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토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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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나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갔다. 쇼핑 카트를 밀고 매장을 돌아보다가 제빵 코너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니가 눈길을 보냈다.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보는 듯 벙글거렸다.
"오늘 쉬시나 봐요?"
"네."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알아보는데 나는 아주머니를 어디서 만났는지 통 모르고 있다. 아주머니는 나의 알쏭달쏭한 표정을 보고 시원찮은 듯이 말했다.
"택시 하는 분이죠?"
"네."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은 나를 알아보는데 나는 못 알아볼 때 참으로 난감하고 당황했다.
"가려워 죽겠어. 긁어 줘."
그런데 이 무슨 느닷없는 소리냐? 나는 아주머니와 잠시 말을 중단하고 자지에게 퉁바리를 주었다.
"니가 가려운 거 아니잖아."
"음모(陰毛)가 대신 말해 달래."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리고 아줌마 앞에서 어떻게 거기를 긁니?"
자지는 음모가 말하는 것처럼 복화술로 솜씨를 발휘했다.
"아, 되게 가려운 데 왜 안 긁어 주는거야."
그러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의연한 태도로 말했다.
"거봐. 들었지?"
"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먹어라."
나는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주머니에게 머리 숙여 인사한 후에 쇼핑 카트를 밀고 다른 코너로 가면서 속말했다.
'어디서 봤나? 아~, 뒤숭숭해 미치겠는데 거긴 왜 가려운거야?'
나는 매장 모서리를 돌아 손으로 자지 부분을 긁었다. 일단 가려움증을 해결했는데 자지가 내 비위를 건드렸다.
"꼴에 관심을 가지는 아주머니가 다 있네."
"나 무시한 죄로 넌 금욕이야."
"맘대로 해."
나는 저녁 밥을 먹은 후에 설거지를 끝냈다. 바구니에 옷을 벗어 담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자 자지는 기회를 포착하고 간여했다.
"그냥 잘거야?"
"응."
"그럴거면 앞으로 나 건드리지 마."
"알았어. 이 참에 없는 걸로 하지 뭐."
자지는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범하게 대들었다.
"오줌 쌀 때도 나 만지지 마."
"까불고 있네. 안 만지고 어떻게 싸냐?"
"아무튼 누가 더 잘 참고 견디는지 두고 보자고."
나는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어 보이며 토라진 자지를 살살 달랬다.
"에이. 삐쳤어? 내가 일상의 미(美)에 대하여 얘기해 줄까?"
"그게 뭔 데?"
자지는 궁금히 여기고 나의 말을 귀담아들을 준비했다. 나는 일상생활 중에 눈에 띄는 행동을 보고 가슴에 찡하게 와 닿는 것을 들려주었다.
소년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아이스케이크를 하나 사 가지고 나왔다. 아이스케이크 값이 비싸다 보니 돈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소년은 아이스케이크 포장 용지를 벗겨 꼬챙이를 잡고 친구의 입에 가까이 댔다. 친구는 소년의 팔을 밀어서 먼저 먹으라는 의사표시를 했다. 소년이 아이스케이크를 한 입 베어먹고 친구도 한 입 베어먹었다. 두 소년은 번갈아 아이스케이크를 먹다가 한 입 정도 남아 있을 때 꼬챙이에서 뚝 떨어졌다.
형제가 종종걸음으로 보도(步道)를 걸어갔다. 형이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되고 동생은 1학년쯤 되어 보였다. 형이 앞장서고 동생이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형이 횡단보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녹색 신호등이 켜지자 형은 동생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나 잘래."
"그래, 잘 자."
자지는 잠을 청하다가 다시 몸을 세우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름다운 얘기 고마워!"
"재미 없는 얘기 들어 줘서 내가 더 고마워!"
"히~. 새근새근 ‥‥."
자지는 내가 못마땅해서 마음이 토라졌다가 이야기를 듣고 성미가 누그러졌다. 나는 자지를 내려다보고 흡족한 듯이 웃으며 잠을 청했다.
두 번째 이야기, 두메산골에 사는 부부는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히 산에서 밤을 주어다가 장날에 내다 팔았다. 밤을 팔고 받은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서 썼다. 남편은 그동안 모아 놓은 밤을 팔러 장에 나갔다. 장터 입구에 도착하자 주막의 주모는 남편을 보고 반색하며 자루에 들어 있는 것을 궁금히 여겼다.
"그 안에 뭐가 들었유?"
"밤이유"
"그 밤하고 나랑 내기 할래유?"
남편은 내기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주막에 들어가 앉았다. 주모는 남편에게 내기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신이 밤을 하나씩 세면 내가 거기에 맞춰 방귀를 뀔테니. 내가 지면 밤값을 두배로 쳐서 주고 만약에 당신이 지면 밤을 그냥 내놓고 가는 거유."
"알았우다. 까짓거 한번 해 봐유."
남편은 주모가 아무리 방귀를 잘 뀐다해도 설마 밤 한말을 뀔까 생각하고 내기에 선뜻 응했다.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밤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하나."
뽕-
"둘."
뽕-
"셋."
뽕-
"넷‥‥‥."
뽕‥‥‥
주모는 놀랍게도 밤 한말을 다 세도록 방귀를 뀌더니 남편을 놀리듯이 남아 있는 방귀를 길게 뀌었다.
뽀오옹-
남편은 기운이 없는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와 부인이 무슨 일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다가 잠을 자기 전에 장날 가서 있었던 이야기를 부인에게 해주었다. 부인은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이 있는 말투로 장담했다.
"여보, 다음 장날에는 제가 갈테니 우리 부지런히 밤을 모아 봐유."
"그렇게 해유."
다음 장날 부인은 그동안 열심히 모아둔 밤 한말을 자루에 담아 장터로 향했다. 남편이 이야기 한 주막에 다다르자 주모가 반색하며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부인은 시치미떼고 주모가 하자는 내기에 순순히 응했다. 그리고 부인은 밤을 하나씩 꺼내서 세기 시작했다.
"하나유-"
뽀오옹-
"둘이유-"
뽀오옹-
"셋이유-"
뽀오옹-
"넷이유‥‥‥."
뽀오옹‥‥‥
결과는 부인의 승리로 끝이 날 게 뻔했다. 그래서 부인은 먼젓번에 잃은 밤값까지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세 번째 이야기, 고산은 병으로 10년째 누워지내는 아버지를 살리려고 전국에 이름난 도규가(刀圭家)를 집으로 불렀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세가 점점 더 악화될 뿐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고산은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넋을 놓고 먼산만 바라보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있는데 바로 그 때 누더기를 걸치고 머리가 허옇게 센 할아버지가 동냥했다.
고산은 동냥하는 할아버지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어 식사 대접하고, 아버지를 위하여 준비된 모시 새옷이 아무 소용도 없을 것 같아 할아버지께 모시 새옷을 입혔다. 할아버지는 뜻하지 않게 고산에게 대접을 받고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마음산에 가면 모든 병이 나을 수 있는 약초가 있어요. 그리 한번 가 보세요."
"그게 정말입니까?"
"아니,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아 왔는가?"
"할아버지, 그 산이 어디에 있습니까?"
"마음산은 한 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요. 깊은 산을 석 달하고 열흘을 찾아보세요."
"할아버지 도와 주셔셔 대단히 고맙습니다."
고산은 할아버지와 집 앞에서 헤어진 뒤에 약초를 구하러 떠날 채비했다. 처와 자식을 불러 집을 떠나는 것을 가족에게 단단히 일러 주고 마음산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고산은 깊은 산을 석 달 열흘을 헤맨 끝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암자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뚝 솟은 산을 오를 일이 아득하기만 하여 멍하게 산만 바라보고 서 있다가 발을 떼기 시작했다.
고산은 피곤을 모르고 아버지의 병이 나을 수 있는 약초에 전념했다. 그리고 고생고생 끝에 산꼭대기에 올라 보니 수려한 경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암자는 풍광이 수려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고산은 산 아래에서 느낄 수 없었던 풍광을 보고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고산이 암자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자 할아버지가 장기판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고산은 할아버지에게 말을 붙이려는 순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럴 수가 할, 할아버지는 저번에 저의 집에 오셨던 분이 아니신가요?"
"허허- 놀라지 마시요. 그대의 지극한 효성에 탄복해서 속세에 한번 내려갔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드린 모시 옷을 입고 계시네요."
할아버지는 고산이 오기를 기다린 듯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말했다.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약초는 그냥 줄 순 없고 나와 장기를 둬서 그대가 이기면 내주리다."
"정말요? 그렇다면 할아버지를 이겨야 저의 아버지를 살릴 수 있겠어요?"
"암 그렇고 말고 그럼 이제 그만 시작해 볼까."
"예, 할아버지를 꼭 이기고야 말겠습니다."
"허허- 이 사람 장기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구먼."
고산은 장기를 두면서 공격에 치중하고 할아버지는 적절히 방어만 했다. 고산이 선제공격을 가하면 할아버지에게 여지없이 패하는 전술을 펼쳤다. 할아버지가 눈을 들어 고산을 보고 장기를 자기편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허허- 장기 두는 사람 어디 갔나?"
"할아버지께서 제 한 수 앞을 보고 계시니 감히 공격할 엄두가 안 납니다."
"그럼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약초를 포기하겠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고산은 여기서 장기를 포기할 수 없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선 나머지 무모한 공격하다가 장기에 지는 날에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말 것이였다.
고산이 끈기 있게 기회를 엿보고 있자 할아버지가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할아버지의 일방적인 공격의 수가 고산은 장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옳거니, 할아버지 장군 받으세요!"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이젠 나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이 약초를 내줘야겠구먼."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고산이 장기에서 할아버지를 이기고 아버지 병이 낫는 약초를 품에 안고 기뻐했다. 할아버지는 고산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해가 서산에 지기 전에 집으로 내려가도록 재촉했다.
"이젠 시간이 급하니 지체 없이 떠나거라."
"예, 할아버지!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허허- 그거 참!"
고산은 첩첩산중을 걸어서 오르내리며 집에 다다랐을 때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런데 넓디넓은 벌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공동 주택이 들어섰다.
예전의 마을에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되어 있고,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고산은 어둠 속에서 집을 찾느라 사방을 더듬거리다가 소년을 길에서 만났다. 고산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빼어 닮은 소년에게 말을 붙였다.
"소년아, 넌 누굴 닮았니?"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소년은 생전 처음 만나는 고산이 얼른 생각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고산은 소년의 정체를 궁금히 여기고 대답을 재촉했다.
"어른이 물어 보면 냉큼 대답부터 하는 거야."
"저요? 증조부를 닮았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근데 약초를 구하러 가셔서 영영 소식이 없었데요."
소년은 고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어디론가 쏜살같이 뛰어갔다. 고산은 소년의 말을 들은 뒤에야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병이 낫는 약초를 구하러 가서 장기에 몰두한 나머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모든 병의 효험이 있는 약초라고 하여도 세월 앞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갖은 고생 끝에 할아버지로부터 약초를 얻은 그 곳에는 세월여류(歲月如流)의 신(神)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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