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황석호 - 1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11>



  동아리 방에서 석호의 지도로 열심히 연습을 하는 동안 2학기도 끝이 났다. 나는 기숙사에 있던 모든 짐을 쌌다. 겨울이라 동아리 방에서 먹고 자고 할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집식구들은 내 모습을 보고 난리가 났다. 머리 때문이었다. 재수를 할 때부터 자르기 귀찮아 방치해 두던 머리를 밴드에 가입했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어깨까지 자라 있었다. 석호를 따라 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롹커라면 머리 정도는 길러줘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누나들보다 내 머리가 더 길었다.

  집식구들의 잔소리는 내 어깨에 걸쳐 있는 베이스 기타를 보고 조금 사그라 들었다. 베이스 기타는 내 머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대학가더니 별짓을 다 한다고 또 잔소리가 시작됐지만 역시 금세 사그라 들었다. 데모를 하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 듯 했다.


  겨울방학 동안 나는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겨울 방학 내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를 했다. 내가 살던 변두리 동네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어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었기에 일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사실은 좀 우연이고, 운이 좋은 것이었다.

  여름 방학 때는 학교 건물을 세우는 공사였고, 아르바이트로 노가다를 하려는 학생들을 염두에 두었는지 공고까지 붙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으니, 그냥 무턱대고 집에서 나와 공사 현장의 함바집 주위를 서성거렸다. 관리사무실에 가서 노가다 시켜 달라고 말할 용기도 없어서였다. 정말 뻘쭘했다.

  하지만 한창 점심 때라 함바집을 드나드는 아저씨들이 많았고, 그들 중에는 덩치 좋은 아저씨들도 꽤나 있어서 눈요기를 하기에는 좋았다. 그러다 어떤 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쳤다. 윤상호 선생님을 닮아 내 시선이 오래 머물고 있던 탓이었다. 나는 바로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리고 딴짓을 했으나 그 아저씨는 나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고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내 앞에 서서 나에게 물었다.


  “대학생?”


  덩치답게 굵은 목소리였다. 약간 때가 묻은 작업복에 안전제일의 안전화를 신고, 안전모는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약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아저씨는 방금 함바집에서 밥을 먹고 나왔는지 입을 쩝쩝거리다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나에게 또 물었다.


  “아르바이트로 노가다 할라고?”


  대뜸 반말이었다. 나는 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후~~~~”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다시 물었다.


  “해본 적은 있고?”


  “네. 여름방학 때 두 달 동안 했어요.”


  “뭔일?”


  “그냥 잡일요. 나르라면 나르고, 못 뽑으라면 뽑고.... 시키는 거는 다 했어요.”


  “안 그래도 일손 부족했는데.... 언제부터 할 수 있어? 지금 당장 할 수 있어?”


  “네.”


  “일당 2만원. 힘쓰는 일은 별로 없어. 일 잘하면 5천원 더 줄게. 오늘은 일당 반대가리 쳐주고.... 돈은 보름마다 줄게. 오케이?”


  “네. 오케이~”


  “밥은 먹었어?”


  “네, 먹고 왔어요.”


  “잘 됐네. 그럼 따라와.”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가서 누가 입고, 신었던 것이 분명한 작업복과 안전화를 내주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작업복은 나에게 약간 컸지만 안전화는 딱 맞았다. 나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했다. 아저씨의 말대로 정말 일손이 부족했는지, 함께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라 했다.

  처음 노가다를 한 날에 나는 눈치껏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알 수 있었다. 나를 채용한 아저씨가 소위 노가다 십장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아저씨와 계약관계로 묶인 사람들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면서는 그들이 함께 팀으로 움직이면서 공사현장을 떠돌아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니 다들 입이 험하고 거친 면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일이 서툴 수밖에 없는 나에게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내가 맡은 일은 전기 관련 일이었다. 전기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아파트 방들마다 벽에 콘센트가 붙어 있을 텐데, 내가 한 일이 바로 그런 콘센트와 관련된 일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콘센트 박스를 철근에 용접을 하고, 공구리를 치기 전에.... 아~ 씨.발.... 하는 건 쉬웠는데 말로 표현하려니 힘드네.... 아무튼 힘을 쓸 일이 거의 없고 쉬운 일이었다. 오히려 쭈그리고 앉아 단순작업을 해야 할 때가 많아 춥고, 지겨운 게 문제였다. 해가 뜨면 출근해서 해가 지면 퇴근했다.

  공사현장이 집에서 멀지도 않고, 하는 일도 편해서 며칠 만에 익숙해졌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 일당도 여름 방학 때와 같아서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겨울이라는 계절이 나를 힘들게 했다. 추운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온갖 것들이 들어간 드럼통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므로 추위는 별 문제될 것이 없었다.

  퇴근을 한 뒤 공사 현장의 먼지를 덮어쓴 내가 씻는 것이 문제였다. 여름 방학 때는 학교 샤워실에서 찬물로 먼지를 씻어낼 수 있었는데, 겨울은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 우리집은 변두리 동네의 슬라브 집이었고, 보일러도 없이 연탄을 때는 집이었으니 따뜻한 물이 나올 리가 없었다. 연탄 위에 올려둔 들통에 뜨거운 물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겨우 식구들이 세수를 할 수 있는 정도였기에 먼지구덩이 몸을 씻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스무 살이 넘은 내가 부엌에서 발가벗고 몸을 씻는 것은 여자만 있는 우리집에서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누나들이 나한테 남자 냄새 난다고 질색을 해서 방을 따로 쓰기에 이르렀으니, 내 방이 아닌 공유 공간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퇴근을 하면 집에 가기 전에 목욕탕에 먼저 들렀다. 매일 따뜻한 탕 안에 들어가 노가다로 지친 몸을 달래는 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공짜가 아닌 이상 부담스러운 금액임은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먼지구덩이 몸을 하고 집에 들어갈 수는 없었으니 속이 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노가다 십장, 그러니까 장씨 아저씨가 알게 되었다. 목욕탕에서 나오는 나랑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장씨 아저씨는 내 사정을 알고 단박에 해결책을 내놓았다.


  “야, 알량한 일당 받아서 목욕탕에 갖다 바치면 얼마나 남는다고.... 그냥 내 방에서 씻고 가.”


  여기서 내 방이란 장씨 아저씨가 머무는 여관방을 말했다. 아저씨들은 한 팀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고, 공사현장을 떠도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장기로 여관방을 잡고 생활을 하던 터였다. 장씨 아저씨는 노가다 십장답게 방을 혼자서 썼다. 그 방에서 나에게 샤워를 하라는 말이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좋은 일이었다. 나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거기에 장씨 아저씨는 하나를 덧붙여 말했다.


  “내일부터 5천원 올려줄게. 보니까 지각도 안 하고 일도 꼼꼼하게 잘하던데.... 앞으로 더 잘하라고 올려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한 번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했다. 목욕비를 아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일인데, 일당도 올랐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일주일 동안 목욕탕 물과 함께 쏟아 부은 돈이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음날부터 출근은 따로 하고 퇴근은 아저씨들과 함께 했다. 아저씨들을 따라 여관에 가서 먼지가 쌓인 몸을 깨끗이 씻고, 나는 또 퇴근을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가끔 아저씨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나도 따라가서 얻어먹기도 했고, 여관방에서 술판이 벌어질 때면 아저씨들이 내가 집에 가는 것을 붙잡기도 했다. 참으로 살가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노가다를 시작한 지 2주가 넘어 3주째로 접어든 때였다. 장씨 아저씨는 현장에 없는 때가 많았기에, 평소에는 퇴근을 하면 다른 아저씨들과 함께 여관으로 가서 열쇠를 받은 뒤에 샤워를 하고 다시 열쇠를 맡기고 집으로 가는데, 이날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아저씨들과 퇴근을 하고, 카운터에서 열쇠를 받아 장씨 아저씨 방으로 간 것까지는 같았는데, 내가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고 있는 때에 장씨 아저씨가 방으로 들어왔다.

  평소대로라면 작업복에 속옷까지 다 벗고 욕실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몸을 닦고 속옷을 새로 갈아입었을 텐데, 장씨 아저씨가 일찍 오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난감했다. 아무래도 방 주인이 먼저 씻는 게 도리일 듯 했다. 아저씨 먼저 씻으라고 말을 하려는데, 장씨 아저씨는 담배를 피워 물고 먼저 말을 꺼냈다.


  “너 먼저 씻어.”


  나는 런닝셔츠와 팬티를 입은 채로 갈아입을 속옷을 들고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나서도 욕실에서 몸을 닦고 속옷을 갈아입은 뒤에 나왔다. 장씨 아저씨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는 늘 보는 것이니 새삼스러울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속에 감춰져 있던 자지는 처음 보는 것이라 내 시선은 당연히 그곳으로 향했다. 컸다. 정말 컸다. 전혀 발기를 하지 않아 축 늘어진 자지인데도 내가 발기를 한 자지보다 더 커보였다.


  “야, 깜짝 놀랐어.”


  “네?”


  “씨.발 니 머리.... 여자가 나오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봤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 내 모습이 비쳤다. 늘 머리를 쪽을 지듯 묶어서 안전모 안에 우겨 넣고 있었으니 길게 늘어뜨린 머리는 처음 볼 터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대충 말아 올려 고무줄로 묶었다.


  “너 머리를 왜 길러?”


  “저 밴드해요.”


  “밴드? 그룹사운드? 송골매 같은 그런 거?”


  “네. 저랑 밴드 같이 하는 친구들이 다 머리가 길어서 저도 길렀어요.”


  “너 진짜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머리 풀고 있으니까.... 진짜 이쁘다, 이뻐. 하하하하”


  장씨 아저씨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나는 그동안 자지를 쳐다봤다. 다시 봐도 컸다. 음모가 그리 많지 않아 더 커 보이는 듯 했다. 저렇게 큰 것이 발기를 하면 얼마나 커질지 궁금했다.

  순간 석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덩치도 장씨 아저씨랑 비슷하고, 항상 청바지 앞이 불룩했으니 석호도 벗겨 놓으면 장씨 아저씨처럼 축 늘어질 것만 같았다. 장씨 아저씨의 얼굴이 석호의 얼굴과 겹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나는 재빨리 가방에서 바지를 꺼내 입었다. 내 자지가 커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장씨 아저씨는 길게 연기를 내뿜고 또 물었다.


  “그럼 너는 거기서 뭐하는데?”


  “베이스 쳐요.”


  “그게 뭔데?”


  “기타랑 똑같이 생긴 건데.... 줄이 네 개에요.”


  “나도 옛날에 그룹사운드 좋아했어. 구창모 있을 때 송골매 참 좋아했지.... 모두 다 사랑하리도 좋고,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진짜 좋아했어.... 너도 그 노래 알아?”


  “네.”


  “그 왜 있잖아. 용기가 없을까~ 뚱땅뚱땅뚱땅 음~ 말을 하고 싶지만.... 요 부분. 진짜 좋아. 음~ 하기 전에 뚱땅뚱땅 하는 소리도 너무 좋고....”


  장씨 아저씨는 노래도 불러가며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였다. 특히 리듬이 빨라서 신이 나고, 피킹에 슬랩까지 골고루 연습할 수 있는 곡이라 석호가 나에게 엄청 강조한 곡이기도 했다.


  “그 뚱땅뚱땅 하는 소리가 베이스 소리에요.”


  “그럼 너도 그거 할 줄 알아?”


  “잘은 못하지만 쬐끔은요.”


  “노래는 안 해? 그룹사운드는 잘생긴 사람이 노래를 딱 해줘야 인기도 있고 좋지. 구창모 빠지니까 송골매가 땅으로 내려앉았잖아.”


  장씨 아저씨가 우리 밴드 공연을 보러 올 것도 아니었으니 나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대답을 했다.


  “노래도 해요. 기타 치는 애랑 저랑 번갈아 가면서 해요.”


  “이야~ 멋지네....”


  장씨 아저씨는 담배를 비벼 끄고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걸어갔다. 길게 늘어진 자지가 덜렁거렸다. 정말 아찔한 모습이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옷을 마저 입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저씨가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닦는 동안 자지를 더 보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 뻔했으므로 나는 작업복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그래도 이대로 그냥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워서 인사를 하는 척 욕실문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아저씨는 자지에 비누칠을 해서 열심히 씻고 있었다. 또 한 번 아찔했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잘 가.”


  그날 밤, 나는 잠자리에 들어서 장씨 아저씨의 자지를 생각하며 폭풍 같은 자위를 했다. 평소보다 정액의 양이 훨씬 많은 듯 했다.


  다음 날, 함바집에서 점심을 먹고 아저씨들이 드럼통 모닥불 주위에 둘러서서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을 때였다. 나도 그 사이에 껴있었다. 내 입에서도 아저씨들처럼 연기가 나왔다. 추워서 나는 입김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방황을 하면서도 피우지 않았고, 재수와 대학 1학년을 거치는 동안에도 한 번 피워볼까 하는 유혹을 참고 견뎠었는데, 아저씨들이 드럼통에 둘러서서 불을 쬐며 피우는 것을 보고 너무 맛있어 보여 한 모금 빨아봤다가, 그 한 모금이 두 모금이 되고, 그 두 모금이 한 개피가 되고, 그 한 개피가 또 한 개피를 부르고, 결국 나는 담배를 사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88라이트였다.

  아무튼 그렇게 다 함께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장씨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들에게 내 얘기를 했다.


  “영기가 밴드를 한댄다.”


  장씨 아저씨는 두 손으로 기타를 치는 흉내까지 냈다. 다른 아저씨들이 감탄사를 터뜨리며, 그래서 머리가 길었냐는 둥, 잘생긴 니가 기타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겠다는 둥, 우리나라에 아는 밴드라고는 송골매밖에 없는지 장씨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송골매와 구창모를 들먹이며 결국 나에게 노래를 시켰다. 그래서 했다. 선곡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였다.

  그 후로 일을 하다가 단순 노동이 지겨워지면 아저씨들은 나에게 노래를 시켰고, 나는 아저씨들이 듣고 싶은 노래들 중에 내가 아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불렀고, 따로 신청곡이 없으면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불렀다. 요즘은 아무리 노래를 많이 들어도 가사가 참 안 외워지는데, 그때는 고등학교 3년을 거치며 노래만 듣고 살아서 그런지 웬만한 히트곡은 그냥 저절로 나왔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일종의 노동요 역할도 하는 셈이었다. 주로 내가 노래를 불렀지만 아저씨들도 흥에 겨워지면 한 곡씩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낙천적이었고, 누구에게나 18번 노래 하나쯤은 다 있었으니 노래의 DNA를 타고난 것이 분명했다.


  나에게 노래를 처음 시켰을 때부터 장씨 아저씨도 현장에 붙어 있는 일이 많아 다른 아저씨들과 함께 더욱 친밀해져 갔다. 퇴근도 같이 하는 날이 더욱 많아졌고, 그 말은 곧 장씨 아저씨의 알몸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도 장씨 아저씨와 샤워를 하는 일이 익숙해져서 욕실에 알몸으로 들어갔다가 알몸으로 나와 몸을 닦고 속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먼저 씻을 때도 있고, 장씨 아저씨가 먼저 씻을 때도 있었다. 또 어떤 때에는 내가 씻고 있을 때 장씨 아저씨가 들어와 오줌을 누고 같이 씻을 때도 있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jjj9412153" data-toggle="dropdown" title="짭쪼롬백뒷보애널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짭쪼롬백뒷보애널</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1빠 고생하셨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