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마도사로 이세계에서 치유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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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다!”
라키스의 외침이 들림과 동시에 1파티 몇 명을 제외한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머리를 감싸쥐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동공이 풀리고 멍하게 입을 벌린채 정신나간 듯 고통에 몸부림쳤다. 리치의 비명소리를 듣고 ‘정신의 공포’에 걸린 것이다. 정신의 공포는 대상의 가장 끔찍한 순간을 환영으로 보여주며 정신을 붕괴시킨다. 그래도 1파티의 몇 명은 리치의 비명소리에 대해 알고 있어서 리치가 나타남과 동시에 방호스킬을 발동해 공포를 상쇄시켰다.
“흩어지는 화염! 스매쉬 파이어!!!”
안나가 시전한 화염이 갈래갈래 흩어지며 공포에 걸린 아군에게 직격했다. ‘펑!’소리를 내며 화염을 맞은 사람들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안나는 노련했다. 현제 파티에 리치의 공포를 해제할 치유사가 없기에 화염공격으로 충격을 주어 정신이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었다. 피에데는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귀환주문을 영창했다.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피에데도 직감했다. 지금 소환된 리치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주문이 완성될 때까지 나머지 파티원들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길 기도하며 영창을 이어갔다. 반드시 주문을 완성해야 한다. 그러면 살아남은 자들이라도 마을로 돌아갈 수 있다.
“모두 정신차려! 입구쪽에 모이지마! 산개해! 안나! 라이칸! 마틸다! 모두 피에데가 귀환주문을 완성할때까지 시간만 끌어! 견제가 목적이다 시간을 벌어줘!”
리치가 지팡이를 들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시전했다. 리치의 지팡이 끝에 검은 빛이 아른거리더니 방안의 모든 사람의 몸에서 검붉은 빛이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기분 나쁜 빛이 일렁거리며 리치의 지팡이에 닿자 리치의 지팡이가 더욱더 빛을 발했다.
“으윽!”
사람들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마법. 길게 이어진 검붉은 빛이 넘실거리며 산자들의 생명력을 빼앗아 시전자에게 바치는 마법이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라이칸이 방패를 고쳐들고 리치를 도발했다. 리치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검은 바람이 라이칸을 덮쳤다. 라이칸은 방호를 전개했지만 검은 바람을 맞고 피를 토하며 몇장이나 날아가 벽에 처박혀 버렸다.
‘방호를 전개한 방패전사가 저렇게 힘없이... 제기랄... 아빠에게 오늘 인사도 못했는데...’
안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다음 타켓이 되기 위해 주문을 영창했다. 이대로 리치를 놓아두면 입구쪽에 레벨이 낮은 2파티는 모두 죽을 것이다.
“폭렬하는 화염이여 대지를 가르고 적을 무찔러라! 라바 플레임!!!”
안나가 지팡이를 땅에 내리쳤다. 붉은 화염이 땅을 따라 길게 이어지더니 리치의 발아래서 폭발을 일으켰다. 굉음을 내며 리치가 한동안 화염에 휩싸이며 비명을 질렀다. 불타는 리치의 몸부림이 멈추는 순간 리치의 마법이 날아 올것이고 안나는 죽을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사람이었다. 리치가 안나를 돌아보며 지팡이를 들더니 바닥을 내리쳤다. 리치의 지팡이가 닿은 땅에서 날카로운 검은 칼날이 슉~하고 솟아 오르더니 안나를 향해 순식간에 뻗어 나갔다. “촤르르륵!” 환영을 남기며 땅속에서 삐죽 삐죽 튀어 오르는 검은 칼날들이 지면에 있는 모든 것들을 꿰뚫으며 빠른 속도로 안나에게 날아갔다. 안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저건 내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야... 미안... 아빠...’
안나가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순간 안나의 등뒤에 라기스가 슥 나타났다. 라기스는 안나를 안고 번개같은 속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라기스는 잠행에 능숙한 암살자였다. 그림자숨기로 순간적으로 안나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고 신속하게 위치를 바꾸었다.
“콰과광!”
안나가 서있던 자리에 검은칼날이 궤적을 남기며 지나가자 지면이 난도질 당한 듯 부서져 갈라졌다.
‘아직인가! 이쯤되면 귀환 주문이 완성되었을 텐데!!! 피에데! 아직인가!’
리치의 마법을 피해 안나를 안고 빠르게 이동하던 라기스는 피에데를 돌아보았다. 피에데는 주문이 거의 완성되었다며 라기스에게 손까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제 벗어날 수 있어! 주문이 완성됐어! 모두들 조금만 참아!’
라기스도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에데가 영창을 끝내고 하얗게 빛나는 귀환진에 손을 내밀었다. 시전자의 손이 영창을 끝내고 귀환진에 닿으면 빛과 함께 모든 파티원이 마을의 귀환지점으로 돌아 갈 수 있다. 그 때였다.
“쓔우우앙!”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 어둠의 칼날이 피에데를 꿰뚫었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귀환진을 짚으려는 피에데의 몸에 검은 세로줄이 그려졌다. 잘려나간 피에데의 팔이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고 서서히 피에데의 몸은 반으로 갈라졌다. 피에데를 방호하던 폰즈역시 방패를 든채 그 자리에서 반으로 잘려 버렸다.
“아악!! 피에데!!! 폰즈!!!”
안나가 비명을 지르며 혼절했다. 리치가 귀환마법을 시전하던 피에데를 죽인후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지팡이를 치켜 올렸다. 생명력 착취가 더욱더 강력해지며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한다. 피에데와 라이칸에게 연결된 검붉은 빛은 사라졌다. 죽은자에게는 더 이상 생명력을 착취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몇몇의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줄은 끊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라기스는 정신을 잃은 안나를 바닥에 내려두고 마지막 힘을 다해 피에데의 시체로 그림자숨기를 시전했다.
이동을 감지한 리치가 지팡이를 들고 비명을 지르며 냉기마법을 시전했다. 새하얀 냉기가 리치의 지팡이에서 스스릉 소리를 내며 맴돌더니 쏜살같이 라기스를 향해 날아갔다.
“쩌저정! 촤라라락~”
한기 가득한 바람이 몰아치며 수십 개의 얼음파편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라기스에게 쏟아졌다. 라기스는 단검을 휘두르며 얼음파편을 처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몇 개의 얼음파편이 라기스를 관통했고 그중 하나가 그의 복부에 박혀버렸다. 온몸이 얼어 붙는 것 같은 한기...라기스는 온몸에 끔찍한 빙상을 입은채 호흡까지 얼어붙어 힘겹게 하얀 입김을 내뿜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바닥에 떨어진 피에데의 팔을 주워들고 귀환진을 짚었다. 귀환진에서 스르륵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위가 환해졌다. ‘슉!’빛의 잔상을 남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귀환되었다.
“끼애애애액!!!!!”
분노한 리치의 찢어지는 절규가 바룸의 방안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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