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17) - 은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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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됐습니다, 선배님.”
말없이 비누칠을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친 은석이 말한다.
“아아 응, 고마워요.”
“ㅎㅎ 괜찮으시면 저도 좀 해주시겠습니까? 품앗이. ㅎㅎ”
거절은 거절한다는 듯이 은석은 재영 앞에서 등이 보이게 돌아선다.
*
‘탑이시라면, 본인이 좋아하는 그 자세를 하실 기회도 드려야지요.’
성격상 자기가 먼저 받았는데 이걸 빼실 분도 아니고.
못 이긴 듯 재영이 바디워시를 은석의 넓은 등에 펴바르기 시작한다.
“아… 선배님 불편하시죠? 이렇게 하면 좀 편하실까요?”
키 차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은석은 불쑥, 허리를 앞으로 90도만큼 숙인다.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닿는 이미 뜨거운
(+비누가 묻어 마찰에 쓸리지도 않고 쏙 들어오는) 재영의 물건, 귀두 끝.
너무 노골적인가 싶어 주저하게 되긴 하는데, 뭐… 어느 시점에는 결국 이 정도 레벨의 플러팅이 필요한걸.
그냥 그 타이밍이 살짝 빨리 왔을 뿐. … 이 pause를 보아하니 살짝 고민하시는 듯.
“저기 은석 씨, 우리 7항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까지는 뭐, 내가 거절 의사를 명확히 안 밝혔다고 치고. 이건 별로네요.”
“아… 그… 죄송합니다.”
‘아… 내가 좀 무리수였나? … 뭐가 됐든, 1번 예상은 확실히 아닌 듯하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는 것이거나, 전 애인 생각 나서거나 둘 중 하나네 그럼.’
머쓱해지긴 했지만, 수확이 있으니 그걸로 됐다.
은석이 다시 상체를 일으키고, 앞으로 빠지려 한다.
재영이 그런 은석의 등을 짝 소리 나게 때리며 말한다.
“아, 이렇게 머쓱해 할까봐 아까 그렇게 완곡하게 사인을 줬건만 말하니까 대놓고 이렇게 풀이 죽으면 어떡해요.
등 대요 빨리. 품앗이는 품앗이 맞으니까. 그냥 선만 지켜요. 아닌 거 같으면 내가 말할 거니까.
은석 씨 눈치 빠른데 몇 번 그러면 알아서 선 지키겠지. 몇 번까지? 세 번까지 봐 줄게요. 삼진 아웃이야.”
“아하하… 네.”
그 뒤로, 둘은 각자 물건이 가라앉은 채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 말없이 씻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재영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괜히 좀 전의 야릇함을 곱씹게 되는 은석이었다.
몸이 뜨거운 재영의 따뜻하고 촉촉한 엉덩이골, 반대로 내 뒤 구멍에 느껴졌던, 마찬가지로 따뜻한 그의 귀두 촉감…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으… 안 되겠다.’
“그… 저 먼저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아아, 네, 다 씻었으면 그렇게 해요.”
다행이다. 원래 나가서 수건으로 닦으려 했지만, 은석은 지금 물을 끄고 서둘러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그리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배에 수건을 대어 물건을 가린 채, 먼저 샤워장을 나선다.
휴, 수건을 갖고 들어오길 잘했다. 부스 칸막이에 널어둔 것이 천만다행.
나가면서 흘끗, 재영의 물건을 본다.
발기되진 않았지만, 표피가 까진 것으로 보아 좀 전까지 발기되었다가 막 가라앉은 상태인 듯.
아… 그게 더 은석을 흥분시킨다. 재영도 욕정을 가라앉히려 애쓰고 있다는 방증 같아서.
이 상상이 가라앉으려던 은석의 물건을 다시 바짝 세운다.
은석은 나가서 부랴부랴 옷을 입고 (바지는 노팬티인 채로 입었다) 헬스장 화장실로 간다.
변기칸 하나에 열고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붉게 달아오른 자신의 귀두와 핏줄 선 기둥을 매만진다.
후두둑. 흰 그것들이 변기통 한가운데에 골인한다. 후우, 흥분감에 참았던 숨을 내쉰다.
*
월요일.
아침 일곱 시.
‘후… 오늘부터 시작이네. 작전
변경이다. 바람 전략 말고, 햇빛 전략. 날 편하게 생각하게 해서, 털어놓게끔.’
저 혼자 큰 각오를 하고 띠리릭, 도어락을 누르고 들어오는 은석.
“아, 은석 씨 왔어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 :) ”
“아침 먹었어요? 방금 안 그래도 은석 씨 올 거 생각해서 토스트랑 계란 후라이랑 스팸 한 장씩 더 구웠는데.”
‘와… 확실히, 배려랑 자상함이 디폴트로 깔려 있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만 아니면 아마 손님한테 원래 이렇게 대접할 듯.’
“아 정말요? 와, 원래 아침밥 잘 안 먹는 편인데 거를 수가 없겠네요 감사합니다!”
“아침밥을 안 먹어요? 와… 또 꼰대 되게 만드네. 머리 회전 잘 되려면 아침 식사는 꼭 먹어야 돼요.”
“어유 꼰대라뇨. 다 애정에서 하시는 말씀이죠. 마치… 아버지 같은?”
“야이 아버지라니…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ㅋㅋㅋ 아 정말… 천천히 씹어 먹어요, 안 뺏어먹어요.”
점심시간.
냉장고에서 찬거리를 꺼내고, 밥솥에서 밥을 퍼서, 잠시 식탁의 책을 한 쪽으로 치우고 점심을 먹는다.
‘선배님도 식사하셨으려나. 지금 앱으로 날 보고 있으려나.’
아는 누군가 보고 있다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군다나 좀 이따 오늘 공부한
걸 물어볼 거라고 생각하니 의욕이 솟는다.
‘그래, 든든하게 먹고 열심히 하자. 선배님의
의중에 신경쓰는 건 이따 퇴근하시면. 지금은 공부에 집중, 또
집중.’
여덟 시, 재영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선배님 오셨어요?”
“네 은석 씨, 저녁은 먹었어요?”
“네 ㅎㅎ 반찬이 맛있던데요. 아 근데…
갑자기 저 때문에 입이 두 배가 돼서 반찬 빨리 동날 거 같아요, 김치가 얼마 없던데.”
“아… 안 그래도 부모님이 택배로 부치셨다고 했어요 며칠 전에.
벌초하러 갔을 때 김치도 싸 가지 그랬냐고 하시던데, 다른 반찬들 양손에 잔뜩 들려주신
건 기억 못하시나 봐.”
“아 다행이다. 그런데.. 고향이 혹시 전라도 쪽인가요? 뭔가 저희 집 김치랑 맛이 비슷한데. 멸치 속젓 많이 들어간?”
“오 눈썰미..? 아니지 뭐라 하지, 아 미각이 뛰어나네요 ㅋㅋ 네 여수예요.”
“아아 어쩐지… 아 그럼 그 때 마사지 받을 만했네요 여수에서부터 차 끌고 올라왔으면… ㅋㅋ”
“ㅎㅎ 그쵸? 아… 그 날은 차에 에어컨 틀었는데도 너무 덥더라. 아 근데 그러면 은석 씨도 고향이…?”
“아, 전 이 동네 20년 넘게 쭉 토박이에요. 어머니가 순천. 아버지가 청주요.”
… 이야기꽃.
“아, 그건 그렇고, 오늘은 그래서 뭐 공부했어요? 아까 점심에 잠깐 보니까 열심히 하긴 하는 거 같던데.”
“아 보셨어요? 흐… 나름 의식하면서 열심히 했는데 보람 있네요. 오늘은 법인세회계 했는데…”
…
‘아직 첫 날 하루지만, 재밌다. 공부는
물론 오롯이 혼자 하는 거고 ‘같이 하는 공부’는 망하는
지름길이지만…
이렇게 누가 ‘검사’해주는 건 또 다른 얘기지. 그래, 지금 누릴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건 내 몫.
내일 운동 가려면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집에 가자마자 자야지.’
*
화요일.
아침 다섯 시 15분.
헬스장에 출근해 벤치프레스를 하는데 문득문득 생각나는, 자신의 바지를 올려다보며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는 재영의 얼굴.
‘아… 안 돼. 운동에 집중해야 돼. 까딱하면 사고난다. 운동 초짜처럼 굴지 마.’
아침 일곱 시.
여기선 생략. ‘재영의 시선’에서 살펴보자.
점심시간.
새벽부터 너무 일찍 일어나 운동한 탓일까. 거기에 방금 밥까지 든든히 들어가니, 쏟아지는 식곤증…
“은석 씨.”
“아아 넵!”
“점심 먹었어요?”
“아.. 네 방금.”
“점심 먹으니까 졸리죠? 너무 방 안에만 있지 말고 중간에 한 번씩 나가서
바람 쐬어요.
에어컨 바람 계속 맞으면 머리 아프고, 머리 안 돌아가.
중간에 환기도 한 번씩 꼭 하고. 알았죠?”
“아.. 네 ㅠ 안 졸고 열심히 할게요 연락 감사합니다!”
“ㅎㅎ 네 이따 봐요.”
‘… 자상하긴 진짜 자상하네. … 날 닮았다는 그 전 애인에게도… 이렇게 자상했겠지.
아… 그 사람과도 여기서 동거했을까?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역시 내 생각대로 그를 나에게 투영하고 있진 않을까?’
‘아, 지금은 이걸 생각할 때가 아냐. 그래… 이런 생각이 피어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관조(觀照)하자. 그래… 지금 이런 생각이 피어나는구나. 그렇구나. 잘 알겠다. 공부
생각으로 전환. 후- 심호흡.
일곱 시 반쯤, 재영 집 도착.
“다녀오셨어요- 어제보다 좀 더 일찍 오셨네요.”
“아아… 내일 어차피 야근 각이라서 그냥 오늘 빨리 왔어요.
보니까 저녁엔 사람 너무 붐비고 내일 새벽 아니면 이번주도 주중에 운동할 시간은 빠듯할 거 같아서,
오늘은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 갈까 해요. 내일은 은석 씨 와도 난 아마 없을
거예요. ”
“아아 네.. 확실히 대단하시네요 저 같으면 언감생심 운동은 포기하고 살 거 같은데..”
“아… 또 꼰대 등판이긴 한데, 이
나이 되면 어쩔 수 없어요. 체감하는 체력이랑 건강검진 결과 보면 안 할 수가 없어.
무슨 대단히 몸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살려고 하는 거야. ㅋㅋ
지금 몸 많이 만들어 둔 거 잘한 거예요. 나중에 그거 조금씩 까먹으면서 사는 거야. ㅋㅋ”
“ㅋㅋㅋㅋㅋ…. 너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서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ㅋㅋㅋ”
… 근황토크.
“그래서, 아까 그렇게 졸더니. 오늘은 무슨
공부했는지 브리핑해 봐요.”
*
수요일.
아침 일찍 재활치료를 다녀오고, 재영의 집에 도착하니 열두 시쯤.
‘와… 요 근래 새벽에 운동하고 바로 여기 와서, 저녁에
좀 시원해져서야 집 들어가느라 몰랐는데, 엄청 덥네 진짜…’
걸어 오면서도 믿기지 않아서 보니 폭염주의보라고? 어휴.
요 며칠 새 벌써 재영의 집이 편해진 것일까. 열려 있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켠다.
그리고, 제 방에서 하듯 옷을 훅훅 벗고 팬티바람으로 식탁 앞에 앉는다.
‘… 점심시간이라… 보실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 뭐 어때,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그렇다고 내가 뭐 다 보는데 ㄸ칠 것도 아니잖아. 너무 더우니까 땀 좀 식을
때까지만. 식으면 옷 다시 입어야지.’
정신없이 공부하다 (옷은 한 30분 정도 지나서 다시 입었다) 문득 시계를 보니, 8시 52분.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집중도
좋고. 이 페이스만 쭉 유지되면 좋겠다.
그나저나… 내일 또 운동 가려면 얼른 집 가서 자야 하는데… 선배님은 언제 오시나. 톡 남겨볼까.
(은석) “선배님 아직도 야근 중이신지요?”
몇 분 안 되어서 재영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먼저 들어가라고, 영상은 이따 알아서 보고, 오늘 공부한 내용은 내일 함께 물어보겠다는 재영의 말.
‘와… 피곤하실 텐데 영상도 보신다고. 진짜… 안 지 얼마 안 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없는데. 물론
난 좋지만.
저번에 확인한 것처럼 나를 이뻐 하시긴 하지만 연애감정으로서는 확실히 거리를 두시는데.
선의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생각하며 전화를 끊는데, 이내 떠오르는 오늘의 기억.
‘아 맞다 아까 오자마자 팬티만 입고 있었는데… 이따 빼박 보겠네.
… 상관없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밤에 선배님 혼자 그걸 볼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민망하다…’
뭐, 민망한 건 민망한 거고, 이미 벌어진 일… 몰라 일단 집에 가자.
(은석) “헤헤. 네 그럼 염치불구하고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재영) “그래요 조심히 가고 내일 봐요.”
금요일,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이렇게 순탄하고 꽁냥대는 하루가 계속되는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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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냥꽁냥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려나 주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