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판타지, 1화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지고의 경지에 오른 용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라헤드. 검성 사할에게서 검을 배우고 현자 라리엘에게서 마법을 배운 그는 마왕과 사룡을 물리치고 온 대륙에 그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누구보다 강한 그. 37세가 된 어느 날 그는 문득 신을 지배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고, 신계에 들어가 수많은 천사들을 물리치고 신 앞에 서게 되었다.


[교만한 자여, 원하는 게 무엇인가?]


지엄한 목소리가 하얀 회랑에 울려퍼졌다.


"나는 너를 이기고 싶다."


단호한 라헤드의 목소리가 마찬가지로 회랑에 울려퍼졌다.


[그대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이 세계를 관장하는 자. 이 세계에 속한 자가 나를 이길 수는 없는 법.]


"그건 해 봐야 알지!"


라헤드의 오른손의 검에 검강이 흘렀고, 왼손에는 마왕을 죽일 때 썼던 환상급의 마법이 하얀 빛을 띠었다.


[어리석은.. 너의 모든 것은 내가 관장하는 차원의 것. 무지몽매한 그대는 그것을 모르는가?]


라헤드가 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신에게 검과 마법이 닿는다고 생각한 순간, 신의 모습이 사라졌다. 동시에 새하얀 회랑도 사라졌다. 그리고 공간 전체에서 어떤 음성이 울려퍼졌다.


[그대는 영겁의 윤회라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21살이 되기 전에 죽게 될 것이며, 모든 전생의 기억을 갖게 될 것이며, 세계를 구원하지 못하면 그 생명은 1년씩 깎이게 될 것이다.]


순간 라헤드는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무슨 헛소리야! 당장 나와!"


그때, 공간이 어둠으로 화했다. 그리고 라헤드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


신력 181년. 성황의 가호 하에 대륙이 안정된 지 벌써 181년이 지났다. 윤회하여 다시 태어난 라헤드는 1년만 남은 생을 한탄하며 오늘도 주점에서 술이나 축내고 있다.


'다행인 건 돈 많은 부모를 만났다는 점이랄까..? 하아.. 내 인생은 끝이야. 검기도, 마력도 모두 없어졌고 이 실력으론 세계를 구원할 수 없겠지.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구원해야 할 세계가 과연 있는가 싶은 거겠지.'


세계는 안정되어 있다. 마계와의 연결로는 성력으로 철저히 봉쇄되었고, 대륙은 성황의 이름 아래 통일되어 있으며, 마지막 사룡 글리자드는 오래 전 라헤드 자신이 토벌했다.


'재미 없어, 재미 없어.. 어떻게 이런 삶이 있을 수 있지? 무엇보다도, 불공평해! 세계가 위험하지 않은데 어떻게 구하란 말야!'


그때, 주점 한켠이 시끌시끌해진다.


"어이, 그 소식 들었어? 용사 카울이 반란을 일으켰대!"


"반란? 왜? 용사면 꽤 좋은 대우를 받았을 텐데."


"나야 모르지! 그런데 반란을 일으킨 지역이 하필이면 무법지대로 알려진 사막 하야드여서 성황군이 갈 수 없다지 뭐야?"


"하야드? 마물이 득실거리는 그곳?"


"그래, 맞아! 그런 곳에서 일으키다니.. 아니, 그런 곳이어야만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거겠지만."


"그렇겠지.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에서 어떻게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겠어?"


라헤드의 귀가 솔깃해진다.


'반란? 무법지대의 인간들은 최소 성기사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 쫓겨났거나 도망쳤거나.. 그런 범죄자들이 몬스터들 틈에서 살아남은 것이니까. 이거.. 어쩌면 세계를 구원할 찬스겠는데?'


라헤드가 벌떡 일어선다.


'머뭇거릴 때가 아냐! 당장 수련이다!'


라헤드가 동전을 내던지듯 주인장에게 던져 주고 집으로 향한다.


딸그랑..!


그때, 시끌시끌하던 주정뱅이들 중 하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라헤드를 본다.


"자.. 이제 발동 들어갔겠지? 라헤드 군."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