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토리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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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이야기


   안개, 도시의 짙은 안개는 나 자신만 볼 수 있고, 옅은 안개는 주위를 돌아볼 수 있어 한 걸음 다가서면 다가선 만큼 보여 주고 지나온 곳은 다시 가려 버려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동성애자는 안개이다. 


1. 석이와 인이


   나는 인이보다 석이를 더 좋아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건 나를 좋아하는 인이였다. 나는 석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와 같이 놀러 가기를 원하는 반면에 인이는 성격이 까다로운 나에게 접근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이의 뜻대로 되지 않자 마음을 바꾸어 먹고 석이쪽으로 다가갔다.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출근과 동시에 석이와 인이를 만나야 하는데 둘이서 붙어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잔업하는 날 중간 휴식 시간에 부족한 자재를 챙기러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상 근무 시간에는 자재과 직원이 부속품을 대주지만 잔업하는 날은 내가 직접 창고로 갔다. 그런데 생각조차 못 했던 석이와 인이가 창고 구석에 있는 것을 보았다. 석이와 인이는 나를 보자마자 창고를 쏜살같이 빠져 나가는데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부속품을 획 던지고 싶었다. 

나는 일부러 석이와 인이에게 관심이 없는 척해도 둘이서 다정히 속삭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분노와 증오로 가슴속이 끓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지만 나는 직권을 남용해 석이와 인이에게 심리적 압력을 가했다. 석이와 인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2. 인이와 나


   내 속이 검게 탄 것을 세월이 조금씩 감싸고 그 흔적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릴 때 인이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의지가 약해서 인이를 냉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나의 방에서 인이와 잠을 따로따로 잤는데 인이가 용기를 내어 내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성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인이의 브래지어를 벗기고, 손을 얇은 팬티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고 밋밋함을 느끼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난생처음 여성과 관계를 가지려고 인이의 깊은 곳에 자지를 삽입할 자세를 취했다. 나의 서투른 성행위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인이의 깊은 곳을 왕복 운동하다가 쾌감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 사정하지 않고 성행위를 멈추었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정(情)을 통해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인이는 별안간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더니 옷을 입고 방을 나갔다. 나는 인이를 붙잡지 않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경솔한 짓을 책망했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목석처럼 가만히 누워 있는 인이와의 성행위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인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전화했다. 내가 냉랭한 어투로 대화를 나누자 인이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마음이 어수선하여 음악으로 기분을 전환하려고 테이프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낯선 테이프가 눈에 띄었다. 나는 궁금증이 일어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에서 전원석의 떠나지마 노래가 흘러나왔다. 것도 내리 한 곡만.


3. 석이와 나  


   나는 시내를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석이와 마주쳤다. 석이는 나를 보더니 주춤하고, 나는 아는 체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찰나 석이가 먼저 말을 건넸다.

나는 석이와 함께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석이의 재입사 이야기를 꺼냈다. 석이는 자신보다 인이의 재입사를 요청해 내 속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나는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했는데 막상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석이를 만나고 보니 상처가 다시 도졌다. 그리고 석이가 인이와 동거 생활하면서 관계를 가지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나는 석이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커피숍에서 나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강박 관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석이는 나와 잠을 잘 때 옷을 하나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나는 석이의 옷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기면서 흥분의 도가니가 되고, 석이는 그것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어느 때는 내가 석이의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당겨 열은 후에 손을 팬티 속에 넣으려고 하자 석이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나는 석이가 잡을 손을 뿌리치고 손을 억지로 집어넣어더니 이미 사정해서 팬티가 정액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나는 석이의 자지가 축 늘어진 것을 만질 때 순살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좋았다. 


4. 죄책과 회개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지금의 나는 옛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우선 석이와 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고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동성애자를 만나서 심적 고통을 당했 텐데, 그 당시에는 모르다가 이제 와서 죄책과 동시에 회개하고 있다.

이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처럼 나와 석이 그리고 인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아무튼 석이와 인이가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나의 흔적을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 버리기를 바라며 내 잘못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한다.

"진심을 다해 미안합니다. 그리고 모든 걸 용서해 주기 바랍니다."


5. 가로등과 안개


   가로등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가을밤에 경계를 정하지 않고 골고루 빛을 비춘다. 그러나 안개가 끼면 가로등 영역을 표시하고 금을 긋듯 빛을 비춘다. 

나는 평소에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안개 속에 가로등처럼 자신 영역에 금을 긋고 좋아하는 사람을 그 안에 가두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영역에서 벗어나고 싶어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혼자서 끙끙 앓고 마음의 상처가 덧나 곪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상처가 나지 않게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걸고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굳게 다짐하고는 육체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해 어느새 마음에 틈이 벌어진 것을 알게 된다. 

나의 힘으로 잘 닫히지 않는 마음의 문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 오늘도 안개 속을 헤매는 사람을 바라보며 속말한다.

'이 사람도 동성애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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