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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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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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우 긴 장편의 내용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에로틱한 장면을 넣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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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과의 첫만남은 기억이 모호하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있던 나에게

굳어버린 마음속으로 손가락을 벌려 파고들어온 걸까?

 

세상에 추운 사람은 나 하나인줄 알았던

내 얼어붙은 세상에 길상이 가져온 것은

추위였을까, 아니면 불타는 얼음이었을까


- 철화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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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저녁식사였다.

이렇게 포만감을 느껴본 것이 얼마만일까?

내가 과연 이렇게 포만감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어차피 불살라 버리려 했던 이 몸에 괜한 희망을 주는 것은 아닐까?

 

동네 사람들이 답례로 가져온 

돼지고기근을 구워서 탁주와 함께 먹은 술자리는 

기분 좋은 술자리였던 것 같았지만

아직 즐거움이라는 자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는

 낯선사람과의 부담스러움, 그 이상은 아니었다.

 

방에 들어와 부른 배를 달래며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노라니

벼별 생각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언제 방에 불을 넣어둔것인지

방바닥은 오래도록 엉덩이를 붙이기에 부담스러울 만치 뜨겁고 

등을 기대고 있는 벽은 차가운 것이

몸을 뒤집어서 엉덩이를 벽에, 등을 바닥에 붙일까 하는 고민이 들게 했다.

 


오랜만에 먹은 탁주에 취기가 오르는 것 같다


더운 방에서 벌개진 얼굴을 하고 있으려니

그 못지 않게 불콰해진 얼굴의 길상이 방으로 들어온다.

 


선생님, 마을 사람들은 이제 다 갔네요. 방은 춥지 않으시죠?”

 

..그렇네요 고맙습니다.”

 

전 이제, 일을 좀 하러 밖에 나가야겠는데, 먼저 주무시겠어요?”

 

무슨..일을...이런 늦은 시간에...”

 

, 가마가 완전히 식기전에 안에 청소를 좀 해놔야해서요

아까 꺼낸 자기들도 내일 스승님 오셔서 보실 수 있게 정돈도 해놔야하고요.”

 


생각해보면 아직 젊은 나이의 길상이 

혼자서 자기를 구울 정도의 실력이 있으리라 짐작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일은 도제방식으로 이루어지니 아마도 스승이 있을 것이다


내일 온다면 인사라도 해야하니

나도 좀 일손을 거드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저도 같이 하시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니에요. 아까 동네사람들이 거들어줘서, 별거 안남았어요

아 그러면, 가마에 들어가보실래요

좀 식긴 했어도, 아직 열이 좀 남았을테니 찜질을 좀 하시고 나면 몸이 좌악 풀릴 거에요,”

 

... 그래도 되나요? 작업하실게 많으시면...”

 

아니에요 금방 끝나니까,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저도 오랜만에 등좀 지져야 겠네요.”

 


말과 함께 길상은 나가버리고

나는 낮에 보아둔 가마 입구로 걸어간다

아까부터 동네사람들이 부지런히도 들락거리더니

이 온기로 열을 쬐려했었나보다.


왠지 입안에서 원적외선 이라는 단어가 맴돌며 천천히 가마로 들어간다.

 


가마 입구는 생각보다 무척 좁은 편이었다.

186 키의 나는 허리를 한참을 구부리고

아니 거의 기다시피 가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마 안에는 동네 사람들이 가져다 놓았음직한 멍석이 한켠에 깔려있었다.


들어오자마자 숨이 턱 막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온기가 감도는 정도였다.


아까 마을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는 무척이나 뜨거웠을 것인데

자주 오는 사람들이라

충분히 있을만 한가보다.

 


멍석위에 올라앉아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외벽과 달리 내부는 돌이 간간히 박혀있는 벽으로 되어있다


허리춤 아래는 황토벽인 것 같은데

위에는 둥근 형태를 만들기 위해 보강한 것일까?


손으로 가만히 만져보니 오래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언제나처럼 잡생각이 들겠거니 하고 화두를 찾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잠결에 무언가 만져지길래 눈을 떠보니 옆에 길상이 앉아있다.

 


아이구 선생님 제가 깨웠나 보네요. 뜨뜻하니 좋죠? 더 주무세요.”

 


언제 들어온것일까

시간이 제법 지난 듯 길상의 웃옷은 땀으로 한껏 젖어있다.

나도 멋쩍음에 슬그머니 일어나 앉는다.

 


제가...얼마나 잔거죠...”

 

한시간정도 밖에 안됐어요. 더 주무세요. 여기서 자면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좋다네요.

그런데 왜 전 맨날 이렇게 까만지 모르겠지만서도요. 하하하

 

아닙니다. 충분히 잘 잤어요.”

 


그렇게 말하고 둘은 할말이 끊어져서 

멍하니 반대쪽의 벽만 바라보고 있다.


길상은 도공이 더위에 약한 건지

비오듯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다가 기어코 웃옷을 벗어든다.


번들거리는 가슴팍과 살짝 음모가 자란 아랫배가 보인다.

 


선생님도 더우시면 벗으세요. 괜찮아요. 동네사람들도 이제는 안와요.”

 


내가 벗는 것이 동네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그저 네 네 하고는 그냥 그대로 앉아있으려니 또 침묵이 슬그머니 찾아온다.

 


그런데...선생님. 제가 잘못본게 아니면

어제 저녁에 물에 들어갔다 오신건지 바지춤이 다 젖어있던데... 

물에 빠지신건가요? 아니면....”

 


갑자기 길상이 피하고만 싶었던 질문을 해온다.


어떻게 해야하나?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야하나?

이 사람은 이렇게 나에게 친절한데,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

혹시 나에게 이렇게 친절한 것이, 내가 자살하려는 것을 알고, 막으려고 그런걸까?

라고 생각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입이 열렸다.

 


강물에 뛰어들려..했다가...실패했습니다.”

 

역시.... 실은 그 곳에서 자살하시는 분이 종종있다는 것은 

동네 사람들에게 들어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을 뵈니 딱 그런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상의 그 커다랗고 맑은 눈이 핥듯이 내 얼굴을 탐색한다


관상이라도 보는 것일까

아니면 동정심이라도 생긴걸까


한참을 내 얼굴을 핥던 눈길이 떨어지고 그 자리를 길상의 말이 대신한다.

 


선생님, 무슨일이 있으셨길래 그런 모진 결심을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러시면 안되요.”

 


길상의 손이 내 손을 잡아온다


두툼하고 딱딱한 손이 내 손을 잡자

부끄럽다는 마음보다는 그 거친 손의 감촉이 먼저 느껴진다.

이번엔 내가 고개를 들어, 길상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순박한 눈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 힘내세요.

 


뒤늦게 찾아온 부끄러움이 내 손을 슬며시 당겨 빼내고는

길상에게 말할 용기를 북돋아준다.

 


고마워요. 길상씨

 


처음으로 말 끝을 흐리지 않고,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괴감인지

자살하려 했던 부끄러움인지

후회인지 알 수 없는 심정에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파묻을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이유였을까? 무슨 생각을 한걸까?

내 어깨를 감아오는 길상의 팔이 느껴졌다.

날 위로해주려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목과 어깨로 느껴지는 

두터운 팔뚝과 얼굴 옆으로 느껴지는

미끈거리지만 탄탄한 가슴이

 내게 위안을 주는 것은 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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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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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이 참 매력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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