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더하기 짝사랑은 하나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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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안하다는 말도 못해서 미안해 - 홍수
주스를 마시며 휴대폰 게임을 하다 승태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하루 종일 서서 머리를 자르고, 펌을 말고 하느라 무척이나 피곤한 것 같았다. 서 있기가 힘든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모습도 간혹 보였다. 베이지색 면바지 안에는 하얗고 튼실한 다리가 있을 터인데, 피곤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듯 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때,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공을 내주고 마음대로 하라고 할 때면 나는 운동장을 누비며 신나게 뛰어 놀았는데, 승태는 화단 가장자리에 앉아 늘 붙어 다니는 친구와 속닥거렸다. 나도 승태의 옆에 앉아 말도 붙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알 리가 없는 녀석들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려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도 승태의 옆에 가는 것에 장애물인 셈이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 공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면 항상 승태를 쳐다봤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체육복 반바지 밑으로 드러난 승태의 다리는 얼굴만큼이나 하얘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났다. 튼실한 허벅지와 종아리는 하얀 살결과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만지고 싶었다. 말려 올라간 체육복 반바지 안에 들어있을 자지도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바지 앞이 밋밋한 것을 보면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손으로 만지거나 빨아서 세운 다음 내 자지를 포개서 비비고 싶었다.
하지만 승태의 자지를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체육복을 갈아입을 때도 항상 자리에 앉아서 바지를 벗고 입어서 팬티만 입은 모습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고 있으면 모르는 체 옆으로 가서 힐끗 볼 수도 있으련만 승태는 소변기에 서서 오줌을 누는 법이 없었다.
한 번은 승태가 화장실에 가는 것 같아 나도 따라간 적이 있었다. 오줌은 같이 누지 못해도 우연히 만난 척 손을 씻을 때 말이라도 걸어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간 화장실에서 승태는 변기 칸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곧이어 문이 잠기는 소리가 착~ 하고 들렸다. 그 소리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흑심을 품고 다가가는 나에게 어림도 없다는 듯이 철벽방어를 하는 소리만 같아 정신이 돌아오고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승태의 자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수학여행에서였다. 밤에 친구들의 바지를 벗기고 낙서를 하러 돌아다니는 중에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사람이 승태였다. 곤히 잘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바지만 벗기면 자지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지 둔덕에 내 이름을 적고 하트를 하나 그려 놓으면 내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문득 승태의 평소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항상 자리에 앉아서 엉덩이만 살짝 들고 옷을 갈아입고, 절대로 소변기 앞에서 볼 일을 보지 않는 승태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승태가 감추고 싶고, 절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토록 보여주기 싫은 자지가 다 까발려졌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충격과 수치심은 대단할 듯 했다. 조용한 성격의 승태로 미루어보아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도 같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하는 자지를 다른 녀석들과 함께 보는 것도 싫었다. 잠들어 있는 승태도 그러했을 테고, 나도 녀석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정말 무척이나 보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나 혼자만 이를 악물고 참으면 아무도 승태의 자지를 볼 수가 없었다. 승태가 지키고 싶은 것이었으니 나도 지켜주고 싶었다. 아니 지켜줘야만 했다.
“에이, 이제 재미없다. 우리 그만하고 가서 자자.”
다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나는 재밌구만. 승태 기집애 같은데, 꼬추는 제대로 달려 있는지 한 번 보자.”
바로 이어서 홍수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집애 같은 애 꼬추 봐서 뭐하게. 빨리 가자.”
승태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었지만 승태를 지켜주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승태가 내 말을 들었을 리는 없을 것 같아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승태를 지켜준 사실이 나를 뿌듯하게도 만들었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승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였다. 창 밖이 조금 밝아진다 싶었을 때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난리통 같은 소리에 잠에서 깼다. 정말 난리가 나 있었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팬티 안에 낙서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친구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를 않았다. 승태 방의 친구들이 나를 끌고 가서 웃으며 모다구리치듯 나를 깔아뭉갰고, 나도 웃으며 발버둥을 쳤다. 꼬추가 어떻게 생겼더라고 품평을 하는 나랑 벽에 기대 앉아 있던 승태의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친구들의 꼬추가 드러난 것만으로도 승태는 수치스러운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승태를 지킬 수 있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는 내 마음 한 쪽에 음란한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밤에 승태 옆에서 자면서 혼자서만 꼬추를 만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승태가 깨서 뭐라고 하면 잠버릇 핑계를 대며 자연스레 말을 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잠에서 깨지 않는다면 바지를 벗기고, 친구들이랑 야동을 보며 같이 자위를 하다 내가 친구들의 자지를 빨아줬던 것처럼 승태의 자지도 빨 계획이었다. 생각만으로도 자지에 힘이 들어갔다.
저녁 시간에 승태의 방에서 베개 싸움을 하다 억지로 승태의 옆에 눕는 것까지 성공을 했다. 승태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자지를 만지는 일만 남은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전날, 새벽까지 못 잤던 탓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되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정신없이 자다가 잠에서 깬 것은 창 밖이 밝아오는 무렵이었다. 뭔가 이상해 이불을 들추고 보니 바지와 팬티가 내려가 있었다. 낙서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녀석들이 나에게 장난을 친 것 같았다. 웃음이 나왔다. 옆에는 여전히 승태가 등을 돌리고 잠이 들어 있었다. 승태도 장난을 칠 때 같이 쳤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으나 전날 밤 너무나도 잘 자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고, 조용한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잠에 취해 곯아떨어진 듯 조용했다. 승태도 가는 숨소리를 내며 잘 자고 있었다. 나는 낮에 계획을 세웠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승태에게 더욱 바짝 붙었다. 새우잠을 자듯이 무릎을 끌어당겨 자고 있어서 꼬추를 만질 수가 없었다. 돌아눕도록 제법 힘을 주어 돌려봐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음란한 생각을 하는 줄 알고 철벽방어를 하는 것만 같았다.
포기를 할까 하는 시점에 승태의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추리닝 바지가 조금 내려가 엉덩이 골이 보일락 말락 했다. 말려 올라간 티셔츠 사이로 하얀 살결이 창으로 새어 들어온 햇살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죽어가던 자지가 다시 팽팽하게 발기가 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승태의 엉덩이를 만지다 살짝 드러난 팬티 밴드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었다. 엉덩이 골이 시작되는 부분이라 살에 닿지 않고 잘 들어갔다. 천천히 팬티를 내렸다. 무릎을 끌어당기고 있어서인지 조금만 힘을 줘도 잘 내려갔다. 조금씩 조금씩 승태의 엉덩이가 드러났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지에 힘이 더욱 바짝 들어갔다. 더 이상 내릴 수 없을 때까지 내려놓고 승태의 엉덩이를 감상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살결이었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니 너무나 부드러웠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모두들 죽은 듯 자고 있었다. 나는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승태의 엉덩이를 보며 폭풍 자위를 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자지 끝으로 승태의 엉덩이를 문질렀다. 너무 부드러워서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내 안의 음란마귀는 나를 더욱 부추겨 엉덩이 사이로 자지를 넣게 만들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만족이 되고 엄청 기분이 좋았으나 음란마귀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나에게 소리를 쳤다.
‘뭐해? 똥꼬를 따. 야동에서 봤잖아. 여자 똥꼬에 남자 자지가 들어가는 거 보고 신기해하고 너도 그렇게 하고 싶어 했잖아. 지금이 기회야. 야동에서 자지에 침 뱉고 똥꼬에 쑤시는 거 기억나지? 너도 그렇게 해. 할 수 있어. 지금이 기회라니깐. 오늘이 수학여행 마지막인 거 몰라? 빨리 해. 아침이 밝아오고 있어. 친구들이 잠 깨면 하고 싶어도 못해.... 너 쫄보야? 덩치는 산 만한 게 소심해 가지고는.... 쫄보새끼....’
정말 마지막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영영 오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손에 침을 뱉어 귀두에 바르고 다시 승태의 엉덩이 사이에 자지를 넣었다. 아까보다 훨씬 미끄러웠다. 자지를 잡고 승태의 똥꼬를 찾기 위해 아래위로 움직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승태의 똥꼬를 찾기도 전에 귀두가 쓸리는 자극에 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른 손으로 감쌌다. 곧바로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하마터면 승태의 엉덩이에 쌀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내 안의 음란마귀는 어디론지 도망을 가고 승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손에 묻은 정액을 티셔츠에 문질러 닦고, 다시 천천히 승태의 팬티와 바지를 올려 입혔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 준 뒤 내 방으로 돌아가 가방에서 갈아입을 옷을 꺼내 세면장으로 향했다.
승태는 내가 한 짓거리를 모르는 듯 했다. 나랑 눈이 마주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시선을 싹 돌리며 나를 외면했다. 그렇게 승태에게 한 마디도 말을 건네지 못하고 수학여행은 끝이 났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도 마감이 되어 3학년이 되었고, 가끔 우리반에 승태가 놀러올 때도 나는 힐끔힐끔 바라만 봤을 뿐, 졸업을 하는 그날까지도 말 한 번 붙여 보지 못했다.
나는 내가 소심하다는 것을 승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좋아하고, 마음에 있으면 아무 말을 못한다는 것을 승태를 시작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다른 일에는 덩치값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결정적인 순간, 그러니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에는 여지없이 소심함이 발현되었다. 이것이 내가 연애는커녕 제대로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래도 다시 만난 승태에게 소심한 나를 보여주기가 싫었다. 먼저 말을 걸고, 친한 척을 하고, 진짜로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수학여행 때처럼 그런 과감한 짓을 할 수는 없겠지만, 나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승태에게 중학교 동창이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리고, 수학여행 때와 소풍 때 찍은 단체사진을 보며 그때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마음 놓고 짝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섹스는 절대로 못하겠지만 가끔 만나 밥도 먹고, 술잔도 기울이고, 영화도 보고, 승희를 끼워 놀러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섹스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승태와 같이 노는 것을 데이트라 생각하면 내 사랑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승태가 머리를 다 말고 비닐캡을 씌우는 것이 보였다. 여자 손님의 머리가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있었으므로 내 머리를 깎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승태는 가게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스탭이 나에게 다가와 원장님이 많이 피곤해서 좀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스텝은 다른 디자이너를 권유했으나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끝까지 기다렸다. 큰맘을 먹고 왔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은 인사말을 통해 첫마디를 떼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말한 뒤, 머리를 깎는 중에 슬쩍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혹시 어느 중학교 나왔느냐고 물어볼 계획을 세웠다. 승태가 나랑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면서 반가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기다림의 지루함도 사라지게 할 만큼 기대되는 일이었다.
승태가 맡은 여자 손님이 결제를 하고 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것이었다. 스텝이 나를 불러 자리에 안내했다. 커트보가 목에 둘리자 이제 단둘이 만나 첫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다. 그런데 승태는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 와서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리깡과 가위를 만지며 상태를 점검했다. 직업의식에서 나온 자연스런 행동이겠지만 그래도 좀 섭섭했다. 하지만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어서 섭섭함은 곧 사라졌다.
“많이 피곤하죠?”
신혼여행 선물을 줄 때 처음 말을 걸고, 두 번째로 말을 거는 것이었다.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심쿵했다. 하지만 승태는 내 시선을 피했다. 표정이 꼭 보면 모르냐? 하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더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 승희 핑계를 댔다.
“승희가 가라고 해서 왔어요.”
바로 이어서 말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소심해져서 말을 못할 것만 같았다.
“짧게 모히칸으로 깎아 주세요. 결혼식 때 봤죠? 그렇게.... 머리가 완전 직모라 자주 깎아야 되는데, 그동안 바빠서....”
내가 말을 하는데 눈도 안 마주치는 승태 때문에 말이 기어들어갔다. 소심함이 머리를 내미는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말을 건넸다. 내 마음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었다.
“원장님, 뒷머리 하고 옆머리는 진짜 짧게, 하얗게 밀어주세요.”
나름 힘을 주어 말을 마무리 하는 것은 좋았으나 원장님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처남’이라고 부르기에는 가족 관계를 끌어들여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내가 더 부담스러웠고, 이름을 부르기에도 난감했다. ‘승태 씨’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승태야’ 하기에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내가 고른 단어가 ‘원장님’이었다. 장소와 상황에 걸맞는 가장 보편타당한 호칭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눈을 감고 승태의 손길을 느끼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눈을 뜨고 승태에게 어느 중학교를 나왔는지 물어보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그 다음은 승태의 반응에 따라 말을 하면 될 터였다.
눈을 감기 전에 거울에 비친 승태를 바라봤다. 중학교 때는 키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고등학교 때 바짝 큰 경우인 듯 나랑 비슷한 키였다. 여전히 동글동글하고 하얀 얼굴이었다. 만져보지 않아도 애기 피부같이 부드러울 것이었다. 예전에 엉덩이를 만지던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자지의 위치를 바로 잡으며 눈을 감았다.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 새벽 햇살이 비치던 방 안에 승태와 내가 붙어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승태가 내 머리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랫도리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조그맣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내 탄성소리는 무지막지한 비명 소리에 완전히 묻혔다.
“아~~~~악~!”
비명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거울 속의 승태가 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왼손 중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 때문이었다. 끝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피곤해 하는 승태에게 머리를 맡긴 내 잘못이었다. 너무 놀라서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마터면 괜찮냐고 물을 뻔 했다. 전혀 괜찮지가 않은데.... 승태는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할 사이도 없이 거즈로 손가락을 감고 가게를 빠져 나갔다. 아무도 따라가지 않는 것 같아 나라도 같이 가려고 얼른 커트보를 걷어내고 뒤따라 나갔으나 승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털레털레 거리를 걷다가 아무 미용실에 들어 아무렇게나 머리를 깎았다.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했으니 혼자서 이리저리 배회를 하다 늦게 들어갔다. 씻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승태의 모습이 떠나지를 않았다. 피를 보고 얼굴이 파랗게 질리던 승태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그런데 잠깐 닿았던 승태의 손길이 머리에 남아 감각이 살아났다. 이어 어린 시절 승태의 부드러운 살결을 만졌던 기억도 살아왔다. 나는 또 음란마귀가 씐 것처럼 발기가 되었다. 팬티를 벗었다. 승희가 쓰는 진동기구를 귀두에 갖다 댔다. 온몸이 짜릿해지면서 정액이 쿨럭쿨럭 나왔다. 나는 사람이라기보다 한 마리의 짐승이었다. 승태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승희와의 결혼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승희와 수다를 떨며 사는 것은 여전히 즐거웠고, 직장에서도 의심하던 눈초리를 거두고 이쁜 마누라를 얻은 나를 부러워했기에 처신하기도 한결 편했다.
그런데 가족들과의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막상 겪어 보니 그 예상을 훨씬 앞서는 일이 많았다. 나도 그렇고 승희도 고충을 토로했다. 날이 갈수록 간섭이 심해지는 장인과 장모의 태도에 승희는 나에게 미안해했고, 나도 모르게 시집 식구 티를 내느라 승희에게 전화를 해대는 어머니와 누나들 때문에 나도 미안해졌다.
결혼 이후 다가온 첫 명절, 추석 때는 승희가 비행기 스케줄이 잡혀 유럽 어디엔가로 날아갔기 때문에 나 혼자 내려갔는데, 그 다음 명절 설날에는 승희가 비행 스케줄을 조정했는지 나와 함께 본가로 내려갔다. 남들 하는 만큼 며느리 노릇을 하겠다는 승희였으나 한 번도 명절 음식을 해본 적이 없었는지라 모든 것이 서툴렀고, 어머니는 승희를 은근 슬쩍 배제시켰다. 옆에서 뭐라도 하는 게 마음이라도 편했을 텐데, 승희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머니와 큰누나 곁에서 전전긍긍했다.
결정적인 일은 그 다음날에 일어났다. 차례를 마치고 밥을 먹은 뒤 승희와 내가 설거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였다. 도로가 막혀 거북이걸음으로 가고는 있었지만 승희와 수다를 떨고 있었기에 그리 지겹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의 수다를 방해하는 전화벨이 울렸다. 둘째누나였다.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어디냐고 물었다.
“지금 집에 가고 있어. 길이 막혀서 아직 고속도로야.”
“왜 벌써 집에 가? 이제 우리 다 모였는데, 지난 번 추석에는 오지도 않았으면서 오늘은 여기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며느리로 들어왔으면 최소한의 며느리 노릇은 해야 될 거 아냐? 어제도 엄마랑 언니가 다 했다던데, 며느리가 돼가지고 차례만 지내고 친정에 간다는 게 말이 돼? 그동안 너 데리고 가서 고마운 마음에 얼굴 못보고 살아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건 아니잖아. 명절에라도 얼굴 보는 건데....”
성격이 괄괄한 둘째 누나의 말이 언제 끝날 지 모르기도 했고, 막혀 있던 도로가 조금 뚫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열이 받쳐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오빠, 왜 전화를 끊어....”
워낙에 시끄럽게 떠들어서 승희도 다 들었을 텐데, 모르는 척하는 승희에게 미안했다. 나한테 전화를 하기 전에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다가 둘째 누나가 총대를 매고 전화를 한 것이 안 봐도 뻔했다. 자기네들도 한 집안의 며느리면서, 자기네들도 차례를 지내고 바로 친정으로 달려왔으면서, 승희가 친정으로 가는 것을 타박하고 있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이제 첫 시작이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승희도 승희였지만 내가 참기 힘들 것 같았다.
여태껏 수다를 떨면서 잘 오다가 전화 한 통에 수다가 멈춘 것은 내 마음과 승희의 마음이 같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섰다. 다시 도로가 막혀 차를 멈춰 세웠을 때 승희에게 말을 던졌다.
“승희야....”
“......”
“우리 이혼하자.”
승희는 무심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다 짧게 대답을 했다.
“응.”
명절 연휴가 끝나고 곧바로 이혼서류를 제출했다. 1개월의 숙려 기간 동안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취소하기로 승희와 합의를 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늘 아이 타령을 하는 장인과 장모의 잔소리에 승희도 나에게 미안해했고, 우리는 서로 마음을 굳혔다.
승희와 나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집안 어른들의 간섭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것이었으니 어른들께는 알리지도 않고 깨끗이 정리했다. 승희의 집에서 나가는 과정도 깔끔했다. 이혼 숙려 기간에 원룸을 구하고, 별다른 이사 없이 옷들만 챙기면 되는 것이었기에 출장을 가는 척 캐리어에 큰 옷가지를 담아 원룸으로 옮겨 놓았다. 자질구레한 것들은 승희가 챙겨 가져다 줄 계획이었다. 그 다음의 일은 각자 알아서 처리하기로 승희와 합의를 봤다.
우리집에서는 상의도 없이 이혼을 했다고 난리가 났다.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어떤 말대꾸도 하지 않았다.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로 압축이 되었다. 승희가 얼굴값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마음껏 상상을 하라고, 비웃기만 했을 뿐 끝까지 입을 닫았다. 이 결혼 이벤트로 다시는 결혼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속이 시원할 정도로 마음이 후련해야 했으나 가슴 한 구석에 가시처럼 박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었다. 승태였다. 승희와 결혼을 하고 몇 번 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틀 안에 있었으니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이제 승희와 이혼을 하고 가족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으니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였다.
미용실로 찾아가면 되기는 했지만 나 때문에 손가락이 베이는 걸 바로 눈앞에서 지켜봤으니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설날 연휴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뒤로 볼 수 없는 시간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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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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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이 걸리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