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남자와 위층 남성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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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이 잠들어 남자가 이불 속을 파고들어 오는 것을 몰랐다. 남자가 내 몸을 만지는 순간에 움찔 놀라 숨죽였다. 나는 준비성이 있기에 망정이지 소리를 버럭 지를 뻔 했다. 다만 심신이 피로하여 옷을 입은 채로 잠들어 신경을 썼다. 남자는 내 옷을 정묘하게 벗겨 주어 잠자는 척하며 순순히 응했다.
나는 눈을 뜨고 남자를 보고 싶다. 그러나 눈을 뜰 수가 없다. 만약의 경우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성행위가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어 나는 눈을 꼭 감고 남자의 헌신적인 행위에 열정을 쏟았다. 나는 침대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남자에게 위신(委身)했다. 남자의 거친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살과 살이 맞닿은 곳에서 불꽃이 일었다.
나 자신은 남자의 성행위에 감응을 일으킨 듯 마구 엉켜 침대에서 뒹굴었다. 나와 남자는 쾌감이 절정에 도달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두 남자의 요도에서 정액이 뿜어 뒤범벅된 몸을 양손으로 감쌌다. 남자의 심장이 펄떡거리고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오르락내리락했다.
남자는 내 옆에 누워 잠을 청할 심산으로 미동도 없다. 나는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남자를 품에 안고 눈을 떴다. 창을 통하여 방 안으로 들어온 어스레한 달빛에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성장기에 꾸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 잠이 깼다. 남자는 어느 틈에 가 버리고 홀로 침대에 누워 있다. 태양은 언제나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지만 오늘은 다른 날과는 달리 내 침대에서 떴다. 휴대전화에서 흥겨운 멜로디가 흘러나와 나의 일상생활이 시작할 때를 알렸다.
저녁 무렵 309호 남자를 아파트 출입문에서 만났다. 309호 남자는 나를 보자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소주 잔을 잡은 시늉하고 손목을 꺽어 입에 댔다. 나는 활짝 웃으며 흔쾌히 응하는 의사표시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술상을 보는 동안에 남자는 근황을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꺼냈다.
"집사람이 출산하러 친정에 갔어요."
"그래요, 아이를 낳으면 좋으시겠네요."
"히~."
남자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남자에게 걱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집에 안 가 봐도 되요?"
"전에는 몰래 왔는데 오늘 밤은 그냥 자고 가려고요."
"그럼 ‥‥ 으하하~.
나는 남자를 뚫어지게 보고 방 안이 떠날갈 듯이 호탕하게 웃다가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근데 제가 성행위를 거부하지 않을걸 어떻게 알았나요?"
"현관문을 잠그지 않아 누군가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한밤중에 남의 집에 들어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저를 볼 때마다 눈빛이 남다른 걸 알고 어렴성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어요."
두 사람 사이에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질 듯 말 듯 애처롭기 그지없을 때의 심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안타까워했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남자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이가 한둘이 아니건만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왜 혼자서 속을 썩이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았다.
사람의 연이 닿는 것은 실타래와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헝클어지지 않게 빙빙 둘러서 둥그렇게 포개어 감으면 끄트머리를 잡고 풀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감아 놓으면 크트머리가 실타래에 마구 엉켜 풀을 수 없다.
나는 이튿날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차창을 통하여 309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열차가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렸는데 계단을 통해 지하도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509호 남성의 친근감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보기 좋은 데 누구에요?"
"아래층 사는 사람인데 장인어른 댁에 간대요."
"아, 그래요."
나와 남성은 나란히 역전 출구 밖으로 나왔다. 나는 남성에게 목적지를 안 물어 보고 택시를 슬슬 몰았다. 나와 남성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는 백미러로 뒤따라오는 차를 살피며 남성의 얼굴을 흘끔 보았다. 남성은 순백의 안구에 까만 동공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택시가 아파트에 당도하자 남성이 택시미터 요금을 주려고 해 나는 돈을 거절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돈은 됐어요. 그 대신 언제든 놀러 가도 되나요?"
"네, 오세요."
나는 남성의 시원시원한 대답을 듣고 나니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남성이 택시에서 내려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택시 운행을 그만두고 주차장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나는 509호 남성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남성을 만날 생각에 빠져 안절부절못하고 집안을 서성거렸다. 한낮의 해가 저물어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남성을 만나 무엇을 할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았다.
남성과 관계를 가질 때를 대비해 나의 자지를 단련시켰다.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용두질하다가 사정하기 전에 행하는 짓을 멈추었다. 불알을 자극하여 정액을 비축했다가 남성과 관계를 가지면 한꺼번에 사정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들뜬 상태로 부산하게 움직여도 시간이 더디게 갔다. 마무리 단계로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몸과 마음을 정하게 하기 위하여 욕실로 들어갔다. 라디오에서 Pet Shop Boys의 It's a Sin 노래가 흘러나왔다. 만약의 경우 신이 있다면 나를 제일 먼저 엄히 벌하지 않을까? 남성을 회유(懷柔)해서 벌을 받는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달갑게 받겠다.
나는 날이 어둑해진 저녁 무렵에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가 술과 안주를 사서 509호로 향했다. 309호 현관문 앞을 지나갈 때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으니 기분이 묘했다. 409호 현관문 앞을 지나 509호 현관문을 조심스레 두드리고 기다리자 아파트 안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저에요."
509호 남성은 현관문을 활짝 열어 나를 맞이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는 비닐 봉지를 남성에게 건네주었다. 남성은 삼각팬티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비닐 봉지를 받으며 공손한 태도로 대했다.
"그냥 와도 되는 데 뭘 이런 걸 사 가지고 왔어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더 있나요."
"잠깐만 기다려요. 빨리 술상을 볼게요."
나는 남성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벽에 등을 기대고 거실에 앉았다. 남성은 뒤를 돌아보고 편히 쉴 것을 권유했다.
"편하게 입을 옷 줄까요?"
"네, 좋죠!"
나는 겉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남성이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나는 두 손으로 자지 부분을 가리고 우스갯짓했다.
"여긴 왜 본데요?"
"킥킥~."
나는 남성과 술상을 정답게 마주 앉았다. 남성이 잔을 들어 나에게 먼저 술을 권했다. 나는 남성이 술을 잔에 따라 주는 것을 받아 술상에 놓고, 나도 남성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나와 남성은 잔을 들어 살짝 부딪치고 술을 마셨다. 남성이 잔을 술상에 놓으며 말문을 열었다.
"택시하시며 가장 좋은 인상을 남긴 손님이 있나요?"
"네. 당연히 있죠."
"이젠 저한테 말씀 낮추세요."
"그럼 이제부터 서로 말을 놓기로 하죠."
나와 남성은 의견에 동의하고 임의로이 말을 할 수 있게 합의를 보았다. 그리고 남성을 겨울에 처음 만났던 일을 들려주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 남성이 도로 가에서 택시를 보자 반가이 손짓했다. 나는 택시를 몰고 남성의 곁으로 가까이 갔다. 남성이 허둥거리고 택시에 타는 행동을 보고 출근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성은 택시를 타자마자 운행 요금을 먼저 물었다.
"H회사까지 얼마나 나오나요?"
나는 운전대를 왼쪽으로 틀고 남성에게 운행 요금을 일러 주었다. 남성의 눈치를 보니 택시를 타고 갈 모양이였다. 나는 택시를 급히 몰아 남성이 지각하지 않게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앞질렀다. H회사 정문에 당도하여 남성으로부터 택시미터 요금을 받는 순간 나는 남성을 보고 넋이 나갔다. 얼굴이 잘생긴 남성은 순백의 안구에 까만 동공으로 나의 마음을 빼앗았다.
남성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오인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인데 누군지 궁금하네."
나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고 남성의 얼굴을 보았다. 남성의 순백 안구에 까만 동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변하여 남성의 육체를 탐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사귀고 싶다. 그래서 욕망에 대하여 갈구하지 않았다. 나는 남성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남성한테 홀리는 매력적인 마력에 만족했다. 남성은 내 속을 보지 않고도 훤하게 알고 뜻하지 않은 말을 던졌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나의 속마음은 기분이 좋아 날아갈 듯 하면서 겉으로는 뜸들이고 반문했다.
"‥‥그래도 되니?"
"응, 내일 회사에 출근하니까 일찍 자자."
남성은 삼각팬티와 민소매 티셔츠를 벗고 알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나는 남성을 멀거니 바라보고 의문이 생겨 질문했다.
"넌, 다 벗고 자니?"
"응, 잠을 잘 때 걸리적거리는 게 없어 좋아. 너도 다 벗어."
"히~."
나는 트레이닝복을 벗고 사각팬티를 입은 채 남성 옆에 누웠다. 남성은 모로 누워 내 가슴에 손을 얹고 허벅지에 남성의 다리를 구부려 걸쳤다. 내 손이 남성의 자지에 살짝 닿았다. 나는 굳게 다짐하는 뜻으로 참을 忍자를 쓰려고 하는데 생각나지 않았다. 남성의 잠을 방해하며 한자를 물었다.
"참을 인자 어떻게 쓰지?"
"으하하~."
남성은 한바탕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꾹 참고 내 배에 한글로 '인'자를 썼다. 남성은 유머가 풍부하고 재치가 있어 나는 참았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으하하~. 그것도 괜찮네."
나는 남성이 한글을 가르쳐 준 대로 허공에 '인'자를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 남성은 나의 마음속을 환히 꿰뚫어 보는 듯 넌지시 속을 떠보았다.
"그러지 말고 맘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돼."
나는 남성의 말을 흘려들으며 '인'자를 허공에 쓰다가‥‥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아니, 내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성과 같이 자면서 그냥 놔둘 리가 없다. 나는 남성의 자지를 살포시 쥐고 잠을 청하여 보았지만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온몸이 긴장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성의 자지는 발기하지 않아 감촉이 아주 부드러웠다.
남성이 식사를 준비하고 나서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깨웠다. 나는 눈을 떠 남성에게 눈웃음짓고 하품하며 기지개했다. 내가 침대에서 뭉때리고 있자 남성은 이불을 걷으려고 달려들었다. 나는 이불을 꽉 잡고 남성에게 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사정했다.
"5분만."
남성이 사정없이 이불을 걷어치우는 바람에 나의 자지가 팽팽하게 발기하여 사각팬티에 텐트를 친 것을 들켰다. 나는 두 손으로 사각팬티 앞부분을 얼른 가렸다. 남성은 환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정상적인 데 뭘 창피하게 생각해."
"아무리 그래도 보여 주기 싫단 말야."
남성은 사각팬티 앞부분을 뚫어지게 보고 나에게 농을 걸었다.
"천이 질겨서 그렇지 안 그러면 팬티를 뚫고 나왔을거야."
"으하하~."
나는 상황에 따라서 자지가 크고 작고 드리없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방광에 오줌이 찬 것을 뺐다. 남성과 같이 식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서 출근길로 나섰다.
남성은 편의점에 들러 원두커피 두 잔과 일간 신문을 샀다.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원두커피를 마시며 일간 신문의 헤드라인을 훑어보았다. 나는 남성의 여유 있는 아침의 행복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편의점을 출발하여 회사로 가는 길에 곧게 뻗은 도로를 달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여유는 경제적으로 넉넉해야 진정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에 다음으로 미루었다. 나는 남성과 헤어지기 전에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전했다.
"넌 얼굴도 잘생겼지만 순하고 맑은 눈이 매력적이야."
"정말! 그 말뜻은 날 좋아한다는 걸로 들리는데."
"씩~, 아무튼 언제든 전화해."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남성과 회사 정문 앞에서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비추었다. 나는 택시를 몰고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도로를 쌩쌩 달렸다. 도로 옆에 논과 밭이 있고 산이 높아 시야를 가렸다. 삶은, 나 자신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시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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