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의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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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간 근무를 위해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나야 하는데 볼일 보러 다닌다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직장에 출근하자마자 온몸이 축 늘어져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훈이는 주간 근무를 끝내고 야간 근무자와 교대한 뒤에 나에게 헤어지는 인사말했다.
"기사님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잘 가!"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반사적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훈이가 나를 향해 방그레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나는 아무래도 동성애 기질이 다분한가 보다. 16세 훈이가 아르바이트해서 용돈을 번다. 왜소한 체구에 예쁘장하게 생겨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가지 않아 궁금증이 일었다.
"너 남자니? 여자니?"
"남자요."
훈이가 대답을 망설이지 않고 하더니 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훈이에게 우스갯소리했다.
"너 그거 달렸어?"
"히쭉- 예."
"어디 좀 봐."
나도 모르게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 회사에는 성희롱 행동 지침이 하달됐는데 이성과 동성에 모두 적용하는 내용이다.
내가 어릴 적에 동네 어른이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들 잠지를 서슴지 않고 만졌다. 그러나 지금은 성희롱에 해당되어 꿈도 못 꾼다. 아무튼 본색을 감추기 위해 재치가 있게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음, 나를 만나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데 훈이는 무슨 재미로 사니?"
"재미 없어요."
"친구는 많으니?"
"여기엔 친구가 없어요."
"그럼 내 친굴 소개해 줄까?"
훈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훈이의 웃는 얼굴에서 사랑스러운 소년의 심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훈이가 유니폼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가는 것을 보고 매장을 한 바퀴 돌며 장사에 필요한 소모품을 준비했다. 사무실에 돌아와 의자에 막 앉으려고 하는데 동복 유니폼을 조사하는 일이 생각났다. 재고 유니폼과 사용하는 유니폼을 조사하다가 훈이가 옷걸이에 유니폼을 벗어 걸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훈이의 유니폼 바지를 잡고 얼굴에 지퍼 부분을 대려는 순간 훈이가 불쑥 나타났다.
"아유, 깜짝이야!"
나는 탈의실에서 갑자기 훈이가 나타나자 몸을 소스라뜨리며 물러섰다. 훈이는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보면 몰라. 유니폼 재고를 파악하고 있어."
"근데 제 바지는 얼굴에 왜 갖다 댔죠?"
"치수가 몇인가 보려고."
내가 터무니없는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 훈이는 픽 웃었다. 내가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자 훈이는 뒤통수에 대고 인사한 뒤에 탈의실을 나갔다.
다음날부터 훈이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어쩌다가 나와 훈이가 눈길이 마주치면 훈이는 소리없이 빙그레 미소짓고 고개를 돌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왜 웃냐?"
"그냥요. 웃으면 안 되나요?"
훈이의 반문에 말문이 막혀 할말을 잊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훈이는 주간 근무하고, 야간 근무를 내가 전담하고 있었다. 그래서 훈이를 교대 시간에만 매장에서 잠깐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근무 시간 중에 손님이 없는 심야에는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하다가 훈이의 얼굴을 떠올리고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폈다.
나는 훈이와 함께 근무한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와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쉬는 날에 훈이가 야간 근무를 자청했다. 나와 훈이는 아무 탈 없이 근무하다가 내가 자정에 매장의 장사를 마감하기 위해 정산을 시도했는데 공교롭게도 훈이가 프린트 용지를 교환하는 바람에 인쇄가 되지 않았다. 나는 손발이 맞지 않아 정산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해 훈이의 잘못을 호되게 꾸짖었다. 훈이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닭의똥만 뚝뚝 떨어뜨렸다.
나는 사무실에 돌아와 되는 일이 없다면서 툴툴거렸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산 용지가 인쇄 되지 않으면 일일이 계산해서 하루의 장사를 마감하면 되는 것을 조금 번거롭다고 공연히 훈이를 꾸짖어 가뜩이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 후회가 막심했다. 나는 하루의 장사를 마무리하고 훈이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 주려고 사무실을 나갔다. 훈이 곁으로 가까이 가며 애교가 있는 말투로 용건을 말했다.
"훈이야 먹고 싶은 거 있니?"
"없어요."
훈이가 무뚝뚝하고 퉁명스레 대답하는 것을 보면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 다독거리는 일을 일단 중단했다. 나는 배가 한창 고플 새벽 3시에 훈이의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서서 밤참을 권했다.
"훈이야 우리 뭐 좀 먹자."
"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그러지 말고 훈이가 좋아하는 피자나 치킨 먹을까?"
훈이와 나는 신경전을 벌인 끝에 밤사이 배를 쫄쫄 굶고 야간 근무를 마쳤다. 훈이는 평소에 퇴근할 때 밝고 환한 얼굴로 인사했는데 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훈이가 사라졌다. 나는 내 실수에 대해 일부러 훈이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훈이 쪽으로 다가갔는데 내 속을 몰라주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훈이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는 말도 없이 직장에 나오지 않았다. 월급을 타는 날은 훈이 대신으로 연로하신 할머니가 봉투를 수령했다. 나는 우연히 직장에 출근하다가 할머니를 매장에서 만났다.
"할머니! 커피 한 잔 하시면서 쉬웠다 가세요."
"젊은이가 사근사근해서 누구나 좋은 인상을 주게 생겼구먼."
나는 자동 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할머니에게 드리며 훈이가 사는 곳을 물어 보았다.
"할머니, 훈이 어디 살아요."
"나와 단둘이 사는데 그건 왜 물어유?"
"훈이 한 번 만나고 싶어서요."
"구수원 경노당 옆이라 우리 집 찾기 쉬워유."
나는 야간 근무가 끝나자마자 훈이가 사는 곳을 찾아갔다. 할머니는 나를 보자 반색하며 손자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밤새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왔는지 새벽에 들어와 자유."
"제가 훈이 깨워도 괜찮을까요?"
할머니는 손짓으로 훈이가 자고 있는 방을 가리켰다. 나는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훈이 곁으로 다가섰다.
"훈이야 일어나 봐."
"누구‥‥."
훈이는 잠이 덜 깨어 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에서 내 얼굴을 알아보고 의구심을 가졌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내가 맘만 먹으면 훈이가 어디에 있든 찾아낼 수 있어."
훈이는 내가 야간 근무하고 집을 찾아온 것을 알고 연거푸 하품하며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밤을 꼬박 새서 피곤하실 텐데 여기서 그냥 주무세요."
"달콤한 말로 날 유혹하지 마."
"진심으로 한 말인데 엉뚱한 쪽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다시 직장에 나온다면 훈이와 함께 잘 수 있어."
훈이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은 듯 대답을 망설였다. 어쩌면 이미 때가 늦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어 보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훈이네 집을 나서며 할머니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나는 승용차를 살살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훈이의 호의를 무시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승용차를 돌려 훈이에게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집이 가까워지자 마음을 비웠다. 나는 현관문 앞에서부터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훈이를 잊기 위해 발버둥칠수록 생각이 더해 가더니 어느새 내 몸은 침대에 누워 있고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일어 훈이와 관계를 가지는 상상하며 수음을 행했다.
나는 야간 근무하는 중에 훈이의 흔적을 보니 왠지 보고 싶고,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훈이에 대한 미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잊혀져 갈 때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렸다.
"여기 경찰선데요. 지금 훈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데리러 오세요."
"예, 곧장 갈게요."
나는 야간 근무하는 중에 무작정 직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큰일이 생겼다고 거짓말했다. 동료는 잠을 자고 있었으나 조금도 싫은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동료와 야간 근무를 교대하기가 무섭게 승용차를 몰고 서울을 향하여 떠났다.
고속 도로를 쌩쌩 달리는 승용차보다 마음이 앞서 훈이가 추운 날씨에 끼니를 거르지 않았는지 걱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무슨 일로 서울에 갔나 궁금증이 일었다. 야간의 고속 도로는 검은 아스팔트 포장과 전조등의 단조로움 때문에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승용차 바퀴가 돌아간 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조치원에서부터 서울까지 고속 도로를 달리는 시간보다 물어물어 경찰서를 찾아가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경찰서는 좋은 일로 오라고 해도 달갑지 않은 곳인데 한밤중에 방문하게 됐다. 출입문을 열고 경찰서로 들어서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훈이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삼촌!"
"오, 그래! 아무 일 없는 거지?"
"예, 죄송해요."
나는 훈이에게 다정하게 대하지만 속마음으로는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고 따귀를 한 대 올려붙이고 싶었다. 나는 화를 꾹 참고 경찰서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한 뒤에 훈이를 데리고 나왔다. 나는 훈이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빠져 나와 고속 도로로 접어들었다. 내가 화난 얼굴로 묵묵히 운전대만 잡고 고속 도로를 질주하자 훈이는 넉살 좋게 말을 늘어놓았다.
"제가 신문사에서 면접을 보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길래 잘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조금 있다가 경찰관 두 명이 들이닥치는데 깜짝 놀라 죽는 줄 알았어요."
"으하하- 하고많은 일 중에 하필이면 왜 신문사냐?"
"새벽에 신문 돌리고 낮에는 다른 일 하려고 했어요."
나는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어린 훈이도 경제적 여건을 제일로 여기는 것을 보면 누구나 똑같은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희부옇게 날이 밝을 무렵 무사히 훈이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나와 훈이가 돌아오자 손자보다 내 손을 꼭 잡고 반겨 주었다. 나는 할머니의 훈훈한 인정에 감격해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시간이 더디게 갔다. 내가 주어진 생활에 얽매이며 훈이에 대한 중독 증세가 서서히 누그러질 때 전화를 받았다. 내가 약속 장소에 나가 훈이를 보는 순간 이렇듯이 아름다운 남자는 처음 보았다. 훈이를 처음 만났을 때 수컷 공작새의 깃털이 한창 나올 시기라면 지금은 도가머리가 있으며, 길고 아름다운 꽁지를 펴면 오색 부채처럼 찬란한 깃털이 완전히 자라나서 가장 아름다운 면모를 갖춘 정점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나는 훈이의 외모에 홀딱 반해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서 있었다. 훈이는 나를 볼 때마다 눈웃음치고,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속마음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오랜만이다."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아쉬울 때만 찾는 니가 왜 보고 싶은데."
"아마 자다가도 제가 전화하면 벌떡 일어나 받을걸요."
훈이가 내 마음속을 환히 꿰뚫고 있으니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은근슬쩍 본색을 드러냈다.
"때때로 훈이가 생각날 때가 있지."
"언제요?"
"훈이랑 함께 자고 싶을 때."
"까르르-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군요"
훈이는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엉뚱한 말을 불쑥 내던졌다.
"오늘 삼촌 집에서 잘래요."
나는 속으로 '나야 얼마든지 좋지!'라고 하면서 겉으로는 내숭떨었다.
"무슨 말이야?"
"평소에도 저에게 관심 가진 거 다 알아요."
"훈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바본 줄 아세요."
훈이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면이 있어 눈치가 환하다. 어쩌면 사회 생활을 빨리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속마음을 숨기고 훈이에게 일침을 가했다.
"나와 자기엔 훈이는 너무 어려."
"그래도 알 건 다 알아요."
"뭘 다 안다는 거야?"
훈이는 대답 대신에 눈길을 피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나와 훈이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약속이나 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훈이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기의 의사를 확고히 밝혔다.
"아무리 도망 가도 전 끝까지 따라갈 거에요."
"누구 맘대로."
"흐흐- 두고 봐요."
나는 내심 바라고 있던 일이라 완강히 거부하지 않고 훈이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훈이는 옆 좌석에 앉아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나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여가 시간에 뭐하세요?"
"글을 써."
"무슨 글을 써요?"
"야한 소설."
"까르르- 오, 저질!"
훈이는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옷을 훌렁 벗어 옷걸이에 걸고 사각팬티만 입은 채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나는 훈이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사각팬티 속에 숨어 볼록하게 나온 부분이 눈에 잘 띄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옷을 벗어 옷걸이 걸었다. 나는 방 안을 환히 비추고 있는 형광등을 끄고 은은한 취침 등을 켰다. 훈이는 침대 한쪽을 비우고 내가 옆에 눕기를 바랐다. 나는 모로 누워 훈이의 배 위에 오른손을 올려 놓았다. 훈이는 왼손으로 내 오른 손등을 잡고 훈이의 오른손 검지로 내 손바닥에 글씨를 한 자 한 자 쓰기 시작했다.
만.지.고.싶.어.
나는 베개를 베고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두 번 끄덕거렸다. 훈이는 오른손 검지로 내 손바닥에 다시 한 번 글씨를 또박또박 썼다.
맘.대.로
나는 글씨를 다 쓰기 전에 다짜고짜로 훈이를 힘껏 껴안았다. 훈이가 가쁜 숨을 몰아쉬자 나는 흐드러지게 훈이의 자지를 만지고 몸을 뜨겁게 애무하며 성행위를 즐겼다. 내가 훈이의 가슴을 양손으로 쓸어안은 뒤에 배꼽에 다달았을 때 훈이의 젖꼭지에 내 입술을 댔다. 나는 혀를 날름 내밀어 훈이의 젖꼭지를 핥아먹고 내 오른손은 훈이의 사각팬티를 슬쩍 벗겼다. 훈이가 허리를 살짝 들어 내가 사각팬티를 쉽게 벗길 수 있도록 도와 준 뒤에 내 머리를 손으로 지그시 밀어 배꼽 아래로 유도했다.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발기한 훈이의 자지는 맛있어 보여 내가 한입에 쪽쪽 빨아먹으며 속말했다.
'아, 오미(五味)다!'
남자가 태어나면서부터 빼어나게 아름다울 때가 10대 소년이라고 본다. 미숙과 완숙의 중간 단계의 경이적인 최상의 맛이 나는 자지는 중독이 강한 마약같이 습관성을 갖기 때문에 한번 빠지면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훈이와 내가 거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시계가 째깍거리며 소리를 흡수하고, 내 삼각팬티는 언제 벗겨졌는지도 모르고 알몸이 되었다. 훈이의 부드러운 살결이 나의 살에 착 달라붙어 성행위가 점점 무아경에 빠지고, 훈이는 광란의 도가니로 돌변해 나를 환각 작용으로 이끌었다.
내가 성행위에 열을 내는데 갑자기 훈이의 자지가 연화되더니 작아졌다. 나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훈이를 올려다보았다. 훈이는 성행위 도중에 깊은 잠에 빠져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훈이의 자지를 한번 힐끗 보더니 이내 픽 웃었다. 훈이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성 있게 이불을 덮어 주고 나도 잠을 청하여 보았지만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이런저런 잡념 속을 헤매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방 안에서 부스럭하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훈이는 옷을 주섬주섬 입다가 나에게 들킨 것을 알고 맑고 티 없는 얼굴로 활짝 웃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잘 잤어요. 전 이만 돌아갈게요."
"훈이야 가지 마. 아침밥 먹고 데려다 줄게."
"집에서 할머니가 걱정하고 계세요."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옆으로 벌려 훈이를 막았다. 훈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나는 가끔 남자와 성행위를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성에 대한 욕구를 채우는 남자는 집으로 데리고 오지 않는다. 남자를 약속 장소에서 만나자마자 바로 모텔 안으로 들어가 온몸이 녹초가 되도록 색욕에 빠진다. 나는 남자와 같이 모텔에서 나올 수가 없어 일찍이 퇴실을 서두른다. 나 혼자 새벽녘에 텅 빈 거리를 천천히 걸으면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이 엄습해 온다. 그럴 때마다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하고는 참을 수 없는 정욕이 스멀거리면 남자를 또 만난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훈이에게 공허감을 주고 싶지 않아 아무리 못 가게 말려도 막무가내였다. 훈이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 나는 훈이를 와락 껴안으며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을 하려는 순간 아르바이트 청년의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기사님 손님 오셨는데요."
나와 같이 야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청년의 말에 깜짝 놀라 깨 보니 훈이를 만난 것은 꿈이었다. 나는 잠이 덜 깨어 손님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침 좀 닦아요."
아르바이트 청년은 내 얼굴을 바라보고 말 한마디만 툭 던지고 매장으로 사라졌다. 나는 손등으로 침을 쓱 닦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팽팽하게 발기한 그 곳이 수그러들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 있었다. 손님은 내가 굼뜨게 움직이자 말을 선뜻 건넸다.
"저, 저를 모르시겠어요?"
"누구신데?"
"전에 여기서 알바했던 훈이에요."
"뭐, 니가 훈이라고?"
"예."
"와, 너무 변해서 이젠 몰라보겠다."
나는 훈이가 먼저 자신을 밝히지 않았으면 못 알아볼 뻔했다. 훈이가 너무 변해 있어서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도 가끔가다가 훈이가 생각나면 보고 싶었다. 세상사 참으로 묘하게 꿈속에서 훈이를 만났는데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신기하게도 현실로 나타났다. 나는 커피를 준비하며 훈이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요즘 뭐하니?"
"회사 다녀요."
"근데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정말요?"
"응."
10대와 20대의 훈이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미성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거무스름한 콧수염에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웠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훈이에게 커피 잔을 건네주며 모습을 견주어 보았다.
"예전의 훈이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니?"
"그건 불가능할걸요."
"그렇구나."
나는 훈이를 배웅하러 나가 승용차를 보았다. 머리가 긴 여자는 나를 보자마자 꾸벅 인사했다. 훈이와 여자가 어떤 사이인지 나는 직감으로 알았다. 훈이는 나에게 헤어지는 인사말하고 승용차를 몰아 매장을 빠져 나갔다. 내가 멍하게 승용차만 바라보고 서 있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르바이트 청년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뭘 그렇게 넋 놓고 봐요?"
"응, 한때 저 녀석한테 중독됐었거든."
"남자인 제가 봐도 잘생겼어요."
"그러니?"
나는 깜깜한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훈이의 얼굴 모습이 변하듯이 나 자신도 많이 변했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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