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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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봄날 캠퍼스를 남북으로 관통한 도로 가에 벚꽃이 만개해 꽃잎이 휘날렸다. 나는 점심을 사 달라고 선배에게 졸라서 밥을 얻어 먹었다. 

선배가 오후 수업이 없는 것을 알고 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사람이 같이 다니다 보면 정이 붙게 마련이었다. 선배는 조금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내 말을 받아 주었다.

선배는 내 마음속으로 송두리째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나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 캠퍼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소보다 빨리 흘렀다.

나는 단 한 가지 걱정이 있는데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선배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면 산통이 깨질 것이 번했다. 그래서 내가 용기를 내어 선배에게 먼저 약속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선배!"

"응, 왜?"

"오늘 선배와 같이 잘 거에요."

"하루 종일 붙어 다닌 의도가 그거였냐?"

내 정곡을 찌르는 선배의 질문에 내심 몹시 당황했으나 애써 천연스럽게 행동했다.

"저 그럼 이제 그만 가 볼게요."

"정말! 후회 안 하지?"

내가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선배는 다정하게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 어깨에 얹힌 선배의 손은 가로등 불빛을 받은 벚꽃처럼, 아니 내 마음처럼 반짝였다. 나는 내심 무척 기뻤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체했다.

"누가 보면 동성연애를 하는 줄 알겠어요."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살면 몹시 피곤해. 좋은 건 숨김없이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진정한 사이지."

나는 공감하는데 뜻이 있어 선배의 몸에 바싹 붙어 편안한 마음으로 한길을 걸었다. 선배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하, 우리 모형 비행기나 날리러 갈까?"

"이 밤에요?"

"가 보면 알아."

선배는 내 손목을 완력으로 잡아끌고 가로등 아래에 섰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내 얼굴을 한번 힐끗 보더니 이내 눈길을 스마트폰 쪽으로 옮겨 옆면 버튼을 한 번 살짝 누른 뒤에 말로서 명령을 내렸다.

"현재 위치로 오토 택시(automatic taxi) 호출 부탁해."

"예. 반달로 십이 번지로 오토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딩동-

"오 분 뒤에 반달로 십이 번지로 오토 택시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니, 선배! 스마트폰 기종이 뭐에요?"

"이거? 음,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야."

"최신 기종인가?"

나와 선배가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오토 택시가 전조등을 켜고 이쪽으로 왔다. 오토 택시가 나와 선배 앞에 서서히 속력을 늦추어 멈추자 둘이 거의 동시에 승차했다. 나는 오토 택시에 승차하자마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그 유명한 자율 주행 택시! 진짜로 운전자가 없네."

"후배는 첨 보지?"

"예, 내부는 일반 택시와 별다른 것이 없는데 운전자 없이 운행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선배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오토 택시 안에서 말로서 경유지를 지시했다.

"초승로 이십육 번지 들렀다가‥‥ 참, 후배 집 주소 말해 줘."

"그믐로 오십팔 번지요."

"최종 목적지는 다시 말해 줄게. 중간 경유지 확인해 줘"

선배가 말로서 정해 놓은 길을 묻자 오토 택시 스피커에서 기계적인 미성이 흘러나왔다.

"첫번째 경유지는 초승로 이십육 번지입니다. 두 번째 경유지는 그믐로 오십팔 번지 정보가 입력되었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대기 중입니다."

"오케이 출발!"

"오케이는 순화해서 '좋아, 알았어, 틀림없어'로 사용합니다."

"으하하- 아주, 제법인데."

스피커에서 바른말이 흘러나오자 나와 선배는 배꼽을 쥐고 큰 소리로 웃었다. 또다시 스피커에서 오토 택시 출발을 알리는 기계적인 미성이 흘러나왔다. 

"안전 운행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면 모든 문을 잠그고 출발합니다."

철커덕-

오토 택시가 자동으로 출발해 외곽 도로로 접어들자 속력을 올렸다. 선배의 집에 다다랐을 때 오토 택시는 속력을 늦추고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따라 서행하더니 아파트 입구에 멈추었다. 선배가 하차할 준비를 서두르는데 오토 택시 문이 열리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할 즈음 스피커에서 기계적인 미성이 흘러나왔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자동차가 지나가면 문을 열겠습니다."


선배가 집 안으로 들어가 모형 비행기와 가방을 가지고 온 뒤에 곧바로 내 집을 향해 떠났다. 나는 오토 택시가 집 앞에 멈추었을 때 모형 비행기를 가지러 뛰어갔다. 내가 트렁크에 모형 비행기와 가방을 싣고 승차하자 선배가 말로서 목적지를 지시했다.

"최종 목적지는 모형 랜드로 정할게." 

"최종 목적지 보름로 일 번지 정보가 입력되어 처리 중입니다. 안전 운행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면 모든 문을 잠그고 출발합니다."

철커덕-

오토 택시는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고 모형 랜드로 향해 쌩쌩 달렸다. 모형 랜드 간판을 지나고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안내 표지판이 눈에 잘 띄었다. 

- 모형 랜드는 24시간 영상을 기록합니다!

선배는 스마트폰을 통해 택시미터 요금을 지불하고 오토 택시에서 내렸다. 나는 모든 것이 신기해 선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선배는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모형 랜드를 구경시켜 주었다. 사방팔방으로 탁 트인 전망과 1층은 전시장과 판매대가 있고, 실내 장식이 두드러지게 잘 되어 있는 공간에 외다리 원형 탁자와 모형에 필요한 각종 공구가 배치되어 있어 본인이 직접 모형을 만들거나 수리할 수 있었다. 

2층은 식당겸 휴게실로 사용하고 한쪽으로 객실이 있어 모형 랜드 회원이면 숙식을 무료로 제공했다. 옥상에는 작은 모형을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경주로를 설치해 소년들이 부담 없이 즐기 수 있었다.

선배는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홀에 설치한 대형 모니터를 마주 보고 앉아 화면을 터치(touch)하며 방을 예약했다.

딩동-

"비밀 번호가 수신되었습니다."

선배는 스마트폰에서 기계적인 미성이 흘러나오자 내 얼굴을 바라보며 안심시켰다.

"주말에는 미리 예약해야 하는데 다행히 평일이라 빈방이 있네. 그럼 이제 활주로의 조명을 켜 볼까?"


활주로를 대낮같이 밝게 조명하고 나와 선배는 무선 조종으로 모형 비행기를 이륙했다. 야간 비행의 진수를 보여 주는 것은 조명에서 벗어난 모형 비행기의 소리를 들으며 감 잡고 무선 조종하는 데 있었다. 어둠 속을 비행하던 모형 비행기가 조명 안으로 들어올 때 짜릿한 쾌감을 만끽하게 했다. 그러나 무선 조종 실수를 저지르면 모형 비행기가 산산히 부서지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아슬아슬한 묘기로 모형 비행기를 무선 조종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야호, 신난다! 이 맛에 야간 비행하는구나."

"후배는 뭐든지 유쾌하게 노는 걸 좋아하나 봐."

"예. 맞아요. 특히 선배하고 같이 있을 때요."

"픽-, 아까는 가 본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나하고 있는 게 좋다고?"

"히히-"


나와 선배는 모형 비행기 무선 조종을 마치고 활주로 옆으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겼다. 선배는 내게로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질문했다.

"후배는 모형 비행기를 왜 하게 됐지?"

"음, 제 자신이 실지로 비행기를 조종해 볼 수 없는 대신에 모형 비행기를 통해 만족하고 싶어서요."

"오, 그래? 어쩌면 모형 비행기에 취미를 붙인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하지."

선배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객실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문에 설치한 체크(check)기 앞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고 비밀 번호를 입력했다. 체크기 창에 파란색 글씨로 문이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자동으로 문이 스르르 열렸다. 선배는 객실로 들어가 욕실 문을 열어 보고 내 의향을 물어 보았다.

"후배 먼저 씻을래?"

"아뇨. 선배 먼저 씻어요." 


나는 샤워하고 삼각팬티만 입은 채 선배와 나란히 누웠다. 선배가 어려운 존재인 줄 알면서 감히 선배의 몸을 탐하고 싶었다. 나는 자신의 욕망을 차마 억누를 수가 없었다. 선배는 모로 누워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떼기 시작했다.

"여기 오니까 어때?"

"시설이 잘 돼 있어서 맘에 들어요."

"근데 여기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어."

"그게 뭔 데요?"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

"그렇다면 웬만해서는 말하지 않잔아요."

선배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내 속을 떠보았다.

"후배가 날 좋아하는 걸 아니까 말한 거야."

"네? 제가 선배를 좋아한다고요?"

"아니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팔짝 뛰는지 속을 모르겠네."

나는 말대꾸도 하기 싫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디지털 시계의 숫자가 바뀌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나는 안달이 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선배가 나를 슬그머니 품에 안자 나는 얼었다 녹은 홍시처럼 흐무러졌다.

선배의 부드러운 손이 내 삼각팬티 속을 파고들어 자지를 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나도 선배의 사각 팬티 속에 손을 넣고 자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선배의 자지는 짧고 굵은 느낌이 들고 단단하기까지 해서 나는 선배의 기세에 압도되고 말았다. 선배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성행위가 차츰차츰 무르익어 갔다. 선배의 성 본능에 이끌려 나는 그만 불알의 왕성한 활동으로 정액을 내쏘듯이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뒤처리가 끝난 뒤에 선배를 반듯이 눕히고 젖꼭지를 빨며 오른손은 사각 팬티 속에 넣고 자지를 상하로 움직였다. 선배가 허리를 살짝 들어 주자 나는 사각 팬티를 무릎까지 벗기고 자지를 입 속에 넣었다. 그리고 볼이 오목해지게 움직이면서 안쪽으로 힘을 받게 했다. 

"으윽-"


   그 뒤로 선배와 나는 눈짓 하나만으로 서로의 의사를 알아채고 모형 랜드를 찾았다. 나는 선배와 같이 객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배가 사냥감을 만난 야수처럼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선배가 선제공격을 가하자 나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나도 선배에게 뒤질세라 선배의 옷을 홀딱 벗겼다.

선배는 격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지가 팽팽하게 배꼽을 향해 서 있는 반면에 내 자지는 긴장한 탓인지 바짝 움츠러들었다. 선배가 먼저 내 몸을 뜨겁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나는 선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몸을 자연스럽게 맡겼다. 

선배가 내 자지를 입 속에 넣고 혀로서 자극을 주었다. 나는 선배의 자극을 받아 통증을 느끼고 몸을 초승달과 같이 휘었다. 선배는 양손으로 내 엉덩이를 꽉 잡고 육체적 통증과 쾌락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내가 선배의 야수 같은 성행위에 그로기(groggy) 상태에 빠지자 선배는 내 자지를 손아귀에 넣고 왕복 운동을 행했다. 나는 쾌감이 절정에 도달해 자지가 사정할 조짐이 보였다.

"으으, 그만! 나오려고 해요."

"괜찮아. 고대로 있어."

선배는 손을 빨리 놀리던 움직임을 완급 조절하여 천천히 왕복했다. 나는 자지에 힘을 빼고 심호흡을 하며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정액을 내뿜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사정한 후유증으로 날연하여 온몸이 축 늘어졌다. 선배는 시간의 여유를 두고 나에게 다정히 속삭였다.

"손 이리 줘 봐."

"왜요?"

선배는 내 손을 억지로 잡고 손가락을 펴더니 남자의 상징과 손가락의 상관 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엄지는 남자의 십 대를 상징하고, 검지는 이십 대를 말하거든. 근데 후배는 나이가 갓스물인데 반해 거기는 덜 영글어서 오십 대의 소지를 닮았어."

"킥킥- 그럼 선배는 짧고 굵으니까 아직 십 대네요."

"뭐? 으하하-"  


나는 원기가 회복하자마자 선배의 자지를 어렴성 없이 곧 만져 보았다. 내가 수음하는 방식대로 선배의 자지를 피스톤의 왕복 운동을 행했다. 나는 선배가 엉덩이를 뒤로 빼는 것을 감지하고 왕복 운동을 빠르게 움직여 사정을 유도했다. 선배는 내 손을 꽉 움켜잡고 왕복 운동을 못 하게 말렸다. 

"아아, 그만!"

나는 선배의 뜻을 따라 왕복 운동을 멈추고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배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축 처진 내 자지를 다시 손아귀에 넣고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내 자지가 발기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선배는 내 자지를 입 속에 넣고 혀를 요리조리 내둘렀다. 나는 자지에 통증을 느끼고 아픔을 호소했다

"너무 아파요."

"알았어, 살살 할게."

선배는 처음에 조심하여 행동하다가 나의 아픔도 아랑곳없이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갔다. 내 자지가 성적인 흥분으로 단단해지고 커지자 선배가 내 배 위에 올라타고 항문에 내 자지를 갖다 대었다. 나는 선배의 성행위를 조심성 있게 제지했다.

"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나 해줘."

나는 거절하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선배는 실망한 표정을 짓고 내 옆에 누웠다. 나는 공연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윗몸을 일으켜 세우고 선배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성행위는 자기 방식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가 나에게 해주는 것이 곧 내가 상대에게 해줘야 하는 등호 관계였다. 내가 온갖 행위를 받은 뒤에 상대에게 당연히 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선배의 기분은 개의치 않고 선배가 나에게 먼저 해준대로 나도 선배를 따라 마음먹을 것을 실천에 옮겼다. 


   밤사이 비가 세차게 퍼붓더니 아침이 되자 부슬부슬 내렸다. 선배가 오토 택시를 타고 나를 데리러 왔다. 나는 외출을 서둘러 선배와 함께 오토 택시를 타고 모형 랜드로 향했다. 선배는 객실로 들어서자마자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나에게 어서 옷을 벗으라고 눈짓했다. 나는 옷을 벗을까 말까 머무적머무적하다가 침대에 사지를 펴고 벌렁 드러누웠다. 선배가 알몸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둘이서 샤워하자고 살살 꾀었다.

"내가 후배 씻어 줄게. 싫어?"

"좋아요!"

나는 옷을 벗고 선배와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 선배가 물의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더니 샤워기로 내 몸에 물을 뿌렸다. 스펀지를 비누로 문질러 거품이 일자 내 몸을 쓱쓱 닦았다. 나는 선배의 여유 있는 행위에 홀딱 넘어가는 바람에 자지가 단단해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내 몸을 잠자코 닦던 선배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

"걔는 쓸데없이 왜 서 있지?"

"몰라요. 저절로 서는 걸 어떡해요."

선배가 참다못해 키드득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는 왠지 쑥스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선배의 스펀지를 빼앗아 맑은 물로 헹구고 비누로 문질러 거품을 만든 뒤에 선배의 가슴과 등을 스펀지로 슬슬 문대었다.

선배는 별안간 나를 힘껏 껴안고 몸을 비비적거렸다. 나와 선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양손으로 서로의 몸을 뜨겁게 애무했다. 선배는 내 귀에 입을 대고 귀엣말로 속삭였다.

"나 좋아하니?"

"여기만요."

내가 선배의 자지를 꽉 잡고 대답하자 선배는 다시 한번 귀엣말로 속삭였다.

"거기도 내 몸의 일부인데."

"그럼 좋아하나 봐요."

"흐흐- 난 후배 다 좋아해."

선배는 색정에 사로잡혀 내 몸을 거침없이 탐하기 시작했다. 나는 숨 넘어가는 듯한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아아!"


   나는 크린 프리섹스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하고 주말에 선배와 함께 동성 바에서 사람들에게 작은 봉투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콘돔을 쓰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그래도 나와 선배는 누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신념대로 밀고 나갔다.

두 남자가 아까부터 나와 선배를 유심히 바라보는가 싶더니 급기야 처음 보는 나와 선배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붙였다.

"두 분 수고하는데 저희와 같이 한잔해요."

"고맙습니다. 역시 우리를 알아 주는 분이 있어 기분이 좋네요."

선배가 넉살 좋게 말을 받아넘기고 의자에 앉으면서 내 팔을 끌어당겼다. 나와 선배 그리고 두 남자는 권커니 잣거니 술을 마시며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한 남자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반해 눈길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선배는 다른 남자에게 은근히 호감을 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나와 선배 그리고 두 남자는 짝을 지어 자리를 옮겼다. 나는 눈웃음을 살살 치며 내 짝이 된 남자에게 질문 공세로 나왔다.

"젤 좋아하는 게 뭐에요?"

"남자요."

"그래요? 그럼 취미가 뭐에요?"

"남자 꼬시는 거요."

"으하하- 그래서 저를 꾀었군요."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나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쪽 취미는요?"

"저는 무선 조종요."

"무선 조종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아, 그렇지? 저는 요즘도 가끔 저기 있는 선배와 같이 모형 비행기를 날리고 있어요."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시는데 저도 기회가 되면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언제 시간 나면, 근데 무선 조종이라는 게 바로 되는 게 아니라. 아무튼 연이 닿는다면 그렇게 해줄게요."

"말만 들어도 고마워요." 


나와 남자는 동성 바에서 나와 모텔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을 것 같은 깊은 밤에 너도 나도 짝을 지어 이곳 저곳을 전전했다.

나와 남자는 어렵게 모텔을 잡고 객실에 들어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나는 남자와 같이 있으려니 서먹서먹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와 남자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흐르더니 마침내 남자는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쪽 먼저 씻을래요?"

"아뇨. 먼저 씻으세요."

"그럼 저와 같이 씻어요."

"좋아요!"


나는 남자와 불타는 정열을 쏟으며 성행위에 열을 올렸다. 남자의 적극 행위에 내 몸이 입 안에서 녹는 순간 문뜩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자의 성행위는 선배와 닮아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남자는 성적인 관계를 맺은 탓으로 몸이 몹시 피곤해 코를 골며 곤히 잠들었다. 나는 남자가 잠든 틈에 슬그머니 모텔 밖으로 나왔다.

내가 텅 빈 도심의 거리를 홀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 쳤다. 나는 뒤를 돌아보고 의아한 눈으로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니, 선배가 여기에 웬일이에요?"

"바람핀 소감이 어때?"

"으하하- 선배는요?"

내가 선배에게 반문하자 선배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난 밤새 후배 찾으려고 돌아다녔는데."

"정말요? 선배 미안해요!"  

나와 선배는 말없이 한길을 터덕터덕 걸었다. 도심의 가로등이 차례차례 꺼지자 도로에 차량들의 통행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선배의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 선배의 의향을 물었다.

"선배 지나가는 택시 잡을까요?"

"아니, 후배와 단둘이 걷는 것도 괜찮은데 그냥 걸어가자."

"예."


나는 선배와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들어갔다. 부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발을 떼어 내 방으로 향하고 있는데 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둑괭이처럼 밤새 어딜 그렇게 쏘다니고 이제 들어오는 거냐?"

"헤헤- 아빠는요?"

"니 아빤 벌써 일 나가셨지. 그러는 넌 허구한 날 외박이냐?"

"이젠 자제 좀 할게요."

"안 한다는 말은 안하지. 이반 시티가 뭐하는 곳이냐?"

"네?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어제 밤 뉴스에 나오더라."

"아, 그래요."

"근데 니 컴퓨터 켜니까 거기도 있던데."

"네? 제 컴퓨터 비밀 번호는 어떻게 알고?"

"내가 지 자식 비밀 번호 하나 모를까 봐 그러냐."

"우아, 이게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잔말 말고 자기 전에 아침 먹고 양치하고 자."

"예-."

나는 방에 들어 컴퓨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키보드를 보고 모르던 것을 새로 알았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비밀 번호의 키보드만이 유달리 두드러지게 거무스름했다. 나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속말했다.

'비밀 번호 바꾸면 혼동하기 쉬우니까 키보드 스킨이나 새것으로 갈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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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선배를 좋아 하면서 왜 다른 남자와...
언제나 잔잔한 글 ...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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