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빛깔의 이야기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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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청소년의 두 마음
정주는 축구 경기를 보느라고 늦게 잠이 들었다. 그래서 택시를 운행하는 시간이 평상시와 달랐다. 아파트 택시 승강장에서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등교 시간에 늦을까 봐 발을 동동 굴렀다. 정주가 택시를 승강장에 바짝 들이대자 형진이가 잽싸게 올라타며 말했다.
"아저씨, 조중으로 빨리 가 주세요."
"몇 시까지 등교해야 되니?"
"여덟 시 이십 분요."
정주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고 택시를 거칠게 몰았다. 시내로 접어들어 차량의 통행이 많아지자 정주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택시를 운전했다. 형진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며 정주에게 말을 붙였다.
"아저씨, 저는 이다음에 돈 벌면 저런 차를 탈거예요."
정주는 형진이가 손가락으로 자동차를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았다. 1톤 트럭은 여기저기 녹슬고 소음기가 터져 소리가 컸다. 정주는 형진이가 양복을 쭉 빼고 너절한 트럭을 운전하는 것을 상상해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으하하-. 이거 또 라이 아냐?"
"히히-."
정주와 형진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승용차가 택시 앞으로 끼어들었다. 정주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택시가 끼익 소리를 내면서 급정거했다. 정주는 반사적으로 형진이의 안색을 살피었다. 형진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태연하여 정주가 궁금히 여겼다.
"너 괜찮니?"
"예, 전 아저씨를 믿었어요."
'아니, 이 녀석 봐라!'
정주는 형진이의 뜻하지 않은 대답이 마음에 들어 속말하면서 그의 마음을 다시금 느꼈다. 정주와 형진은 단번에 친한 사이가 되어 임의롭게 대했다. 정주는 중학교 앞에 도착하여 미터기 요금보다 덜 받았다.
"마수만 아니면 돈 안 받아도 되는데 기본요금만 줘."
"정말요?"
"응."
형진은 기분이 좋아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졌다. 정주는 형진과 학교 앞에서 헤어지는 인사말했다.
"형진아 잘 가."
"예, 어!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요?"
형진은 자신의 명찰을 한번 내려다보더니 방그레 웃어 보였다. 정주는 형진이가 교문을 향하여 뛰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이드미러로 뒤를 확인하고 왼쪽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정주는 신호등 지시에 따라 택시를 운전하며 도로를 쌩쌩 달렸다. 점심 무렵에 일찍이 하교하는 중학생들이 눈에 뜨여 의아하게 생각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일찍 끝났네."
중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정주 앞을 지나가고 이어서 두서넛 명씩 한길을 걸어갔다. 정주는 중학생들 사이로 낯이 익은 얼굴이 보였다. 형진은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길을 걸어갔다. 정주는 형진이 얼굴을 바라보고 불현듯이 궁금증이 일었다.
"저 녀석도 용두질할까?"
빵빵-
정주는 실없는 소리하며 실실거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경적을 울렸다. 정주는 깜짝 놀라 택시를 급히 몰면서 공연한 상상해서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정주는 일과를 마친 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형진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눈이 감겼다.
다음날 아침, 정주는 침대에서 뒹굴며 시계를 보다가 중학생이 등교할 시간에 맞추어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아파트 승강장에 택시를 정차하고 형진이 만나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중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오갔다. 정주는 택시에서 내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왜 이리 손님이 없는 거야?"
"학생들이 방학해서 그럴걸."
"자네는 애들이 있어서 잘 알겠구먼."
정주와 동료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남성은 정주에게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이 차 타도 되나요?"
"예, 타세요."
정주와 남성은 동시에 택시에 탔다. 정주는 때늦게 회사에 출근하는 남성을 모시고 택시를 몰았다. 택시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도로에 많은 차량이 어디서 나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길을 재촉했다.
정주는 아파트에 오는 도중에 우연히 형진이를 발견하고 내심으로 좋아했다. 형진은 반바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친구와 함께 한길을 걷다가 정주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아는 체했다.
"아저씨!"
"어디 갔다 오니?"
정주는 택시를 한길 가장자리에 멈추고 친근하게 굴었다. 형진은 고개를 숙여 정주에게 눈길을 주고 정답게 대했다.
"공 차고 집에 가는 길예요. 저 차 태워 주면 안 될까요."
"그래, 타라."
형진은 친구와 헤어지는 인사하고 택시를 탔다. 정주는 변속기를 넣어 택시를 출발하며 의아심을 가졌다.
"니가 축구를 한다고?"
"예, 제가 이래 봐도 조치원 메시예요."
"정말? 안 믿어지는데."
"나중에 제가 시합할 때 보러 오세요."
정주는 택시를 몰며 형진이 얼굴을 한번 힐끗 보더니 본성이 드러냈다.
"형진아, 내 부탁 한 가지 들어 줄래?"
"뭔데요?"
"먼저 확실한 대답을 해줘."
"알았어요. 들어 줄게요."
정주는 부탁할 말을 얼른하지 않고 잠시 뜸들이다가 음흉하게 웃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니 거 보고 싶어."
"그럼 제 부탁도 들어 주세요."
"내 거 보여 달라고 할 거지."
"그건 절대 아녀요."
정주는 형진의 말을 믿고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좋아! 말해 봐."
"그 부탁 취소해 주세요."
정주는 급브레이크를 밟아 택시를 급정거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발광했다.
"으악-! 너 오늘 뒈졌어."
"으하하-. 아저씨 재밌네요."
형진은 큰 소리로 호쾌하게 웃더니 반바지 트레이닝복을 손으로 잡고 허리 아래로 내려 보였다. 정주가 시선을 형진에게로 돌리려고 하는 찰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정주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을 안타까워했다.
"아-, 조금만 더 있다가 전화하지. 대체 누구야?"
정주는 학생들이 개학했어도 형진을 만날 수가 없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을 보면 형진의 얼굴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훗날 형진이 소식을 듣고 정주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집 나가면 고생인데 어린 것이 어디 가서 뭘하고 지내나?"
소년이 도무지 말을 듣질 않는다고 청년에게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 소년은 청년에 대하여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 시절을 겪었으면서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다니. 말도 안 돼."
"야, 우리가 그걸 겪었으니까 너희들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그럼 알아듣게 잘 타일러도 되는 것을 굳이 그럴 것까지 없잖아."
"맞아, 맞아!"
청소년이 청자를 빼고 소년 편에 서서 맞장구쳤다. 그러자 청년은 소년의 주장에 관하여 타당한 방법으로 설명했다.
"니네들 잘못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내가 뭐라고 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청년 말도 일리가 있네."
이번에는 청소년이 소자를 빼고 청년 편에 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소년은 자기가 옳다고 부득부득 우겼다. 중년이 아까부터 청년과 소년을 지켜보다가 중재에 나섰다.
"내가 한창때 애들이 말 안 듣는다고 말세라 했는데 지금껏 그런 일은 없었다. 청년과 소년은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도록 해라."
중년의 중재로 청년과 소년은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종료시켰다. 그런데 청소년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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