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의 아이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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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자고 난 침대 주위를 살펴보았다. 망토는 내 오른 팔베개를 하고 곤히 잠들어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날개의 양손은 내 왼손을 꼭 잡고 얼굴을 대고 모로 누웠다. 나는 날개와 망토의 잠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날개와 망토는 무엇을 잘 먹을지 몰라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꺼내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놓았다. 나는 침대에서 곤하게 자고 있는 날개와 망토를 살살 흔들어 잠을 깨웠다.
"자, 일어나 아침 먹자."
"우리 밥 안 먹어."
날개는 부스스 일어나 눈을 비비고 잠이 덜 깬 상태로 대답했다. 나는 날개의 말이 매우 의심스러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았다.
"안 먹고 살 수 있어?"
"응, 우린 신이 만든 음식만 먹어."
나는 날개와 망토가 천제(天帝)의 사자(使者)라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사람들에게 신이 만든 음식을 전파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적 있는데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하고 날개에게 물었다.
"그게 뭔데?"
"미리 알려 주면 재미 없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하네. 망토 깨워 나 아침 먹고 차 사러 가게."
"알았어."
중고 자동차 매매 센터에는 많고 많은 각양각색의 차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매매를 담당하는 사람을 만나 차를 상담하며 아쉬움이 남았다. 마음에 드는 차는 돈이 모자라고 돈에 맞는 차는 전에 타고 다니던 차와 같다. 나는 날개가 돈을 가져오는 김에 더 많이 가져왔으면 하는 마음에 째려보았다. 날개는 멋쩍게 씩 웃어 보이며 뻔뻔스럽게 능청을 떨었다.
"왜, 차가 맘에 쏙 들어?"
"에이, 요걸 그냥 ‥‥."
나는 날개에게 꿀밤을 먹이려다가 번개 같이 뇌리는 스치는 아픔이 있어 꾹 참았다. 중고 자동차 매매 센터 사무실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차 열쇠를 건네받았다. 나는 중고차를 인수하고 날개와 망토에게 차에 탈 것을 지시했다.
"둘이 뒤 좌석에 타."
"왜, 난 앞 좌석에 탈래."
"니가 앞 좌석에 타면 망토 혼자 뒤 좌석에 타게 되잖아."
나는 날개가 잘 알아듣도록 설명하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변속 기어를 넣어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날개는 앞 좌석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내 의중을 떠보았다.
"내가 몰고 가면 안 돼?"
"너 운전 면허 있어?"
"응, 자 여기."
날개의 손놀림이 번개같은 솜씨를 발휘하여 건네주는 면허증은 다름 아닌 내 운전 면허증이였다. 날개는 언제나 유머가 풍부하고 재치가 있어 나는 호탕하게 큰 웃음을 웃었다.
"으하하~ 넌 아무래도 쓰리꾼 기질이 다분해."
"나 진짜로 몰고 싶단 말야."
날개는 앉은자리에서 양손으로 탁탁 치고 부당한 요구를 억지로 고집했다. 나는 날개가 떼쓰도록 내버려두다가 할 수 없이 들어 주기로 했다.
"알았어. 한적한 곳에서 한번 해줄게."
"야호, 신난다!"
나는 둔치에 차를 멈추고 날개에게 운전석을 양보했다. 망토도 날개의 서투른 운전 솜씨를 못미더워 차에서 내렸다. 날개는 운전석에 앉아 내가 차 밖에서 일러 주는 대로 따라 했다.
"브레이크를 꾹 밟은 상태에서 변속기를 D에 놔."
"응, 놨어."
날개는 능숙한 솜씨로 내가 일러 주는 대로 척척 해냈다. 나는 날개에게 기대를 걸어 차를 몰고 가는 광경을 상상하며 출발 단계를 지시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악셀을 지그시 밟아."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
"진짜? 에이, 공갈치지 말고."
날개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차가 쏜살같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나는 차가 날아가는 광경을 보고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어, 진짜네."
드르륵 드르륵~
바로 그 때 기관총 소리가 귀를 찢어 나는 깜짝깜짝 놀라 망토를 힐끔 보았다. 망토는 날개가 타고 있는 차를 향하여 기관총을 냅다 갈기고 나서 나에게 획 던졌다. 나는 얼떨결에 기관총을 받아 들고 날개를 쳐다보았다. 날개는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오만한 웃음을 짓더니 원을 그리며 차를 돌려 나를 향해 돌진했다. 나는 위급한 상황을 감지하고 공포로 온몸이 얼어붙어 말을 더듬었다.
"나, 나, 아, 아 냐!"
나는 차가 덮치는 순간 기관총을 들고 있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동시에 눈 딱 감고 이제는 죽었구나 예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으악!"
그런데 나는 차 밑에 깔려 압사할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이상이 없어 어찌 된 영문인지 고개를 들고 보았다. 망토는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를 가볍게 막아 땅바닥에 살짝 내려놓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유, 하마터면 이 자리서 뒈질 뻔 했네."
번쩍 우르릉 쾅~
날개는 차에서 나오자마자 망토와 치거니 박거니 다투고, 나는 날개와 망토의 괴력 앞에서는 혀를 내둘러 자리를 피하며 성질을 버럭냈다.
"니네들 등쌀에 내가 못 살겠으니까 피 터지게 싸우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
나는 날개와 망토가 치고 패고 싸우도록 내버려두고 차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차에 구멍이 숭숭 뚫렸어도 기름 한 방울 새지 않아 혹시나 하고 차에 꽂힌 열쇠를 돌렸다.
부르릉~
"우아, 차는 멀쩡하네."
나는 차를 몰고 가며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날개와 망토를 떼어버려 마음이 홀가분한 한편, 날개와 망토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묵묵히 차를 몰고 가며 결정을 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한참만에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멈추었다. 그리고 왼손바닥에 침을 뱉어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펴고 내리치자 날개와 망토가 싸우는 반대 방향으로 튀었다.
"젠장맞을, 도움이 안 되네."
나는 침이 튀는 방향을 무시하고 차를 돌려 날개와 망토가 싸우는 장소로 돌아왔다. 날개와 망토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번쩍번쩍 번개가 치고 우르릉 쾅 천둥이 울렸다. 나는 큰 소리쳐 날개와 망토의 싸움을 말렸다.
"야, 날개 그만 해. 망토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해?"
"이 새끼가 날 죽이려고 했단 말야."
"그래도 넌 총알 한 방도 안 맞았잖아."
"그런가? 씩~"
"망토 괜찮니? 넌 총 쏘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겠어."
나는 걱정 어린 눈길로 망토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날개는 우두커니 서 있다가 눈알을 위쪽으로 쏠려 흰자위만 나타나게 뜨고 나한테 대들었다.
"이거 사람 차별하는 거 아냐?"
"니가 나하고 지내더니 사람인 줄 착각하나 본 데 인정머리라곤 눈곱 만큼도 없는 악마다."
"악마는 쟨 데, 난 이래 봐도 천사야."
"실실~ 이건 어떻게 할거야?"
나는 날개의 즉각적인 반박에 대해 실실거리며 손가락으로 기관총을 가리켰다. 망토는 기관총을 번쩍 들어서 망토 속에 쑥 밀어 넣었다. 날개는 그사이를 못 참아 잽싸게 차 앞 좌석에 앉았다. 나는 날개에게 망토와 같이 타라고 명령했다.
"둘이 뒤 좌석에 타고 서로 껴안아."
날개와 망토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등을 토닥토닥했다. 나는 마음 편히 차를 몰고 가는데 이제는 망토가 차를 운전한다고 억지를 세웠다.
"나도 할래."
"안 돼."
나는 무서운 얼굴로 망토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망토는 끈덕지게 내 동의를 요구하며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날개는 해주고 난 왜 안 된다는 거야?"
"보나마나 넌 땅 속으로 꺼질 거 아냐."
"흐흐~ 어떻게 알았어?"
"니네들 하고 생활하면서 다 터득한거다."
날개와 망토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장난을 좋아하는 개구쟁이가 되었다. 나는 차를 몰다가 발동기 소리가 귀에 익어 속으로 외쳤다.
'어, 이건 교통경찰이 타고 다니는 할리 데이비슨 (Harley Davidson)!'
부릉~ 부릉~ 삐뽀~
교통경찰은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갓길을 가리켰다. 나는 갓길에 차를 멈추고 차창을 내려 교통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교통경찰은 나에게 다가와 경례를 붙이고 말을 걸었다.
"면허증과 자동차 등록증 좀 주세요."
"등록증은 왜요?"
나는 교통경찰의 요구 조건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이유를 물었다. 교통경찰은 차를 훑어보고 나에게 밖으로 나올 것을 권했다.
"차에서 한번 나와 보세요. 전쟁터에서 온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잖아요. 정비 공장에 가셔야겠습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나는 교통경찰과 헤어진 뒤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망토에게 큰 소리로 화풀이했다.
"야, 넌 차하고 원수졌냐? 걸핏하면 망가뜨리고 그래."
"흐흐~ 정나미 떨어지게 왠 화딱지야~!"
망토는 데설궂게 웃다가 목에 힘을 주고 차 안이 떠날갈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와 날개는 뜻하지 않은 망토의 행동에 놀라 눈이 둥그레졌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속옷 가게에 들러 날개와 망토의 팬티를 사 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내 귀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당황했다.
"어, 차가 왜 이러지?"
"팬티 사 준다고 했잖아."
나는 망토의 말을 들어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차는 벌써 번화가의 속옷 가게 앞에 멈추어 있어 나는 시치미떼고 반박했다.
"나 그런 말 않했어."
"남자가 한번 마음먹었으면 실천해야지. 팬티 가지고 되게 쩨쩨하게 구네."
"난 생각만 했을 뿐인데 니가 선수 치니까 사 주기 싫어."
망토는 뒤 좌석에 앉아 리어미러를 통해 나를 뚫어지게 보고 어떤 말할까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묘한 말재주를 발휘했다.
"팬티 안 사 주면 앞으로 들들 볶을거야."
"나 볶으면 국물도 없어."
"볶으니까 당연히 국물이 없지."
"‥‥‥ 으하하~"
망토의 재롱에 탄복해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 내가 속옷 가게 안으로 들어가 유아용 하얀 삼각팬티와 성인용 검은 삼각팬티를 사서 돈을 지불하는 동안에 여점원은 나를 보고 사이즈 선택에 대해 잘못을 지적했다.
"손님 구십 오 입으셔야지 백 은 좀 크시겠는데요."
"아, 그게 제가 입을 게 아니고 선물하려고요."
나는 여점원과 이야기하며 날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날개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대범하게 대들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왜 쳐다보고 그래."
"실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여점원에게 인사하고 속옷 가게에서 나왔다. 차의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날개가 보이지 않아 망토에게 물어 보았다.
"날개 어디 갔어?"
"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놔둬. 알아서 오게."
내가 변속 기어를 넣고 속옷 가게 앞을 출발한 뒤에 날개는 활개치면서 슬쩍 차 안에 나타났다. 나와 망토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날개에게 눈길을 주자 날개는 여점원에 대해 나불거렸다.
"저 아줌마 팬티 라지(large) 사이즈다."
"고새 보고 왔구나."
"응, 근데 약실에서 냄새 나."
"왜 약실이야?"
나는 날개가 약실이라고 표현한 곳이 여자의 음문이라는 것을 알고 궁금히 여겼다. 날개를 통해 약실의 뜻을 알고 싶어 질문했는데 날개의 대답이 정말 의외였다.
"밤에 대포알이 들어갔다가 뇌관이 터지면 발사돼."
"으하하~ 이 날라리 같은 날개야!"
나는 야간반 근무하기 위해 저녁밥을 먹고 출근을 서둘렀다. 아파트를 나가자 날개와 망토가 앞을 다투어 따라나설 준비해 양팔로 가로막았다.
"안 돼! 그냥 집에 있어."
"왜?"
날개와 망토는 하는 짓이 어쩌면 둘이 똑같아 동시에 이유를 물었다. 나는 평상시와 다른 출근길을 바라지 않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나 따라다니는 걸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히 여길까 봐."
"알았어."
나는 날개와 망토의 실망 어린 눈길을 뒤로 하고 현관문을 얼른 닫고 잠갔다. 아파트를 나와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관리 사무실에서 나에게 급한 용무로 전화했다.
"120호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 이웃이 항의하고 있어요."
"네, 알았어요. 곧 조치할게요."
나는 아파트에 돌아와 현관문 쪽으로 다가가며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와 실실 웃었다. 회사에서 송년 모임을 주최할 때 노래를 부르려고 틈틈히 연습했는데 날개와 망토는 아파트가 떠날갈 듯이 볼륨을 높였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날개와 망토를 향해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야, 음악을 크게 틀면 이웃에 방해되잖아. 그리고 방을 어지럽히면 ‥‥."
날개와 망토는 순식간에 음악을 끄고 방을 깨끗이 치워 놓았다. 나는 날개와 망토에게 야단하는 것을 중단하고 없었던 일로 돌렸다.
"우아, 동작 하나는 빠르네. 이왕이면 내가 먹은 설거지도 해놓지."
"그건 우리가 먹은 거 아니라 하기 싫어."
"에이, 요걸 그냥 ‥‥."
나는 말대꾸하는 날개에게 꿀밤을 먹이려다가 꾹 참고 오른손을 부르르 떨었다. 날개와 망토에게 아파트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키고 출근을 다시 서둘렀다.
나는 차를 급히 몰고 회사에 출근해 탈의실에서 평상복을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평상시와 같이 작업장에 들어가자 교대자가 나를 신기하게 보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검은 팬티와 하얀 팬티가 꽁무니를 따라다녀요."
"아, 그거요? 요즘 들어 마술을 취미 삼아 하고 있어요."
나는 교대자의 말을 듣는 순간 날개와 망토가 내 뒤에 따라온 것을 알아채고 그에 대비해 대답을 얼버무렸다. 교대자는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고 팬티를 사용한 이유를 꼬치꼬치 캐어물었다.
"많고 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왜 팬티죠?"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인기를 끌어 보려고요."
"아무튼 별난 취미를 가지고 있네요."
나는 교대자를 순조롭게 임기응변해 보내고 뒤를 돌아보았다. 내 눈길을 피하지 못하고 검은 팬티가 획 돌아가는 바람에 배꼽을 쥐었다.
"으하하~ 날개야, 망토처럼 내가 돌아보는 방향으로 돌아가야지."
"아, 그렇구나."
"나랑 있으려면 팬티 벗어 줘."
"알았어."
천하의 말썽꾸러기가 나를 위해 선뜻 팬티를 벗어 주는 건 정말 의외였다. 날개는 순순히 벗어 주는 반면 망토는 반항기 소년이 되어 멀리 도망치며 내 요구를 거부했다.
"난 그냥 입고 있을래."
"야, 호랑 말코 같은 녀석 빨리 안 벗어."
나는 말을 듣지 않는 망토에게 윽물고 호통해도 들은체만체하고 주변을 맴돌며 약을 올렸다. 나는 원료량과 생산 라인을 점검한 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날개를 불러 책상다리하고 정답게 마주 앉았다. 망토의 마음을 천사슬로 바꿀 셈으로 어릴 적에 놀던 기억을 되살려 날개에게 놀이를 가르쳐 주었다.
"날개야, 우리 쒜쒜하자."
"어떻게 하는 건데?"
"내가 하는 대로 따라서 해."
"알았어."
나는 날개가 알아듣기 쉽게 몸짓을 설명하고 노래를 불러 박자를 맞췄다.
"자, 나랑 양손을 마주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
쒜쒜쒜♩~
"박수 치고 내 오른 손바닥에 날개의 왼 손바닥을 마주 쳐."
아침 바람♬
짝~
"다시 박수 치고 이번에는 반대로 날개의 오른 손바닥을 내 왼 손바닥에 마주 치고."
찬바람에♩~
짝~
"양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우는 시늉해."
울고 가는♪
"양팔을 쭉 펴서 내 왼쪽 어깨 위를 가리켜."
저 기러기♩~
"오른손을 펴고 모은 상태에서 왼쪽 가슴에 대고."
우리 선생♪
"이번에는 반대로 왼손을 펴고 모은 상태에서 오른쪽 가슴에 대."
계실 적에♬♩~
"왼손을 짝 펴고 모은 뒤 오른손 검지로 글씨 쓰는 흉내를 내."
엽서 한 장 써 주세요♩♬~
"가슴 앞에서 주먹 쥔 양손을 빙글빙글 돌리고."
구리 구리♩
"이젠 빙글빙글 돌리는 오른손을 목 뒤로 가져갔다가 가위바위보 중에 내고 싶은 거 내밀어."
가위바위보~
"첫번에 니가 져야 돼."
"응, 알았어."
날개는 내가 무엇을 낼지 알고 있어 미리 알려 주었다. 날개는 내가 바위를 내밀 것을 알고 보를 내려다가 얼른 가위로 바꿨다. 나는 선수를 써서 가위바위보로 날개를 이겨 환호했다.
"야, 내가 이겼다. 이젠 머리를 앞으로 숙여 그럼 내가 목 뒤를 찍은 손가락을 맞추면 돼."
"응."
나는 날개의 목 뒤를 새끼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날개는 내 새끼손가락을 목에서 떼자마자 거침없이 시원스레 웃으며 느낌을 알렸다.
"깔깔~ 간지러워!"
망토는 멀찍이 물러서 나와 날개의 놀이를 보고 있다가 샘을 부리고 좀스럽게 날개 일에까지 참견했다.
"새끼손가락으로 찍었어."
"니가 말 않해도 알고 있어."
날개는 기분이 잡쳐 맹렬한 기세로 망토와 싸울 판이였다. 나는 날개를 꼭 붙잡고 싸움을 말리자 망토는 팬티를 벗어 주면서 툴툴거렸다.
"자, 받아. 몇 푼이나 한다고 팬티 가지고 되게 쩨쩨하게 구네."
"팬티가 아까워서 그러니? 나 일해야 하니까 날개와 둘이 놀고 있어."
날개와 망토는 쒜쒜하며 목 뒤를 찍은 손가락을 알고도 모르는 체 다른 손가락을 집으며 한참 동안 깔깔거렸다. 나는 가끔가다가 철없이 뛰노는 알몸의 아이를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작업장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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