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 사건 - 5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5>


  박형사는 전화를 끊고 투 썸 플레이스로 향했다. 박형사는 누군지 몰랐지만 상대방은 박형사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듯 했다. 박형사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자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박장태 씨....”


  전화를 건 사람이었다.


  “딱 봐도 알겠네.... 형수가 좋아할 만하네요. 들어갑시다.”


  박형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 커피는 내가 사야겠죠? 저기 구석 자리에 앉아 있어요.”


  커피를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는 이에게 박형사가 물었다.


  “누구시죠?”


  “나는 눈치 챌 줄 알았는데.... 강병무라고 합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악수부터 할까요?”


  박형사는 병무가 내민 손을 조금 망설이다가 잡고 몇 번 흔들었다.


  “힘 좋으시네. 형수가 좋아하겠어....”


  “혹시 형수가 전에 만나던 분입니까?”


  “이제야 눈치 채셨네. 네 맞아요. 형수가 내 애기 안 하던가요?”


  박형사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그 새끼 지가 만난 놈 얘기 잘 하는데 장태 씨한테는 안 했나 보네요. 나한테는 맨날 비교질 했었는데....”


  “그럼 제 얘기도....”


  “당연히 했죠. 파출소 순경이랑 만난 적 있다고.... 힘이 장사라고....”


  “제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거야 쉽죠.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왜 연락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박형사는 말없이 병무의 눈만 쳐다봤다. 자신이 꼭 삼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장태 씨, 형수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


  박형사는 형수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병무의 물음에 답했다. 덩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이이고, 일반외과 전문의이고, 혼자 살고.... 바텀이고.... 결벽증이 있고.... 자기중심적이라 말을 가려 하지 않고.... 억지로 몇 가지를 끄집어냈지만 모두 피상적인 것들이었다.


  “능력 있고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렇죠. 게다가 귀여워서 뚱 좋아하는 게이들은 다 넘어가는 외모도 가지고 있죠. 초면에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섹스를 무지 좋아해서 남자 없이는 못 사는 놈이에요. 그 새끼 똥꼬 한 번이라도 먹은 놈은 절대로 못 잊죠.”


  “그래서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만나던 애인 제가 빼앗아가서 다시 내놓으라는 겁니까?”


  “형수 다시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을 거에요?”


  “절대로....”


  “마음에도 없으면서 그런 걸 왜 물어요? 형수가 물건도 아니고 우리끼리 흥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에요. 그리고 장태 씨가 처음 형수 만났을 때 장태 씨 몰아낸 사람이 나니까 형수랑 다시 사귀는 거 신경 안 써요.”


  “그럼 왜....”


  “처음 장태 씨 만나자고 했을 때는 다른 마음이 있었는데 장태 씨가 형수를 아직 모르는 거 같아서 마음이 좀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는데요?”


  “장태 씨도 이제 짐작을 할 거에요. 최형수 그 인간 남자 하나로 만족할 줄 모르고 이놈 저놈 만나고 다니는 거.... 자기 맘에 들면 몇 달 만나다가 싫증나면 금방 갈아치우고.... 능력되고 외모도 되니까 그게 가능한 거겠죠. 근데 최형수 이놈이 또 아무나 안 만나거든요. 괜찮은 사람만 만난다는 거에요. 형수랑 사귄 사람을 다 만나봤는데 다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서 나도 그 사람들 만나서 섹스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처음엔 형수만 바라보지 말고 나랑도 가끔 만나서 섹스하자고 연락한 거에요. 나 정도면 어디 빠지지 않는 외모잖아요.”


  박형사는 병무를 찬찬히 살펴봤다. 둥글둥글한 인상에 그냥 살만 찐 것이 아니라 다부진 체격이었다. 소위 뚱근육의 전형이었다. 게다가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올 때 박형사는 불룩한 앞섶을 본 터였다.


  “장태 씨 정말 마음에 들어요. 어때요, 나랑 한 번 할래요? 나 섹스 잘하는데.... 탑이라고 버티던 놈도 나랑 한 번 자면.... 뭐 더 이상 말 안 할게요. 아마 지금 장태 씨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올 거니까.”


  박형사는 대답할 말을 먼저 넘겨짚어서 하는 병무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박형사도 병무가 마음에 들었다. 만약 형수와 함께 살지 않는다면 병무의 제안을 단박에 받아들일 것 같았다.


  “생각 있으면 연락 하라고 라인 아이디만 주고 갈 생각이었어요. 근데.... 한 마디 더 해야겠네요. 이건 내 추측인데.... 요즘 형수한테 취미 하나가 생긴 거 같아요. 짐작 가는 거 있어요?”


  “자전거 타러 다니긴 하는데....”


  “그거랑 비슷한 시기에 생긴 취미.... 2년 전인가.... 형수랑 나랑은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는데 암튼 나랑 사귀고 있을 때에요. 형수가 수술을 하다가 의료 사고가 났거든요.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폐혈증이 오는 바람에 환자가 죽었어요. 뭐 외과 의사한테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별 문제 없이 지나갔구요. 근데.... 형수가 나한테 그랬어요. 자기 손에 사람 목숨이 달려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하다구요. 장태 씨도 알겠지만 형수 그 새끼 공감능력 제로잖아요. 너무 소름끼쳐서 처음으로 뭐라 그랬어요. 꺼지라는 말에 금방 후회하긴 했지만.... 그때 헤어지고 다시 만난 게 1년 조금 안 돼요.... 진짜 소름끼치는 건 지금부터에요. 형수랑 다시 만나고 나서부터 또 비교질이 시작됐죠. 내가 먼저 시작했어요. 그놈들 보다 역시 내가 낫지 않느냐고....”


  박형사는 병무가 재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무의 말이 이어졌다.


  “형수도 인정했어요. 장태 씨도 인정하는 표정 같네요. 하하하하 나 벗겨 놓으면 더 괜찮아요. 자지도 크고.... 암튼 형수랑 잘 만나고 있었는데, 이 새끼가 또 변덕을 부리는 거에요. 밥만 먹고 살다보니 다른 것도 먹고 싶었겠죠.... 하루이틀 일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딴놈이랑 놀다가 또 다시 저를 찾을 게 분명하니까.... 그 딴놈이 장태 씨더라구요. 마음속으로 형수한테 얘기했어요. 넌 얘랑 놀아라, 나도 딴놈이랑 놀고 있을 테니까 하구요. 그래서 딴놈들이랑 놀려고 연락을 했어요. 형수가 만나던 사람들 말이에요.... 근데.... 연락이 안 돼요. 다섯 명이나.... 한두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다섯 명 다 연락이 안 되니까 이상하잖아요.... 알아 보니까 와~ 씨.발.... 다 죽은 사람이에요. 장태 씨도 형사니까 알죠? 사마귀....”


  박형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무덤덤하게 고개만 끄덕이는 박형사를 보고 오히려 병무가 더 놀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안 놀라요? 사마귀 사건 피해자가 다 형수랑 관계있는 사람이라니깐요.”


  “알고 있어요.”


  역시나 무덤덤한 박형사에게 병무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형사라 겁이 안 나는 건가.... 암튼 조심해요. 형수 그 새끼 좀 이상한 놈이니까....”


  “형수를 의심하는 거에요?”


  “그렇잖아요. 형수 주변 사람들이 다 죽었는데....”


  “저랑 병무 씨는 안 죽었잖아요.”


  병무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으로 박형사를 바라봤다. 박형사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저나 병무 씨도 형수 주변 사람이잖아요. 만약 형수가 범인이라면 저나 병무 씨한테 언젠가는 위기가 오겠죠.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인데요.... 형수가 저 버리고 병무 씨한테 다시 만나자고 하면 어떡하실래요?”


  병무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박형사는 약간의 미소를 띠고 말을 이었다.


  “저랑 똑같네요.... 병무 씨도 다시 만날 거잖아요.”


  병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박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형수가 그런 사람인 거 같아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잡아먹힐 걸 알면서도 본능에 이끌려 교미를 하는 수컷 사마귀.... 그게 바로 저랑 병무 씨에요.... 형수가 암컷 사마귀라는 건 아니구요....”


  병무는 소름이 끼치는 듯이 육중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씨.발.... 장태 씨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수컷 사마귀.... 암튼 조심해요....”


  박형사는 일부러 큰 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저 형삽니다.... 저보다 병무 씨가 더 걱정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 병무 씨랑 만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데....”


  병무도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장태 씨가 저를 모르나 본데, 저 웬만한 사람한테 당할 사람 아닙니다. 제 별명이 배우 마동석 닮았다고 강동석이에요 강동석.... 내가 얼마다 힘 좋은 사람인지 한 번 느껴 볼래요?”


  “저 탑입니다.”


  “하하하하 다 그랬다니깐.... 탑이라고 잘난 척 하다가 내 조ㅈ 한 번 빨고 다 똥구멍 벌리더라고.... 괜한 자존심이에요. 탑이 자존심 내세울 만한 것도 아닌데.... 바텀이 오히려 더 대단한 거에요. 엄밀히 말해서 바텀이 탑을 따먹는 거잖아요.... 나도 나보다 더 조ㅈ 크고 힘 좋은 사람 있으면 얼마든지 똥구멍 벌릴 수 있고.... 암튼 몸 조심하고.... 생각 있으면 연락해요. 나랑 한 번 자면 탑이라는 자존심이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거라는 걸 느낄 테니까. 변덕 심한 형수가 나를 놓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에요....”


  병무는 연락처를 남기고, 바지 속의 자지를 한 번 추스린 뒤 커피숍을 나갔다. 박형사는 차에 오르는 병무의 뒷모습을 보며 계속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형수에게 품었던 마음이 병무를 만나면서 좀 더 확실해졌다. 하지만 한 편으로 새로운 의심이 싹트기도 했다. 바로 병무였다.

  형수보다 오히려 병무가 더 의심스러웠다. 엄밀히 말해 형수는 살해 동기가 분명하지 않았다. 헤어졌다고는 하지만 형수가 마음먹기에 따라 다시 만나기도 했으므로 형수 입장에서는 자기랑 만나던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 살해 동기로 따지면 형수보다 병무가 훨씬 더 분명했다. 형수가 남자를 갈아치울 때마다 이별을 통보 받았던 병무 입장에서는 그 남자들이 눈에 가시였을 테고, 병무가 그 남자들과 만나서 섹스를 했다는 것은 병무의 말이었으니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 쳐도 형수가 만났던 사람을 병무가 만났다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이었다.


  박형사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모방 범죄까지 일어난 사마귀 살인 사건의 스모킹 건은 형수가 쥐고 있는 셈이었다. 그것을 단서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몫은 박형사에게 있었다. 그것은 또 박형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김형사에게 보고해야 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박형사는 고개를 저었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모두 털어 버리려는 듯 했다. 박형사의 머릿속에는 형수에 대한 생각이 뿌리박혀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형수는 그런 존재였다. 형수를 사랑할 수만 있다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형수에게 버림을 받고 난 후의 삶이 얼마나 보잘 것 없었는지는 박형사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온 마음을 바쳐 사랑을 하고 싶던 형수, 형수에게 버림을 받고 무기력하게 살았던 몇 년. 아무 의미 없던 그 삶을 보상 받기 위해서라도 박형사는 형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지켜달라고 제발로 찾아온 형수를 밀어낼 수 있는 배짱이 박형사에게는 없었다. 설령 형수가 사마귀라도 해도 그러했다. 잡아먹히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사마귀가 다른 사람이면 더 쉬운 일이었다. 범행 수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형사였기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 박형사는 병무가 타고 떠난 차량 번호를 메모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찰서에 들어선 박형사는 곧장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형수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형수에게 힘을 써야 했고, 또 형수에게 펌핑된 몸을 보여줌으로 해서 시각적으로도 만족시키고 싶었다.


  “쌌어?”


  “응.”


  “좋았어?”


  “응. 무지 좋았어.... 나이가 들어도 니 똥꼬는 정말 최고야.”


  박형사는 수건으로 형수의 항문 주위를 닦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늘도 받싸 못 시켜서 미안해.... 입에다 싸....”


  박형사는 형수가 사정을 할 때까지 자지를 빨았다. 때론 부드럽고 때론 강하게 흡입을 하며 형수의 자지를 자극했다. 형수가 손으로 머리를 짓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사정이 임박한 듯 했다. 박형사는 곧 비릿한 맛을 느꼈다. 혀로 귀두를 감싸며 형수가 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자극했다.


  “이제 됐어....”


  형수가 박형사의 어깨를 토닥였다. 박형사는 물고 있던 자지를 빼고 고개를 들어 형수를 바라봤다. 좋았느냐고 물으려 했으나 그 전에 형수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섹스 후의 뒷정리는 박형사의 몫이었다.

  섹스 후에 오래도록 샤워를 하는 형수를 위해 어질러진 휴지며 수건 등을 치웠다. 서랍에서 새 침대 시트를 꺼내 정액이 묻어 있는 헌 시트와 갈아 끼웠다. 주름 하나 없도록 새 시트를 정리하고 세탁실에 잡다한 것들을 모두 가져다 놓았을 때 형수가 욕실에서 나왔다.


  “너도 씻어.”


  박형사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 물기가 하나도 남지 않도록 마른 수건으로 깨끗이 정리를 한 뒤 욕실을 나왔다. 형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박형사는 침대 맡에 놓인 의자에 앉아 형수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기 곰돌이가 잠이 든 것처럼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이렇게 순둥순둥한 모습을 한 형수가 사람의 배를 한 번에 갈라 수술을 하고, 사람이 죽어 나가도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박형사는 냉철한 직업의식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외과의사로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야했다.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박형사는 형수에게서 섬찟한 모습을 자주 발견했다. 형수를 위해 요리를 할 때였다. 나름 오랜 자취 경력으로 칼질에 익숙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방심은 곧 사고를 불렀다. 이리저리 어질러 놓는 것을 싫어하는 형수였기에 박형사는 요리를 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깨끗하게 정리했다. 냄비에서 끓고 있는 찌개만 완성이 되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밥 아직 멀었어?”


  재촉하는 소리에 박형사는 형수에게로 고개를 돌려 거의 다 됐다고 말을 하려는 순간 손가락에 따끔함이 느껴졌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았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한 것이 패착이었다. 박형사는 키친 타올로 베인 손가락을 감싸고 형수를 불렀다.


  “형수야, 구급약 있어?”


  “왜?”


  “손가락 베였어.”


  형수가 주방으로 다가왔다.


  “검지? 많이 베였어?”


  박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키친 타올을 걷어냈다. 오른손 검지에서 피가 다시 흘러내렸다. 박형사는 순간 형수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봤다. 늘어져 있던 형수의 자지가 부풀어 올라 발기가 되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형수야, 구급약 어딨어?”


  그제야 형수는 박형사의 눈을 보며 말했다.


  “제법 많이 베었네. 꼬매야 될 거 같은데....”


  “그럼 니가 꼬매줘.”


  “여기가 병원이냐? 일단 소독만 간단히 하고 병원 가자.”


  어치피 일반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으므로 형수는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응급실에서 접수도 하지 않고 형수는 손수 박형사의 손가락을 꿰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형수는 미소 띤 얼굴로 박형사에게 말했다.


  “너... 피 색깔 되게 이쁘더라.”


  박형사는 억지로 웃음을 띄우고 말을 받았다.


  “다행이네. 나한테 이쁜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서....”


  “농담 아니고 정말 피 색깔이 이뻤어. 피만 보고 사는 나도 너처럼 선명한 빨간색 피는 처음 봐.”


  박형사도 피라면 진절머리가 났다. 강력계에 들어와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한다면 바로 사건 현장의 피를 보는 것이었다. 제법 많이 봤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박형사는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발기를 하던 형수를 떠올렸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피를 보는 것처럼 섬찟했다.


  “사람마다 피 색깔도 다르거든.... 같은 빨간색이라도 미묘하게 달라. 너처럼 이쁜 색도 있고, 검붉게 칙칙한 색도 있고 그래. 배 가르려고 매스를 갖다 대면 약간의 저항감이 있다가 폭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그때가 제일 짜릿해. 짜릿함과 동시에 피도 흐르니까 더 그렇지.... 흐르는 피를 따라서 배를 가르면.... 넌 죽었다 깨어나도 그 기분 모를 거야.... 암튼 박장태 너.... 애인이 의사라서 복 받은 줄 알아. 그것도 유능한 외과 의사니까 더....”


  다섯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여섯 달이 지났음에도 여섯 번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방 범죄도 한 번이 끝이었다. 넉 달이 지날 무렵 범인이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몇 건 나왔을 뿐 그 뒤로는 조용했다.

  언론이 떠들지 않으니 여론도 잠잠해지긴 했지만 김형사는 더욱 불안해했다. 다섯 건의 살인이 벌어지는 동안 두 달, 길어야 석 달의 짧은 휴지기를 가졌던 범인이 잠잠해진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막내야, 니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지 않냐?”


  박형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박형사로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박형사는 형수뿐만 아니라 병무도 수시로 감시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병무가 박형사를 찾아왔던 다음 날, 병무와 형수의 차량에 gps 추적기를 붙여 놓았다. 사건이 항상 밤 시간에 일어났기에 매일 밤 확인을 하면서 동태를 살폈다. 형수의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기에 함께 있지 않는 날에는 형수도 감시의 대상이었다.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바로 따라나설 작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별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형수의 차는 언제나 병원이 아니면 집이었다. 병무의 차도 평소의 패턴과 늘 동일했다. 가끔씩 게이바가 몰려 있는 곳을 향했고, 대부분은 집과 직장의 반복이었다.


  불안불안하기는 해도 박형사는 형수와 함께 지내는 것이 좋았다. 형수에게서 느끼는 행복감은 언제나 불안감을 넘어서 있었다. 설거지를 하다 손가락이 베어 피를 봤을 때 보인 형수의 반응도 시간이 지나면서 머릿속에서 흐릿해져갔다.

  오히려 가끔씩 오는 병무의 연락이 박형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며칠 연속으로 연락이 오는 때에는 가벼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형수와 잘 지낸다는 간단한 대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박형사가 형수와 함께 지낸 지 반 년만이었다. 다섯 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는 8개월만이었다.

  섹스를 한 뒤 박형사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였다. 형수는 평소와 다르게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 박형사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장태 너 포경 수술할 생각 없어?”


  뜬금없는 말에 장태도 웃으며 말했다.


  “이 나이에 무슨 포경 수술이야. 너도 안 했잖아.”


  “내가 이쁘게 해 줄게. 너 포피가 길어서 좀 그래.”


  박형사는 자신의 자지를 내려다봤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형수 말대로 포피가 귀두를 덮고도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나는 지금껏 불편한 거 없었는데.... 왜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든다기 보다 발기를 해도 귀두가 다 드러나지 않고 자꾸만 덮이니까.... 자지 까고 빨아야 되는 게 좀 불편해서.... 나 수술 잘 해. 잘 꼬맨다고. 마무리도 전공의들한테 안 맡긴다니깐.”


  “포경 수술해 봤어?”


  “아니. 그딴 걸 내가 왜 해. 또 요즘 애들 포경 수술 잘 안 하잖아. 한다고 해도 레이저로 하고....”


  “레이저로 하면 별로 안 아프다고 하던데....”


  “레이저로 남한테 맡길 거면 내가 너한테 왜 하라고 하겠냐?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박형사의 머릿속에 성기가 잘려 나간 사마귀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운전석에 고여 있던 피가 생각나 소름이 끼쳤다.


  “내가 성감대 안 다치게 잘 자르고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꼬매줄게. 지혈도 잘 해주고, 매일 소독도 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emflatltm" data-toggle="dropdown" title="부산맨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img src="https://ivancity.com/data/member/em/emflatltm.gif?v=1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거의 석 달이 다 되어서 글을 올렸네요. 혹시나 기다리신 분들이 계셨다면 송구스럽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바쁜 일이 자꾸만 생기고, 코로나 시국인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 때문에 흐름이 끊겨 차일피일 미루다가 올림픽 시즌을 맞이해 그것에 빠져 살다가 다시 심기일전하여 글을 쓰려고 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 통증으로 인해 제법 오랜 동안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구상을 해 놓은 것인데 거의 석 달 동안 중단하고 있었으니 저도 참.... ㅠㅠ
  시작한 거 마무리는 해야 할 것 같아 다시 올려 봅니다. 그리고 완결까지 중단 없이 올릴 것을 약속 드립니다. ^^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