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근육남 2화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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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야동이 필요없어졌다. 외로웠던 마음을 달래주는
배우들의 얼굴과 외모는 옆집 근육남에 비해 초라해보일뿐이다.
창 밖으로 외출하는 옆집 근육남의 뒷모습만으로 흐뭇하다.
날개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성난 어깨근육부터 역삼각형몸매, 사과처럼 탐스러운 엉덩이와 헐렁한 운동복인데도 타이트함까지. 앞모습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완벽하다.
그러나 나는 선천적인 외모부터 몸매, 능력 등 타고난 것이 없다. 백화점의 명품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명품처럼 찬란함과 달리, 구석에 있는 세일상품처럼 어쩌다 우연히 팔릴 것 같은 존재다.
명품매장에 있는 시계처럼 눈부시게 빛나며 걸어가는 모습. 시원하게 뚫린 거리처럼 앞으로의 인생은 하얀 티셔츠처럼 밝기만하다. 그리고 눈에 띌 정도로 인상적이다.
빛과 어둠 같은 벽으로 나뉘어진 두 세계처럼 극명하다. 어둠은 칙칙하고, 음습하고, 무섭고, 초라하고, 슬프고, 잔인한 존재지만, 빛은 밝고, 명랑하고, 아름답고, 기쁘고, 산뜻하고 행복한 존재다. 내가 어둠이라면 옆집 근육남은 빛이다.
나도 빛을 갈망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전기세, 스마트폰요금, 수도세, 대출, 월세 때문에 절약한다고 알바하면서 사는 것도 힘든데, 존재와 미래가 어두운 인생은 이제 지겹다. 옆집의 근육남이 나의 뮤즈이자 빛이다.
옆집 근육남처럼 살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다. 선천적으로 외모가 다르다. 성형수술로 어느 정도 인상을 좋게 보일 수 있지만,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바뀌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부작용도 뒤따른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몸을 만드는 것이다. 몸을 만들면 멋있어보이고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거기에 옷과 피부 및 헤어스타일만 다듬으면 인상이 달라져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근육남이 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식단은 이렇게, 운동은 이렇게 등 보편적인 공식이 있다. 어느 정도 열량에 맞게 영양소를 골고루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문제는 잡지나 해수욕장에서 떡 벌어질 정도로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문제다.
내 나이 26살, 20대가 지나기 전까지 근육남이 되고 싶다. 헬스장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자세를 유지하면서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PT를 받기에는 돈이 부담스럽다. 좋은 방법이 없으려나.
띵동
스마트폰에서 익숙한 알람이 들린다. 전원을 켜자 게이채팅어플에서 문자가 왔다는 표시가 떴다. 확인을 하자 외국인으로 보이는 회원이 HI라고 문자를 보냈다. 나도 hi라고 답장하자마자 사진과 함께 섹스를 원하는 문자가 나타났다. 나는 no라고 대답하고 삭제했다.
그리고 게이어플의 메인화면이 떴다. 근처에 있는 유령회원프로필사진이 즐비한데 거기서 눈에 띄는 근육남의 사진이 보인다. 클릭하자 처음에는 몸사진이 뜨더니 얼굴과 함께 찍은 것까지 나왔다. 옆집 근육남이였다.
옆집 근육남이 게이라니 전세계에서 1%도 안 되는 성소수자 중에서 0.1% 안 되는 역대급비주얼훈남이 옆집에 이사온 것도 모자라 게이라니 놀라웠다.
프로필에 있는 소개글을 읽는다. 뚱 x 중년 x 몸관리 되어있는 근육남,
NPNC, 애인과 살고 싶습니다.
뻔한 자기소개글이지만 충격이다. 내가 뚱은 아니지만 근육남은 아니니 아예 다가갈 수 없다. 보통 이런 글을 쓰는 유형은 자신의 관심에 드는 인물이 아니면 냉정하게 대하기 때문에 문자를 보낼 엄두도 나지 않는다.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말해서 긍정적이면 모를까. 거절당하면 실망은 물론 옆집에 사니까 어색해진다. 제가 운동 배우고 싶은데 운동 좀 가르쳐줄 수 있으세요? 라고 말하기도 꺼려진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운동 가르쳐달라고 하면 흔쾌히 받아줄 수 있을까. 만약 트레이너라면 모를까.
마음 맞는 사람과 산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가끔은 저런 비주얼의 근육남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근육남이 나를 향해 웃어주면 흐뭇해지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출근할 때 뽀뽀하고, 저녁에는 샤워하면서 므흣한 분위기에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 같은 존재가 근육남한테 다가갈 수 있을까. 벽이 있는 것처럼 극명한 세계에서 내가 근육남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
로또가 당첨되어도 근육남은 살 수 없고, 가능성이 있는건 내가 근육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근육남이 되는 동안 옆집 근육남은 다른 남자와 만날 것이다. 옆집 근육남 같은 스타일은 두 번 다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애인이 아니더라도 곁에 있고 싶다.'
무의식적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벽으로 가려져있어서 쉽지 않다.
순정만화처럼 창 밖을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이상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 한다. 옆집 근육남의 삶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 그러기 위헤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작은 상자를 복도에 가져다놓았다. 집으로 들어가고, 곧이어 옆집의근육남이 외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더니 집으로 들어갔다.
일주일이 지났다.
옆집의 근육남은 로봇처럼 규칙적이다. 보통 아침8시에 외출하여 저녁8시에 들어온다. 옷차림은 색깔과 디자인이 다르지만 운동복차림으로 다닌다.
지금은 아침 9시.
나는 집을 나와 곧장 옆집의 도어락에 손을 댄다. 5자리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간다. 떨린다. 근육남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근육남의 집은 깔끔했다. 거실에는 쇼파와 텔레비전부터 가지런하고, 부엌의 냉장고는 최신형인지 좋아보였다. 식탁에는 보충제와 영양제가 있고, 수도세요금고지서가 있었다.
냉장고를 열자 닭가슴살부터 샐러드, 해산물, 과일부터 요거트 등 건강함이 묻어나는 재료부터 간식으로 제로콜라, 허브음료가 있다. 냉동실에는 각종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아이트간편조리식이 있다.
안방으로 들어간다. 안방에는 침대와 옷장 그리고 사진이 있다. 사진은 근육을 뽐내는 근육남의 사진이다. 사진만 보는데도 흥분된다. 속옷만 입고 찍은건데 섹시함이 물씬 풍긴다.
옷장을 열어본다. 정장 몇 벌과 운동복과 일상복이 있다. 아래에는 속옷이 가득하다. 속옷은 드로즈인데 하얀색, 검은색, 빨간색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팬티를 하나 집어들어 냄새를 맡았다. 금방 빨래한 것 같은 깨끗함이 느껴진다.
나는 집을 살피고, 곧장 도청장치와 카메라를 설치한다. 콘센트를 열어 거기에 설치를 하고, 사진 뒤와 티비셋톱박스에 설치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열어 환풍구에 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그리고 팬티를 하나 가지고 집을 나왔다. 이제 실시간으로 근육남의 사생활을 훔쳐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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