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 사건 - 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1>
박장태 형사는 사건 현장에서 살인이 한 번으로 끝이 아닐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것은 박형사뿐만이 아니었다. 신참 축에 속하는 박형사의 눈에도 그렇게 비쳤으니 살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형사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었다.
“막내, 뭐가 보여?”
박형사의 사수 김영재 형사가 묻는 말에 박형사가 대답했다.
“시그니처입니다. 범인은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어요.”
“그렇지? 또?”
“성기가 잘린 것으로 보면 치정 사건인 것 같습니다.”
신고를 받고 아침부터 출동을 한 살해 현장은 처참했다.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왕복 2차선 외진 도로 위의 차 안에 사체가 있었다. 성기 외에 다른 상처는 없는 것으로 보아 성기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이 사망의 원인 같았다. 피해자의 허벅지 사이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을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
“막내 니 눈에는 이게 뭐로 보여?”
피해자의 성기 위에 놓인 종이를 두고 김형사가 박형사에게 묻는 말이었다.
“모양이 사마귀 같은데요?”
연두색 색종이로 접은 모양이 사마귀의 형태와 비슷했다. 앞부분이 성기를 갉아먹은 듯한 모습이었다. 김형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씨.발.... 골치 아프게 생겼네.... 막내 너는 기자들 냄새 못 맡게 철저히 단속하고, 감식 결과 나오면 나한테 보고해.”
강력계 경력 5년차인 박장태 형사는 김형사가 자신에게 막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XX 경찰서 강력계에서 가장 신참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은 김형사에게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순경으로 출발한 박형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김형사뿐이기도 했고, 김형사는 늘 막내라고 부르면서도 보이지 않게 박형사를 많이 챙겼기에 박형사는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사를 존경했다.
현장에 남아 있는 혈액의 양이 말해 주듯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피해자의 바지 주머니 안에 지갑이 있었으므로 신분증을 통해 신원은 바로 확인되었다. 이름 김영주, 나이는 35세,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이었다.
유족에게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것도 박형사의 몫이었다. 사체를 확인하고 오열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박형사에게 언제나 보기 힘든 일이었다.
“김형사님 부검 결과 나왔습니다.”
“특별한 거 있어?”
“마취제 성분이 검출되었고, 피해자의 목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습니다. 약물로 피해자를 제압하고 성기를 절단한 것 같습니다.”
“감식결과는?”
“차량에 피해자의 휴대폰이 없고, 피해자 말고는 지문도 안 나왔습니다.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DNA도 없구요, 주변에 cctv가 없는데, 일단 그 도로에 진입하는 사거리 cctv를 확보해 놨습니다.”
“살해 추정 시간은?”
“밤 11시 전후입니다. 피해자 휴대폰이 꺼진 시간과 거의 일치합니다.”
피해자에게 그 어떤 저항흔도 없고, 약물을 통해 제압을 한 범행 수법으로 보면 전형적으로 여성 범죄자가 저지른 소행이었다. 성기가 절단된 것도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피해자 주변의 탐문 조사 결과 원한을 살 만한 일이 전혀 없었다. 회사 직원들은 하나 같이 바른생활의 표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여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친절한 영주씨로 통했다. 트러블은커녕 여직원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한 적도 없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나서서 싸워주는 완벽한 남자라는 평이 자자했다.
형사들의 눈에는 여자 직원들의 칭찬이 오히려 의미 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피해자의 여자관계는 더없이 깨끗했다. 남자 직원들은 피해자가 펜스룰을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이고, 여자 직원들과 오해를 살 만한 일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 했다. 회사 내에서 소위 썸을 타는 일도 전무했다. 회사 밖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여자보기를 돌같이 하는 사람이고, 단 한 번도 여자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면서 지금에야 알아낸 듯이 남자 직원들은 신기해했다.
여자 직원들도 하나 같이 고개를 저었다. 회사 안에 능력 좋은 남자들이 엄청 많은데, 눈이 발바닥에 붙어 있지 않고서야 뚱뚱하고 못생긴 피해자를 눈여겨보겠느냐고 했다. 어떤 직원의 입에서는 모태솔로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계속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는 동시에 cctv 확인 작업이 이뤄졌다. 살해 당일에 피해자의 차량 동선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렀다가 다시 집에서 나와 살해 장소까지 바로 이동을 했다. 살해 장소로 가는 도로 양쪽 사거리 cctv에도 특이한 차량이 없었다. 사망 시간 전에 사거리를 지나간 차량을 모두 조사해도 여성 운전자는 한 사람도 없고, 여성이 탑승한 차량도 얼마 되지 않았다. 게다가 도로의 끝과 끝의 cctv에 찍힌 시간을 계산해 봐도 머물러서 살해를 했다고 보기에 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던 중에 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일어났던 장소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역시나 피해자의 성기가 절단된 채로 사마귀 모양의 종이가 그 위에 놓여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 거의 두 달 만이었다.
사체 부검과 감식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이 동일 수법의 동일범이 분명했다. 첫 번째 사건은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사마귀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시그니처였다. 첫 번째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휴대폰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그 어떤 흔적도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연쇄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 두 달 뒤, 박장태 형사는 이른 새벽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 새벽에 잠을 깨우는 전화는 항상 불길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 액정에 사수 김형사의 이름이 떠 있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휴대폰 너머에서 김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마귀야.”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글쓴이의 말
오랜 만에 또 범죄 소설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연쇄 살인 사건입니다.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혹시 범인이 누군지 짐작이 되시더라도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시고, 댓글에 남기지는 말아 주세요. 그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죠? ^^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