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3) 하사 듀칸 – 특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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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3) 하사 듀칸 – 특무대,













 “어, 안녕하세요!”


 듀칸은 오랜만에 자신의 후원자인 열우 아저씨를 만나러 갔다.


 “아,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곳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이 서 있었다.


 “아, 네,”


 저 사람이 정말로 딸기, 아니 규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별로 닮은 거 같지도 않고,’

 “아저씨는 여전하시네요, 음, 근육이-, 몸이 더 좋아지셨는데요?”

 “하하하! 뭐, 요새 우리 남편이 나를 전혀 상대해주지 않거든, 밤에 너무 힘들어서 말야, 이렇게 운동이라도 미친 듯이 안 하면, 씨1발, 진짜 강간이라도 해버릴 거 같거든, 우리 남편을,”

 “하, 하하,”


 농담인 듯 농담 같지 않게 진지한 그의 얼굴에 듀칸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서? 왜 왔냐? 이야기라면 부대에서 해도 되잖아?”

 “네? 아니, 어떻게 그래요? 거기서는 높으신 대장님이신데,”

 “그런가? 그러고 보면, 너 요즘 투잡 뛴다며?”

 “아, 네,”


 벌써 소문이 흘러간 걸까, 듀칸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내 아들한테 들었어, 우리 막내랑 사귀는 사이냐?”

 “풉, 크, 헉! 쿨럭! 쿨럭!”


 듀칸은 갑자기 핵심을 찌르는 그의 질문에 놀라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어이구, 물 마셔 물, 자,”

 “네, 네,”

 ‘꿀꺽! 꿀꺽!’


 그는 열우가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흐, 우리 아들이, 네가 참 좋다던데, 듬직하고 빠구ㄹ1도 잘하고, 오래가고,”

 “어-, 그, 그래요? 하하하!”


 갑작스런 칭찬에 듀칸은 온몸이 붕붕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래, 아직 사귀는 건 아니라 이거지?”

 “네? 어-, 그, 그렇죠,”


 듀칸은 왠지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었고, 커다란 죄를 지은 것 같이 움츠러들었다.


 “하하! 뭐, 만나다 보면 즐기고 그럴 수도 있지! 나는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고? 오히려 엄청 개방적이라 이 말이지!”

 “하하,”


 어색하게 웃는 듀칸을 바라보면 그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곧, 1년인가?”

 “아, 네!”


 그는 열우와 1년 전 한가지 약속을 했었다. 


 과거, 듀칸이 전방 부대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듀칸을 불러제꼈고,


 “너, 25번 구역에 지원했다지?”


 열우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듀칸을 바라보았다.


 “아, 네, 그렇습니다,”

 “흠-, 왜? 굳이 전방에 지원하겠다면 우리 가문이 담당하는 10번 구역도 있었을 텐데,”

 “아, 그건,”


 알면서 왜 물어보냐, 그런 말이 나올 뻔했지만, 듀칸은 속에서 밀려 나오려는 말을 꿀꺽 삼킨 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제가 아저씨한테 신세 진 게 얼마나 많은데요, 거기에 아저씨네 부대에 간다?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저는 여태까지 제가 노력했던 걸 수포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 그래? 그럼, 내가 한 가지 좋은 제안을 하지,”


 그는 듀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었다.


 “돈, 필요하지?”


 자신을 꿰뚫어 보는 그 눈빛에 듀칸은 소름이 돋았다.


 “뭐, 예, 그렇죠,”

 “특무대 신청을 넣었더라?”

 “아, 네,”


 그것까지 알고 있는 건가, 듀칸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아-, 그런 표정 하지 마, 이건 순전히 후견인으로서의 간섭이니까, 특무대를 창설하면, 네 개인의 병사들을 거느릴 수 있고, 개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위에서 명령이 내려오지 않아도 네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이게 네가 원하는 거지?”

 “네,”

 “흠, 하지만 특무대는 결코 만만한 직책이 아니야, 그 직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항상 군에 기부해야 하고, 실적이라는 게 필요하니까,”

 “그것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 자격을 얻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겠네?”


 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무대는 이제 막 하사를 달려는 자신에게 꿈도 꾸지 못할 직책이다, 하지만 듀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열우는 단단한 표정의 듀칸을 빤히 바라보았다.


 친하게 지내던 동생 놈의 외아들, 그놈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옥문을 열어젖히려는 것을 자신은 막아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부추겨야만 할까,


 “너는, 정말 거기에 갈 거냐? 전방에?”

 “네,”

 “흠,”


 그가 이해되질 않는 건 아니었다, 들끓는 젊은 피와 괴수에 대한 증오, 그것을 열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사지로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너는 젊잖아, 아직 연애도 안 해본 놈이,”

 “그런 말씀을 하시려면 저는 가겠습니다, 애초에, 추천장을 곧바로 써주실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흠-, 그래?”

 “네, 추천장이 안 된다면, 제 스스로 하겠습니다, 일반 부사관으로서 전방에서 근무하며 실적을 쌓으면 될 일이니까요,”


 겨우 그 정도로 자신의 계획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죽을걸?”


 열우는 그가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며 듀칸을 얕보았다.


 “안 죽습니다, 저는 강하니까요, 뭐, 물론, 앞으로 더 강해지려면 돈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요,”

 “하하,”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열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 추천서를 받는다는 건 굉장히 대단한 거라고? 그리고, 단지 정에 매달리려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단순히 내가 불러서 여기에 온 건 아니겠지? 줘봐, 뭘 가지고 왔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아, 네!”


 듀칸은 그제야 얼굴을 펴며 슬며시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서류를 내미는 듀칸의 두 눈에는 자부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


 “호? 그래, 이건?”

 “왕들과 그 장군들에 대해 정리한 서류입니다, 그것들이 있을 만한 장소 또한 정리해 뒀구요,”

 “뭐?” 


 열우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부랴부랴 서류를 뒤적거렸다.


 “흠, 흐음,”


 한참을 서류를 읽어보던 열우는 다시 듀칸을 바라보며 그를 칭찬했다.


 “좋아, 아주 좋아,”

 ‘착!’


 “대단하군, 대부분, 아니, 모두 정답이야,”

 “네?”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던 듀칸은 열우의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흠, 뭐, 이 정도까지 알아냈으니 가르쳐주지, 상층부에서는 이미 이놈들뿐만 아니라 모체, 그러니까, 씨앗의 위치까지 모조리 파악해둔 상태거든,”

 “그, 그런,”


 듀칸은 당황한 얼굴은 금세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럼 대체 왜 그것들은 죽이지 않는 겁니까! 도대체, 더이상 뭘 잃을 게 있다고!!”


 흥분한 듯 몸을 일으켜 소리치는 듀칸을 향해 열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잃을 거? 많지, 아주 크고, 중요한 거야,”

 “네? 그게 무슨,”

 “것보다, 앉지? 새끼가, 어른 앞에서 소리나 지르고 말야,”


 열우는 심기가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그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 느껴졌다.


 “윽, 죄, 죄송합니다,”

 “후-, 그래,”


 열우는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듀칸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 듀칸은 한층 더 기가 꺾인 듯 움츠러들었다.


 “그래, 네가 생각하기에, 그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지?”

 “예? 음, 글쎄요?”

 “흐,”


 잔뜩 움츠러든 듀칸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열우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음흉한 표정으로 답했다.


 “목숨이지, 목숨,”

 “네? 아니,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이러나 저라나, 괴수들한테 목숨을 잃을 것이라면 차라리 밀어붙이는 게 맞죠,”


 그의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흠,”


 듀칸에게서 그의 아버지인 듀난과 자신의 젊을 적의 모습이 슬금슬금 비춰 보이는 듯했다.


 “쯧, 너 지금도 장군 한 놈을 상대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과 목숨이 사라지는지 알고서 하는 말이냐?”

 “그건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놈들을 방치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결국 돈이 무서워서, 목숨을 버리는 게 무서워서 그놈들을 사냥하지 않는다면, 결국, 멸종하는 건 우리입니다, 희생? 지금은 그건 당연히 해야 할 덕목입니다,”


 두 눈을 번들거리는 말하는 그의 모습에 열우는 그저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너 말야, 그 말을 바깥에 나가서 싸우는 병사들에게도 할 수 있나? 지금 대부분의 병사는 구 인류, 지금은 무능력자라 불리는 자들이지,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쟁터에 나가는지, 너는 알려나?”

 “당연히, 돈이나, 증오 때문이겠지요,”

 “아, 그래, 그렇지,”

 

 솔직히 열우는 구 인류를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 생각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사회를 돌리기 위한 톱니바퀴, 그것도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넘쳐나는 자원, 단지 그뿐이라 생각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응? 뭐?”


 듀칸은 피식 웃는 열우를 바라보다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겁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뜨거운 야망과 복수심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흐, 흐흐, 흐하하하하!!”


 열우는 듀칸이 재밌다는 듯이 미친 듯이 웃어 재꼈다. 

 

 “아-, 진짜, 너어는 진짜 재밌는 놈이야, 진짜 고집불통이고, 네 아버지를 똑 닮았어,”

 “그렇습니까?”


 듀칸은 열우의 말이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열우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저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저놈의 후원자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지?”

 “네? 네, 그런, 데요?”

 “그래-에? 그럼, 우리 아들은 어떠냐,”

 “네, 네? 그게 무슨, 갑자기 규선 형이 왜요?”


 듀칸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말을 더듬었다.


 듀칸은 괜시리 부끄러워졌다,


 “하하, 우리 막내가 참 잘생겼거든, 귀엽고, 너도 알잖아? 너보다 4살 많은, 어때? 우리 아들이랑 약혼식 올릴래?”

 “에, 예? 어, 잘, 잘 못 들었습니다?”

 “크크크크, 내 사위나 되라고 짜샤,”


 듀칸은 갑자기 도망치고 싶었다.


 열우는 아무 말 없이 어리바리한 그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자, 계약서,”

 “네?”

 “응? 왜? 너도 원하는 게 있고 나도 원하는 게 있고, 서로서로 윈윈이잖아?” 

 “아, 아니, 형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아! 그거? 괜찮아, 괜찮아, 그냥 서류상이야 서류상, 나중에 서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너는 몰라도 우리 막내의 의견은 중요한 거니까,”


 듀칸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그 제안을 거절하려 들었다.


 하지만 열우는, 듀칸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다.


 “아, 아니! 그것보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듀칸은 당황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호감도 있었다. 속으로는 나름의 연정까지 품었던 상대, 나쁘지만은 않은 조건이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애써 피해 가려는 그에게 열우는 쐐기를 박았다.


 “1년, 1년간 우리 부대에서 근무해라, 그럼 네가 원하는 특무대의 자격뿐만 아니라, 돈과 내 아들까지 주지!!”

 “네? 네에-?”

 “어허! 잘 들어 보래도?”


 열우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며 어느새 준비한 종이 한 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응? 데릴사위가 되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잘 봐, 너한테 불리한 조건은 하나도 없으니까,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약혼 무효해도 돼! 응? 사위,”


 벌써부터 열우의 사위가 되어버린 듀칸은 비릿한 웃음을 내보이는 열우와 눈앞의 계약서를 번갈아 보며,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3화. (3) 하사 듀칸 – 특무대,













 “어, 안녕하세요!”


 듀칸은 오랜만에 자신의 후원자인 열우 아저씨를 만나러 갔다.


 “아,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곳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이 서 있었다.


 “아, 네,”


 저 사람이 정말로 딸기, 아니 규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별로 닮은 거 같지도 않고,’

 “아저씨는 여전하시네요, 음, 근육이-, 몸이 더 좋아지셨는데요?”

 “하하하! 뭐, 요새 우리 남편이 나를 전혀 상대해주지 않거든, 밤에 너무 힘들어서 말야, 이렇게 운동이라도 미친 듯이 안 하면, 씨1발, 진짜 강간이라도 해버릴 거 같거든, 우리 남편을,”

 “하, 하하,”


 농담인 듯 농담 같지 않게 진지한 그의 얼굴에 듀칸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서? 왜 왔냐? 이야기라면 부대에서 해도 되잖아?”

 “네? 아니, 어떻게 그래요? 거기서는 높으신 대장님이신데,”

 “그런가? 그러고 보면, 너 요즘 투잡 뛴다며?”

 “아, 네,”


 벌써 소문이 흘러간 걸까, 듀칸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내 아들한테 들었어, 우리 막내랑 사귀는 사이냐?”

 “풉, 크, 헉! 쿨럭! 쿨럭!”


 듀칸은 갑자기 핵심을 찌르는 그의 질문에 놀라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어이구, 물 마셔 물, 자,”

 “네, 네,”

 ‘꿀꺽! 꿀꺽!’


 그는 열우가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흐, 우리 아들이, 네가 참 좋다던데, 듬직하고 빠구ㄹ1도 잘하고, 오래가고,”

 “어-, 그, 그래요? 하하하!”


 갑작스런 칭찬에 듀칸은 온몸이 붕붕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래, 아직 사귀는 건 아니라 이거지?”

 “네? 어-, 그, 그렇죠,”


 듀칸은 왠지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었고, 커다란 죄를 지은 것 같이 움츠러들었다.


 “하하! 뭐, 만나다 보면 즐기고 그럴 수도 있지! 나는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고? 오히려 엄청 개방적이라 이 말이지!”

 “하하,”


 어색하게 웃는 듀칸을 바라보면 그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곧, 1년인가?”

 “아, 네!”


 그는 열우와 1년 전 한가지 약속을 했었다. 


 과거, 듀칸이 전방 부대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듀칸을 불러제꼈고,


 “너, 25번 구역에 지원했다지?”


 열우는 날카로운 표정으로 듀칸을 바라보았다.


 “아, 네, 그렇습니다,”

 “흠-, 왜? 굳이 전방에 지원하겠다면 우리 가문이 담당하는 10번 구역도 있었을 텐데,”

 “아, 그건,”


 알면서 왜 물어보냐, 그런 말이 나올 뻔했지만, 듀칸은 속에서 밀려 나오려는 말을 꿀꺽 삼킨 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제가 아저씨한테 신세 진 게 얼마나 많은데요, 거기에 아저씨네 부대에 간다?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저는 여태까지 제가 노력했던 걸 수포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 그래? 그럼, 내가 한 가지 좋은 제안을 하지,”


 그는 듀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었다.


 “돈, 필요하지?”


 자신을 꿰뚫어 보는 그 눈빛에 듀칸은 소름이 돋았다.


 “뭐, 예, 그렇죠,”

 “특무대 신청을 넣었더라?”

 “아, 네,”


 그것까지 알고 있는 건가, 듀칸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아-, 그런 표정 하지 마, 이건 순전히 후견인으로서의 간섭이니까, 특무대를 창설하면, 네 개인의 병사들을 거느릴 수 있고, 개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위에서 명령이 내려오지 않아도 네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이게 네가 원하는 거지?”

 “네,”

 “흠, 하지만 특무대는 결코 만만한 직책이 아니야, 그 직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항상 군에 기부해야 하고, 실적이라는 게 필요하니까,”

 “그것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 자격을 얻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겠네?”


 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무대는 이제 막 하사를 달려는 자신에게 꿈도 꾸지 못할 직책이다, 하지만 듀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열우는 단단한 표정의 듀칸을 빤히 바라보았다.


 친하게 지내던 동생 놈의 외아들, 그놈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옥문을 열어젖히려는 것을 자신은 막아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부추겨야만 할까,


 “너는, 정말 거기에 갈 거냐? 전방에?”

 “네,”

 “흠,”


 그가 이해되질 않는 건 아니었다, 들끓는 젊은 피와 괴수에 대한 증오, 그것을 열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사지로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너는 젊잖아, 아직 연애도 안 해본 놈이,”

 “그런 말씀을 하시려면 저는 가겠습니다, 애초에, 추천장을 곧바로 써주실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흠-, 그래?”

 “네, 추천장이 안 된다면, 제 스스로 하겠습니다, 일반 부사관으로서 전방에서 근무하며 실적을 쌓으면 될 일이니까요,”


 겨우 그 정도로 자신의 계획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죽을걸?”


 열우는 그가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며 듀칸을 얕보았다.


 “안 죽습니다, 저는 강하니까요, 뭐, 물론, 앞으로 더 강해지려면 돈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요,”

 “하하,”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열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 추천서를 받는다는 건 굉장히 대단한 거라고? 그리고, 단지 정에 매달리려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단순히 내가 불러서 여기에 온 건 아니겠지? 줘봐, 뭘 가지고 왔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아, 네!”


 듀칸은 그제야 얼굴을 펴며 슬며시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서류를 내미는 듀칸의 두 눈에는 자부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


 “호? 그래, 이건?”

 “왕들과 그 장군들에 대해 정리한 서류입니다, 그것들이 있을 만한 장소 또한 정리해 뒀구요,”

 “뭐?” 


 열우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부랴부랴 서류를 뒤적거렸다.


 “흠, 흐음,”


 한참을 서류를 읽어보던 열우는 다시 듀칸을 바라보며 그를 칭찬했다.


 “좋아, 아주 좋아,”

 ‘착!’


 “대단하군, 대부분, 아니, 모두 정답이야,”

 “네?”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던 듀칸은 열우의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흠, 뭐, 이 정도까지 알아냈으니 가르쳐주지, 상층부에서는 이미 이놈들뿐만 아니라 모체, 그러니까, 씨앗의 위치까지 모조리 파악해둔 상태거든,”

 “그, 그런,”


 듀칸은 당황한 얼굴은 금세 사납게 일그러졌다.


 “그럼 대체 왜 그것들은 죽이지 않는 겁니까! 도대체, 더이상 뭘 잃을 게 있다고!!”


 흥분한 듯 몸을 일으켜 소리치는 듀칸을 향해 열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잃을 거? 많지, 아주 크고, 중요한 거야,”

 “네? 그게 무슨,”

 “것보다, 앉지? 새끼가, 어른 앞에서 소리나 지르고 말야,”


 열우는 심기가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그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이 느껴졌다.


 “윽, 죄, 죄송합니다,”

 “후-, 그래,”


 열우는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듀칸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 듀칸은 한층 더 기가 꺾인 듯 움츠러들었다.


 “그래, 네가 생각하기에, 그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지?”

 “예? 음, 글쎄요?”

 “흐,”


 잔뜩 움츠러든 듀칸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열우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음흉한 표정으로 답했다.


 “목숨이지, 목숨,”

 “네? 아니,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이러나 저라나, 괴수들한테 목숨을 잃을 것이라면 차라리 밀어붙이는 게 맞죠,”


 그의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흠,”


 듀칸에게서 그의 아버지인 듀난과 자신의 젊을 적의 모습이 슬금슬금 비춰 보이는 듯했다.


 “쯧, 너 지금도 장군 한 놈을 상대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원과 목숨이 사라지는지 알고서 하는 말이냐?”

 “그건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놈들을 방치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결국 돈이 무서워서, 목숨을 버리는 게 무서워서 그놈들을 사냥하지 않는다면, 결국, 멸종하는 건 우리입니다, 희생? 지금은 그건 당연히 해야 할 덕목입니다,”


 두 눈을 번들거리는 말하는 그의 모습에 열우는 그저 기가 찬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너 말야, 그 말을 바깥에 나가서 싸우는 병사들에게도 할 수 있나? 지금 대부분의 병사는 구 인류, 지금은 무능력자라 불리는 자들이지,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쟁터에 나가는지, 너는 알려나?”

 “당연히, 돈이나, 증오 때문이겠지요,”

 “아, 그래, 그렇지,”

 

 솔직히 열우는 구 인류를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 생각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사회를 돌리기 위한 톱니바퀴, 그것도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넘쳐나는 자원, 단지 그뿐이라 생각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응? 뭐?”


 듀칸은 피식 웃는 열우를 바라보다 단호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겁니다,”


 그의 눈동자에는 뜨거운 야망과 복수심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흐, 흐흐, 흐하하하하!!”


 열우는 듀칸이 재밌다는 듯이 미친 듯이 웃어 재꼈다. 

 

 “아-, 진짜, 너어는 진짜 재밌는 놈이야, 진짜 고집불통이고, 네 아버지를 똑 닮았어,”

 “그렇습니까?”


 듀칸은 열우의 말이 기분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열우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저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저놈의 후원자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지?”

 “네? 네, 그런, 데요?”

 “그래-에? 그럼, 우리 아들은 어떠냐,”

 “네, 네? 그게 무슨, 갑자기 규선 형이 왜요?”


 듀칸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말을 더듬었다.


 듀칸은 괜시리 부끄러워졌다,


 “하하, 우리 막내가 참 잘생겼거든, 귀엽고, 너도 알잖아? 너보다 4살 많은, 어때? 우리 아들이랑 약혼식 올릴래?”

 “에, 예? 어, 잘, 잘 못 들었습니다?”

 “크크크크, 내 사위나 되라고 짜샤,”


 듀칸은 갑자기 도망치고 싶었다.


 열우는 아무 말 없이 어리바리한 그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자, 계약서,”

 “네?”

 “응? 왜? 너도 원하는 게 있고 나도 원하는 게 있고, 서로서로 윈윈이잖아?” 

 “아, 아니, 형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아! 그거? 괜찮아, 괜찮아, 그냥 서류상이야 서류상, 나중에 서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너는 몰라도 우리 막내의 의견은 중요한 거니까,”


 듀칸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그 제안을 거절하려 들었다.


 하지만 열우는, 듀칸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다.


 “아, 아니! 그것보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듀칸은 당황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호감도 있었다. 속으로는 나름의 연정까지 품었던 상대, 나쁘지만은 않은 조건이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애써 피해 가려는 그에게 열우는 쐐기를 박았다.


 “1년, 1년간 우리 부대에서 근무해라, 그럼 네가 원하는 특무대의 자격뿐만 아니라, 돈과 내 아들까지 주지!!”

 “네? 네에-?”

 “어허! 잘 들어 보래도?”


 열우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며 어느새 준비한 종이 한 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응? 데릴사위가 되라는 말은 안 할 테니까, 잘 봐, 너한테 불리한 조건은 하나도 없으니까,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약혼 무효해도 돼! 응? 사위,”


 벌써부터 열우의 사위가 되어버린 듀칸은 비릿한 웃음을 내보이는 열우와 눈앞의 계약서를 번갈아 보며,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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