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와이프의 후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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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동시에 밀려오는 수많은 감정에 재홍은 이불을 뒤집어 쓴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가도 부끄럽고 설레기까지 한다. 이 나이에 이런 모습으로 누군가의 격렬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재홍은 아침부터 어젯 밤의 섹스가 떠올라 심장이 두근댄다.


그리고 언제 일어난 건지 그새 씻고 나온 태풍이 아직도 누워있는 재홍을 흔들며 깨우기 시작한다.


'형님 이러다가 지각하십니다'


휙-


'아아'


태풍은 장난치듯 재홍이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버린다. 그대로 발가벗은 몸이 드러나자 괜히 몸을 돌리며 이불로 사타구니를 가리는 재홍. 재홍은 아직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을 찡그리며 태풍에게 말을 잇는다.


'지금 몇시냐.'


'여덟시요'


얼른 준비하고 나가면 지각은 면할 것 같다. 그렇게 찡그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재홍 형님을 그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태풍. 재홍은 끝까지 민망해서 정색을 하며 입을 연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형님 어젯 밤 기억은 나시죠?'


'그럼 기억이 나지 안나겠냐. 사람을 반 죽여놓고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몸을 일으키는 재홍. 태풍에게서 등을 돌리고 침대에 걸터 앉는다. 그런 재홍을 힐끔 쳐다보는 태풍. 당장이라도 껴안아주고 싶은 토실토실한 재홍 형님의 뒷태. 태풍은 입꼬리를 올리고 말을 잇는다.


'누가 들으면 제가 뭐 엄청난 놈인지 알겠습니다?'


'아이씨 아파 죽겠다. 으으..'


태어나서 생전 처음으로 남자에게 뒷구멍을 내줬으니 얼마나 욱신거리고 얼얼할지는 말 안해도 알 것 같다. 그 때, 침대로 올라와 재홍에게 백허그를 하는 태풍. 


'아아 재홍이 형님 하루종일 껴안고 있고 싶다'


'야아 하지마'


'형님 우리 또 언제 데이트해요?'


'뭔 데이트ㄴ..으흐웁'


재홍은 자신의 통통한 가슴을 잔뜩 껴안는 태풍에 민망해서 몸부림을 치지만, 태풍은 두 팔에 힘을 꽉 준 채 그대로 재홍에게 키스를 하려 한다. 순간 태풍의 혀가 힘있게 들어오자 저절로 입이 벌어지며 아슬아슬한 흥분감이 쏟아져서는 눈을 질끈 감다가 안된다고 몸을 벌떡 일으키는 재홍.


벌떡!


'왜요~ 형님 섰는데요'



태풍은 급히 욕실로 들어가는 재홍의 발가벗은 몸을 한 번 훑는다. 재홍의 꼬추가 그새 살짝 힘이 들어간 모습이다.


'와 엉덩이 예술'


'야 그만해 그만ㅎㅎ'


태풍은 또 재홍을 보니 성욕이 올라오는지 계속 음흉한 말들을 뱉는다. 그런 태풍을 노려보는 재홍. 하지만 태풍의 사랑스러운 미소에 이내 무장해제 되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야 마는 재홍이다. 


태풍같이 멋진 동생이 볼품없는 자신을 이렇게 좋아하는 게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그렇게 재홍은 아침부터 성욕이 왕성한 태풍이 사랑스러우면서도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참나..ㅎ'














쏴아아-


재홍의 샤워 소리를 뒤로 하고 침대에 걸터 앉아 넥타이를 매고 있던 태풍. 태풍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그러다가 재홍이 짐을 풀어놓은 곳으로 다가가는 태풍. 태풍은 물소리가 이어지는 욕실 문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재홍의 휴대폰을 들어본다.



- 부재중 전화 와이프 1통 오전 6시 38분


'...'


아직 새벽에 5통이나 남겨져있었던 윤희의 부재중 전화에 응답하지 않은 태풍. 그래서 더 마음이 심란한 상태다. 참지 못하고 재홍 형님과 선을 넘어버리긴 했다만 대체 윤희의 얼굴을 어떻게 다시 봐야할지 모르겠다. 윤희가 남긴 부재중 전화가 찝찝하다.




덜컥-


'!'


'야 태풍아 원래 이렇게 아프냐 아으..'


재홍은 점점 뒷구멍의 통증이 심해지나보다. 얇은 굵기도 아닌 태풍이 그렇게 격하게 쑤.셔댔으니 그럴 만도 하다. 


태풍은 재홍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급히 재홍의 휴대폰을 자리에 내려놓곤 태연한 척 대답한다.


'그렇다고 하대요. 많이 아프세요?'


'아아으..'


'그래도 아무 느낌 없는 것보단 아픈게 낫죠'


'뭔 헛소리냐. 너도 당해볼래?'


'뭐... 형님꺼면 언제든 가능할 듯 합니다'


'뭐 임마?'


심각했던 표정을 숨기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태풍. 팬티를 입고 나온 재홍의 앞섶을 쳐다보고, 재홍은 그런 태풍을 험악하게 바라보다가 시간이 더 늦어질라 급히 옷을 입기 시작한다.


그런 재홍을 기다려주듯 출근 준비를 마친 상태로 침대에 걸터 앉는 태풍. 말이 없어진 두 사람은 장난을 치며 웃다가도 동시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야 만다.


하룻 밤에 너무 많은 상황이 변해버렸다. 허겁지겁 정장을 입고 있는 재홍. 통통한 몸에 가득 차는 옷태가 섹시하다. 태풍은 이런 재홍이 그저 좋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금 왜 이리도 씁쓸해보일까.

















'끄응..'


욱신- 


당장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이 고요한 사무실.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재홍은 자꾸만 얼굴을 찡그린다. 똥구멍이 벌어진 듯이 자꾸 욱신거리고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더 짜증나는 건 그새 또 태풍이 보고싶다. 어젯 밤 그 섹스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재홍 인생의 최고의 섹스였다. 재홍은 자신이 남자에게 그렇게 순종적으로 당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때, 재홍에게 말을 거는 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임 부장님 어제 퇴근.. 잘 하셨죠?'


'어..어 왜?'


'아니 그냥.. 컨디션 안좋아보이셔서요 하핫..'


'아 잠을 잘 못잤어'


결국 집중이 깨져선 휴대폰을 들어보는 재홍. 아침 일찍 와이프에게 부재중 전화가 왔었는데 정신없이 출근하느라 대답을 못했다.


- 나 출근했어


그리곤 짧은 카톡을 하나 보내는 재홍. 헌데 카톡을 보내기가 무섭게 1 표시가 사라지며 답장이 온다.


- 전화해


- 왜 지금 좀 바뻐


재홍도 마음이 떳떳하진 못해서 최대한 아내와의 통화는 피하고 싶은가 보다. 오늘의 죄책감만 잘 넘기면 어떻게든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 가능할 때 전화해


헌데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자꾸만 전화를 달라고 하는 윤희. 자신이 몰래 태풍과 호텔에 갔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재홍이지만, 그래도 지난 밤 있었던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으려니 자꾸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댄다.



'어으 아흐흐..'



불안해서 안 되겠다. 뭐, 홈쇼핑에 나오는 전자제품 사고 싶다는 그런 전화일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쓸 데 없는 걱정일 수도 있지 않는가. 불안해하고 있을 바엔 지금 전화를 해야겠다 싶은 재홍은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온 몸은 쑤.시고 초조해진 마음은 불안하고. 재홍은 그렇게 주머니에 넣어둔 담배를 만지작대며 옥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치익-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재홍. 헌데 저만치 눈에 익은 남자의 뒷태가 보인다. 떡 벌어진 등판의 태풍. 재홍은 이제 꼭 태풍이 연인처럼 느껴지기 까지한다. 그렇게 그새 보고 싶었던 태풍에게로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재홍.


'형님이 어디 계셨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 누나.'


그 때, 전화를 하고 있었는 듯한 태풍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재홍은 윤희가 태풍에게도 연락을 했다는 사실에 놀란 듯 발걸음을 멈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태풍. 재홍은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언제적 이야기를 해'


태풍의 휴대폰에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목소리만 듣더라도 윤희인 걸 알겠다. 무척이나 흥분한 듯한 윤희의 목소리. 태풍은 괜히 평소보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윤희에게 대답을 하고 있고, 재홍은 윤희가 애초에 무언가를 캐내려 하는 듯한 이 상황에 놀라서 잔뜩 경직된 모습이다.


'누나 새벽에 전화를 그렇게 하고, 대학 때 얘기 하면서 갑자기 이러는 거 보면 무슨 걱정하는지는 알 것도 같은데. 나 지금은 가정 있는 사람이야. 옛날 어릴 때 그게 아니라고'


휙-


그 때, 전화를 하며 자연스레 몸을 돌리다가 어느새 자신의 뒤에 서있는 재홍을 발견하는 태풍. 태풍은 놀란 듯 두 눈썹을 들어올리고, 재홍 역시도 놀란 표정으로 태풍을 바라보고 있다.


'(윤희야?)'


'..'


끄덕끄덕-


윤희에게 전화가 온 것인지 묻는 재홍. 태풍은 통화를 하며 대답을 할 수가 없어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알겠으니까. 나 이제 슬슬 들어가볼게. 형님이랑 무슨 일 있으면 잘 풀고. 내가 형님이랑 이야기 해서 좀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 말 하고.'


재홍이 있으니 더 통화를 하기가 애매해진 태풍은 전화를 슬슬 마무리한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가만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 태풍. 어젯 밤 일어난 일들의 후폭풍이 슬슬 찾아오는 것 같다.


'뭐라는데?'


'별 얘기 아니에요 형님.'


'뭐가 아니야. 지금 장난칠 때 아니잖냐. 똑바로 말해.'


'아... 그냥, 어제 다섯통 정도 부재중 찍혀있더라고요. 형님 어디 있었는지 아냐고 물어보고..'


분명히 장례식에 간다고 했었는데 왜 안믿는 건지. 재홍은 윤희에게 여태 크게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 더 심장이 쿵쿵대며 뛰고 있다.


'그래서 일단 모른다고 했어요, 어떻게 딱 저한테 전화를 하나 싶네요. 후...'


'우리 뭐 들킨 거 있냐'


'딱..히 없을 것 같은데. 근데, 사실 윤희 누님이 저 대학 때부터 남자 좋아했던 거 알아요. 그래서 불안해하는 건가. 하 이씨.. 제가 그 때 좋아했던 사람도 형님처럼 덩치도 있고 해서.'


우우웅-


그 때, 곧바로 올리는 재홍의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려오자 동시에 두 남자가 눈을 마주친다. 불길한 기운이 몰려온 재홍은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고, 태풍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기만 한다. 그런 태풍을 다시 한번 쳐다보며 전화를 받는 재홍.



'여보세요'


- 바로 받네 바쁘다면서


'뭘 이렇게 전화를 해'


- 내가 한 번 밖에 더 했어? 태풍이랑 같이 있나 봐?


아뿔싸. 거짓말을 하려니 안해도 되는 말들이 나와버린다. 재홍은 정신이 아찔해져서 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아니 갑자기 무슨 태풍이냐 회사구만'


- 당신 어제 대구갔다 온 건 맞어? 


'왜 이렇게 추궁하듯 물어?'


오히려 당황해서 성질을 내는 재홍. 태풍은 상황이 점점 꼬여가는 게 느껴지자 담배를 하나 물고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한다.


- 생전 그렇게 갑자기 간 적이 없ㄴ..


'장례식이 미리 계획하고 생기냐?


- 왜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 더 이상하게


재홍이 당황한 듯 페이스 조절을 못하자 그런 재홍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짓을 하는 태풍. 재홍은 태풍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휴대폰에 말을 잇는다.


'후.. 어제 잠도 잘 못자고'


- 왜 잠을 못자. 또 이반시티인가 밤새 봤어?'


'...ㅁ..뭐?'


- 이반시티 들어갔냐고. 또 거기서 임태풍 찾아봤고. 왜. 여보 게이야?


남편의 짜증스러운 반응에 결국 참았던 화가 폭발한 듯한 윤희.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윤희의 충격적인 한 마디에 재홍과 태풍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두 눈이 번쩍 뜨여서는 서로 눈을 맞춘다. 


재홍이 자신을 이반시티에서 찾아봤다는 듯한 윤희의 말에 태풍은 더욱 놀란 듯 보인다. 그리고 이 와중에 당황을 넘어서 온 몸이 굳어버리는 재홍.


- 왜 대답을 못해. 게이냐고 여보


'ㄴ.. 내가 게이겠냐? 그럼 니랑 왜 사냐.'


- 그럼 이반시티는 뭐야. 기록 다 남아있어. 


'......ㄱ..그건'


'(일단 끊어요. 끊어)'


그대로 할 말을 잃어버린 채 얼어버린 재홍을 보고 일단 끊으라고 말하는 태풍. 재홍은 무척이나 얼이 빠진 표정으로 태풍을 바라보며 그저 멍하니 휴대폰을 들고 있다.


'집에서 얘기해..'


뚝-


애초에 현실적으로 연결될 수가 없었던 두 사람. 재홍은 자신이 몰래 이반시티를 들어가 본 것을 모두 아내에게 들켰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란 듯이 입을 벌리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어설픈 대처가 더욱 의심을 불러올텐데, 태풍은 상황이 악화되어가자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재홍을 붙잡으며 말한다.


'빡세네요'


'어떡해야 되냐?'


'형님이 이반시티 들어간 건 맞아요?'


'ㅇ..어. 한 번 어쩌다가..'


'아이... 뭐 끝까지 아니라고 해야죠. 별 수 있나요 저희가.'


'..그럼 모든 게 해결되는 거냐?'


'원래 인생이 ㅈ같지 않습니까'


태풍은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저 아니라고 해야한단다.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원하든, 부정해야 한다. 두 사람은 이 현실을 이제야 다시 실감하게 된다. 


태풍을 마주보고 있을 때면 한 없이 좋기만 했던 재홍인데. 재홍은 지금 겁에 질린 두 눈을 태풍과 마주치며, 처음으로 비참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결혼 생활에 힘들어하는 태풍을 위로해주자고 시작된 일인데. 오히려 태풍에게 짐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재홍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끝내 공허한 눈빛으로 말을 잇는다.


'나 내려간다.'




























아내 윤희가 뒤흔들고 난 뒤 이제서야 제대로 마주한 현실에 충격이 너무 큰 재홍이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재홍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평소라면 윤희의 저녁밥 짓는 소리가 분주했을 텐데, 그저 불꺼진 집 안에 의미없는 티비 소리만 들려온다.


'나 왔어'


'...'


대답을 않는 윤희. 재홍은 대체 윤희에게 어디까지 거짓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재홍의 인사에도 윤희가 대답을 하지 않자, 눈치를 보며 안방으로 들어가려 하는 재홍. 그 때, 갑자기 윤희가 한 마디를 건넨다.


'일로와. 솔직히 말해'


'뭘?'


'장례식 간 거 아니잖아'


'또 그러ㄴ..'


'내가 회사 전화해서 다 물어봤어.'


'......뭐라고?'


윤희가 회사에 전화까지 했다고? 그래서 아까 직원이 퇴근 잘 했냐고 물어봤던 걸까. 재홍은 생각보다 치밀한 윤희의 의심에 더 놀란 표정으로 안방에 들어가다 말고 나와서 윤희 앞에 선다. 대체 윤희가 무엇 때문이 이렇게 의심을 하는 걸까. 억울ㅎ.. 아니 벌인 일이 있으니 억울하진 않다만 절망스럽다.


'당신 대체 왜 그래? 회사에 전화는 왜 해?'


'그러니까 거짓말 좀 하지마. 요즘 말만 하면 거짓말이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 그래?'


'다시 물을게. 이반시티는 왜 들어갔어?'


'아아....흐..'


남편이 자꾸 아닌 척을 하자, 이반시티로 입을 막아버리는 윤희. 결국 재홍은 고개를 숙인다. 윤희 말이 다 맞다. 거짓말, 죄다 거짓말이다. 재홍은 태풍과의 지난 밤 일이 떠올라서 자괴감이 몰려온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얼굴만 벅벅 문지르는 재홍. 재홍은 느낀다. 지금 이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태풍을 팔 수 밖에 없다는 걸. 모든 걸 불지 않으려면 적당히 다른 핑계거리를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윤희는 이런 재홍의 반응에 더욱 확신을 갖고 말을 잇는다.


'임태풍 게이인 건 알고 있었나 봐?'


'하아. 그래, 안다.'


'응, 아는구나. 그럼 말해줄게. 걔 남자 엄청 좋아해. 대학 다닐 때도 내가 걔 고민 상담해주고 했어'


생각보다 태풍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윤희. 재홍은 태풍을 자꾸만 언급해야하는 이 상황에 태풍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떻게든 태풍을 포장하려 말을 잇는다.


'그럼 지금 임태풍이 나한테 뭔 수작이라도 부릴까봐 이러는 거냐?'


'아닐 거라는 법은 없지'


'그래도 결혼했잖냐. 아직도 그러라는 법도 없지.'


'결혼한 게 대수야? 게이들도 위장이니 뭐니 많이들 해. 그리고 한번 남자 좋아하는 게 그렇게 쉽게 변할 거 같아? 아무튼, 어제 임태풍이랑 있었던 거 잖아'


'난 그런 거 몰라. ㄴ..난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요즘 와이프랑 힘들다해서 내가 같이 있어준 거야.'


'드디어 순순히 부네'


결국 태풍과 함께 있었다고는 말을 하는 재홍. 재홍은 윤희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른다. 윤희에게 차마, 절대 모든 걸 말할 순 없다. 태풍과 몸을 섞었다는 걸 윤희가 알게 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 내가 거짓말 했다. 너 내가 밤새 술먹고 집 안들어온다고 하면 엄청 뭐라할 거 잖냐.'


'그렇다고 왜 거짓말을 해. 사람 의심하게. 당신이 평생 술 먹는다고 외박한 적이 있어? 심지어 임태풍이랑 그러는데'


'또, 내가 게이냐고? 아니야. 내가 태풍이랑 같이 있었다고 내가 게이냐?'


'게이도 아닌 양반이 이반시티는 왜 들어가는 건데? 그 날도 거짓말 했잖아. 그 시간에 일한다니 뭐라니.'


'아이씨 그 놈의 이반시티. 그래, 궁금해서 들어가봤다. 그러면 내가 와이프한테 새벽 몰래 이반 사이트 보고 있었어요~ 하냐? 엉?'


'푸훕'


그 때, 웃음이 터지는 윤희. 윤희는 제대로 수습도 못할 거짓말을 하곤 이제야 진실을 순순히 부는 남편에 결국 마음이 조금 풀린 듯 하다.


'그게 어때서. 궁금해서 들어갔다고 말해야지. 나도 예전에 들어가봤어. 태풍이 때문에 그런 거 다 아는데'


'어, 나도 똑같아. 태풍이가 자기 게이라길래 들어가봤다. 그런 사이트가 있구나 해서 한번 본거지. 너는 그럼 지금까지 다 알면서 이렇게까지 할 게 뭐 있냐. 태풍이 불쌍하지도 않냐.'


'태풍이가 불쌍하다고? 뭔데 동정해.'


'아이..씨.. 그래. 내가 잘못했다. 거짓말해서 미안하고. 거짓말 안할테니ㄲ..'


'남자 둘이 입 맞추고 거짓말이나 하고'



대충 입을 맞추긴 했는데. 그 입만 맞춘 건 아닌데. 헌데 점점 흥분이 가라앉아서 차분해진 윤희에 비해 잔뜩 격양되어 씩씩거리는 재홍.


'흐으..'


'밥은'


벌떡-


'밥을 먹었겠냐 지금 씨이..'


'씻고 나와. 생선 구워줄테니까. 왜 그렇게 씩씩대 뭘 잘했다고?'


'흐으으..'


'씻어 얼른.'


재홍은 지금 자신이 왜 이렇게 심장이 터질듯이 뛰며 격양되는지 모르겠다. 진실인듯 쏟아낸 이야기들에도 거짓은 섞여있고, 계속해서 태풍을 들먹이며 거짓말을 해야하는 이 상황에 그저 가슴이 난도질당한 기분이다. 형으로서 자존심도 상한다.


그에 비해 완전히 풀린 듯한 윤희의 기분. 애초에 태풍을 소개시켜준 건 윤희니까, 태풍과 친하게 지내고 이렇게 외박까지 하는 것까지 이해 못할 윤희는 아니다. 다만 윤희는 자꾸 거짓말을 하는 남편에게 화가 났을 뿐. 




덜컥-


그렇게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듯한 표정으로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는 재홍. 재홍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내고 옷을 벗어던진다. 짜증과 서러움이 섞인 몸짓. 재홍은 자꾸만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난다.


태풍과의 관계는 절대 건강할 수가 없는 관계임을 느끼게 된다. 재홍은 윤희와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미 태풍을 너무 좋아하게 된 재홍. 몸과 마음을 모두 준 상대와 하루만에 이렇게 비참한 상황을 맞이하다니. 재홍은 모든 걸 갖겠다고 스스로가 너무나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저 억울하고 서럽다.


덜컥- 쿵!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는 재홍. 재홍의 한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져있다. 그렇게 재홍은 휴대폰을 들고 잔뜩 울상을 지은 채 변기에 앉는다. 이제야 태풍과 겨우 마음을 나눴는데. 살면서 단 한번도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태풍이 전해주기 시작했는데. 누구도 나를 이렇게 격렬하게 사랑해준 적이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너무나 잘 아는 재홍인데.


타닥타닥-


재홍은 서러움에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감정이 격하게 올라와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이건 아니다. 이런 관계는 그 누구에게도 옳지 않다는 걸 재홍은 느껴버렸다. 재홍은 자신이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렇게 재홍의 휴대폰 화면에는 태풍을 위한 메세지가 타이핑되기 시작한다. 









'어제 일은 없던 일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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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감사합니다..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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