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 사건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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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장태 형사는 곧바로 일어나 김영재 형사가 말한 사건현장으로 달려갔다. 박형사가 폴리스 라인을 헤치고 들어갔을 때, 먼저 와 있던 김형사는 박형사에게 손짓을 했다.


  “똑같지?”


  박형사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역시나 절단된 성기 위에 놓인 사마귀였다. 연두색 색종이를 정교하게 접어서 만든 사마귀에는 지문은커녕 그 어떤 DNA도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이번 것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박형사는 장갑을 끼고 사마귀를 들어 지퍼팩에 담았다. 그리고 다른 증거가 될 만한 것들도 모두 수거했다. 박형사는 증거품을 수집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사건도 저번 사건들처럼 수집하는 것들이 그 어떠한 단서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범인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범행을 저지른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살인의 주기도 2개월 간격이었으니 2개월 뒤에 또 다른 살해 현장에서 증거품을 수집하고 있을 것만 같아 박형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먼저 번 사건들과는 다른 장소였지만 세 번째 사건 현장도 차량 통행이 뜸한 외곽 도로였다. cctv가 없는 곳이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끝과 끝에 붙어 있는 cctv를 통해 지나간 차량을 확인해도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피해자와 다른 차량을 이용해 사건 현장에 간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차량에 함께 탑승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었다. 범행을 저지르고 현장을 벗어날 때 차량이 없이 가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cctv 화면 어디에도 도로를 걸어서 빠져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량을 얻어 타고 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으나 사건이 있던 날, 그 도로를 지나간 차량들 중에 다른 사람을 태운 사실은 하나도 없었다.


  “지나간 차량들 중에 걷거나 서 있는 사람 목격한 사람도 없어?”


  “네.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조사할 차량이 좀 더 남았습니다.”


  조사 막바지에 의미 있는 목격 진술이 하나 나왔다. 도로 가장자리에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는 말이었다. 목격자의 차량이 지나간 시간은 피해자의 차량보다 3분 정도 앞선 시간이었다. 빠르게 지나간 탓으로 자전거의 종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목격자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없어서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박형사는 이미 조사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를 확인하기 위해 협조를 구했다. 과연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된 자전거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자전거는 소유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김형사가 모니터 앞을 지키고 앉아 있는 박형사에게 다가와 물었다.


  “막내야, 뭐 나온 거 없어?”


  “살해 현장 근처에 있던 자전거가 살해 추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범인이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근데 자전거가 도로 끝 cctv에는 안 잡힙니다. 도로 양쪽 모두 확인해도 그렇습니다.”


  “진짜 뭐야.... 그럼 언제 들어온 건지는 확인 돼?”


  “사건 당일 cctv에는 없습니다.”


  “그럼 그 이전 날짜에도 살펴 봐. 지금 현재로서는 cctv밖에 답이 없어.”


  “네, 알겠습니다.”


  김형사의 말이 정답이었다. 세 번째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서에는 전담팀이 꾸려져 다각도로 사건을 수사했다. 프로파일러들도 가세해 사건 현장을 수색하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분석 결과라는 게 너무 뻔했다. 주사기를 통한 약물로 상대를 제압하고, 성기 훼손을 한 점을 들어 범인이 여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이었다. 김형사나 박형사가 알아 챈 것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었다. 범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그 정도는 추정할 수 있었다. 프로파일러들이 분석한 범인의 행동 패턴이라는 것도 피해자의 왼쪽 목에 주사바늘이 있으니 범인은 오른손잡이라던가, 방어흔이 없는 것으로 보아 피해자가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에서 성기가 절단되었다는 말뿐이었다.

  김형사는 cctv를 확인하느라 눈이 충혈된 박형사에게 밥을 먹으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씨.발, 잘난 척은 지들끼리 다 하더니 뭐야, 막내 너보다 못하잖아.”


  TV 프로그램에 나와 전문가랍시고 사건에 대해 떠들고, 이미 다 밝혀진 사건들을 들추어 분석이랍시고 여러 말들을 내뱉는 프로파일러들을 김형사는 엄청 싫어했다. 사건 현장에서 피비린내를 맡으며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수집하고, 탐문 조사부터 cctv 확인까지 직접 발로 뛰는 형사들이 결국 범인도 잡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이형사의 관찰력과 촉은 박형사도 인정을 하는 것이었다.

  박형사가 처음 강력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김형사는 박형사에게 사소한 거 하나라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말했다.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형사는 절대로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보이지 않는 실수가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범인을 놓칠 수 있다고 박형사에게 노래를 불렀다. 박형사도 김형사에게 배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게다가 김형사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잘못된 수사로 억울한 사람이 잡혀가 형을 살고,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는 모습을 보며 김형사는 같은 경찰이라도 욕을 했다. 형사는 범인을 잡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박형사에게 자신의 신념을 설파했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직접 몸으로 보여줬다. 박형사가 특히 김형사를 존경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프로파일러들이 방송에 나와 요즘 연쇄살인사건이 잘 없는 것은 연쇄살인마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연쇄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범인이 검거되기 때문이라며 자화자찬을 하고 다니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달 간격으로 같은 패턴의 살인이 3건이나 일어난 것에 김형사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베테랑 형사인 김형사도 이번 사건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김형사는 물론이고 프로파일러들도 사건 현장에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만큼 너무 깔끔했다.

  범인은 사체를 유기하지도 않았고, 범행 수법도 세 건 모두 동일했다.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듯이 지갑의 신분증도 없애지 않았다. 신용카드도 현금도 그대로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그렇듯이 차량의 글로브박스에도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딱 하나 없어진 것은 피해자들의 휴대폰뿐이었다. 그리고 범인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시그니처인 종이로 접은 사마귀를 남겨두었다. 세 번의 살해를 하는 동안 한 치의 실수도 없었다. 현장에서 수집한 것들에는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dna가 나오지 않았다.

  김형사와 박형사가 건진 것이라고는 피해자들이 모두 덩치가 큰 남자라는 사실밖에 없었다. 그것 밖에는 그 어떤 공통점도 찾아내지 못했다. 피해자 세 사람은 사는 곳도 직업도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었다. 김형사가 기댈 곳이라고는 cctv뿐이었다.


  박형사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사건 당일 이전의 cctv 자료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확인을 해도 자전거가 지나가는 것은 찾을 수 없었다. 하루 24시간, 한 달 동안의 자료를 살펴도 그러했다.


  “자전거 발견된 차량 블랙박스 다시 열어 봐.”


  김형사의 말에 박형사가 모니터에 화면을 띄웠다.


  “자전거로 간 게 아니야. 차에 실어서 가져다 놓은 거야. 도로 지나간 차량들 다 조사해서 블랙박스 확인해.”


  김형사의 지시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도로에 진입한 차량들을 모두 수배해서 연락처를 확인하고, 블랙박스의 유무를 따지고, 양해를 구해 메모리카드를 확보하는 것만 해도 만만찮은 일인 데다,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을 찬찬히 살펴보는 데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형사는 이 불만들을 한 번에 날렸다.


  “그럼 지금 당장 나가서 범인 잡아와.”


  불만이 수그러들자 김형사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우리가 그런 거 하라고 월급 받는 거야. 또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범인도 못 잡고 미제사건 타이틀 붙여서 고이고이 간직할래? 몇 년에 한 번씩 꺼내서 조사하는 시늉하고, 지금보다 더 과학이 발달할 때까지 손가락 빨면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니네들은 부끄럽지도 않냐? 사건 발생해서 우리가 제대로 해결 못하면 기사 댓글에 그것이 알고 싶다 팀한테 맡기라는 거 보면 쪽팔리지 않아?”


  김형사만큼이나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형사 한 사람이 인상을 찌푸리며 한 마디를 던졌다.


  “김형사님,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놉니까? 눈이 빠지게 보고 있는데....”


  김형사가 말을 끊으며 소리를 질렀다.


  “눈까리 안 빠졌잖아. 눈까리 빠지면 그때 가서 그만 하고, 눈까리 있으면 지금 당장 차량 수배해서 블랙박스 확보해. 내가 먼저 그 눈까리 뽑아 버리기 전에....”


  각고의 노력 끝에 발견한 것이라고는 자전거가 놓인 날짜가 사건 날짜보다 이틀 전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대로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자료에서 자전거를 가져다 놓는 장면을 찾을 수가 없었다.


  3건의 살인 사건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전담팀까지 꾸려진 마당에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었다.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단독 경쟁을 하며 저마다의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했던 연쇄 살인 사건은 자극적인 뉴스 소재로 제격이었다. TV 뉴스의 탑을 차지했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했다.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자의 성기를 절단한 사건의 수법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딱 좋은 소재였고, 시그니처인 사마귀는 기사의 제목을 장식했다. 기자들은 이 사건을 ‘사마귀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이름 지었다. 뻔한 일이었다. 이미 경찰서 내에서 사마귀로 불리고 있던 터였다.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사건 분석은 사람들의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더해 의도치 않은 갈등까지 조장했다.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다. 범인이 여성일 것이라는 추측에 남성들은 이 사건을 남성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예전에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삼삼오오 모여 추모를 했다. 반면에 여성들은 한남충들이 조ㅈ대가리를 잘못 놀리는 것에 대한 응징이라 맞받아쳤다. 거기에 더해 범인을 우상화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박형사는 범인이 잡히지 않아서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당연히 살해동기도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살해의도를 만들어내는 것에 분개했다. 하지만 범인을 잡아 살해동기를 밝혀야 하는 당사자인 박형사 자신은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어 무어라 말을 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저 눈을 비벼가며 cctv를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SNS에는 릴레이 인증놀이도 벌어졌다. 피해자들이 덩치 큰 남자라는 사실에 기인한 놀이였다. 셀카 사진에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다른 사람을 지목하여 살아 있는지를 묻는 형식이었다. 처음에는 덩치 큰 남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행하던 일이 점점 퍼져 관계가 끊어졌던 지인들을 찾아 안부를 묻는 것으로 발전했다.

  박형사가 연락이 끊어졌던 옛 친구에게 연락을 받은 것도 이 즈음이었다. 간단한 카톡 메시지였다.


  - 박순경 살아 있냐?


  박형사는 메시지를 받고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 골머리를 앓으며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때에,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놀이가 자신에게도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수사 담당자였으니 어떻게 보면 직접적인 조롱일 수도 있었다. 박형사는 감정을 추스르고 답장을 보냈다.


  - 살아 있다. 너도 메시지 보내는 거 보니까 살아 있네.


  - ㅋㅋㅋ 답장 없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잘 살아 있기를....


  - 그래 너도 잘 살아.


  그러는 와중에 네 번째 사마귀가 등장했다. 예전과 똑같았다. 덩치가 큰 남자의 성기가 잘려 나가고, 연두색으로 접힌 사마귀가 놓여 있었다. 세 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 만이었다. 단지 다른 것은 살해 장소가 피해자의 집이라는 사실이었다.

  전문가라고 자청하는 사람들이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발생주기 및 살해 장소에 관해 의미를 분석했다. 경찰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댓글들이 수도 없이 달리고, 급기야 경찰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미 댓글의 힘을 입고 한 번의 방송을 한 시사 프로그램이 또다시 후속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씨.발.... 진짜 때려치우고 싶다....”


  “김형사님 왜 그러십니까. 김형사님마저 그러시면 저 같은 놈은....”


  박형사는 김형사를 위로했다. 하지만 박형사는 김형사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이번에는 cctv를 뒤져볼 수도 없었다. 네 번째 사건의 피해자 집 근처에는 cctv가 거의 없었다. 낙후된 동네라 골목길이 복잡해서 있다고 하더라도 확인하는 데에만 시간이 엄청 걸릴 것이 뻔했다. 그러는 동안에 또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XX 로펌 3년차 변호사 최동희는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차를 몰았다. 사실 친구라기보다는 가끔씩 만나는 섹스 파트너였다. 말이 변호사지 신참이나 다름없었기에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다 맡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때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터라 한껏 기분이 들떠 있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날렸다.


  “동희야, 오랜만이지?”


  “얼른 타....”


  파트너를 태우고 차를 출발한 동희는 파트너를 바라보며 농담을 걸었다.


  “살아 있었네?”


  “그럼 살아있지.”


  “연락 없어서 죽은 줄 알았어. 하하하하.... 요즘 흉흉하잖아.”


  “너나 나나 바빠서 섹스도 잘 못하고 사는데 뭔 걱정?”


  “그렇긴 하지....”


  “너 늘 이렇게 늦게 퇴근해?”


  “너도 바쁜 건 마찬가지잖아. 너나 나나 나름 전문직인데.... 오늘 우리 전에 갔던 데 갈까? 거울방 좋았잖아.”


  “나 오늘 야외에서 하고 싶은데.... 너도 스릴 있어서 좋다고 그랬잖아. 차 안에서 오랄하고 애널은 차 밖에서 하고.... 내가 물티슈랑 다 챙겼어.”


  “오케이. 그럼 전에 갔던 거기로 간다....”


  최동희의 차는 한적한 외곽도로에 들어섰다. 한 때는 통행량이 많아 운전자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도 종종 있었으나 새로 터널이 개통된 이후에는 차량 통행이 뜸해 가게들도 모두 망해 버려 폐건물이 제법 있는 곳이었다. 가로등도 없어서 폐건물쪽에 차를 세워 두고 카섹스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동희야, 저기 세워.”


  동희는 폐건물 쪽으로 살짝 들어가 차를 세웠다.


  “나 오줌 누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


  차로 다시 돌아온 동희는 파트너를 향해 한 마디를 던졌다.


  “오줌 누면서 보니까 자전거 한 대가 있던데.... 혹시 누가 있는 건 아니겠지?”


  “이 늦은 밤에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올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렇겠지? 조ㅈ나 꼴려....”


  “나도.... 바지 내려. 빨아 줄게.”


  “안 씻어서 냄새 많이 날 텐데....”


  “괜찮아. 물티슈 갖고 왔다니깐.” 


  동희는 등받이를 젖히고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렸다. 포경 수술을 하지 않은 자지가 팬티에서 나오자마자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파트너는 손가방을 뒤적이며 말했다.


  “눈 감아.”


  동희는 자지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하루 동안 쌓인 치구를 닦아내면 곧 부드러운 혀가 귀두를 감쌀 터였다. 동희는 눈을 감고 파트너의 손길을 느꼈다. 그러다 왼쪽 목에 따끔함을 느꼈다. 뭐냐고 물을 사이도 없이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동희의 섹스 파트너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먼저 동희의 휴대폰을 손가방에 넣었다. 그 다음 라텍스 장갑을 끼고, 손가방에서 하얀 헝겊을 꺼내 차 안에 남아 있을 법한 자신의 모든 흔적을 닦았다. 그리고 커다란 커터칼로 동희의 자지를 잘랐다. 동희에게서는 그 어떤 저항도 없었다. 잘려 나간 자지에서 흐르는 피가 사타구니를 적시는 것을 보며 파트너는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연두색 색종이로 예쁘게 접은 사마귀를 잘려 나간 자지 위에 올려놓았다. 꼭 교미 후에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의 형상이었다.

  모든 일을 마치고 파트너는 신발을 벗은 채로 차에서 내렸다.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자전거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가 다시 신발을 신고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자전거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문득 자지를 자른 커터칼을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그냥 그대로 달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섯 번째 살인 사건이었다. 김형사와 박형사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거의 손을 놓고 있던 때에 두 달 만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살해 장소가 외곽도로였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피가 묻은 커다란 커터칼이 발견되었다. 분석결과 피해자의 혈액으로 드러나 살해도구로 밝혀졌다. 커터칼에서 신원불상의 남성 dna가 검출되기는 했으나 사건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용의주도한 범인의 특성으로 보아 커터칼을 남겨 둔 것은 실수라기보다 일부러 떨어뜨려 경찰을 비웃는 것 같았다.


  불길처럼 일어났다가 관심이 사라질 즈음에 다시 발생한 다섯 번째 사건은 쉽사리 사그라 들지 않았다. 범죄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물론이고, 구독자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던 채널들도 앞 다투어 사마귀 살인사건을 다뤘다. 그럴싸하게 영상을 편집하고, 음모론을 담아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신생 채널이라고 해도 조회수와 구독자수가 금세 떡상했다.

  경찰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어디서 알아낸 것인지 피해자들을 찾아내 탐정이라도 된 듯이 저마다 사건을 파헤쳤다. 사건 정보를 흘리는 경찰들이 있는 것 같았다. 유튜브 채널에는 무능한 경찰보다 유튜버가 백만 배가 낫다고 찬양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심지어 피해자들은 성기가 훼손된 채로 살해당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평소 행실이 좋지 못했을 것이 뻔하다는 억측이 퍼져갔고, 범인을 영웅시하는 부류들도 존재했다. 거기에 더해 사마귀를 내세워 종이접기 책을 파는 상술까지 등장했다. 오래 전 종이학을 1000개 접어서 선물을 하던 게 유행이던 시절처럼 종이사마귀 접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어떤 이들은 종이사마귀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박형사는 이런 분위기에 또 분개를 하며 김형사에게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


  “김형사님, 이러다가 모방 범죄가 나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형사도 한숨이 섞인 말을 던졌다.


  “나도 그 걱정하고 있었어.... 씨.발.... 안 나오기를 바랄 밖에....”


  김형사와 박형사를 비롯한 형사들은 윗선에게 문책과 압박을 받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하루하루가 십 년 이십 년을 보내는 듯이 팍팍 늙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단서가 전혀 없어 김형사도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관심이 집중되고 미궁에 빠진 사건들에 달콤한 포상이 붙어 왔듯이 사마귀 연쇄 살인에도 포상과 현상금이 붙었다. 범인을 잡는 경찰에게는 2계급 특진이 주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시민에게는 현상금 1억이 걸렸다.

  관록이 있는 형사들이 엄청나게 자원을 했고, 제보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cctv를 목숨 걸고 보던 형사들이 이제는 제보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제보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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