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 사건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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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박형사는 자신을 버릴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지켜달라고 말하는 형수의 말에 몹시 혼란스러웠다. 형수의 말에 의하면 정작 살인의 타겟이 된 사람은 박형사 자신이고, 형수 보다 훨씬 더 두려운 상황인데, 경찰이니까 지켜달라는 형수의 이기적인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도 성격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도 맞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도 맞는 것 같았다. 6년 전에, 사랑 그딴 걸 믿느냐고 자기는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 주절대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한데, 이제 와서 사랑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라는 말로 묶는 형수에게 치가 떨렸다. 박형사는 형수의 입을 확 찢어서 죽여 버리고 싶었다.
“장태 너 퇴근하고 온 거야?”
“응.”
“나도 좀 있음 퇴근하는데.... 오늘 우리집 가자. 오랜만에 너 느끼고 싶어.... 여기서 기다려. 30분 정도면 될 거야.”
박형사가 함께 자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형수는 일방적으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박형사는 마음이 복잡했다. 형수도 형수지만 새로 발견한 단서에 온몸이 떨렸다. 피해자들 간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기에 범인이 불특정 상대를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모두 형수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었다. 단순한 관련이 아니라 모두 형수와 애인 사이든 아니든 만났던 관계였다. 성기를 절단하는 범행 수법이 그 관계를 말해주고 있었다.
박형사는 김형사에게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연결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형수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박형사 자신이 게이라는 걸 밝혀야 하는 부담 때문이었다. 또 다음 피해자가 나올 것인가 아닌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에서 그 대상이 박형사 자신이기에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쏠릴 것은 너무나 분명했으므로 그것 역시 부담이었다.
남다른 김형사의 촉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박형사는 그 촉이 자신을 향할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 반대의 상황이라고 했을 때 박형사도 김형사를 의심할 것이었다. 형수의 말대로 박형사는 살해 동기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애인의 변심에 화가 나서 애인이 만나던 사람을 하나씩 죽여 나가는 것은 너무 완벽한 살해 동기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박형사는 김형사가 애꿎은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믿는 사람이었지만 2계급 특진이 걸려 있고, 조기 유학을 보낸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는 데에 힘이 부치는 김형사였으니 신념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머리 짐승은 부모형제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는 존재였다.
박형사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머리를 쥐어뜯었다. 테이블 위에 놓아둔 박형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김형사였다.
“왜 전화했어?”
“별 일 없나 해서요. 저 다시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죠?”
“응. 나도 집에 갈 거야. 전전긍긍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너도 쉬어.”
“네. 내일 뵙겠습니다.”
박형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존경하는 김형사를 배신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김형사의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계속 고민을 했다.
“장태야, 가자.”
형수가 어느 새 곁에 다가와 박형사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박형사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형수 때문이었다. 박형사는 다시 다가온 형수를 놓치기 싫었다. 형수는 여전히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박형사는 형수가 좋았다. 특히나 해맑은 미소와 하얗고 매끄러운 살결이 너무 좋았다. 형수 정도의 외모와 능력이라면 이기적인 성격도 매력이라 생각할 정도로 박형사는 형수를 좋아했다.
박형사는 형수를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형수가 주머니에서 자동차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미등이 깜빡이는 차가 보였다. 옛날과 다른 차였다. 예전에는 아우디 세단이었는데, 지금은 BMW SUV 차량이었다.
“차 바꿨네?”
“응. 놀러 다닐 때는 SUV가 좋을 거 같아서....”
“좋아 보이네....”
“너 그거 생각나?”
“뭐?”
“너랑 차에서 첫 섹스했던 거.”
“응. 기억나.”
“씨.발.... 너랑 나랑 덩치 생각은 안 하고 그 좁은 데서 애널까지 하겠다고 바둥거린 거 생각하면 지금도 웃겨. 그때 우리 좋았잖아.”
박형사는 형수를 처음 만나던 때를 떠올렸다.
게이 어플에서 형수를 발견하고 계속 눈팅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메시지를 보냈다. 한동안 답장이 없다가 1시간 만에 형수에게서 답장이 왔다.
- 드디어 용기를 냈다 보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보길래 언젠가는 메시지 올 줄 알았어요.
그렇게 몇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에 직접 만나 데이트를 했다.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박형사와 형수 둘 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형수의 차를 타고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박형사는 앱에서 본 사진보다 훨씬 더 귀여운 형수의 얼굴을 계속 바라봤다. 형수가 운전을 하면서 박형사에게 말을 던졌다.
“실물로 보니까 더 귀엽지?”
“응.”
동갑내기라 말을 하기에도 편한 형수가 박형사는 너무 좋았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운 형수가 박형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속살은 더 이쁘고 귀여울 걸?”
박형사는 침을 꼴깍 삼켰다. 형수는 손가락으로 박형사의 아랫도리를 가리키며 한 마디를 던졌다.
“벌써 섰네? 바지 벗어봐.”
박형사는 혁대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팬티 앞을 내리고 자지를 드러냈다.
“다 벗어. 위에도....”
박형사는 무언가에 홀린 듯 형수가 시키는 대로 옷을 모두 벗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육중한 몸매가 드러났다. 형수는 손을 뻗어 박형사의 팔뚝과 가슴을 어루만졌다. 형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박형사는 흠칫 몸을 떨었다.
“되게 탄탄하네. 힘 좋아 보여서 좋아.... 나 만족시킬 수 있어?”
형수의 물음에 박형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자신감.... 빨리 나 좀 어떻게 해봐.”
박형사는 몸을 돌려 형수를 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옷을 하나씩 벗겼다. 하얀 살결이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박형사는 형수의 가슴을 빨고 자지를 입에 넣었다. 형수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아으~~ 자기야.... 조ㅈ 진짜 잘 빠네.... 우리 오늘 여기서 끝까지 다 하자.”
박형사와 형수는 카시트를 뒤로 젖히고 서로의 몸을 애무했다. 형수가 글로브박스에서 콘돔과 젤을 꺼내 박형사의 손에 쥐어줬다. 박형사가 콘돔을 끼고 형수의 항문에 자지를 넣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으나 좁은 차 안에서 육중한 두 몸이 뒤엉켜 애널 섹스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애널 섹스는 실패했으나 첫 만남에서 서로의 입에 기분 좋게 사정을 하며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차 큰 걸로 바꾸니까 좋아....”
형수의 말에 박형사는 회상에서 돌아왔다.
“골프채도 쉽게 들어가고, 자전거도 실려. 요즘 자전거 타는 거에 재미 들렸거든....”
형수는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어두운 밤길을 달려 형수의 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박형사는 형수의 집이 처음이었다. 옛날에 두어 달 만나는 동안 박형사와 형수가 섹스를 한 곳은 형수가 근무하는 병원 근처의 모텔이었다. 박형사는 형수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형수의 집은 너무나 깨끗했다. 방금 이사를 해서 청소를 끝낸 새 집 같았다. 자질구레한 살림살이 없이 딱 있어야 할 것만 있었다. 특히나 주방은 더욱 깨끗했다. 설거지를 한 그릇들이 선반에 종류별, 크기별로 가지런히 놓여 꼭 물건을 팔기 위해 진열해 놓은 것 같았다.
“뭐 마실래?”
“아무 거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아무 거나야.”
형수는 냉장고 문을 열고 박형사에게 다시 물었다.
“뭐 마실래? 골라.”
냉장고 내부도 무척이나 깔끔했다. 쇼핑몰에 냉장고 예시 사진으로 올라와도 충분할 만큼 모든 것들이 가지런했다. 특히나 문쪽 선반에는 몇 종류의 음료수들이 상표를 드러내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줄지어 꽂혀 있었다. 박형사는 형수가 깔끔한 성격인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강박에 가까울 정도인 줄은 몰랐다.
“비타 500 마실게.”
형수는 음료수 2개를 꺼내들고 다시 줄을 맞춘 다음 냉장고 문을 닫았다. 박형사의 눈빛을 읽은 형수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안 해 놓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도우미 아주머니도 내 성격 받아줄 사람으로 구하느라 고생했어.”
“근데 너 밖에서는 안 그러잖아.”
“그나마 다행이지. 밖에서마저 그러면 정말 못 살 테니까.”
“이렇게 살면 안 피곤해?”
“전혀. 처음부터 이렇게 해 놓고 안 흐트러뜨리면 되니까 피곤한 건 없어. 나 먼저 씻을게. 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안히 있어. 나 섹스할 때는 까탈스럽지 않잖아.”
형수가 욕실에 들어간 틈을 타서 박형사는 집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차를 타고 오는 내내 미심쩍었던 마음이 들어서였다. 자전거를 싣고 다닌다는 형수의 말 때문이었다.
형수가 피해자들이 모두 자기랑 만났던 사람들이라는 말을 했을 때만 해도 놀라기만 했을 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형수의 입에서 자전거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박형사는 조금씩 의심을 품기 시작하다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집을 보고 나서부터는 그 의심이 더욱 증폭되었다.
살해범은 본능적으로 사건 현장을 빨리 떠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남겨 놓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마귀 사건 현장에 그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은 범인이 평소에도 완벽하게 깔끔한 성격임을 말해주는데, 형수의 결벽증이 딱 그러했다. 몸에 배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박형사는 곧 고개를 저었다. 형수가 만약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집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면 사마귀의 범죄 패턴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하주차장부터 시작해 엘리베에터와 복도에 cctv가 설치된 곳에서 범행을 감행할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사건 때문에 너무 예민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장태 너도 씻어. 그냥 대충 씻어. 내가 너 땀냄새 좋아하는 거 알잖아.”
박형사는 오랜만에 보는 형수의 알몸에 넋을 잃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하얀 살결에서 빛이 났다. 박형사는 얼른 옷을 벗고 들어가 빨리 씻고 나왔다. 형수가 침대 위에서 박형사의 팬티를 코에 갖다 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니 냄새 너무 좋아.”
박형사는 곧바로 침대에 뛰어 들어 형수의 젖꼭지와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형수도 박형사의 팬티를 집어 던지고 바로 반응을 보였다. 실로 오랜만에 박형사는 형수의 속살을 느끼며 기분 좋게 사정을 했다.
형수가 자신이 싸지른 정액을 닦으며 박형사에게 말했다.
“너랑 있으니까 마음 편하고 든든하니 좋네.”
“왜, 불안했어?”
“당연하지.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 같으면 겁 안 나겠냐?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그랬겠네.”
“장태 너는 내 말 듣고 겁 안 나?”
박형사도 당연히 겁이 났다. 자신이 바로 다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짐짓 아닌 척을 했다.
“겁 날 게 뭐가 있어?”
박형사가 호기롭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형수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지금까지 패턴으로 보면 이제 죽을 사람은 너야. 얼마 전에 헤어진 사람이 먼저일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겁 안 나?”
박형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실은.... 나 너 의심했었어. 아니 너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얼마 전까지 만나던 사람이 대상이겠다 싶어서 죽을 때까지 기다릴까도 생각했었어. 만약에 그 사람도 죽으면 진짜 범인은 너니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그럴 위인이 못 돼.”
박형사는 약간 자존심이 상해서 항변을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 너한테 매몰차게 차였을 때 진짜 너 죽이고 싶었는데....”
“죽이고 싶다고 다 죽일 거 같으면 나는 지금 백 명은 넘게 죽였을 거야. 그래서 너 나 죽였어? 사람 죽이는 게 쉬운 줄 아니? 늘 매스 잡고 사는 나도 처음엔 얼마나 손 떨렸는데.... 지금이야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스윽 가르지만.... 처음엔 왜 못했나 몰라. 이렇게 짜릿한 걸.... 외과 선택하길 잘했어.”
박형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형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왜 그리 놀라? 내 옆에 있던 사람이 다 죽어나갔다니까 내가 의심스러워? 그러든가 말든가.... 암튼 나 지켜줘. 그래 줄 수 있지?”
박형사는 형수의 눈을 바라봤다. 반짝거리는 눈빛이 너무나 눈이 부셨다. 대답이 없는 박형사에게 형수는 재차 물었다.
“솔직히 그 새끼가 나는 죽이지 않을 거 같거든. 죽이려고 그랬으면 벌써 죽였겠지. 근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옆에 경찰 하나 두고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할 거 같아서.... 너랑 내가 같이 있으면 너도 죽이지 못할 거니까 서로 윈윈일 수도 있는 거지. 어때, 나랑 같이 살 거지?”
박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형수를 열렬히 사랑했었고, 매몰차게 차였을 때에도 실연의 아픔에 죽이고 싶도록 밉기도 했지만 이내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바뀌었었기에 같이 살자는 형수의 제안은 박형사로서 뿌리칠 수 없는 것이었다. 박형사는 형수를 껴안고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꿀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는 동안 박형사는 형수에 관한 이야기를 김형사에게 절대로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을 굳혔다. 사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의 입장에서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김형사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형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피해자와의 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혹시나 모를 살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더 추려내어 경찰력을 투입해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인 검거하는 데에 주력해야 했다. 그것이 옳은 일이고 마땅히 그래야했다. 어쩌면 그것이 형수를 지켜주는 더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한편으로 형수를 지켜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본의 아니게 형수가 게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형수는 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걸 가장 싫어했다. 게이들에게도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했다. 게이바 같이 게이들이 모이는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게이 어플에서도 사진은 비공개로 걸어 놓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만 얼굴을 공개했다. 그중 한 사람이 박형사였다. 형수는 병원에서도 철저히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여자들과도 형식적인 만남을 가질 정도였다.
박형사는 이런 형수를 제대로 지켜주고 싶었다. 다시 찾아온 형수와의 만남을 포기할 수 없었다. 늘 사건에 쫓겨 섹스도 변변찮게 못하는 실정인 박형사에게 제발로 찾아온 형수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박형사 자신이 살해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범인에게 한 발짝 다가서 있는 셈이었다. 범행 수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형사에게 범인은 쉽게 다가오지 못할 터였다. 박형사는 차가 없었으니 차에서 죽일 수도 없고, 형수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 온 사방에 cctv였으니 함부로 다가올 수조차 없을 것이었다. 박형사는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직장인 경찰서로 들어갔다.
“막내 너 어제 집에 안 들어갔냐?”
같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한 박형사를 두고 김형사가 한 말이었다. 박형사는 괜히 뜨끔했다.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한 잔 하고 그 집에서 잤어요.”
“그래서 퇴근해 놓고 나한테 확인 전화 한 거구나?”
“네.”
여섯 번째 사건이 일어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에서 박형사는 자기 나름으로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박형사는 퇴근을 하고 먼저 집에 들러 옷가지를 챙겨 형수의 병원으로 갔다.
“옷은 왜 챙겨와? 그냥 내 옷 입으면 되지. 사이즈도 같은데....”
형수의 말처럼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눈썰미 있는 김형사는 바로 박형사의 변화를 알아챌 터였다.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형수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박형사는 하루 내내 고민하던 것을 형수에게 털어 놓았다.
“형수야, 얼마 전까지 너랑 만나던 사람 말인데....”
“응. 왜?”
“솔직히 그 사람 지금 위험하잖아.... 그 사람한테 얘기 안 했지?”
“응. 모르는 게 약일 거 같아서....”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지금 딱 그 시기거든....”
“왜, 내가 누군지 말하면 죽이게?”
“야, 넌 말을 해도 어떻게....”
“니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그거 오지랖이야. 걔 너만큼 싸움 잘해.”
박형사는 형수에게 그 사람 주변을 지키고 있다가 범인이 출몰하면 검거하기 위해서라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리고 범인만 잡으면 2계급 특진에 형수와 그 사람에게는 1억의 포상금이 돌아갈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형수의 반응은 오히려 더 싸늘했다.
“결국 너 좋으려고 하는 거잖아. 그 사람 지킬 시간에 나를 더 지켜. 너나 더 조심하고.”
형수가 단호히 거절을 하는 통에 박형사도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형수와 만나던 그 사람이 걱정되긴 했지만 형수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것이 먼저였다. 그래야 형수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박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형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섯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두 달이 넘었는데도 여섯 번째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형사와 박형사는 그래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네 번째 사건이 석 달 만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외곽도로에서 성기가 잘린 채로 살해당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김형사와 박형사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막내야, 뭐가 보여?”
“따라한 게 보입니다.”
성기를 절단하고 종이사마귀를 전시해 놓은 것은 같았으나 나머지는 너무 허술했다. cctv와 현장에 남아 있던 dna 증거를 통해 하루 만에 범인을 잡았다. 피해자의 아내였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김형사님, 피해자 앞으로 세 건의 보험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주말에 사고를 당하면 보험금이 두 배인 특약도 있네요.”
보험금을 노린 모방 범죄였다. 살해 수법은 모방할 수 있었으나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그 어떤 증거물도 남기지 않는 사마귀 범인의 치밀함까지 따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언론은 여섯 번째 살인이라며 경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기사를 냈다가 모방 범죄로 밝혀지자 정정 보도도 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았다. 김형사와 박형사는 허탈했다.
모방 범죄 사건을 마무리하고 한숨을 돌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박형사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번호는 공중전화였다.
“박장태 씨, 잠시 볼 수 있을까요?”
“누구십니까? 무슨 일로....”
“최형수 알죠?”
박형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긍정의 의미였다.
“투썸 플레이스로 와요. 거기서 걸으면 5분쯤 될 거 같은데....”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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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 작성일
부산맨님의 작품은 역시!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