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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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나를 태우다 - 마음이 얼어붙었는데 불가마인들 따뜻할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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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또 추천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쪽지로 팬이라고 말씀 주신 분
작가 끄트머리도 못되는 전
기절할 정도로 감동이었습니다.
모쪼록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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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이고,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다시 켜진 스마트폰에는 정말로 많은 연락이
와 있었다.
책망의 소리부터 염려의 소리
가족으로부터도, 회사로부터도, 친구나 거래처
그리고 각종 스팸까지 엄청나게 많은 연락이
와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데, 난....세상을 등질 생각이었는데....
이런것들 신경을 써야하나?
연락을 해야하나?
이런 고민이 끝나지를 않았다.
“선생님? 식사가 입에 맞지 않으시나요?”
어느새 난 수저를 멈추고 있었나보다.
“아, 아니에요. 고민할게 좀 있어서요.
아 여기 국밥 맛있네요.”
아닌게 아니라 국밥은 맛있었다.
곤지암은 소머리 국밥이 유명하다고 하더니,
적당히 탄력있고 부드러운 젤라틴질은
관능적인 맛을 느끼게 하였다.
탄력? 관능? 어젯밤에 길상의 입술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내가 소위 말하는 동성애자라도 된 것인가?
왜 이러지?
아마도 요새 며칠 연속된 충격에 내가
정신이 온전치를 못한 것 같다.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음식에 열정을 보내었다.
화물차 뒷칸에 타고 있던 똥개녀석이
마구 짖어댄다. 도착한 걸까?
차가 멈추고 내려서 보니, 샌드위치 판넬로 된
건물 앞에 있는 마당이었다.
건물 뒤로는 야트막한 야산이 자리잡고 있고,
바닥은 시멘트로 덮여져 있는 공터가 주차장인 듯 싶었다.
동네 한복판에 자리한 이 곳은
자기를 빚는 공방이라기보단
시골길에 흔한 공장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마당 한켠에 그럴듯한 감나무라도 하나 서 있어야
예술하는 곳으로 보일 것만 같은데
참으로 몰개성한 공간이었다.
길상이 내려 개를 풀어주자
개는 부리나케 달려서 건물 뒤편으로 달려간다.
“저...선생님, 아마 저희 스승님을 만나시고 나서
궁금하신게 무척 많으실거에요.
오늘 제가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가셨으니,
내일 저녁이나 들어오실 겁니다,”
길상의 설명에 납득이 가서 고개를 끄덕이다
생각해보니, 왜 나는 자연스럽게 길상의
옆에 있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길상 역시 왜 내가 자신과 함께 있을거라 생각하는거지?
우리가 무슨 관계가 있는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선생님 그럼 일단 요 뒤에 있는 집으로 가시죠.
짐도 푸셔야 할 것 같고 또 딱히 공방에는
볼 일 도 없으실테니까요.”
짐이라? 무슨 짐이지? 나는 풀 여장이 없는데...
길상은 화물차 뒤켠에서 커다른 자루를 하나
꺼내 옆 어깨로 걸어매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아까 내가 급한대로 가족과 친구 몇에게
무사함을 알리고, 또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던터에
몇가지 장을 봐 오는 것 같더니만
그때 산 물건들인걸까?
왜 좋은 비닐봉다리를 놔두고 자루를 매고 다니지?
어울리지 않는 공방의 옆을 돌아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까 말까한 좁은 길을 지나
마을로 보이는 집이 몇군데 있는 곳을 넘어
한 백미터나 걸었을까?
아까 보이던 야트막한 야산으로 향하는
시멘트로 덮인 길도 끝이나고
이제는 흙길을 밟아 길상의 그림자를
쫓고 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해서 말없이
뒤를 따르려니 뒤에서 달려오는
똥개녀석, 길상의 주변을 두어바퀴 돌다가
갑자기 빠르게 앞서 나간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길상의 자루에서 나를 위한 물건들이 나왔을때는
고마움보다 당황함이 앞서 있었다.
내가 여기에 남아 있을 것을
예상한 것일까?
아니면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아니, 느꼈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런...
“아...이건....길상씨 이 속옷들은 제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선생님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시골 촌구석에서 산거라
마음에 안드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저냥 입을만 할 거에요.“
“아니...그래도 어떻게 이렇게...이거 얼마 들으셨는지 말씀해주시면
바로 입금해드릴게요.”
“아니에요. 읍내 장터에서 대강 산거라 얼마 하지도 않아요.
제것 사는 김에 몇 개 더 산건데요 뭐.”
“아니..속옷이야 그렇다쳐도...이런 옷가지며...면도기며...너무...”
“아이고 그런 생각마세요. 별거 아니에요,
눈대중으로 산거라 맞긴 하시려나 모르겠네요.
덩치가 워낙 크셔서 그냥 제일 큰놈으로 샀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속옷을 사줬다는 것에 놀란 것만은 아니다.
아니 그것도 충분히 놀랄 일이기는 하다.
세상 어느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속옷을 선물한단 말인가.
하지만, 속옷의 디자인을 보았을 때 더욱 놀라서,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바로, 수영이 내게 처음 사줬던,
같이 첫 여행을 갔던 날 사주었던
바로 그 속옷이었다.
그날 한 번 입고는 너무 아까워서
고이접어 보관만 하다가,
얼마전 수영과의 이별 이후
불에 곱게 태웠던
그 속옷이 지금 내 손안에 들어와 있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착잡해 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 선생님은 이쪽 방을 쓰시면 되요.
그동안 저랑 함께 주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이젠 괜찮으실거에요. 그리고 화장실은 이쪽이고...”
“네, 고마워요. 길상씨...그런데 길상씨 혹시 잠깐
차 한잔 할 시간이 되시겠어요?
일전에 길상씨 스승님 말씀도 그렇고....
이것저것 여쭙고 싶은게 많네요.”
“아, 그러시겠네요. 그러면...보자...
여기서 보는 노을이 일품이니 요 뒤뜰에서
드시는건 어떨까요? 먼저 나가 계시면
제가 차를 가지고 나갈게요,“
뒤켠의 공터는 마당이라고 부르기엔
좀 어색한 곳이었다.
그저 풀을 밟아놔서 공터처럼 보일 뿐
울타리나 여장도 없이 바로 뒤의 야산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다만 야산으로
올라가는 초입 부분에는 장정 혼자 반나절이면
다 갈 수 있을 정도의 텃밭이라 부르기에
적당한 크기에 밭이 있는게 좀 특징이라 할까?
휘휘 둘러보고 있자니,
한 켠에 등나무를 쪼개서 짠
탁자와 의자들이 몇 놓여 있는데,
세월에 바랜건지 등나무의 올이 몇 개 풀려 있었고,
탁자 아래엔 개가 가지고 노는 것인걸로 짐작되는
낡은 공과 흙 묻은 인형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탁자 뒤로 아까 길상이 말한
화장실로 짐작되는 슬레이트 지붕의
작은 건물이 있는 단촐한 구조의 집이다.
그러고보니 이 집은 나보다 연세가 많으실듯한
기와가 올려진 집인데,
특이하게도 기와가
검은색이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흔한 연꽃문양은 아니지 싶은 무늬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기와로 된 지붕이다.
이렇게 뒷마당을 휘휘 둘러보고 있으려니,
길상이 쟁반을 받쳐들고 어색한 걸음걸이로
왔다.
“국화차에요. 올해 딴 것으로 만든건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네, 향이 참 좋은게....기분이 좋아지네요.
그러면 길상씨 제가 몇가지 여쭈울게 있는데
대답해주실 수 있겠어요?”
“네 선생님, 그런데 그 전에 제가 먼저 이야기를 드려도
괜찮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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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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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게시판 도배가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러하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글을 올리는 주기를 조절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