잡아 이끈다.

어차피 대감마님의 명이다.

더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것도 없는것이다.

 

게다가 언제부터인지..

멀리서 들려오는 어수선한 울림이 사람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무언가 ...

예사롭지 않은 그 울림들은 여인네의 비명같이도 들려왔고

무언가가 깨지고 엎어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마치..

집안에 들어온 귀신때문에 사람들이 허둥대는것처럼.. 

섬뜩한 도깨비들의 소리처럼 들려오는것이다.

 

그런 어수선한 울림속에서..

대감마님이 긴 숨을 몰아쉬었고 이내 나를 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마지막으로 부탁하마..

부디.. 저 아이가 목숨만은 부지할수 있도록 해주거라.

나 또한..  죽음으로서 네 아.비와.. 네 가족에게 용서를 빌겠느니..

내 부탁하고 또 부탁하마..."

 

"소.. 소인.. 목숨을 걸어보게씁니다요.. "

 

"....

 

"그래.. 너만 믿겠느니..

이제 떠나거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할것이니라.  "

 

"......대.. 대감마님..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버님!!!! "

 

"... 가거라.. 나는 이제.. 좀 쉬어야겠다.. 피곤하구나.."

 

대감마님은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도련님과 내가 본 대감마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난..

슬픔에 빠진 도련님을 억지로 일으켜세워

도련님의 손을 잡아 우왁스럽게 이끌기 시작했다.

대감마님께서 만들어주신 이 길을 놓쳐서는 절대로 아니되는것이다.

 

그렇게 떠나가는 우릴 뒤로

먼 하늘에 시선을 두신 대감마님의 한어린 목소리가 스쳐가듯 지나가고 있었다.

 

"송대감.. 이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숨겨두었던 자네의 아들에게 내 아이의 목숨이 달려있다네..

부디.. 부디 간곡하건데.. 지켜주시게나.. 부디 지켜주시게나......

내 곧 자네에게 용서를 빌러 감세.... "

 

 

 

.........................................................................................................

 

 

 

 

3.  절대로..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일..

 

 

 

 

이제..

집안 곳곳에서 들리는 어수선한 소리는 더 커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고함소리.. 무언가 엎어지고 깨지는 소리..

 

그건..

집안의 머슴들조차도 화를 당하고야마는..

3대의 씨를 완전히 말려버리는 ...

[멸문] 이 다가오는 소리였고

집안의 그 누구도 피할수없는 무시무시한 재난의 소리들이기도 했다.

 

 

"도련님.. 시간이 없습니다요.

얼른.. 저를 따라오시지 말입니다."

 

"... 시현아.. 난.. 아무래도.. . "

 

"일어나십시요!! 당장에 떠나야 된다말입니다!!!!"

 

난 떨고있는 도련님의 몸을 힘껏 일으켜 이를 악물었다.

 

"아버님이 만들어주신 길을 헛되이 하실겁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군사들에게 잡히면 모든것이 끝입니다.

그때가서 후회를 하게되면 돌이킬수없는 한이 될것이옵니다."

 

도련님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난 도련님을 잡아 이끌었고 그런 도련님의 몸이 쓰러질듯 끌려온다.

 

이제 곧..

대갓집 주변을 나졸들과 군사들이 에워쌀터.

한시가 급했고 시각이 촉박할수록 마음이 타들어간다.

 

더 늦으면 안되리.

빠져나가야 한다.

무조건 빠져나가야 함이니라..

 

난 서둘러 머슴일을 할때 물을 길으러 나가던 쪽문으로 도련님을 모셨고

그뒤로는 모든길에 훤한 내가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뒷골목.. 또 뒷골목..

새벽에 찾던 우물을 지나 아직 희뿌연한 안개가 서린 시냇물을 건넌다.

때론 홀로 외로이 있는 남의집 뒷마당을 가로지르면서 난 숨가쁘게 길을 만들고 있었다.

 

 

 

[우두두두두 ]

 

우리의 몸이 차가운 겨울임에도 땀방울이 스며들때쯤..

저 멀리 지축을 올리는 말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건 눈이 쌓여있는 길임에도

그 울림의 크기를 보아

필시 대갓집으로 가는 소리임에 틀림이 없어보인다.

 

그건 정말로 틀림이 없는것이어서

저 멀리서 들려오던 그 소리가 점점 커지는듯 하더니

곧 엄청난 군사와 말들이 대갓집을 향해 질주해 나가는것이 보이고 있었다.

아주멀리 희뿌옇게 보이는 그들이 바로 도련님의 모든것을 앗아가려는 자들인것이다.

 

 

"시현아.. 저걸 어찌하면 좋으냐.. "

 

"신경쓸때가 아닙니다. 어서빨리 걸음을 옮기셔야 합니다.."

 

난 도련님의 걱정스런 시선은 무질러버린채 도련님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조금이라도 더 멀리....

 

추노꾼이나 군졸들이 우리를 추적하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야 했던것이다.

 

우리의 입에서 뿜어져나온 하얀 입김이

얼음알갱이로 얼어붙는 그 추위속에서..

그렇게 하얀눈이 내리던 섣달 그믐의 날에....

 

우리는 쉴새없이 걸음을 움직였고

난 지쳐 쓰러져가는 도련님을 등에 들쳐업고 또 쉼없이 뛰고 있었다.

도련님의 손발이 얼어가는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내 등에 업힌 도련님의 몸이 조금씩 처져내리는것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난 뛰고 또 뛰고 있었다.

 

그리고 오로지 한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것을...


 그믐의 밤 아래에서...

도련님께서 들려주신 그 거문고의 소리를 말이다.

 

훗날..

이 가락을 들려주는 이가 있다면 자신을 꼭 기억하라던

그 거문고의 가락을 말이다.

 

난 이를 악물고 뛰면서도 오로지 그 가락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도련님께서 들려주신 그 가락만큼은 절대로 잊으면 안되는 것이었으니까...

 

그 무슨일이 있어도...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혹여.. 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가락만큼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것이었다..

 

 

그건...

 

훗날에.. 나와 도련님을 다시 만나게 해줄 유일한 약속이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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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서부턴 잘생긴 도련님과 몸종의 [현생]으로 이어집니다.

 

다음화인 마지막편과 모든것이 이어지는 내용이므로 잠시 쉬셨다가 끝까지 꼭 한번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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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생]...  1등과 꼴등의 만남.

 

 

 

 

"제연아 고마워..

너의 자지를 빨게되서 영광이야. ;; "

 

"다시.... "

 

"제연아 고마워..

너의 자지를 빨게되서 영광이야.  -_- ;; "

 

"그래.. 그렇게 영광이라는 녀석이..

내 자지를 입에 물고있다가 잠에 들어?

그게 말이나 돼??"

 

" .... ;;;"

 

 

난 제연에게 호되게 혼나고 있는중이다. ;;

아니..

그토록 바라던 제연의 자지를 드디어 입에 머금는순간..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는것 같더니 잠시동안 정신을 잃어버린것이었다.

 

아주 잠시동안이었지만..

난 제연의 자지를 입에담고서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미동도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방금 잠에서 깬 사람처럼..

뭔지 모르게 되게 혼란스럽고.. 또 이 혼란스런 상황이 수습이 되질 않는다.

 

.....

 

뭐지...

대체.. 무슨일이 일어났었던거지..

뭔가.. 엄청나게 스펙터클한 일이 있었던거 같기도 한데...

멍한 얼굴로 초점이 없는 나를 제연이 내려다보더니 내 볼을 가볍게 착착 내리친다.

 

 

"제발 다시 한번 기회를 내려달라고 빌어봐.. "

 

"...;; 제.. 제발 다시 한번 기회를 .. "

 

"다시... 성의가 없어.. "

 

"제발..

너의 자지를 빨수 있는 기회를 한번만 더 줬으면해.. 정말 잘해볼께. -_-'' "

 

 

제연은 침대맡에 앉아 캔맥주를 들이키며 나를 내려다 보고있었고

난 그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중이다.

 

제연은 이제 나를 하인 부리듯이 놀리고 있었다.

난 제연과 정말 친한 애인같은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졸지에 제연의 몸종같은 존재가 되버린것이다.

 

"좋아.. 그렇게 애원하니.. 내가 한번은 봐줘야겠네..

자.. 그럼.. 벌주 한잔 더 해야지?..ㅋ"

 

" ㅜ . "

 

 

난 쪼르르륵 소리를 내며 또다시 유리컵에 따라지는 그 묘한 색깔의 액체를 바라본다.

 

자신이 아껴두었던 귀한거라던데..

전통술을 포장해 놓은것처럼 하얀 도자기병에 들어있는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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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아 송시현 사랑.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얼마남지 않은 올해 잘 마무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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