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여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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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충격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다음 순간, 그의 차는 마치 연안에 버려진 난파선 마냥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공포에 사로잡힌 재훈은 손을 뻗어 떨리는 손가락으로 간신히 안전벨트를 풀었다.

있는 힘을 다해 차의 문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서 차 올라오는 물은 어느 새 그의 가슴위에서 넘실거리고, 그렇게 차의 문 손잡이와 씨름을 하던 그의 손이 어느 한 순간 얼어붙은 듯 멈췄다.

 

여전히 공포에 사로 잡힌 그의 얼굴 표정의 한 구석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수위는 이제 그의 턱 위로 스멀거리면서 차 오르고 어느 한 순간 그의 머리가 완전히 물 속에 잠겼다.

 

그래, 이렇게 끝나는 거구나.‘

 

그의 코와 입을 통해 물방울이 수면위로 피어올랐다.

멍해진 그의 눈동자의 망막에 손하의 환영이 나타났다. 손하의 얼굴을 향해 그가 무거워진 그의 팔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재훈의 손에 잡히지 않고 그의 눈 앞에서 하늘거렸다.

 

나야. 재훈이.”

그래.”

손하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가 다시 잡히지 않는 손하의 환영에 그의 손가락을 가만히 댔다.

.... 많이 사랑했는데...”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손하의 모습이 한순간 사라지고 이제 그의 눈 앞은 검은 공간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많이 바쁜가보네?”

휴대폰을 귀에 붙이고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재훈이 물었다.

이제 나도 진급해야지.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아서 이번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공부 좀 해야할 것 같아서 말야.”

그래. 알았어.” 시큰둥한 말투로 재훈이 대답했다.

화난거 아니지?”

화는.... 내가 애냐?”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재훈이 피식하고 웃었다.

돈 벌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마워. 다음주에는 꼭 갈게.”

 

손하와의 통화가 끝난 후, 잠깐동안 무슨 생각에 잠긴 듯 해 보이던 재훈이 다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혹시 이번 주말에 그 술자리... 나도 같이 껴도 돼?”

희미한 웃음이 그의 얼굴에 번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갑자기 시간이 널럴해져서 말야.”

손을 뻗어 그가 옆에 놓여있던 펜을 집어들었다.

“8시까지 가면 되는거지? 괜찮은 애들 좀 많이 데려와봐.”

상대방의 말에 그의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가득해졌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따뜻한 온수가 재훈의 머리부터 발끝으로 흘러내렸다.

손바닥으로 뿌옇게 된 거울을 문지르고 그는 거울 안의 남자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젊고 건강한, 여전히 싱싱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알맞게 발달한 근육, 벌어진 어깨, 호감을 주는 외모에 살짝 지어지는 눈웃음은 자신이 보아도 매력적이었다.

 

알맞게 근육이 잡힌 자신의 매끈하고 탄력적인 가슴과 젖꼭지를 문지르던 손이 슬며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재훈이 왔구나?”

 

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리고 그를 돌아보면서 현식이 환하게 웃었다.

녀석은 형광색의 셔츠에 불그스름한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고 삐죽삐죽하게 무스를 바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항상 튀고 싶어했다. 종로에 있을 때에만 친해지고 싶은 그런 녀석이었다.

 

안녕하세요

그의 등장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나머지 남자들이 하나씩 재훈을 보고 엉거주춤한 인사를 건넸다.

. .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은 후, 그는 한 사람씩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녀석들의 외모의 점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시선이 검은 가죽잠바를 입고 웃음을 머금고 있는 녀석에게서 멈추었다

티비 드라마 어딘가에서 신인으로 얼굴을 내민듯한, 마치 그런 풋풋한 외모를 가진 사내 녀석 같았다.

 

가끔씩 대화 도중에 혀 끝을 삐죽이 내밀어 입술을 촉촉하게 문지르는 것도 귀여웠고 그 붉고 도톰한 입술도 육감적이었다.

손끝으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기 시작했다.

 

골뱅이를 오물오물 씹어먹는 모습하고, 입가의 맥주거품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내는 것이 묘한 매력을 풍겼다.

종로에서 살다시피 하는 자신의 눈에 아직까지 띄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일부러 남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목적으로 의식적인 행동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바로 진정한 은둔이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아직까지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았을 듯한 녀석에게서 재훈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오늘 밤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흰 손등이 불빛에 반짝이고 가지런하고 긴 손가락마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짧고 뭉툭한 손하의 손가락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제 같이 한 시간이 오래되어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손하와의 관계에서 그가 느끼는 것은 지루함이 전부였다.

가공후에 완전히 밀봉한 상태로 보관되는 통조림도 유효기간이 있는데, 팔팔하게 살아서 뛰는 그의 심장을 계속해서 만족시킬 사랑에 유효기간을 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런 그를 오늘 밤, 그 어린녀석의 모습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말에 까르르 웃으면서 녀석이 자신의 상체를 뒤로 젖힐 때 그의 바지 앞섶의 움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 녀석의 그곳의 벗은 모습을 재훈은 상상하고 있었다.

탄력적이고 곧게 뻗은 두 다리, 매끈하게 보이는 가슴과 허벅지. 갸름한 얼굴과 촉촉한 눈빛... 그 모든 것은 이제 손하가 그에게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줄곧 흥분되어 있는 그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녀석을 오늘 밤 소유해야 겠다는 욕망으로 그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11시가 지나고 호프집에서 나왔다.

 

일행의 시선을 피해서 어두운 골목으로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자고 가라.”

꽤 술에 취해 이제 술기운에 완전히 복종하게 된 그가 그 녀석에게 가능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

놀란 듯, 당황한 표정으로 녀석이 재훈을 바라보았다.

뭘 놀래? 너 내가 맘에 안드니? 난 너 좋은데.”

짐짓 여유로운 듯이 느긋한 그의 목소리가 입밖으로 나왔다.

집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요.”

난색을 표하며 녀석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 그러지 말구......”

그런 그에게 다시 한걸음 다가가면서 재훈이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형이 오늘 밤 많이 외롭거든. 밤새 얘기나 좀 하자.”

 

어떻게든 이 녀석을 소유하겠다는 생각에 그는 천천히 그 녀석을 살살 구슬리기 시작했다.

 

집에다가 오늘 일찍 들어간다고 했어요.”

너무 늦을거 같아서 친구집에서 자고 간다고 전화하면 되잖아.”

그가 녀석의 팔꿈치를 슬며시 잡았다.

죄송해요. 저 가야 해요.”

어린 녀석이 그런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버텼다.

너 내가 맘에 안드니?”

어린 녀석을 빤히 바라보면서 재훈이 물었다.

아뇨. 그런것은 아니구요.”

난색을 표하면서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같이 가자.”

그가 슬며시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다.

안돼요. 미안해요..”

녀석이 그의 팔을 슬며시 뿌리치고 다시 한걸음 물러섰다.

이제 짜증이 나기 시작한 재훈이 웃음기 가신 얼굴로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려면 너 이 자리는 왜 나왔어?”

“.......”

너 부모님이 여기 나온거 알고 계시니?”

“........”

나 나쁜 사람아니다. 너한테 무슨 해코지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가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녀석의 입술을 슬며시 문질렀다.

그냥 조금만 친해지면 너가 원하는 것, 뭐든지 해 줄수 있는 정도는 되는 사람이거든... 이 형이 말야....”

“.......”

너가 원하는 것... 있으면 말만 해.”

그가 슬며시 그의 손을 녀석의 어깨를 두르고 자신의 입술을 방금 자신의 손가락이 문지른 녀석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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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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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의 미학!
그 겨울님의 세계 중에 하나!
그리고 반전이나 트릭을 즐길 줄 아는 작가님!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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