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와이프의 후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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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흐'
찌뿌둥한 몸을 활짝 펼치며 건물 옥상으로 올라오는 한 남자. 셔츠를 입은 퉁퉁한 가슴팍을 벌리며 어깨를 돌린다. 비가 올 듯이 우중충한 하늘.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이런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가 초여름 더위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느끼는 남자다.
음침한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늘 퇴근 시간대부터 비가 내린다고 출근할 때 우산을 챙겨주던 와이프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미우나 고우나 남자는 여자 말을 들어야 잘 산댔다. 이내 담배곽에서 담배를 한 대 물고 흡연 구역으로 걸어들어가는 남자. 이 남자의 이름은 최재홍. 175의 키에 듬직하게 살이 오른 46살 회사원이다.
치익-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고 라이터 불을 붙이는 재홍. 조각처럼 잘생긴 이목구비는 아니지만 겉보기에 인상이 참 남자답다. 업무에 깨질 듯한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재홍은 눈을 꿈뻑거리며 주변을 돌아본다.
꽤나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날씨에 으슬한 바람이 바짓단을 펄럭인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흡연장 의자에 걸터 앉는 재홍. 푸짐한 엉덩이가 정장 바지에 가득 들어차며 의자에 가득 찬다.
'또 뭐냐~'
그러다 혼잣말을 하며 아내로부터 도착해있는 두 통의 카톡 메세지를 확인하려 하는 재홍. 또 무슨 심부름을 시키려고 그러는 거겠지. 집에만 있는 사람이 장도 좀 봐오고 하지. 요즘은 코로나에 마트 배달도 잘된다고 외출도 잘 안하는 아내다.
'오늘 퇴근할 때 맥주 몇병 좀 사와'
'애들 오니까 깔끔하게 들어오고'
그 때, 옥상 입구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재홍은 아내의 익숙한 통보하는 듯한 메세지에 순간 표정을 찡그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본다.
힐끔-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회사에 다니는 남자다. 담배 피는 타이밍이 맞아서 이렇게 하루에 한번씩은 마주치곤 하는 남자라서 얼굴을 아주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재홍보다는 꽤 어려보이지만 키는 재홍보다도 크고 술살에 불은 재홍의 몸매에 비해 근육도 좀 있는 듯 등빨이 좋은 남자의 모습.
남자도 그런 재홍을 힐끔 보더니 자연스레 재떨이 근처로 다가와 담뱃불을 붙이고, 재홍은 괜히 시선을 내리는 척 두꺼운 허벅지의 남자의 정장 입은 앞섶을 바라본다.
순간 재홍은 입을 굳게 다물며 입술에 살짝 침을 바른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는 굳이 따져보고 싶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재홍은 이 남자와 마주칠 때 남자의 튼실한 하반신에 눈이 가곤한다.
다른 회사 사람이라 말을 붙이기도 뭐하고 굳이 붙일 이유도 없지 않은가. 인상이 워낙 진해서 오해를 살 법도 하게 노려보듯 눈을 뜨고 있는 재홍. 남자는 그런 재홍을 신경도 안쓰는 듯 어느새 흡연 구역 입구에 서선 자신의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다.
'...후우'
그렇게 남자의 두툼한 허벅지와 앞섶을 힐끔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를 푹푹 내쉬며 의자에서 일어나는 재홍. 모르겠고. 다시 일 하러 내려가야지. 재홍이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내리니까 남자가 나갈 자리를 만들어주는 듯 살짝 뒷걸음질을 친다.
'아, 감사합니다.'
꾸벅-
그런 남자에게 꾸벅 인사하는 재홍. 남자 역시도 재홍과 그제서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꾸벅인다.
무슨 의미일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번도 못 들어본 남자의 목소리를 들어보고도 싶다. 그렇게 맞닿은 눈으로 바라보니 꽤나 잘생긴 얼굴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인상이 강한 재홍에 비해서 훨씬 부드럽지만 카리스마가 있어보이는 외모. 재홍은 남자를 스쳐지나 흡연 구역에서 나오며 들어오는 이상한 감정에 그저 고개를 갸웃대고 있었다.
쪼르르르-
옥상에서 내려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재홍. 덩치가 좋아서 소변기 한 칸이 가득 찬다. 유부남이 된 지 벌써 7년차인 재홍. 아직 아이는 없다. 지금의 아내와 이젠 사랑하는 관계라기보단 가족이 된지도 오래. 섹스도 초반에나 꽤 주기적으로 했지 거짓말 안 보태고 안한지 4년은 넘은 것 같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결혼을 서두른 탓인가. 가끔은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혼자 들긴 한다. 이제는 서로 발가벗고 있어도 아무런 감정도 못느끼니까. 허나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그냥 평생을 함께 갈 동반자려니 살아가고 있다. 뭐 딱히 잘맞는 건 없대도 안 맞는 것도 없으니까.
덜컥-
그 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 옥상에서 마주친 그 남자다. 재홍은 또다시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고, 남자는 재홍과 다시 눈이 마주쳐서는 약간 머쓱한지 시선을 돌려 소변기 앞에 선다.
딸그락 딸그락-
그렇게 벨트를 풀고 소변을 보는 남자. 콸콸콸 오줌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힘이 좀 되네. 괜한 민망함에 소변기에 허리를 살짝 밀어넣는 재홍. 오줌발이 금방 끊어진다. 재홍은 그렇게 엉덩이를 두어번 털고 지퍼를 올린다.
힐끔-
헌데 소변기에서 나오며 입술을 오므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꼬추를 훔쳐보듯 힐끔 눈알을 굴리는 재홍. 몸에 가려져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벌어진 틈으로 두툼한 무언가가 보인 것도 같다. 재홍은 태연한 척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온다. 왠지 모르게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이 기분. 재홍은 이 기분을 오래 가져가지 않으려는 듯 방금 씻은 차가운 손으로 자신의 두 볼을 감싼다.
쏴아아- 우둑 우둑
퇴근을 하고 동네에 도착하니 비가 꽤나 많이 내린다. 불어난 살집에 덩치가 커서 쓰고 있는 우산을 옆으로 기울이며 길거리를 걸어올라오는 재홍.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아내의 심부름인 맥주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불편한 자세로 퇴근을 하고 있다.
비도 오는데 길거리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요리조리 큰 덩치로 사람들을 피해가며 걷는 재홍. 말은 안하지만 지금 조금 짜증이 나있는 듯 심술보가 올라온 재홍의 얼굴이 보인다.
구두와 바지는 빗물에 다 젖고, 맥주는 무겁고, 집에는 얼굴 모를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겉보기엔 이래도 꽤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내향적인 재홍에 비해 아내는 사람 없이는 못 사는 인맥왕이다. 대학 시절은 물론 중, 고등 동창까지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아내가 그저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이해가 안가는 재홍.
오늘은 대학교때 절친하게 지내던 후배들과 만들었던 말로만 들었던 '장조림'파가 대학교 자취방 시절 이후 처음 홈파티를 개최하는 날이란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지난 해에도 화상 통화를 해가며 부엌에 잠옷 바지 바람으로 앉아서 맥주를 까더니만 기어코 사람들을 집에까지 부른 아내. 아내 이름이 장윤희니까. 장조림 중 리더 장이겠고 나머지 후배 둘이 조씨 임씨겠다 싶다.
'ㅋ'
곱씹어보면 참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안나서 헛웃음이 다 난다. 장조림은 무슨. 이제 재홍이 46이니 아내가 43. 그 나이에도 얼마전 화상 술자리에서 장조림파 포에버를 외치며 휴대폰에 건배하듯 잔을 부딪히던 다소 엉뚱한 아내를 생각하니 자꾸 헛웃음이 나오는 재홍이다.
그래도 재홍은 막상 사람들과 어울리면 분위기 못맞춰주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좋게 생각해보면 평소엔 혈압이니 당이니 체중 관리시킨다고 술도 잘 못먹게 하는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아내랑 술을 진탕 마시나 싶기도 하다. 심지어 오늘은 금요일 밤이니까. 그래. 놀아보자.
그렇게 아파트 입구까지 무사히 도착한 재홍. 후두둑 빗물을 떨어트리며 우산을 돌려 접는다. 괜히 머리를 한두번 털어내고 엘레베이터에 타는 재홍.
거울 속에 비친 수염이 거뭇하게 올라온 어느새 이렇게 불고 늙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단장을 한다. 꾀죄죄하게 들어갔다간 아내한테 혼쭐난다. 한 땐 그래도 여자들 좀 울렸는데, 이제는 아내 눈치나 보며 심부름 하는 머슴이 다 됐다. 정말 이십년도 더 지난 한 때의 추억이긴 하지만 잘 나갔다던 그 때의 존심으로 사는 게 남자니까. 재홍은 그렇게 짙은 눈썹을 씰룩대며 거울 속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형부 오셨다. 밖에 비 많이 오죠?'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왔어? 맥주 사왔어?'
짐을 풀기도 전에 맥주부터 찾는 아내의 목소리. 이미 볼이 발그레해진 걸 보니 술 한잔 꺾었나보다. 뭐 그래도 아내 술 걱정할 입장이 아닌 재홍이다. 아내는 술을 아무리 먹어도 취한 걸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술 앞에서 덩치값 못하는 건 재홍이니까.
그렇게 현관으로 달려나온 아내와 여성을 바라보며 인사하는 재홍. 재홍은 아내에게 맥주가 가득 담긴 봉투를 건네고 처음 보는 듯한 장조림파 여성에게 다시 인사를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장윤희 남편입니다.'
'에이. 저 결혼식도 갔었는데.'
'아 그러셨어요. 허허. 그 날 정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죠 뭐, 형부 얘기를 언니한테 워낙 많이 들어서 괜히 엄청 반갑네요'
'제 얘기를요? 어허허..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야 조서경 ㅎㅎ쓸 데 없는 얘기 하지말고 가서 과일이나 마저 깎아'
'반가워서 그러지'
아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서경의 말에 머쓱하게 아내를 바라보는 재홍. 뭐 지 남편 얘기 할 수도 있지 싶다. 다만 재홍은 아직 장조림의 조씨 조서경이 조금은 어색한데, 역시 아내와 노는 무리라 그런가 친화력이 어마무시한 서경에게 조금 당황한 듯한 재홍이다.
그런 남편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희는 괜히 입꼬리를 올리며 남편을 바라보고는 서경이 남편을 못 괴롭히게 식탁 자리에 앉힌다. 이미 소주 한잔씩을 먹으며 과일을 깎고 안주를 준비 중이었던 두 사람. 재홍은 머쓱하니 뒷머리를 긁으며 말을 잇는다.
'아 그럼.. 저는 좀 씻고 옷좀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하하.'
'아 예 편하게. 그러세요. 뭐야 왜 내가 집주인 같어?'
'푸핫'
'아하. 하하..'
덜컥-
그렇게 거의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재홍. 어휴. 아내같은 기 쎈 여자가 둘이 되니 감당이 안되네.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재홍. 저런 사람이 한 명 더 온다고? 재홍은 벌써 피로가 몰려오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시작한다.
'형부 결혼식 때보다 훨씬 듬직해지셨다.'
'그게 벌써 7년 전이다. 내가 말했잖아. 저 아저씨 살만 디룩 쪘다고.'
그 와중에 재홍이 들어가자 그새 또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두 여자. 윤희는 홈바에 기대고 서서 서경이 이쁘게도 깎아놓은 사과를 포크로 집어먹으며 대답한다. 계속 사과를 깎으며 말을 잇는 서경. 두 여자가 쿵짝이 참 잘맞는다.
'울 남편은 아무리 먹여도 살이 안쪄'
'그게 좋은 거지. 뱃살이 만병의 근원인데 어떡할라고 저러는지 아유'
'울 남편도 뱃살은 나왔지. 남자들은 나이 먹으면 더 관리를 안해'
'아저씨들이 이제 우릴 여자로 안보는 거야 암 혼나야 돼 아주'
'푸후훕 아우 웃겨.'
뜨거운 물에 거의 이십분은 샤워를 한 재홍. 퇴근을 해도 집이 이렇게 시끌벅적하니 샤워를 하면서라도 피로감을 밀어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젖은 머리로 트렁크 팬티 바람이 되어 안방 안 욕실에서 나오는 재홍. 입구에 대충 벗어놓은 빨랫감들을 대충 발로 밀어놓고, 젖은 머리를 털기 시작한다.
'깔깔깔'
그 와중에 닫힌 문 밖에서 들려오는 해맑은 웃음소리들. 여긴 어디인가. 여기가 내 집이 아닌가. 살짝 넋이 나간 재홍은 아내의 화장대 앞에 앉아 그래도 손님들이 왔다고 새로 면도를 한 얼굴에 스킨을 묻힌 손바닥을 탁탁 두들기기 시작한다.
덜컥-
빨랫감을 들고 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재홍. 곧바로 현관문 옆 세탁실에 빨랫감을 두러 걸어나간다. 아내 윤희와 서경은 본격적으로 판을 깔러 거실로 자리를 옮긴 듯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현관까지 나온 김에 대충 벗어놓은 자신의 구두를 정리하는 재홍.
헌데, 처음 보는 남자의 구두가 한쌍 보인다. 이게 누구 구두지. 재홍의 구두보다도 사이즈가 큰 남자 구두. 재홍은 영문 모를 표정으로 허리를 피고 일어나 뒤를 돌아 거실을 바라본다.
'어이고. 형님 인사드려야지.'
'어?'
'안녕하십..어?'
'임태풍 지각했어 이제 왔어'
그 때, 거실 테이블에서 일어나 재홍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는 두 사람. 아내 윤희는 앉은 채로 턱을 괴고 남편을 바라보며 맥주를 홀짝댄다.
'어어.. 안녕하세요'
'뭐야? 둘이 아는 사이에요?'
편한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아직 젖은 머리를 하고 거실로 다가오는 재홍. 재홍의 눈 앞에는 회사 옥상에서 매일 같이 마주쳤던 그 덩치의 남자가 서있다. 이름이 임태풍?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자신의 집 거실에서 목을 조이는 셔츠 단추도 풀어낸 후리한 모습으로 등장한 남자의 모습에 꽤나 놀란 재홍이다.
'형님 그 흡연장에서 뵌 분 맞죠?'
'어 맞어요. 이야 기가 막힌 우연이네.'
'뭐야? 둘 같은 건물이야?'
'누나 왜 말 안해주셨어. 형님인 줄 모르고 지냈잖아. 매일 마주쳤는데.'
'ㅋㅋ 내가 어떻게 알어. 을지로에 건물이 한두개니?'
재홍은 계속해서 놀랍다는 듯 입을 오므리고는 천천히 거실 테이블 아내의 옆에 앉는다. 그런 재홍을 따라 재홍의 맞은편에 앉는 태풍. 그렇게 들어보고 싶었던 태풍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재홍은 지금 기분이 신기하면서 이상하다. 다들 신기한 만남이 흥미로운 듯 오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어서 맥주잔을 들고 말을 잇는 서경.
'좋네. 좋아. 오늘 둘이 더 친해지면 좋죠'
'그러게요. 어우 우리 형님께서 울 누님 남편분인줄도 모르고 제가 진작 알아뵈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술 한잔 드리겠습니다.'
'아 예. 옙. 그러시죠'
재홍의 잔이 아직 채워지지 않은 걸 보고 몸을 살짝 일으키며 잔을 채워주는 태풍. 재홍은 그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두 손으로 잔을 들어 받고, 아내 윤희와 서경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여자들끼리 알 수 없는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다. 정말 다들 이 상황이 낯설긴 한가보다. 남편의 잔이 채워지자 건배하자며 잔을 올리는 윤희.
'그럼 다 채웠으니 짠 합시다. 잠깐, 그래서 태풍이가 울 아저씨랑 같은 건물에 회사 다닌다 이거지. 재밌네'
'그러게. 형님 뵐 때마다 풍채 좋으시고 멋있다 생각했는데. 이런 인연일 줄이야. 반갑습니다.'
'아 예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튼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 저희 집에서 편하게 드시고. 환영합니다아. 옙'
'건배~'
'장조림파 포에버!'
'우푸훕. 아우 언니 진짜.'
짠-
서로 잔을 부딪히는 네 사람. 허나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학 시절에나 외치던 구호를 다시 외치는 언니 윤희를 바라보는 서경. 윤희는 장난을 치면서도 서경과 눈을 마주치다 남편을 힐끔 바라본다.
그리고 계속해서 재홍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듯 재홍을 빤히 바라보는 태풍. 재홍은 느껴지는 태풍과 아내의 시선에 괜히 고개를 살짝 돌려서 맥주를 한입에 꿀꺽 삼켜버린다.
'크으'
톡 쏘는 맥주에 살짝 인상을 쓰고 고개를 들어올리는 재홍. 그 때,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풍과 눈이 마주쳐버린다.
'으흠'
그러자 순간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는 재홍. 윤희는 눈을 꿈뻑대는 그런 남편의 입에 사과를 하나 넣어준다.
'음 사과도 꼭꼭 씹어드세요. 우리 아저씨'
'우움 왜 이래?ㅎㅎ'
'하하하 형부 부끄러워하신다 귀여우시다'
'나 귀엽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네ㅎㅎ'
아내가 취했나 사과를 먹여주며 안하던 짓을 하니 머쓱해하는 재홍. 서경 마저도 그런 재홍에게 귀엽다고 하니 칭찬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 듯 하다.
'형님 이야 원샷을 때리십니까'
그 때, 홀로 잔을 다 비운 재홍을 바라보며 멋있다는 듯 치켜세우며 말을 잇는 태풍. 재홍은 꼭 지금 자신이 세 사람의 구경거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제서야 좀 템포를 되찾았는지 태풍과 눈을 맞추며 대답을 잇는다.
'남자는 원샷이지'
'어어. 그러면 꺾은 저는 뭐가 됩니까'
태풍에게 눈썹을 찡그리며 익살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재홍. 허세스러운 말도 뱉는다. 장난스럽게 잘 받아치는 태풍. 재홍은 태풍과 마음이 잘 맞는 것 같아 금방 흥이 오르기 시작한다.
'같이 한잔 더 마십시다 그럼~'
'왜 이래? 신났어 푸훕'
그리고 그런 남편의 의외의 모습에 놀랍다며 웃는 윤희. 술도 못 먹으면서. 허나 이미 재홍은 아내가 준 사과를 입에 가득 물고는 태풍의 잔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태풍이 짠.'
'짠~'
'푸하핫'
둘이서만 또 짠을 하니 남자들끼리 잘 노네 싶어서 윤희는 결국 웃음이 빵 터져버리고, 태풍 역시 재홍의 흥을 맞춰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타닥 타닥 타닥-
몇시간 후.
'흐으. 니가 말이야. 니가 개고생했을 거야'
'제가 뭘요 형님ㅎㅎ'
'내가 봤을 때는 쉽지 않았어 그치. 저 여자 둘을 너가 혼자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비오는 밤. 비를 피해 아파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두 사람. 워낙 술에 약한 재홍이 갑작스러운 태풍의 등장에 흥겨워서 오버했는지 술에 제대로 취했다. 혀가 잔뜩 꼬여있는 재홍. 태풍은 그런 재홍과 담배를 피러 나와서는 재홍을 부축하듯 한 손으로 재홍의 통통한 허리를 받쳐주고 있다.
'흐읍'
재홍은 눈을 잔뜩 찡그린 채로 계속 태풍을 바라본다. 태풍은 그런 재홍 형님의 술주정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고, 담배를 한모금 빨고 다시 말을 잇는 재홍. 재홍은 비틀비틀대고 태풍도 얼굴이 시뻘개진 모습이다.
'후우. 넌 어쩌다가 장조림? 장조리임? 푸핫 장조림이 된거냐'
'윤희 누님이 저 찍었어요'
'뭘 찍어'
'술 잘먹고 분위기 잘띄운다고 영입해서 저랑 서경이 데리고 다니면서 이 선배 저 선배 도장깨기 했었죠.'
'아 그르냐?'
'네 그 사람들 다 그 날 이후로 간 썩어서 술병 제대로 났을 겁니다'
'이야. 크흐 멋있네 크하 하하ㅎ 으어'
비틀-
'어이구'
아내와 장조림파의 패기 넘치던 무용담에 웃음이 터져버리는 만취한 재홍. 헌데 그만 중심을 잃고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넘어질 뻔 한다.
그리고 그런 재홍을 담배를 든 손으로 급하게 지탱해주는 태풍. 태풍은 한쪽 팔로 재홍의 옆구리를 감싸고 다른 한쪽으론 재홍의 퉁퉁한 가슴을 들어올리듯 밀어올린다.
'으움..'
그렇게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재홍. 헌데 재홍이 정신을 못차리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듯 태풍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아아 재홍이 형님. 많이 취하셨네 진짜?'
'어으 미안하다. 으움'
태풍은 그런 재홍의 비틀거림을 온 몸으로 받아주며 재홍에게 장난치듯 말을 뱉고, 이 와중에 귀는 열려있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재홍. 그러면서도 태풍에게 쏠리듯 안겨있는 몸은 일으키질 못한다.
'아 취한ㄷ.. 근데 너 결혼은 했ㄴㅡ냐'
'결혼요?'
탁-
그러다 들고 있던 손에서 담배를 놓아버리는 재홍. 태풍은 그런 재홍을 따라 담배를 빗물이 고이는 바닥에 버리고는 들어가자는 듯 재홍을 다시 부축한다.
'으우움..'
'결혼했죠'
'으웅'
'들어가시죠. 들어가서 주무시죠'
'어으 더 마셔야지 뭘 주무셔'
'지금 더 마시면 안되겠는데요 형님ㅎㅎ'
'아아 왜 안됏 ! 왜 안돼 임마아'
이 덩치에 이 얼굴로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재홍. 술을 마시니 이렇게 애교도 부릴 줄 아네. 눈도 제대로 못뜨는 형님을 지탱하며 재홍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태풍의 입가에는 그저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아 무거워 아아 무거워라 엄청 무거우시네'
'야아 내가 뭐가 무겁냐! 임마아!'
'푸하 아 진짜 형님 미치겄네요'
'뭐 뭐이새끼야'
'들어가요 엘레베이터 탑시다'
결국 끙끙대며 재홍을 부축해서 엘레베이터에 타는 태풍. 집에 가기엔 시간은 이미 늦었고 아마 지금 들어가면 장조림파는 이제 2차전 시작일 거다.
띡-
결국 겨우겨우 재홍을 끌고 들어와 층수 버튼을 누르니 엘레베이터 문이 닫힌다. 재홍을 거의 껴안듯이 부축한 채로 엘레베이터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태풍.
'하아...'
그리고 이제서야 재홍이 좀 조용해진다. 그새 잠에 든 듯 코를 새근새근 골기까지 하는 재홍. 태풍은 자신의 품에 안겨서 잠에 든, 아니 술에 꼴은 재홍을 심각하게 내려다본다.
'하아아.....'
그러더니 다시 한번 긴 한숨을 쉬는 태풍. 엘레베이터가 금방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띵-
'내립시다아.'
'으훔..'
이제는 반항하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안겨서 순순히 끌려나오는 재홍. 두 사람을 비춰주듯 복도 불이 켜진다. 태풍은 그런 재홍을 부축한채 말없이 재홍의 집 앞까지 걸어간다.
그 때, 문 앞에 서려다가 말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태풍. 재홍은 아무것도 모른 채 완전히 잠에 들어버린 듯 하다.
'형님.'
속삭이듯 재홍을 부르는 태풍. 두 사람이 가만히 멈춰있으니 이내 꺼지는 복도의 불. 어둠 속에서 태풍은 재홍을 부축한 채 다시 한번 재홍을 부른다.
'재홍이 형님'
'ㅎ으..흐ㅇ'
대답을 하는 건지 잠꼬대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재홍. 그러자, 순식간에 태풍의 손이 올라간다.
꾸욱-
'으어어'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려 서있는 재홍의 퉁퉁한 가슴을 살며시 쥐어잡아 보는 태풍. 순간 재홍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진다.
'형님 정신차리세요.'
'으ㅎㅇ으으..'
거침없이 손을 움직이다가 다시 한번 확인하듯 아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속삭이는 태풍. 허나 재홍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오히려 더 취해가는 듯 몸에 힘이 풀린다.
스윽-
결국 태풍의 손이 다시 한번 움직인다. 반쯤 말려올라간 재홍의 반팔 안으로 들어가 재홍의 뱃살을 주무르는 태풍. 토실토실 귀여운 뱃살이 가득차있다. 재홍은 여전히 한쪽 팔이 태풍의 어깨에 걸쳐진 채로 술에 완전 꼴아있다.
'재홍이 형님'
'흐아아..'
다시 한번 이름을 부르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재홍. 그렇게 어둠 속에서 재홍의 뱃살을 주물럭대던 태풍의 손이 결국은 재홍의 반바지 허리춤 안을 비집고 들어간다.
과감한 태풍의 손가락에 닿는 재홍의 헝클어진 음모. 태풍은 그 음모 사이사이로 손가락을 밀고 내려가 결국 움츠러들어있는 재홍의 끈적한 촉감의 꼬추를 툭툭 건드리듯 쥐어잡아본다.
'끄웁!!'
움찔-
'들어가시죠!'
그 때, 온 몸을 움찔대며 눈을 반쯤 뜨는 재홍. 허나 그보다 빠르게 태풍은 바지에서 손을 빼고 괜히 정신없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재홍을 부축하며 현관문을 연다.
덜컥-
'으우움..어으 취한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신을 못차리는 듯한 재홍. 재홍은 현관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금 정신이 드는 듯 살짝 비틀대며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다.
'여보 취했어?'
'으어어. 나 먼저 잡니다. 아으 취한드아'
'예 주무세요 내일 뵈어요옹'
그렇게 비틀비틀 방 안으로 들어가는 재홍. 윤희와 서경은 뒤따라 들어오는 태풍을 바라본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태풍.
'형님 제대로 취했어ㅎㅎ'
'저 양반 술 마시면 코 엄청 고는데. 너가 방에서 오빠랑 자. 나 서경이랑 거실에서 자게'
'누나 벌써 자나? 우리 장조림 술 더 안마시나?'
'이제 술이 없다. 자자.'
'아쉽네 ㅎㅎㅎ'
이제 다들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예전같진 않다는 듯 괜히 아쉬운 소리를 하며 주변 정리를 하는 윤희와 서경. 태풍은 웃으며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이 안녕히 주무십쇼'
'코 너무 골면 밖으로 나와. 전쟁난거 아니니까 놀라서 깨지말고'
'괜찮아 나도 고는데 뭐'
'아 맞아 임태풍도 장난 아니지'
덜컥-
그렇게 인사를 하고 방문을 여는 태풍. 불이 꺼진 방 안 침대 위에 재홍이 그대로 푸짐한 엉덩이를 내민채 몸이 꼬여서 쓰러져있는 모습이 보인다.
툭-
'드르렁.. 푸후....'
결국 문을 굳게 닫는 태풍. 재홍이 점점 코를 골기 시작한다. 술을 먹다가 빗소리에 바람을 쐬니 그대로 술기운이 올라왔나보다. 태풍은 그렇게 한참동안 문 앞에 서서 어둠 속 침대 위에 뻗어있는 재홍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태풍은 재홍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보며 자꾸만 침을 꿀꺽 삼켜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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