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랴!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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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깜짝 놀라서 방문을 급히 닫고는, 일부러 큰소리로 마누라에게 목마르니 시원한 물 좀 사 오라고 내보냈지. 그 소리에 아들놈이 잠시 후에 후다닥 나오더라고… 난 일단은 모른 척하고 그날은 그냥 넘어갔었어… 근데, 내려오고 나서도 그게 자꾸 생각이 나는 거야! 그 두 놈이 벌거벗은 채로 안고 있는 모습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며칠 후에 마누라에게 말도 안 하고 서울 아들 집을 다시 찾아갔었지.
- 재식아!
- 네…
- 너, 이 아비가 왜 또 왔는지 알지...?
- ……
- 그날… 내가 본 게 사실이야? 아니지...? 아닌 게지?
-... 아빠!… 죄송해요… 벌써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실망하실 거 같아서 말씀 못 드렸어요… 하지만 저, 그 친구 사랑해요...! 그 친구도 날 사랑하고요...!
- 뭐? … 사랑한다고?!!! 네가 남자를 사랑한다고 했어...?
-...… 죄송해요…
- 너...! 너, 이 새끼...! 다시 한번 말해 봐! 그 말이 사실이야! 지금, 아비 앞에서 그게 할 말이야...!
- 죄송해요… 아빠!… 하지만 그 친구와 나, 서로 좋아하고 있어요...! 정말 사랑한다고요...!
- 이런 미친놈 같으니라고...! 네가 지금 제정신이야!!! 에구… 어찌 우리 집안에 아들 하나 있는 게 이 모양이야! 에고… 조상님들도 무심하시지...!
- 아빠! 내가 언제 아빠 말 안 들었어? 이번 한 번만 날 믿어줘! 응...?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 그 말에 나는 너무 화가 나 아들놈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고 말았어. 더 듣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분노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었다. 내 아들이 동성애자라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니! 이 건 말도 안 돼! 우리가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었지. 그런데… 그때,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이성을 잃고 말았어… 지금도 그게 후회가 돼...!
그리고 중년은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너무 뜻밖의 이야기에 만식은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현재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정신을 차렸다. 결론은 중년의 아들도 이쪽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중년이 계속 말을 이어 갔다.
- 자네를 기차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상하게 내 아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어… 그래서 집에 데려가서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했었거든… 뭐, 자네가 다른 곳에 들린다고 해서 내가 괜히 오지랖 펼치나 싶어 나도 그냥 헤어졌었지만… 근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된 거야! 허허허…
- 아... 네… 그러셨군요!… 아무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어르신 용서해주세요…
그러고 보니, 그때 중년이 집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밥을 넉넉하게 해 놓으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랬었구나... 만식은 새삼 중년의 아량에 몸 둘 바를 몰랐다.
- 에구!… 내가 자네 혼내려 데리고 나온 게 아니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나!…
- 고… 고맙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근데, 아드님은 아직도 서울에서 살고 있나요...?
중년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만식은 순간, 속으로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분위기가 잘 풀리려고 하는 데 괜한 질문을 해서 다시 냉각되는 것 같았다. 중년은 다시 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긴 숨을 몰아쉬고 담담하게 말을 했다.
- 아까 내가 내 아들 나이가 서른 좀 넘었겠다고 했었지!… 아마도 살아 있었다면...! 그럴 거야...
- 네. 네?!...! 그… 그럼!...! 어쩌다 가요...?
- 그 후로 내가 아들놈을 많이 괴롭혔어… 한동안 학비와 생활비도 안 보내주고… 마누라는 속 사정도 모르고 왜 그러느냐고 하지…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는데… 어느 추운 겨울날, 강릉에 있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었어. 그 추운 겨울 바닷가에 아들놈이 있다는 게야...! 마누라와 같이 허겁지겁 갔었지… 재식이 그놈은 이미 병원 영안실에 있더라고… 유서를 써 놓았는데… 부모님께 미안하고 정말 죄송하다고… 아직도 마누라는 그 사실을 몰라… 아들이 왜 자살했는지… 내가 그래도 언젠가는 말해줘야겠지…
중년의 아들 이야기에 만식은 참을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오히려 중년은 담담하게 무표정이었다. 세월이 이미 많이 지나서인지 몰라도 별로 슬픈 기색도 없었다. 반대로 만식은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 하고 있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듯이 아마도 중년은 자식을 일찍 가슴에 묻고 평생을 그렇게 살 것이 분명했다. 자식을 일찍 보낸 부모의 마음이 오죽했으랴...!
- 에구... 그나저나 자네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 아… 네…! 네, 있습니다… (급히 눈물을 훔치며…)
- 슬퍼 말게! 다 그놈의 운명인 게지… 나도 이제 다 잊고 딸 둘만 보고 살고 있다네… 근데, 자네 나이는 몇이야? 인제 보니 나이가 좀 있어 보이긴 한데…
- 아... 아닙니다. 이제 마흔 좀 넘었습니다.
만식은 더 이상 민망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나이를 열 한살이나 낮춘 것을 계속 속이고 있었다. 중년은 이제 진짜로 그렇게 믿는 눈치였다.
- 내가 자네를 보니 아들 같아서 하는 말인데… 그래도 조심하게나… 그런 데서 함부로 그렇게 했다간 큰일 난다고...! 나도 나이가 곧 60인데… 솔직히 아까 술을 마셔서인지 잠결에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었지. 한데, 갑자기 죽은 재식이가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더 깜짝 놀랐던 거야!
- 네…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 근데, 고향은 어딘가? 말투가 경상도 같은데…
- 네… 부산입니다…
- 그래...? 내 마누라 고향이 부산인데… 허허... 마누라 친정이 부산 부근에 있는 김해라고 했나...? 그곳에 있어...!
- 김해요...? 아...! 저희 부모님께서도 그곳에서 사셨어요… 지금은 두 분 다 안 계시지만…
- 에궁… 일찍 가셨구먼...! 그럼, 형제들은?
- 누님과 저 둘뿐입니다. 오래전에 형님이 한 명 있었는데 일찍 돌아가셨고요... 누님은 이곳 강릉에서 살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길...
- 에구... 형은 어쩌다가...! 아무튼 이래저래 인연이 있구먼! 그럼, 매형이 강릉 사람이야?
- 네… 결혼 후 서울에서 사시다가 오래전에 고향으로 내려오셨어요…
그러는 중에 중년은 시계를 보더니 살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 에궁… 이거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 나는 그만 일어나야겠어...!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네...!
- 아!… 괜히 저 때문에 시간만 빼앗겼네요… 죄송합니다...
- 그만 됐어! 이제 죄송하다는 말은 그만하게! 아무튼 건강히 잘 지내고 몸조심해! 누구를 사랑하던지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말이야!
- 감사합니다… 어르신, 찻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그냥 가세요...!
- 에고… 그럴까? 허허허… 그럼 차 잘 마시고 가네… 다음에 또 인연이 있으면 또 봄 세...!
- 네. 먼저 들어가세요…
만식은 그렇게 중년과 헤어지고 혼자서 다방에 30여 분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11월의 강릉은 좀 스산하게 느껴졌다. 누님이 오래전부터 강릉에 있어 2~3년에 한 번꼴로 다녀가는 곳이긴 하다. 그러나 강릉은 매번 올 때마다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었다. 강릉이란 도시가 한마디로 정이 가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만식이 강원도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만식은 강원도 사람과 충청도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했었다.
* * *
만식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만식이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만식은 부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이수근이라는 남자 담임 선생이 있었다. 담임의 나이는 40 초반의 기혼자였으며 이상하리만큼 만식을 아주 귀여워해 주었다. 그 담임 선생의 고향이 충청도였다.
듬직하면서도 남자 다운 생김새의 담임 전공은 영어 과목이었다. 만식은 중학교에 다닐 때 영어를 잘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담임은 만식을 무척이나 예뻐해 주었는데 시험을 치르고 나면 꼭 만식을 불러서 함께 답안지를 체크하곤 했었다. 그렇게 일이 끝나면 담임은 만식을 데리고 빵집에 데리고 가서 만식이 좋아하는 카스텔라와 우유를 사 주었다.
만식의 또래 들은 당시에 술과 담배를 하는 친구들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만식은 전혀 하지 않았기에 담임이 만식을 더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담임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기에… 하루는 토요일 늦은 하굣길에 담임과 함께 가게 되었다. 근데 담임이 뜬금없이 만식의 집안일을 물어보았다.
- 식아. 요즘도 아버님은 집에 잘 안 들어오시니? (뜬금없이 만식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
- 예...? 아!, 예… 안 오신지 한 달이 되어 가 예…(시무룩하게 대답하는 만식…)
고향은 충청도였으나 서울에서 생활한 담임은 언제나 표준어(서울말)를 사용했다.
- 그래, 어머니께서 고생이 많으시겠구나...! 너는 어떠니?
- 지는 괜찮아 예!… 엄마가 힘들어하시지 예...! (만식은 담담하게 말을 했다)
- 배 안 고파? 가는 길에 빵집에 들를까...?
- 괜찮은데 예...!
괜히 좋아하지 않은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 담임이 미웠다.
- 정말 배 안 고파...?
- 예… 괜찮아 예...!
- 음… 이상하군? 지금쯤 배가 고플 텐데...? 만식아, 그럼 오늘 우리 집에 가자? 오늘 와이프가 친정 가고 없어… 내가 너 좋아하는 책 빌려줄게…
- 집에 가서 책을 예...?
그 말에 좋아하는 만식의 표정. 그러나 계속 뾰로통해 있었다.
- 왜, 싫어? (담임의 눈에서 약간 실망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
- 아니라 예!… 싫은 기아니라… 선생님 집에 간다고 하니까...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서 예...
- 괜찮아! 같이 가자! 주말이라 집에 애들도 같이 가서 오늘은 나 혼자야!
- 선생님, 정말 그래도 되겠심니 꺼...? (애들도 없다는 그 말에 만식의 기분이 풀렸다)
- 그래. 괜찮아! 근데, 집에 연락 안 해도 되겠니?
- 뭐, 집에 아무도 없는데 뭔 걱정이라 예… 가면 저녁은 주실 거지 예...?^^
- 그래!… 우리 맛있는 거 해 먹자!
- 와~! 오늘 기분 좋네! 예~...! 선생님, 빨리 갑시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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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리오가 직접 마사지를 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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