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24) - 재영과 은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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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네 얼른 가봐요 은석 씨. 일단, 더 할 얘기 있으면 이따 톡이나 전화로 하고 아니면….”
“가족들이랑 시간 좀 보내다 이따가 한 세 시 쯤? 출근할게요. 휴일 없다면서요.”
왠지, 오늘 지나고 내일 보면 다시 어색해질 것 같아.
서로 간의 마음의 벽이 사라진 오늘, 이따 꼭 다시 봐야 해. 그래야 이 편안함이 유지될걸.
“아.. 그래요. 이따 봐요.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 지금도… 반쯤 젖은 옷 입고 들어가게 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이따 봬요!”
은석은 후다닥 채비해서 나가고, 재영은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
은석 씨가 집에 가고 나자, 재영은 다시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워낙 정신없이 몰아친 아침이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대충 정리하면, 은석 씨가 그 빠른 ‘눈치’로 추궁했고, 난 진실을 실토하고, 사과했고.
자책 갖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나는 은석 씨에 대한 마음을, 은석 씨는 나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고.
은석 씨가 마사지를 하계 된 경위를 듣고. 난 상관 없다고 하고. 그리고…’
‘우리는 계속 같이 지내기로 하고.’
예상한 것보다 너무 순탄하게 일이 풀려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 재영이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은 있다. 은석이나 재영이나, 각자가 상대에게 갖는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러려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함께 대화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해. 몸의 대화 말고.’
‘그치만… 은석 씨는 공부해야 하는데.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을 순 없는데.’
‘굳이 요란하게 뭘 할 필요 있나? 지난 한 주간도 충분히 꽁냥꽁냥했는데 사실.
별다른 게 아니지. 대화 많이 하는 게 장땡이지. 대화
내용을 대신 서로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으로.
아침 출근시간이랑 퇴근하고 은석 씨 집 들어가는 아홉 시까지를 잘 활용해야겠네.
… 이번 주는 최대한 퇴근하고 부지런히 집에 와야겠구만.’
이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TV를 켜는 재영.
그러고 보니 주중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주에 은석 씨 템포에 맞춰
나도 내 밀린 공부하느라 TV를 본 지는 오래 됐구나, 싶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네, 참가번호 22번, 쌍하차 밴드, 무대 위로 나와주세요.”
이내 카메라에 클로즈업되는 건…
‘…?! 차경한? 경한이?’
잘못 봤나? 싶었는데 화면 하단에 ‘차경한’ 자막으로 확인사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누워서 리모컨을 돌리던 재영이 자세를 고쳐 앉는다.
무슨 프로그램인가, 좌측 상단 프로그램명을 보니 무슨 밴드 오디션 같은 것.
재빨리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니, 지난주부터 시작한 모양이다.
‘아… 슈X밴드 비슷한 거 한다더니 그건가 보다.’
(심사위원 A) “쌍하차 밴드… 차경한
씨? 가 리더시고.
(참가자 명단 보더니) 아아아~ 멤버가 하 씨
두 분 차 씨 두 분해서 네 분 ㅋㅋㅋ 그래서 쌍하차 밴드.
아니 신기하네요 멤버 성이 어떻게 이렇게 모이셨대요. 뭐 다 같은 밴드동아리 출신? 이세요?”
(경한) “그러게요 성이 이런 건 저희도 신기합니다.
아뇨 저를 중심으로 전 직장 동료, 대학 후배, 감성주점
인연, 뭐 그렇습니다.”
(심사위원 B) “와 신기한 조합인데요 ㅋㅋㅋ 아니 근데, 전문 가수는 아닌데,”
(심사위원 A) “아니 우리 프로 그런 장벽 없잖아요. 초치지 마요 XX 씨. ㅋㅋ (대충 심사위원들끼리 몰이+자막)”
(심사위원 C) “ㅎㅎ… 그건 그렇고 리더인 차경한 씨가 A전자? 출신이시네요. 아니 근데 왜 관두시고.”
(경한) “아… 일단 남들 다 하는 회사 취업 저도 경주마처럼 따라가다 어찌어찌 늦은 나이에 했는데요.
막상 1, 2년 다녀보니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뭐, 이미 세간에는 뻔하디 뻔한 말이긴 하지만,
대학 가면 그게 끝 같고, 취직하면 그게 끝 같고 했는데 그게 시작이고… 사는 게 뭔가, 한동안은 이리저리 헤맸습니다
그러다 예전에 친한 친구랑 자주 갔던 감성주점에 가니까.. 그 때 여기서 기타 하나 들고 다들 박수갈채 해주고 그랬는데.
그 때가 한참 취직 안 될 때였거든요. 그런데도 비록 작지만 공연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
자존감이 많이 낮았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뭐 그런 게 기억 나더라고요.
그 친구 눈에도 그런 게 보였는지 자주 데려와 준 게 새삼 고마운데, 암튼,
아, 아까 얘기했듯 멤버 한 사람, 여기 이 키보드 치는 친구를 그 감성주점에서 만났구요.
이런 식으로 다른 멤버들도 제가 아픈 곳(?)을 건드리니까 브레멘 음악대처럼, 뭐 그렇게 됐습니다.”
… 잘 살고 있었구나. 나이만 찬다고 마음고생 많이 하더니, 그래, 결국 취직했었구나.
그러다 관두고 음악하러 나가다니… 그것도 너답긴 하다. 너 기타도 진짜 잘 치고 노래도 잘 했어, 아마추어답지 않게.
‘… 그 시절에 나랑 거기 간 걸… 그렇게 기억해 주고 있었구나. 고맙다… 그냥 고마워.’
방송이니까, 애인이라고 차마 못 하고 친한 친구라고 한 건 이해한다.
마음 한 켠에 뭔가 응어리진 것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이제 정말… 내려놓을 수 있겠다.
은석 씨를 볼 때도… 편한 마음으로.
*
“출근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석.
“은석 씨, 우리 그대-로 다시 나가죠.”
“네?”
“그… 공부에 몰두하려는 본인 의지 알겠고 제가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한데. 같이 장 좀 보죠.”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일단… 계속 같이 지내기로 했는데 은석 씨도 말했죠. 입이 하나였다 둘이 되니까 반찬이 빨리 줄긴 해요.
그러니까 은석 씨 취향도 반영해서 찬거리 좀 사죠.
그리고 오늘은 아무래도, 서로 이런저런 오해나 궁금했던 것들 해소된 좋은 날이잖아요.
공부해야 될 때 이런 말해서 미안하긴 한데. 같이 데이트 좀 해요.”
‘데이트… 라고 했다.’ 괜히 설레는 은석.
“그… 네, 반찬 빨리 줄어든다는 데는 저도 할 말이 없으니… 알겠습니다. 가시죠.”
“크, 역시 애매한 대답이 없어서 좋아요. 자, 그대~로 유턴!”
*
은석 씨는 안 먹는 음식 있어요? 아뇨 딱히 가리는 건 없습니다.
그럼 최애 음식은? 어… 도토리묵이랑. 연어. 오리고기? 선배님은요?
뭐야, 최애음식 맞아요? 저탄고지 식단 아니고? ㅎㅎ 어라 그렇게 되나요. 먹어버릇 하다 보니 좋아하게 된 건가. ㅎㅎ
음… 나는, 고수 많이 들어간 거 일단 좋고. 양식이냐 한식이냐 하면 한식인 것 같고.
네? 본인 취향을 너무 모르시는데.. 아침에 떡 한 번 드신 거 빼고 밥 먹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아아 아침은 어쩌다 보니 습관이 그렇게 잡혀 버려서 그래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맞벌이셔서 집에서 혼자 챙겨 먹기 쉬우라고 부모님이 그렇게 해놓고 나가실 때가 많았어서.
은석 씨가 내가 회사에서, 밖에서 먹고 다니는 걸 못 봐서 그런 소리 하는 거예요.
아, 말 나온 김에 식사하고 들어갈까요? 그러고 보니 은석 씨 맨날 똑같은 우리 집 집밥만 먹은 거잖아.
아니죠, 한 번 치킨도 사주셨잖아요. 아 맞다맞다.
굳이 사먹진 말고… 그냥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찬거리 사서 오늘 저녁에 뭐 같이 해 먹으시죠?
오 그거 좋다. 은석 씨 요리 잘해요? 어… 웬만큼은요? 자취할 때 많이 해봤어요. 미각도 좀, 나쁘지 않고.
아 하긴 접때 보니까 멸치속젓 캐치할 정도면, 미각이 그냥 좋은 수준이 아닌 거 같은데. 하하.
자취? 라고 하면 어디서? 학부가 어디였어요? 아, XX대요. 와, XX대? 은석 씨 공부 잘했네…
… 그렇게 장을 보면서도 이야기꽃을 피우며 점점 서로에게 가까워져가는 두 사람이었다.
*
그렇게 장 보고 집에 와서… 소고기무국을 끓이고 있는 은석?
“어… 은석 씨, 난 진짜 괜찮아요. 이제 멀쩡하다니까요? 술 마신 지가 언젠데 해장이야…
더워 죽겠는데 이 날씨에 국 끓인다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아휴…”
“ㅎㅎ 아닙니다. 뭐 그것도 그건데, 아까 재료 보니까 안 살 수가 없어서. 제가 먹고 싶어서 그래요.”
“아니 굳이 덥게 요리하면서 그렇게 팬티만 입고 앞치마만 두르고 있으면.”
“아니 ㅋㅋ 7항 잊지 마요. 지금
충분히 더운데 뒤에 다가와서 들러 붙으면 이 뜨거운 국자로 때려드릴 겁니다.
가뜩이나 몸에 열도 많으신 분이.”
저거저거 말투만 존댓말이지 따박따박. ㅋㅋ 그저 뒤에서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재영.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도토리묵무침과 소고기무국을 내어오는 은석.
“와… 은석 씨 장가가면 엄청 이쁨 받겠네 가정적인 남자로.”
“… 놀리는 거죠?”
은석이 냄새 및 열기 빼낸다고 후드도 켜고 에어컨 끄고 창문도 연 바람에,
재영과 은석 모두 팬티바람으로 식탁에 앉는다. 뭐 어때, 이미 아침에 그 오래 진지한 얘기 하면서 이 차림이었는데.
“잘 먹을게요 은석 씨.”
“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ㅋㅋ 아니 군대냐고.
숟가락을 들고 막 먹을 찰나, 요리하느라 더웠겠다, 은석에게 향하도록 (에어컨 대신 켠) 선풍기 방향을 돌려주는 재영.
… 그 때 재영의 눈을 사로잡는, 송골송골 땀 맺힌 은석의 가슴, 그리고… 젖꼭지. 역시나 반응하는 재영의 물건.
“그만 보시고 식사하시죠, 제 젖꼭지 닳아 없어지겠습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재영이 은근슬쩍 발뺌한다. 그러자,
‘앗…’
돌연 재영의 팬티 위에 느껴지는 은석의 발. 은석이 다리를 뻗어 재영의 물건에 (정확히는 팬티의 그 부위에) 발을 얹었다.
“이젠 저한테 거짓말하시면 안 되죠, 선배님? 몸은 이렇게 솔직하신데.”
발가락을 몇 번 부비더니, 재영의 기둥 윤곽을 정확히 캐치한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기둥이 오게 해서, 발가락을 위 아래로 움직여 자극하는 은석.
“아흐…”
몇 번 부비다가 이내, 좀 더 과감하게 엄지와 검지 발가락을 집게처럼 해 밴드를 잡아 내린다.
각도상 팬티를 완전히 내리지는 못하고, 대신 드러난-벌써 프리컴이 번들거리는-끝 부분을 문지르는 은석.
‘… 이제 경한이에 대한 죄책감도 내려 놓았겠다… 정말 경한이랑 상관없이 은석
씨가 공부에 집중하게 해 주고 싶은데.
시도때도 없이 이런 몸의 대화가 계속되면 안 돼. 초장에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팬티를 훌렁 내리는 재영.
빨리 허물을 벗고 싶었다는 듯, 프리컴으로 반들반들해진 귀두가 머리를 치켜들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재영은 식탁 맞은편으로 팔을 뻗어, 은석의 머리에 올리더니 푹 누르는 시늉을 한다.
“… 숟가락 뜨기만 했어요, 입 안 깨끗합니다?”
역시 사인을 바로 이해한 은석은, 이 말과 함께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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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입니다.
담편 더 기다려 지네요..
하지만 작가님도 개인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어 그냥 기다려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