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랴!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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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인데 하대를 하란다고 바로 말을 놓는 중년이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만식도 그제야 제대로 중년을 살펴보니, 적당히 살이 있는 체격에 목소리도 굵직하며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만식은 귤을 몇 개 꺼내서 중년에게 내밀었다.
- 이것 좀 드세요… 저는 서울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장사도 그렇고 해서 하도 답답해 바람이나 쐴까 싶어서요…
- 에구... 고마워요...! 바람 쐬기는 정동진 만 한데가 없지... 암! 조용하면서도 볼거리도 있고... 잘했어요!… 뭐,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 네, 예전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지역이 아담한 게 참 맘에 들더라고요!…
스피커에서 곧 다음 정거장 정동진에 도착한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잠을 아무래도 너무 많이 잤나 보았다. 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도착지가 가까워져 온 것이다. 곧 도착지라 생각하니 기차에서 내리기 싫어 왠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 근데, 정동진 어디에서 사시는 지요? 제가 오래전에 가 봐서 제대로 길을 찾아가려는지 모르겠습니다...
- 어느 쪽으로 갈려는 거요? (중년은 말을 놓았다 말았다 한다)
- 네, 그 기차로 꾸며진 레스토랑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어서요...!
- 아! 그럼 나랑 같이 가면 되겠네. 내가 그 부근에서 살거든. 잘됐네!
- 네, 그러세요? 잘됐네요...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만식은 가방을 챙기며 생수를 배낭 옆에 꽂았다. 중년은 만식과 대화 내내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뭘 하나 슬쩍 보니 카톡에 있는 애니팡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중년은 그런 만식을 보더니 쑥스러웠는지 폰을 닫으며, 얼마 전부터 친구가 가르쳐 줘서 요즘 정신없이 한다며 묻지도 않았는데 말해 주었다.
마침내 기차가 정동진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차례대로 기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멀리 모래시계 조형물이 보였고. 둘은 기차에서 내렸다. 시간은 어느새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만식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었다. 오랜만의 여행길이라 들떠서 그런지 배고픈 줄을 몰랐었다. 이제라도 일단 뭐든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코를 알싸하게 만들었다. 가을이라지만 정동진의 공기는 서울과는 너무 달랐다. 해가 지니 바로 겨울로 접어드는 기분이었다. 만식은 점퍼의 작크를 목까지 채우며 배낭을 다 잡았다. 중년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만식은 필요 없는 카메라를 배낭 속에 넣었다.
- 나야. 응, 방금 도착했어. 집에 별일 없고? 그래, 그래. 갔던 일은 잘되었어. 애들은? 당신은 어디야? 응, 난 곧 집으로 갈 거야. 잠깐 어딜 들렀다 갈 테니 밥이나 넉넉히 차려 놔. 배고파! 알았어.
내용을 보아하니 집에 있는 부인과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역에서 빠져나와 잠시 안내문을 보니 복합문화예술공간인 (하슬라아트월드)가 눈에 띄었다. 걸어서 5분 거리라 지나가는 길에 들러볼까 했다. 그러고 보니 중년이 사는 곳이 만식이 가는 목적지와 같아서 같이 가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나... 밥도 먹어야 하는데… 초면에 같이 밥을 먹기도 그렇고… 그래서 만식은 중년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 저,,, 어르신... 죄송하지만 전 잠시 다른 곳에 좀 들렀다 가겠습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죄송합니다... (만식이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 에구? 어딜 가려고? 내가 집에 가는 길에 바래다줄 텐데...?
- 아... 네. 저기(하슬라아트 : 부근 유명한 건물)에 좀 들렀다 갈까 하고요...!
- 하하… 그곳도 좋~지! 그래요...! 그럼 여행 즐겁게 다니고... 언제 기회 되면 봐요…
-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중년은 이렇게 헤어지기가 아쉽다는 듯이 몇 번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중년이 저만큼 사라지자 만식은 주변을 두리 번 거렸다. 식당을 찾기 위해서였다. 멀지 않은 곳에 (초당두부)라고 크게 쓰인 간판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평일인데도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음식점은 사람 많은 곳을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 만식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부 요리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사이 핸드폰을 꺼내 보니 문자가 한 통 도착해 있었다. 애인 영우였다.
서울을 떠난 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반나절 지나고 있는데... 새삼 멀리서 애인의 문자를 받아 보니 기분이 새롭고 애틋했다. 그래도 답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행 내내 그 누구와도 통화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정동진의 조각 공원은 정동진 역에서 해안을 따라 약간 떨어진 해발 600m의 산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동진 해수욕장, 정동진 역, 해안 도로, 동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부근에 유명한 유람선 레스토랑과 기차 레스토랑 겸 카페가 있다. 물론, 모래시계로 유명하긴 하지만...
만식은 급히 저녁을 먹고 드디어 기차로 만든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예전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오랜 시간 사랑했던 그 사람과 처음으로 왔었던 정동진... 10년이 넘게 강산이 변했어도 이곳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어찌 우리 인간들의 사랑은 이리도 쉽게 변하고 쉽게 만나는 건지... 자신 또한 그런 시간을 살아왔으니 누굴 탓 할 수가 있을까...!
이곳에 있는 유람선과 기차 카페는 정동진의 명소 중의 하나가 되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관광객들의 사랑으로 지역 관광에 큰 일조를 하고 있었다. 기차 레스토랑 안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은 2 테이블밖에 없었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멋있게 생긴 웨이터가 반갑게 만식을 맞았다.
-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어요...?
- 아, 네. 혼자입니다...
웨이터는 바다가 보이는 창 쪽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밤이 되니 기온이 떨어지고 있어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다. 예전에 왔었던 기억의 생각보다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혼자 있는 사람은 만식뿐이었다.
만식은 오래전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영화를 보러 갈 때나 야구장에 갈 때도 이렇게 여행을 다닐 때도 혼자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어쩌면 일찍부터 혼자서 살아왔기에 익숙해서인지 모르겠다. 지금의 애인도 함께 살자고 하는 것을 간신히 달래면서 혼자 지내고 있는데 가끔 함께 살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은지 모른다는 결론을 내리곤 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었다.
커피는 그 어느 때 마신 것보다 향기로웠다. 같은 음식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고 하던가?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정동진의 해변이 보이는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더욱 그윽하고 향기로웠다. 마치 외로운 만식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고 위로해 주는 기분이었다.
만식은 평소에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너무 좋아 한 잔을 더 주문해서 마시고 싶었다. 고맙게도 리필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레스토랑에는 손님들이 다 나가고 만식 혼자 남아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멋있게 생긴 웨이터가 자꾸 만식을 흘깃흘깃 쳐다본다. 설마 자신에게 관심을? 후훗... 혹시, 이쪽인가? 속으로 별생각을 다 했다. 하긴 다른 손님이 없으니 만식만 쳐다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잔을 비우자 커피를 다시 채워주며 어디서 왔느냐며 묻는 것이다. 작지 않은 키에 나이는 서른 중반 정도 되어 보였고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으나 알이 없는 액세서리 안경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만식과 웨이터 둘만이라 괜찮으면 같이 커피 한잔하자고 권했다. 그는 잔과 커피포트를 들고 와서 입구가 바로 보이는 앞자리에 앉았다.
-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아, 네. 편하게 앉으세요! 다른 손님이 없어서 오시라고 했는데 괜찮죠...?
- 네. 괜찮습니다. 근데, 선생님은 커피를 많이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 아... 그렇게 보였어요? 난 평소에는 자주 안 마셔요. 근데 오늘 이곳 커피를 마시니 무척 당기네요... 아마도 멋진 분이 서비스해서 더 맛있는가 보네요!. 하하하...!
- 별말씀을요...! 고맙습니다... 커피는 분위기라고 하잖아요...!
- 근데, 생각보다 좀 조용하네요. 평소에 이 시간에는 한가한 시간인가요...?
- 아, 네... 곧 마감 시간이 다 되어 가거든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계셔도 됩니다...
- 아, 그래서 손님들이 별로 없었군요. 괜히 나 때문에 늦게까지 있는 건 아니죠...?
- 아닙니다. 기본 영업시간이 있는걸요!…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드세요… 아직 30분 정도의 시간이 더 있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 음… 선생님께서는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는지요? 말씀이 서울분은 아닌 거 같은데요...
- 아!… 그래요? 서울에서 왔어요!… 지방 사투리가 좀 심하죠? 고향이 서울이 아니라서… 하하하! 오랜만에 바람이나 쐴까 하고 왔어요… 10년 만에 정동진에 바람이나 쐴까 하고... 웨이터분은 이곳에서 근무한 지 오래되었어요...?
- 아닙니다. 저도 서울에서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작년 여름에 이곳에 왔었어요... 이제 1년 좀 넘었어요...
웨이터는 만식을 슬쩍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창 쪽으로 급히 시선을 돌렸다. 마주 앉아 정면으로 보니 나름 이목구비가 또렷했었다.
- 고향은 어디예요...?
만식이 고향을 묻자 웨이터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 네... 저도 서울에서 오래 살았지만 고향은 홍성입니다.
- 홍성? 강원도, 아니면 충청도?
- 아...! 네... 충청도... (그는 말끝에 살짝 힘이 없어 보였다)
- 그래요... 나는 고향이 부산인데...! 하하하...! 아무튼 반가워요. 동향인은 아니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인사나 하죠! 난 최만식이라 해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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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홍성은 충청도구요, 횡성이 강원도입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