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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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사는 지문 감식반으로부터 용의자와 일치하는 지문을 가진 사람의 신상을 넘겨받고 나의 집을 방문했다. 때마침 나는 등교하고 아버지가 강형사를 맞이했다.
"저는 강형사입니다. 다름아니라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 찾아 뵈었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모르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아버지와 강형사는 마당을 가로질러 마루에 걸터앉았다. 어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부엌으로 들어가 커피를 준비해서 강형사에게 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강형사는 커피를 마시면서 나의 과거를 들먹이고 아버지의 속을 떠보았다.
"반이를 4년 전에 실종 신고 하셨다가 한 달만에 취소하셨는데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어디에 있다가 왔던 간에 건강하게 돌아와서 제가 이유를 묻지 않아고 얘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강형사는 나에게 사건에 대해 추궁하기 전에 아버지의 유전자 감식을 위하여 머리카락 채취를 요청했다. 아버지는 아무 생각 없이 강형사의 요구에 흔쾌히 승락했다. 강형사는 아버지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렇게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나는 보호자로 동행한 아버지와 취조실에서 강형사를 만났다. 나는 모든 것이 운명이거니 체념하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강형사님과 단둘이 있고 싶어요."
"알았어. 아버님 부탁드립니다."
"예. 그러죠."
나는 보호자로 동행한 아버지를 취조실에서 나가게 하고 강형사의 처분에 맡겼다. 강형사는 잠시도 쉴 틈도 없이 나에게 사진을 몇 장 보여주고 다그쳐 물었다.
"이 사람 기억나나?"
"예. 한 달 정도 함께 있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는 석이에게 전 재산을 상속하는 유언을 남겼거든."
"실종된 아들에게 왜 그랬을까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안다면 피해자 뿐인데. 아,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
강형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감을 잡고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겨울방학에 종일 방 안에서 뒹굴다가 학원에 갈 시간이면 사각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평소에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장난감을 만들어 노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학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쇼윈도를 보다가 불현듯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밤늦은 시간에 낡은 사진첩을 들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으로 들고 갔다. 사진 한 장 한 장 짚어 가며 사연을 듣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아버지에게 물어 보았다.
"아빠, 왜 저는 백일 사진이나 돌 사진이 없어요?"
"응, 그 땐 먹고살기 힘들어 찍을 새가 없었어."
"근데 누나들 사진은 있는데요?"
"우리 막내가 태어날 때가 제일 살기 힘들었지."
아버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나는 사진첩을 접으면서 아버지의 의향을 떠보았다.
"아빠, 내일 학원 끝나고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와도 되나요?"
"우리 아들을 믿는데 당연히 허락해 줘야지."
다음날 오전에 나는 통장에서 인출한 돈을 지갑에 넣고 학원을 다닐 때 쓰던 사각 가방에 보관했다. 집에서 즐겨 입던 회색 트레이닝복에 사각 가방을 메고 학원에 가는 시간에 맞춰 나가면서 머리 숙여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잘 갔다 와라."
"예,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거 아시죠?"
"낼 일찍 들어와"
"예."
나는 집을 나와 학원에 가지 않고 힘찬 발걸음으로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지갑을 꺼내 동해로 가는 버스 승차권을 사서 시외버스에 올랐다.
시외버스는 동해를 끼고 바닷바람을 가르며 달렸다. 나는 좌석에서 일어나 시외버스 기사에게 도중하차를 청했다.
"기사님, 죄송한데요. 저 여기서 내려주시면 안 되나요?"
"여긴 왜?"
"바닷가를 걸으며 가게요."
"으하하~, 고놈 참 맹랑하네. 그래 특별히 내려주마."
"고맙습니다!"
나는 시외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로 향해 뛰었다. 동해의 정취는 높은 파도에 비해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나는 바닷가를 따라서 백사장을 걸으며 생기에 넘쳤다. 그런데 아까부터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나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 따라왔다.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뒤돌아서서 뛰었다. 승용차는 잠시 주춤하다가 후진하면서 뒤에 진행하던 차의 경적 소리를 듣고 갑자기 멈췄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키드득거렸다. 그 때 승용차에서 아저씨가 내려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학생, 어디 살아요?"
"천안요."
"잘 됐네. 이 아저씨가 조치원 사는데 천안까지 태워 줄게."
나는 조치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문뜩 큰누나가 뇌리를 스쳤다. 13년 동안 큰누나가 사는 조치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아저씨의 인상착의를 보면 나쁜 사람 같지 않아 나는 따라 갈 생각으로 주저하지 않고 부탁했다.
"아저씨 저 조치원까지 태워 주세요."
"거긴 왜?"
"큰누나가 사는데 한번 가보려고요."
"알았어."
"아저씨 고맙습니다."
나는 승용차에 타면서 구세주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아저씨는 승용차를 출발하면서 나의 사생활을 물어 보았다.
"이름이 뭐니?"
"반이에요."
"여긴 혼자 왜 왔니?"
"그냥 바람 좀 쐬려고 왔어요."
"그건 나랑 똑같구나."
승용차는 산길을 굽이돌아 국도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아스팔트로 포장한 도로를 쌩쌩 달렸다. 아저씨는 단조로운 운전이 싫증이 났는지 나에게 말을 붙이었다.
"반이가 몇 살이지?"
"설 지나면14살요."
"우리 아들이 지끔 쯤 살아있다면 반이보다 2살 많겠네."
"아들이 어떻게 됐는데요?"
아저씨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지난날을 회고하며 나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석이 엄마, 저녁 때 쯤 출장 끝나고 조치원역에 도착할거야."
"그럼 석이 데리고 마중 나갈래요."
"힘든데 집에 있어."
"아녀요. 석이 아빠 만나서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되요."
"좋은 생각인데 그렇게 해."
부인은 조치원역에서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났다.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아 화장실 입구에서 석이에게 단단히 일렀다.
"석이야, 엄마 응가하고 올게 꼼짝 말고 여기 있어."
"응"
석이를 세워 두고 부인은 용변을 보고 나왔는데 아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인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조치원역을 샅샅이 뒤지며 석이를 애타게 부르며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부인은 갑작스런 충격으로 실신하고 뒤늦게서야 아저씨가 달려와 역전 파출소에 가서 실종 신고했다.
아저씨와 부인은 집으로 돌아와 서로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었다. 아저씨는 고아로 자라서 가족이 많은 것을 원했다. 석이가 조금 더 크면 둘째를 가질 계획이었다. 석이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실의에 빠진 부인을 위로하는데 전념했다.
"석이 엄마, 나를 위해서라도 뭐 좀 먹고 기운 차리자. 옆에서 보고 있는 내가 더 힘들어."
"석이를 잃어버린 저는 어떻겠어요. 석이 아빠 말 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녀요."
"나 석이 엄마 탓하지 않아. 우리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까 몸부터 추스르자."
"자나깨나 석이 걱정으로 미칠거 같은데 제 몸 챙길 새가 어디 있어요."
부인은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로 결국에 자살을 선택했다.
"내가 기차에서 내리기 위해 출구에 서 있는데 어떤 남자가 석이 닮은 애를 안고 있는 모습이 언뜻 눈에 띄었거든. 그걸 예사로이 지나친 게 후회 돼."
"그랬군요. 상심이 크셨겠네요."
"반이는 보기보다 어른스럽게 말하네."
"근데, 그 때는 아저씨가 젊으셨을텐데 왜 재혼하지 않으셨어요?"
"음, 언제가는 석이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거든."
아저씨는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 휴게소로 들어갔다. 나는 아저씨와 함께 음식을 먹은 뒤 다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나는 피곤을 느끼고 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반이야, 일어나."
"예, 여기가 어디에요?"
"너무 늦어서 일단 우리집으로 왔어. 여기서 자고 내일 큰누나댁을 찾아가자."
"아저씨한테 폐를 끼쳐서 어떻게 하죠?"
"괜찮아. 자, 집에 들어가자."
나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아저씨의 집안으로 들어가 실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엌의 싱크대 옆에 욕실 벽면이 있고, 탁 트인 공간에 침대와 소파 그리고 식탁이 적절히 잘 배치되어 불편하지 않게 잘 꾸며 놓았다. 나는 한 벽면에 장식해 놓은 액자 앞에 다가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나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
"우리 석이가 반이를 닮은거 같지 않니?"
"잘 모르겠어요. 근데 부인이 참 이쁘시네요."
"으하하~. 이쁘면 뭐해 나 두고 야속하게 먼저 간 사람인데. 피곤할텐데 대충 씻고 일찍 자자."
"예!"
아저씨는 트레이닝복을 벗은 나의 모습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머니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어머니께서 깔끔하신가 봐."
"어떻게 아셨어요?"
"흰색 팬티를 보면 알 수 있지."
"헤헤~."
나는 아저씨와 자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설렘에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아저씨의 손이 자지를 살짝 스쳐 지나갈 때 짜릿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아저씨는 물고기가 입질만하고 덥석 미끼를 물지 않듯 긴장시켰다. 나는 아저씨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지쳐 잠들었다.
나는 이튿날에 잠에서 깨어 옆에 자고 있을 아저씨를 제일 먼저 찾아보았다.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식탁에 있는 메모지를 발견하고 집어서 읽어 보았다.
-반이야 잘 잤어. 일어나면 냉장고에서 우유 꺼내 시리얼 먹고 내 집처럼 지내. 알았지?-
나는 유리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울타리가 없는 마당에 마른 잔디가 있고 차를 주차하는 장소는 보도블록이 깔렸다. 앞쪽에는 사방이 산으로 겹겹이 에워싸인 저수지가 보였다. 나는 주변 광경을 둘러보고 전망이 좋은 별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 벨이 울려 나는 깜짝 놀라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얼른 옷을 입고 사각 가방을 들었다. 아저씨의 집을 나서며 현관문을 닫고 난처한 입장에 놓인 사람처럼 한동안 서서 생각에 잠겼다. 결국엔 현관문을 잠글 수가 없어 아저씨의 집을 나서다가 도로 들어갔다.
아저씨는 저녁나절에 식료품이 든 비닐 봉투를 들고 왔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아저씨를 맞이했다.
"제가 문을 잠그지 못해서 아저씨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그래, 난 전화를 받지 않길래 간 줄 알았지."
"이만 가볼게요. 그동안 고맙습니다."
"어디로 가게?"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서려고 했는데 아저씨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가 큰누나를 생각했다.
"큰누나네 집에 갔다가 천안에 가야죠. 근데 여기서 조치원까지 얼마나 돼요?"
"한 칠팔 킬로 될걸. 내가 큰누나네까지 태워다 줄게."
나는 아저씨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본색을 드러내며 반문했다.
"정말요?"
"그럼 거기까지 걸어갈 생각이었어?"
"아뇨, 속으로 바라고 있었죠."
"으하하~, 너 아주 당돌하다."
아저씨는 승용차를 몰고 저수지를 지나 벚나무가 줄비한 도로를 달려 큰누나가 사는 근처에 나를 내려주며 남다른 배려했다.
"혹시 모르니까 돈 좀 줄게."
"아녀요. 돈은 있어요. 아저씨 한번 안아 봐도 되요?"
"그래 주면 고맙지."
나는 아저씨와 한길에서 헤어지고 조카가 말한 기억을 더듬어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니며 큰누나의 집을 찾았으나 쉽지 않았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시집간 큰누나의 이름도 모르고 더군다나 매형의 이름도 몰라 찾을 길이 난감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조카의 이름을 말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나는 길을 잃고 동네를 헤매다가 나무 현판(懸板)에 충령탑이라고 써놓은 장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우뚝 솟은 충령탑 주변은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잠시 쉬기로 하고 벤치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전화 번호 적은 수첩을 가지고 오는건데, 그렇다고 집에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후유!"
나의 시선에 형광등 불빛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조치원역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대여섯명의 청소년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위협했다.
"야, 있는거 다 내놔."
"아무것도 없어요."
"야, 뒤져."
나는 사각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순간 덩치가 큰 청소년은 주먹으로 나의 안면을 강타했다.
"아이코 아파라!"
"야, 가방 가지고 튀어."
나는 우르르 몰려 도망가는 청소년들을 쳐다보는 순간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 와중에 한 청소년이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며 경고했다.
"너 경찰서에 가 신고하면 죽어."
나는 눈물을 머금고 승용차를 타고 온 길을 더듬어 아저씨네 집으로 향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으며 울먹거렸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실천에 옮겼는데 결국엔 고생을 사서 한 셈이 됐다. 아저씨는 현관문을 열어 나를 보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가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금세 깜짝 놀랐다.
"반이 얼굴 왜 그래?"
"애들이 가방을 빼앗길래 대들다가 그랬어요."
"그만하기를 다행이지. 얼른 들어와 씻어."
"예, 번번히 신세만 져서 죄송해요."
아저씨는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욕실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튿날 아저씨는 커다란 종이 백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종이 백에 시선을 주고 궁금히 여겼다.
"그게 뭐에요?"
"응, 반이 주려고 눈대중으로 사왔는데 한번 입어 봐."
아저씨는 종이 백에서 새빨간 트레이닝복을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양손으로 받아 들고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입고 있던 회색 트레이닝복을 벗은 뒤 새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옷맵시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흡족했다.
"이야, 좋은데요."
"역시 반이는 빨간 추리닝이 잘 어울려. 나랑 같이 살 생각 없니?"
"그러면 저야 좋죠. 근데 뭘로 보답하죠?"
"음, 선물이 하나 더 있지. 자, 삼각 팬티!"
아저씨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저씨에 대해서 속속들이 파고들 수 없지만 남들이 무선 호출기를 사용할 때 비싼 휴대폰을 사용하고,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아저씨의 입장에서 보면 나를 만나서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잠자리에 들어 아저씨의 손을 끌어다 가슴에 얹고 잠을 청했다. 아저씨는 가슴을 토닥토닥하다가 조심스레 배꼽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숨을 죽이고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드디어 아저씨의 손이 팬티 안으로 파고들었을 때 나는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다. 아저씨는 천천히 피스톤의 운동으로 자지를 자극했다.
"그렇게 하니까 기분이 좀‥‥."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지에서 생전 처음 느끼는 짜릿한 쾌감을 만끽했다. 아저씨는 손으로 마술을 부려 내 자지를 농락하고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반이 처음 사정하니?"
"그게 뭔데요?"
"응, 남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어째 축축하고 이상해요."
아저씨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세워 나의 팬티를 벗기고 티슈를 꺼내 자지를 살살 닦으면서 의외로이 여겼다.
"반이는 체모가 다른 애들보다 일찍 났네."
"저는 친구들 보다 성장이 빨라요."
"오, 그래."
나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저씨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방종(放縱)한 생활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먹거나 컴퓨터에 앉아 게임하다가 싫증나면 저수지를 돌아다니며 놀기도 하고 산에 올라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전쟁놀이했다. 하루하루의 생활은 덧없이 빠르게 흘러가 천안의 집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우연히 쳐다본 새 달력을 보고 집을 나온 날을 꼽아가며 셈을 하다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고 지냈다. 나의 생각을 전화 벨이 울려서 멈추게 했다.
"여보세요?"
"아까는 전화하니까 안 받던데 어디 갔었어?"
"밖에서 놀다 왔어요."
"그래, 난 집에 간 줄 알았지. 반이는 과일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뭐야?"
"사과요."
"그래 알았어. 사과 사 가지고 바로 갈게."
아저씨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큼직한 빨간 사과를 사왔다. 나는 사과를 담은 봉지를 아저씨로부터 받아 싱크대에 가서 씻었다. 서랍에서 과도를 꺼내 사과와 함께 접시에 담아 거실 탁자에 놓았다. 아저씨는 양복을 벗고 욕실에서 손을 씻은 뒤 과도와 사과를 잡고 8 등분 내어 껍질을 벗기고 씨앗 부분을 발라냈다. 나는 아저씨의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반이야, 먹자."
"예, 사과를 이쁘게 잘 깍으시네요. 저도 한번 해볼래요."
"그래 해 봐."
나는 과도를 잡고 아저씨가 하는 대로 따라서 해 보았다. 능숙한 솜씨를 따라가는 건 역부족으로 사과를 깍아 놓은 조각을 보고 아저씨는 키드득거렸다.
나는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고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다가 막다른 골목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와 회초리를 든 오른손을 높이 들어 내려치려는 순간 나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소리쳤다.
"으악,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엉엉~."
나는 비명을 지르고 울다가 잠에서 깼다. 세상 모르고 자는 아저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거실을 지나 욕실로 들어갔다. 소변을 보고 나서 대충 세수를 하고 욕실을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과도가 욕실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 빛났다.
나는 새벽녘에 아저씨의 집을 나와 터벅터벅 걸었다. 저수지 위에 물안개가 피어 있고 부지런한 새들만 날아다닐 뿐 온 세상이 조용했다. 아스팔트로 포장한 도로를 걸으며 아저씨 곁을 떠나는 것이 죄를 짓고 도망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와 아저씨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당연히 아버지였다.
나는 도로를 걷다가 얕은 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발견하고 지름길로 갔다. 과수원 울타리를 지나 논길을 걸어 동네에 당도하자 조치원역이 바로 코앞에 있다. 나는 단숨에 달려가서 조치원역에서 승차권을 사 첫차를 타고 천안에 도착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아저씨와 함께했던 일은 잠을 자면서 꿈을 꾼 듯이 잊어버렸다.
강형사는 나의 진술을 다 듣고 표정이 없는 얼굴로 허위가 아님을 물어 보았다.
"지금까지 반이의 진술이 사실임을 인정하나?"
"예."
"그럼 진술서를 읽어보고 틀림이 없으면 서명해."
"예."
나는 타이핑한 진술서를 찬찬히 훑어보고 서명한 뒤 강형사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어요. 강형사님은 문장력이 좋으시네요."
"그래? 남들은 진술할 때 눈물을 흘리는데 반이는 안 그러네."
"저는 가식적으로 울지 않아요."
"그럼 반이의 진심은 뭔데?"
"제가 왜 이자리에 서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강형사한테 당돌하게 따지고 들었다. 강형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동문서답했다.
"아 참, 아이러니하게도 유전자 감식 결과 반이는 아버지와 일치하지 않고 피해자와 일치하던데."
"그건 왜죠?"
"과학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반이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고 피해자의 친자(親子)라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죠?"
"과도로 명자리를 맞고 죽은 사람이 친아버지라는 거야."
"강형사님, 그 말뜻은 모르지만 아저씨는 제가 죽이지 않았어요."
"반이야, 흥분하지 말고 과도에 있는 지문이 결정적인 증거야. 아무튼 건강하게 잘 갔다 와."
나는 아저씨의 죽음보다 억울하게 살인자란 누명을 쓴 게 분하고 억울해서 눈에 불을 켜고 강형사를 노려봤다.
"아무 죄도 없는 저를 잡아가면 강형사님 가만두지 않을거에요."
"으하하~."
나는 소년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속세를 떠난 기분이 들었다. 평상시에 입던 옷을 벗고 통일된 복장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규율을 지키는 단조로운 생활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다. 장벽처럼 서 있는 높은 담은 속세(俗世)와 내세(來世)를 따로 구분해 놓은 듯 보였다.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세월은 소년 교도소 생활에 익숙해지는 명약을 처방했다. 사람 사는 건 한 가지를 해결하면 다른 것이 불거져 고통의 연속으로 몰았다. 바깥 사회와 격리된 담 안의 생활이 시나브로 미치게 만들었다. 때때로 넋을 놓고 멍하니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언제 쯤 소년 교도소를 나가 자유의 몸이 될지 의문스러워 했다. 그 때마다 같은 감방을 쓰는 현이에게 호감정을 가지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으로 모든 것을 참고 견뎠다. 휴일 아침 교도관이 빙글거리고 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반이 부모님께서 면회 오셨어. 준비하고 나와."
"예."
나는 면회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걱정하는 표정을 살피고 억장이 무너졌다. 아버지는 의자에 앉는 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형사가 시간 내서 아버지를 찾아왔어."
"왜요?"
"이젠 아들에게 진실을 말할 때가 됐다며 부탁하고 갔어."
"그게 뭔데요?"
아버지는 큰누나한테 볼일을 보고 다시 천안으로 가기 위하여 조치원역에 왔다. 승차권을 사고 시간의 여유가 있어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 앞에서 어린아이가 서성이는 것을 보고 귀여워했다.
"고놈 참 이쁘게 생겼네. 어디 뭐 달렸나 보자."
아버지는 어린아이의 자지에 손을 대어 확인하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기차를 타기 위하여 개표구를 통해 플랫폼에 왔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 뒤 무심코 플랫폼으로 올라오는 지하 계단을 보았다. 어린아이의 머리카락이 보이고 이어서 얼굴이 보였다. 그 때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들렸다.
"잠시 후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옵니다. 철로에서 한 발짝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기차는 굉음을 내고 철로를 미끄럼을 타듯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지하 계단을 오른 어린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종종걸음으로 철로 가까이 갔다. 다른 사람들은 무관심하고 아버지만 오로지 어린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는 어린아이의 위험을 감지하고 기겁하여 쏜살같이 달려가 품에 안았다. 그런데 진퇴양난에 빠져 기차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가 어린아이를 안고 기차를 탔다. 천안에 도착하면 어린아이를 역전 파출소에 인도할 생각이었다. 어린아이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고 곤히 잠들었다. 기차가 천안역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마음이 변하여 어린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오래된 일을 생생하게 전했지만 나는 모든 것이 생소하게 들렸다. 아버지에게 이제 와서 과거지사를 들추어 말한다고 득이 될 게 없다. 나 혼자 고통의 짐을 짊어지고 살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전가(轉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를 번갈아 바라보고 말투가 울먹울먹했다.
"그 얘기가 사실이라고 해도 전 아버지 어머니 진짜 아들 맞죠?"
"그럼, 당연하지."
"아버지 어머니 고마워요. 죽는 날까지 그 마음 잊지 않고 살아갈게요."
"그래, 우리 아들 건강하게 지내서 다시 만나자."
어머니는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의 볼에 맺힌 눈물을 양손으로 훔쳤다.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았다. 어머니는 여린 마음으로 끝끝내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몇 번을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독불장군이었다. 다가오는 세월은 느리지만 지나간 세월은 빨랐다. 그냥 내버려두면 계절을 돌려가며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세월이었다. 나는 소년 교도소를 나와 땅을 딛고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와 닿는 촉감부터 달라 날개가 없어도 망토를 두르면 슈퍼맨처럼 날아갈 듯이 짜릿했다. 제일 먼저 공중전화로 가서 수화기를 들고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저 나왔어요."
"그래 몸은 건강하니?"
나는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시차를 두고 대답했다.
"예, 어머니는요?"
"잠시만 엄마 바꿔 줄게."
"아녀요, 어머니 바꾸면 저 울어요."
어머니는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심하게 해서 나를 바꿔 주면 울음을 먼저 터트뜨리게 분명했다.
"알았다. 니가 편지로 신신부탁해서 가지 않았다. 편지한 대로 아저씨 집에서 지낼거니?"
"예, 요번 설에 세배 드리러 갈게요."
"그래 맛있는거 해놓고 기다리마. 아들, 두부는 먹었니?"
"설에 가서 어머니가 주신 두부 먹을래요."
나는 변호사를 찾아가 석이로 주민등록을 개정하고 아저씨의 전 재산을 상속하는 법적 절차를 밟았다. 이제부터는 반이라는 이름은 영영 사라지고 하루아침에 2살 더 먹은 석이로 살아야 했다. 나는 아니, 석이로 새로 태어나도 지나온 과거는 진득하게 들러붙어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나는 변호사로부터 열쇠를 넘겨받고 사무실을 나와 일부러 시내 버스를 타고 역전에 도착하여 조치원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기차가 가는 방향의 반대로 밀려갔다. 나는 감성을 접고 신문을 정독했다. 기차는 시간과 함께 달려 조치원역에 도착해 승객이 내리고 탔다. 나는 플랫폼을 걸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어린 시절을 연상했다. 출구를 나오면서 석이의 운명을 바꿔 놓은 역사(驛舍)가 새 역사로 변한 것을 알았다. 조치원역 간판 아래에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은행 간판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다
나는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저수지의 외딴집으로 향했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외딴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외딴집은 붉은 벽돌로 쌓고 하얀 줄눈으로 아담하게 꾸며 놓아 문득 새빨간 트레이닝복이 생각나 픽 웃었다.
외딴집에 들어 보니 마당에 있는 노란 잔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잡초가 무성하게 말라비틀어졌다. 나는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서자 아저씨의 손때가 묻은 가구들은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 쳐 놓아 보기 흉했다. 거실 소파에 입김을 호호 불어 먼지를 날려보내고 손으로 탁탁 털어 앉을 자리를 마련해 풀썩 주저앉았다.
나는 전기가 끊긴 집에서 밤새껏 추위에 오들오들 떨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고양이 세수하듯 하고, 아저씨를 안치한 납골당을 찾았다.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마를 납골당 벽면에 대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뼈에 사무치는 장면을 떠올렸다.
아저씨는 사과를 먹다 말고 나를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나는 아저씨의 시선을 느끼고 눈길이 마주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저씨는 나를 번쩍 안고 침대로 가 순식간에 알몸으로 만들고 몸을 탐했다. 나는 아저씨의 돌연한 행동에 적이 당황하고 못 하게 말렸다.
"아저씨 하지 마요."
"반이야, 미안해."
아저씨는 나를 엎어 놓고 항문에 침을 발라 자지를 밀착 시켰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다.
"으악, 안 돼요."
"헉-헉"
"아~, 아퍼요."
나는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고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다가 막다른 골목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와 회초리를 든 오른손을 높이 들어 내려치려는 순간 나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소리쳤다.
"으악, 아빠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엉엉~."
나는 비명을 지르고 울다가 잠에서 깼다. 세상 모르고 자는 아저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났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거실을 지나 욕실로 들어갔다. 소변을 보고 대충 세수를 하고 욕실을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과도가 욕실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 빛났다. 나는 사과를 먹으면서 아저씨가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저씨의 자는 모습을 보자 분심(忿心)이 치밀어 과도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최면 상태에 빠져 사정없이 아저씨의 가슴에 과도를 꽂았다.
나는 소중한 사기 접시를 실수로 떨어뜨려 깨진 것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납골당을 떠나기 전에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나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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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이입되어 한동만 멍하니 멍을때렷네요
이런상황은 없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