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15) - 재영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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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보니까 책을 많이는 못 가져온 거 같은데, 조금씩 가져와서 저기 책장에다 꽂아요.
보다시피 고향집에서 내 책 갖다 꽂아 놨는데도 책장에 자리 많이 비니까.”
“넵 감사합니다! :) “
‘어물쩍거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바로 시작하는 게 맞아. 초반에 분위기가 딱 잡혀야지.’
*
그렇게 얼마간 공부했을까. 화장실 오가거나 물 마실 때 빼곤 죽은 듯 소리
없이 각자 할 것을 하는 재영과 은석.
‘금방 실없이 장난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전혀 아니네.
하긴, 전에도 생각한 것처럼 일단 자기 할 일에 대한 성실함은 있는 애니까.
장난칠 땐 장난치고 집중할 땐 집중하는 타입. 굿굿.’
‘음. 벌써 여섯시 40분이네. 슬슬 저녁을 먹어야.’
“… 은석 씨, 공부 많이 했어요?”
“아, 네. 와, 에어컨 빵빵하고 조용한데 스터디카페처럼 밀집돼 있지도 않아서 엄청 쾌적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은석의 대답에 재영은 피식 웃는다.
“잘 됐네요. 저녁은 어떻게 할래요?”
“어… 선배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네 그냥 있는 밥에 반찬에 먹을까 해요. 같이 먹을래요?”
“네 저야 좋죠. ㅎㅎ”
“네 그럼 식탁에 지금 편 책들 한 쪽에 치워요, 상 차리게.”
그렇게 재영은 밥솥에서 밥을 푸고, 은석은 재영의 지시에 따라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차린다.
식탁에 마주앉은 둘.
“와 묵이랑 브로콜리. 둘 다 진짜 좋아하는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 “
‘별로 대단한 반찬들도 아닌데 말은 참 이쁘게 하네.’
속으로 피식 웃으며 숫가락질을 하는 재영. 입에 밥과 반찬을 넣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음…’
마침 은석은 헐렁한 흰 티를 입고 있던 터라,
재영은 본의 아니게 숟가락질을 하려고 몸을 앞으로 숙인 은석의 가슴골과 젖꼭지를 보고 말았다.
팬티 안에서 살짝 꿈틀거리는 재영의 물건.
‘일주일 운동 안 했는데도 근손실도 없나. 가슴이 단단하네. 벗은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흥분하진 마시구요, 재영 씨.’
가볍게 헛기침을 한 후, 신경을 다른 데 돌리고자 재영이 은석에게 묻는다.
“운동은 어떻게 해요?”
“아, 집 근처 헬스장에서 합니다. XX 헬스장이라고…”
“XX 헬스장? 나도 거기 가는데. 거기가 집 근처라고요?”
“아… 네. 집이 00동이라서요.”
“아… 그러면 한 10분 거리구나. 여기서도 10분 거린데.”
알고 보니 헬스장이 중간 지점이었네. 거기서 봤어야 하나. 거기서 봤으면 사고 안 났으려나.
…아니지, 그랬으면 지금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할 일은 없겠지.
“전에 운동 몇 시쯤 한다고 했죠? 얘기한 거 같은데.”
“다섯 시 여섯 시 사이에 가서 샤워까지 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있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왜 한 번도 못 봤지? 나도 대충 일곱 시쯤 가는데.
아, 주중에는 한 두번 밖에 못 가긴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하하, 그런가 봅니다. 어쩌면 한참 운동하실 때 저는 샤워 중이었을 수도요. 시간이 대충 그럴 거 같은데요.
… 선배님 혹시 괜찮으면 내일 아침에 같이 운동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안 그래도 벤치 잡아줄 사람 필요했는데. 어차피 원래 운동할 예정이셨다면요.”
‘내일? 그래, 주중에 한 번, 많아야 두 번 밖에 못 가서 토요일이랑 일요일에 꼭 가긴 하는데.
하긴, 나도 벤치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긴 했어. … 괜찮겠지? 별 일 없겠지?
… 별 일? 무슨 별 일? 뭘 걱정하는 거야? 하-참.’
갑자기 허세랄까, 오기랄까.
“아 네, 좋아요.”
이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두 사람. 그러다,
“아아… 참.”
은석이 실수로 바지에 김치를 흘렸다.
“아니, 은석 씨 의외의 구석에서 칠칠맞네. 갈아입을 옷 줄게요 잠깐만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퐁퐁으로 문지르면 완전히는 아니어도 얼추 지워집니다”
그러더니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나 훌렁훌렁 바지를 벗는다.
‘어우 깜짝이야… 너무 과감해서 팬티까지 벗는 줄 알았네…’
은석이 싱크대로 가며 말한다.
“괜히 죄송합니다, 계속 식사하십시오.”
“아아 그래요.”
재영은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흰 티에 팬티바람인 은석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본다.
‘오늘은 하늘색 로우라이즈 드로즈네. 핏이 좋으니까 뭘 입어도 섹시하구나.”
자연히 그 날 작스트랩을 입었던 은석의 모습이 오버랩되듯 떠오른다.
그 때 작스트랩의 트인 뒷면으로 보였을 엉덩이는 못 봤지만, 상상 속에선 아주 자연스럽게.
‘아… 뭔 생각하는 거야. 애 앞에서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그만, 그만.’
재영이 이렇게 머릿속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사이, 은석은 퐁퐁질(?)을 마치고 다시 바지를 입고 와 앉는다.
재영의 뒤숭숭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이런저런 실없는 애기를 나누며
식사는 종료된다.
저녁식사 후에도 정해진 여덟 시까지 은석은 공부를 했고,
재영도 면학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마저 자기계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첫 날은 가고,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여섯 시 반에 XX 체육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내일… 괜찮겠지.’
*
여섯시 반. 새벽인데도, 물론
낮보다는 훨씬 서늘하지만, 덥고 끕끕했다. 여름은 여름.
“선배님!”
“아, 은석 씨.”
그 때 입은 회색 언더X머에 검은 반바지. 아… 역시 핏이 좋긴 좋다.
둘은 함께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차피 운동은 원래 자기 혼자 하는 거니까, 각자 루틴대로 하고 이따 벤치할 때만 서로 도와주죠.”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열운하십쇼 ㅎㅎ”
그렇게 둘은 각자의 루틴에 매진한다.
‘오… 팔뚝… 땀… 아… 나도 예전에 저랬었는데. 부럽다
부러워.’
재영은 운동기구 사이를 오가다 은석의 모습을 지나가듯 보게 되면, 잠시 부러워하다, 이내 자신의 운동에 집중한다.
그러다, 은석이 재영의 벤치프레스를 도와줄 때다.
“근력이 은석 씨처럼 썩 좋진 않아서… ㅎㅎ 잘 부탁해요.”
양 옆에 35kg씩 꽂은 봉.
벤치에 눕고 정자세로 봉을 잡은 재영. 아직 들기 전. 그런데…
‘아… 생각나 버렸다.’
잊고 있었는데, 은석을 처음 만난 날 저 반바지 보면서 그래, 그런 망상 했었지…
그… 노팬티로 입고 있을 때 밑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망상.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흰색 삼각이네.’
다행히(?) 노팬티는 아니었다. 아니, 그… 헬스할 때 노팬티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듣긴 해서.
그러나 재영에게는 ‘흰 삼각팬티’도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특히 엉덩이골을 따라 씹힐 듯 말 듯한 팬티라인 때문에 윤곽이 더 도드라져 보여서인가.
이렇게 되면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밖에 없다.
‘아… 봉 미는 거에 집중해야 되는데. 아랫도리에
신경이 팔려 버리면… 안 될 텐데.’
최대한 ‘착한 생각’을 하며 봉에 집중한다. 호흡도, 자세도, 최대한
정석적인 것을 떠올리면서…
아니 정석 자세랑 호흡이 뭐였지?
재영은 가까스로 가까스로 정신을 집중해서, 사고 없이 벤치프레스를 마치고, 교대하여 은석을 도와준다.
*
“수고하셨습니다.”
“은석 씨 확실히… 몸이 왜 좋은지 알겠네 중량을 그렇게 치고. 부럽다 부러워~”
“하하 아닙니다. 지금 이래도 오히려 나이 들면 선배님만큼 유지 못할 거 같은데요.”
함께 탈의실에 들어서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재영과 은석.
어제 재영의 집에서 그런 것처럼, 은석은 호쾌하게 훌렁훌렁 옷을 벗는다. 그 흰 팬티도.
문제는 재영이었다.
‘아… 설 거 같은데. 안 된다 지금은 안 돼.’
땀으로 글로시해진 은석의 완전한 나신을 보자, 자동반사적으로 아랫도리가 반응하려
한다.
간신히 추스려서, ‘반 발’ 상태 정도에서 재영도
완전히 나체가 된다.
“들어가시죠.”
샤워실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은석, 뒤따르는 재영.
가까스로 반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왠지 금방 완전히 설 것 같아 은석에게 보이지 않게
주의하며.
일요일 오전 6-7시에 헬스장, 웬만큼
성실하지 않고는 어렵다.
샤워장에는 그래서, 재영과 은석 둘 뿐이다.
“샤워장 넓은데 각자 널찍널찍 쓰지.”
“아, 그러시죠.”
재영은 왼쪽라인 맨 안쪽 부스, 은석은 오른쪽라인 가운데 부스에 각각 자리잡는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생각의 끈도 놓고 있자니,
발기도 어느덧 풀리고 자연스럽게 몸 구석구석을 씻는 재영.
그러다 거울을 문득 보는데, 거울 너머에 눈 감은 채 샤워기 물을 맞으며
서 있는 은석의 전면부가 보인다.
그리고… 붉은 핏줄과 선홍빛 귀두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서 있는 그의 중심도
그걸 본 순간, 역시 중간 과정 없이 바로 재영의 물건도 발딱 선다.
‘아니 좀… 우리가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긴 한데. 너무 과감한데.
이런 식이면 그 때 톡으로 옥신각신 해가며 7항을 넣은 의미가 없잖아.
저거 저거, 본인 공부하는 데 방해될까 봐 나는 엄청 신경 쓰면서 가라앉히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가라앉혀? 뭘? 욕구를? 내가? 쟤를 상대로? 아니, 맞아 몸이 엄청 섹시하긴 하지.
그리고… 그래, 성격도 맘에 들어, 그 능글맞은 성격. 그런데 그건 그냥 동생으로서 좋은 성격인 거고.
다 떠나서 쟤랑 뭘 할 수는 없지… 그래, 쟤를
만나는 건 딱 그 이유야.
내… 마음의 빚 청산. …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나도 참 이기적이구나. 그래, 원래 알았잖아. 영악한 놈이 최고인 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은석이 갑자기 눈을 뜨고, 재영과 눈이 딱 마주친다.
“그… 은석 씨 혹시 등에 비누칠 좀 해줄래요?”
엥. 갑자기 이 말이 왜 튀어나오냐. 이미
은석과 눈이 마주쳐 당황한 재영은 자기가 뱉은 말에 두 배로 당황한다.
아니 그… 저 상태에서 뒤에서 비누칠을 해주면…
“아, 네 좋습니다 ㅎㅎ.”
은석이 성큼성큼 다가와 재영의 뒤에 선다. 그리고 이내 재영의 등에 바디워시를 펴바른다.
‘어라, 이 손의 움직임은…’
맙소사. 최악에 최악을 더하네. 마사지하던 그
손놀림이다. 하… 내가 내 무덤을 팠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날의 그 무드. 향, 감촉, 소리… 재영의
물건이 내려오려면 이제 아마 한참 걸릴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은석의 큰
봉이 마치 핫도그 빵 사이 소시지처럼 재영의 엉덩이골 사이를 부비기 시작한다.
그 날 그런 것처럼, 재영은 말없이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 것으로 응수한다.
‘이거면… 알아 듣겠지, 그 때처럼.’
사실, 대놓고 이러지 말라고 하면 되는데 왜 그러지 못하니.
그야… 내 마음이 정리가 안 돼서 그렇지. 그래. 인정해. 좋잖아. 은석이의
성격도 좋고 육체도 좋아.
반대로 얘랑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이미 너도 확인한 것처럼 얘랑 전혀 상관없는 경한이 때문이잖아.
얼굴이 닮은 게 뭔 죄라고. 성격은 다르잖아, 너도
이젠 알잖아.
둘 중에 마음을 딱 정해.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쳐낼 거면 확 쳐내던가.
…라고 몇 분째 고민할 뿐이니, 고작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 게 재영의 최선인
것이다.
다행히, 역시나 눈치 빠른 은석의 물건은 더 이상 재영의 골짜기를 범하지
않았다.
다행… 이긴 한데. 아니, 그러고 보니 이렇게 눈치 빠르고 말 잘 들으면서, 지금까지 한 건
뭐야, 대놓고 플러팅?
“다 됐습니다, 선배님.”
머리가 복잡하던 사이 어느덧 끝.
“아아 응, 고마워요.”
“ㅎㅎ 괜찮으시면 저도 좀 해주시겠습니까? 품앗이. ㅎㅎ”
거절은 거절한다는 듯이 은석은 재영 앞에서 등이 보이게 돌아선다.
‘아…’
받았는데 안 해줄 명분은 또 없다. 아… 너무 능구렁이인데 왜 싫지 않은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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