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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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정우 ㅡ 봉인된 기억 1.


니 아부지의 유품이라도 있으면 알수 있을까 싶어서 

군대에 몆 번을 찿아가도 

한 개도 얻을 수가 없드라.

군대에서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도 

하나도 찿을 수가 없었데이.

일급 비밀이라고 알려주지 않드만.

군대에서 가져온 거라곤.

니 엄마가 면회 갈때마다 챙겨온 

사진 몇 장밖에 읍다.


             




……………………………………………





지숙은 생일상을 차려놓고 아이들을 불렀다

가족모두 모여 생일을 맞이하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남편이 사온 케익에 초를 꼽고 불을 밝혔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유비의 재롱으로

웃느냐고 정신없는 와중에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내선물이야.”


선후가 가리키는 것은 현관 쪽이었다.

 관우가  커다란 박스 를 지탱하고 있었다 .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박스를 들어 올렸다.

서서히 나타나는 것은 그림이었다. 

지숙은 두손으로 입을 막고  놀란 눈으로 선후를 바라보았다.

들뜬 신음소리가 흘러 나올것만 같았다.


“제 첫 작품입니다.넘버 원.”


눈물이 흘러서 그림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미용실의 텅빈 벽에

그림을 올렸다.

적당한 거리에서 그림을 감상했다.


무지개였다. 

빛과 어둠이 대비된 무지개 위에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점점 그림과 멀어질수록  가로로  그려진 무지개 속 빨간색과 어울려 마치 십자가를 보는듯 했다. 


그렇게 힘들었구나.선후야.

10년의 시간이 너에겐 피흘리는 십자가 처럼

고통스러웠겠구나 선후야

하ㅡ 선후야


지숙은 선후의 내면의 세계가  느껴 졌고 

그 내면을 그림으로 오롯이 꺼내놓은 선후가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걸 알 수 있었다


“많이 컷네. 우리 아들”


엄마라서 그런걸까?

그림은 볼수록 가슴을 조여오는 뭔가가 있었다.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지숙은 미용실 

티 테이블 앞을 떠날수가 없었다.

행복했다.





… … … … … 

 


선후와 영옥이 장을 보러 나갔다.

장난감을 사준다는 말에 유비도 따라 나섰다.

갑자기 찿아온 정적에. 관우는. 

좀 쉬어야겠단 생각으로 선후의 방으로 들어왔다.

커텐을 여니 해볓이 강하게 창문으로 쏟아졌다.


 선후가 어렸을 때 그린 그림으로

꾸민 방이  아기자기한게 따스했다.

한쪽 구석에 마련된 그림 재료들과 이젤. 그리고 스케치북들이 준비한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미술에 관련 된 책들이 꽃여있는 책장 맨 아래단에 앨범들이 쌓여 있었다.


호기심에   바닥에 앉아 앨범을 꺼내 열어보았다.

선후의 어렸을 적 모습들에 미소가 떠올랐다.

한권 한귄씩 열어보다 보니 어느새  앨범이 한권 뿐이었다. 

선후아빠의  앨범이었다.

아가였을 모습에서 점점 모습이 커져갔다.

그리고 군대에서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에 온몸이 떨려 왔다.


보고 있는 사진은,아빠가 엄마를 통해 보냈다는 사진과 똑 같았다.

아빠의 젊은 얼굴이 검게 타 건강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아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웃고 있는 분이  선후 아빠였다.


여기 이곳에서 보니까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진이었다.


밖에서 아무리 선후 아빠를 보고 알고 있어도

사진 만으론  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커피한잔 하겠는가?”


어느새 정우가 올라와 관우 앞에 커피잔을 내 밀었다.


고개를 들어 정우를  올려다 보았다.


“저희 아빠를 알죠? 이름이. 장비입니다. 5x연대 1대대 3중대 .… 아시죠?”


관우의 얼굴이 울먹거렸다.


“나가서. 이야기 하세”


돌아서는 정우의 발목을 잡으며 관우가 다급히 말했다.


“아버님. 장비알죠?  집에 있는 사진과 똑 같아요.  아빠 알죠?. 말해주세요.제발 ㅡ”


“아네.”


그 말을 하는 정우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전우 였네.”




… … … …… … 


자리를 옮겨 가까운 커피숍에 앉았다.


“GOP에 북한 무장 공비가 침투 했네.

 휴전선을 지키던 한 소대와 맞 붙었네.

 한 병사가 살신성인으로 적이 던진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산화했네. 

덕분에  살아남은 병사들은 온몸을 던져 싸웠고 

결국 마지막 까지 살아 남은 자는

36명 중에 7명 뿐이었네.

산화한 병사는국가에서 주는 명예훈장을 받았고 

죽은 자들은 국립 묘지에 묻혔네. 

그리고

모두 국가 유공자가 됐지.

살아남은 자들도 공로를 인정받아 모두 경찰로 편입됐네”



“…………”


“이게 공식적인 이야기일세.

이 이야기는 절대 잊으면 안되는 이야기 였네.

자다가도 누가 물으면 이야기가 줄줄 나와야하는 이야기였네.

살아남아 있는 자의 목숨과

 죽은자의 명예 때문에 

아무도 들여다 봐서는 안되는 이야기였네.

기억조차 차단되고 외곡되고 세뇌가 되서  어떤게 맞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네. 

 내가 이야기를 전하는게 자신이 없네”


“아무도 아버지에 죽음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어예.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라예.

외곡도 좋고 꾸며 내도 좋아예. 모두 말씀해주이소. 모두예”


선후는 정우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정우의 손이 떨렸다.


“내가 이야기하기엔 민망한것도 있네.고인의 명예에  누가되는 것도 있네.어디까지 이야기 해야 할지 구분을 못하겠네”


“저.장비 아들 관우 입니더.아버님 아들  선후 애인이고예. 저 이제부터 아버님 아들 할께예.

부탁입니더.이렇게 빕니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야기 해 주이소.제발 부탁입니더”


관우가 두손을 빌며 눈물로 호소했다.


정우가 관우의 얼굴을 두손으로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어떻게. 어떻게   내게 왔냐.응? 어떻게.”


신기했다.

후배가 보내온 보고서엔 

장비가 있었고 

장비를 똑닮은 관우가 있었다

그리고 애인이라고 버젖이 아들도 있었다.

아이를 가운데 두고 공원을 손잡고 걷는 사진도 있었다.



정우는. 관우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인연이 이렇게 이어졌다는걸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날. 까맣게 잊어야 했던 그날들을  불러내야했다.

 억지로라도 잊어야 해서 지윘던 기억이였다.

이제 30년동안. 쌓아 올린  세윌을  끌어 내려야했다.

아득 하지만 한 발자국 씩 서서히 드러나는 

기억들을 끌어 모아야 했다.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모르겠지만 이것만은 명확히 하고 가야겠네.이 이야기는 내가 꾸며낸 이야기 일세. 소설일세,이해 하겠는가?”


“네”


“내 이제 내 속에 떠오른 소설을 가감없이  모두 이야기 하겠네.모두 다.이제 되었는가? ”


“네. 감사합니다.”.


관우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며 정우를 바라보았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 것 같은 열망이 가득찬 눈빛 이었다.




… … ……… …


영옥과 선후는 백화점 지하에서 시장을 보았다.

선후의 목에 목말을 한 유비는 빨리 장난감을 사러가자고 난리였다.


윗층으로 올라와 장난감 코너에  들어간 

유비는 해적 세트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 사진속에 아이처럼  걸쳐달라고 요구했다.


번쩍이는 해적모자에 에꾸 눈 안대.그리고 긴 칼과 귀에 거는  수염까지 착용한  유비는 매장내에 틀어놓은 음악 소리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 했다.

혼자서 신이 났다.


“끼오.끼끼오”


이상한 소리 까지 지르며  매장을 돌아다녔다.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 들어 핸드폰으로 춤추는 아이를 찍고 있었다.

유비는 자신을 찍는 핸드폰을 보고 흥이 났는지 윙크도 하고 

입술을 내밀어  뽀도하고 

혀를 내밀어 메롱도 했다.

너무 궈여웠다.

춤을 추냐고 안대가 이마에 올라가고 

수염이 가슴에 달렸지만

아이에게선 빛이났다.

선후는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적당한 거리 에서 따라 다니고 있었다.

선후의 입가에 아빠미소가 저절로 그려지고 있었다.


갑자기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해적세트에 몰려들었다.


시간이 적당히 지나자 선호는 아이를 올려 목마를 했다.

유비는 한손으로 선호의 머리를 잡고

한손에 잡은 칼을  앞으로 내세운다음 소리질렀다.

그리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이라.이랴. 꺅 칵”


선후의 샤프한 외모와 아이의  귀여운 반짝임이 상승작용을 했는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선후와 영옥은 웃으며 유비를 머리에 메단체 서둘러 메장을 떠났다.

모두가 즐거운 오후였다.


…………………………


미용실을 열어 놓으니 손님들이  들어왔다.

두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머리를 커트하고 파마를 해달라고 했다.


조용한 크래식 음악이 흐르고

지숙은 머리를 커트하고 있었다.


“어머 사잠님.저기 그림이 정말 멋있네요.”


“그쵸 ㅡ” .


지숙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

우리아들이.그린 거라고 자랑하려는 찰라.


손님이 옆에 같이온 손님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 그런데 무지개는 동성애의 심벌 아닌가?”


“맞아.맞아”.


“어머 그럼, 저 그림 그린 작가도 동성애자 일것 같다,그지? ”


“어머 어머 그러네. 말이 된다 자기”


지숙은 가위질을 멈추고 똑바로 서서 거울을 통해

손님과 눈을 맟추었다. 


“손님.요즘 초등학교 교과서 보면 표지만 봐도 무지개 천지인데. 호호. 초등학생들 무지개  안 그려본 학생 있을 까요.손님?

혹시 손님 자녀분도.동성애자? 어머 어머 미쳤어 .그쵸 ㅡ 손님.”


“아줌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재수없게.”


“어머어머.손님이 재수가 없구나.저거 내아들이 그린거예요.손님.”


“… … … ”


“손님?”


“……”


“존중 받고 싶어요?그럼 먼저 남을 존중하세요”


“… …”


“교양있고 싶어요? 그럼 입 다물고 사세요.”


“……”


“손님  제가 .오늘은. 재수가 없어서ㅡ  손이 막 떨려오네요. 노환이 오나? 지금 커트하면 머리가 빡빡이 될것 같은데.손님.

계속 하시겠어요?”


그녀들이 황급히 떠나자 지숙은 출입문 앞에 소금을 뿌리며궁시렁 거렸다.


"미친x. 지 남편이 저기 드나드는 줄도 모르면서...”


지숙은 (k4u)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단호하게 돌아서서 가게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티 테이블에 앉아 차 한잔을 들며 무지개 그림을 바라보았다.


이젠 남들이 뮈라고 손가락질 해도 상관없었다.

선후가 그림 만 그릴수 있다면 

선후가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동성애는 더이상 걸림이 될 수 없었다.


지숙은 아들 때문에 자신도 한 뼘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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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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