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외 선생님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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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형은 연한 청색깔의 스키니진에 상의는 하얀색 바탕에 가운데엔 검은색의 큰 ‘adidas' 아이다스 로고가 그려진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키는 2년전인 고3 이였을 때 보다 조금 더 자란 듯 했다.
180cm 정도 되려나. 아니 그것보다는 작으려나.
2년이 지났지만, 형의 얼굴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다만 성인이 돼서 그런지,
아니면 날 가르쳐줄 과외 선생님으로 와서 그런지 예전엔 미술학원에서 만났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늠름함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도 뭐 이젠 대학생이고 성인이니까.
하지만 형과는 달리 난 2년 사이에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겪었고 인생에서 가장 큰 성장 통을 겪고 있었다.
중3때보다 키가 무려 10cm 이상 훌쩍 자라고 있었고
몸무게 또한 그 때 보다 15kg는 더 불어있었다.
"네가 현준이구나? 반가워~ 잘 부탁해~(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가 잘 부탁한다며 내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려 두 번 가볍게 터치를 했다.
그만의 첫 인사 방법이려나.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스치고 다시 돌아가는 순간
은은하면서도 좋은 향이 코 끝으로 전해져왔다.
"전 과일이랑 차 좀 준비할게요~ 편하게 들어가셔서 수업 시작하시면 돼요~쌤"
그렇게 엄마가 주방으로 들어간 후
우리 둘은 내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렇게 방 문이 닫히는 순간
내 방 안엔 오롯이 단 둘이 있게 되었다.
자리를 앉기 전 생각보다 방이 넓었는지
일어선 채로 여기저기 내 방을 구경하는 형.
사실 그 보다 내가 많이 변해서 였을까.
그는 우리가 2년 전에 미술 학원에서 만난 적이 있는 걸 모르는 듯 했다.
나도 괜히 부끄러워져선, 우선은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무슨 방 하나가 이렇게 넓냐? 우리 집보다 니 방 하나가 더 넓은 것 같네. 여기 너네 집이야?“
“네? 그게 무슨...(무슨 질문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여기 우리 집이고, 제 방이잖아요. 쌤..”
“아....(당황하며).. 아니... 자가냐고; 설마.. 자가가 뭔지 모르는건 아니지?”
“아....네네... 부모님 명의 집이에요.”
“헐..(놀라는 표정을 보이며) 너 쫌 사는구나!? (부러운 표정을 지으며 방 안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멈춰서선 킁킁 거리며 방 냄새를 맡더니) 근데 설마 너, 나 오기 전에 딸쳤냐? 이 익숙하면서도 진한 밤꽃스멜은 뭐냐?(웃으며)"
2년 전, 조소모델을 앞두고 학원 앞에서 부끄러워 하던 형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대학생이 돼서 그런가 이전보다 조금은 거칠면서도 자유분방해진 느낌이 들었다.
"네?? (화들짝 놀라선) 무슨 냄새가 난다고.....(냄새를 맡으며) 그리고 그..그런 거...안 했거든요!!!!!!!!!!!!"
"에이.. 아니긴.. 냄새가 딱 그 냄새인데 뭐~"
"진짜! 안 했다니까요!!!.. 킁 킁 (갑자기 냄새를 이리저리 맡고는) 근데... 쌤한테 파스 냄새 나요."
“그래? 많이 나냐?? 허리가 좀 욱신거려서 몇 개 좀 붙였더니”
“잠깐만 창문 좀 열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근데 니가 맡아도 밤꽃냄새 좀 나긴나지?(웃으며)”
“아 진짜 아니라니까요....(당황하며)”
그리곤 책상 앞에 급히 앉아 화제를 돌리기 위해 급히 수학 교과서와 문제집을 꺼냈다.
"(책을 펴며) 함수부터 하나요? 아님 수열? 저희 아직 학교에서 미적분은 진도 나가기 전이거든요."
"뭐가 그렇게 급하냐?.. 5분만 좀 쉬었다 하면 안되냐?"
"아 네…"
피곤했는지 두 다리를 앞으로 쭈욱 뻗더니 두 손을 올려 기지개를 켠 후
손을 내림과 동시에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크게 하품을 하는 쌤.
정말이지 하품은 전염인걸까.
나도 모르게 따라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형은 몸을 푸는 건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목을 위로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기를 반복.
그리고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돌리며 스트레칭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그렇게 뻘쭘하게 아무 말 없이 5분 정도가 지나고 있는데
"(두 눈을 지그시 감은채로) 넌.. 내 이름 안 궁금해?"
"아,,,, 죄송해요. 쌤 이름 가르쳐주세요"
"최성태."
"아 네. 전 현준이에요. 도현준."
이름만 주고 받고는 다시 싸해진 분위기.
“21살”
그러다 갑자기 그가 ‘21살’ 이라는 말을 내뱉길래 순간 흠칫해서는
“네?”
“올해 21살이라고...대학교 2학년.”
“아 네...”
사실 엄마에게 내 수학 과외쌤으로 서울대에 잘 가르치는 학생이 오기로 했다는 얘기는 열 번도 넘게 들은 것 같고 상희누나 엄마랑 통화하면서도 '성태쌤' 이라는 이름을 몇 번이나 들어서 그런지 그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서울대 성태쌤이 내가 16살 때 처음 만났던 그 과학고 성태 형 일 줄은 미처 몰랐다.
최성태, 21살. 서울대 약대 재학중.
방 안에 감도는 이 어색하고도 차가운 이 분위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난 억지로 어색함을 견디고 있는 중 이였다.
"뭐, 나한테 별로 궁금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수업이나 시작하자~“
“아..그런건 아닌데.. 네.”
“일단 너가 어떤 식으로 수학문제를 푸는지 좀 보고 싶은데..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여기.. (문제집을 펼치며) 1번부터 10번까지 문제 쭈욱 풀어볼래?"
약 15분 정도가 지나고
'똑똑똑'
"네"
"여기 딸기랑 사과 좀 드시면서 하시라구요~~ 식혜도 같이 (엄마가 들어와서는 책상 옆에 과일과 차가 담긴 쟁반을 내려 놓으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문제를 열중해서 풀고 있는 현준을 바라보며 내심 흐뭇해하고는) 쌤 말 잘 듣구~~~ (웃으며) 그럼 전 이만"
그렇게 30분이 더 흐르곤
"(시계를 보곤) 45분이나 지났는데.. 아직이냐?"
"(머리를 긁적이며) 마지막 두 문제가 잘 안풀려서요…"
"실제 수능은 30문항에 100분. 이러다간 맨 마지막 장은 풀지도 못하겠네..어디보자.(문제집을 가져와서는)"
조용해진 공기
"9번 10번은 풀다 말았고, 7번도 (내 문제 풀이를 살펴고는) 흠.. 여기 풀어가는 방식이 틀렸네. 8번 문제는 암산으로 이걸 풀진 않았을텐데...풀이는 도대체 어디다 갖다 버렸어? (답안지를 확인하더니) 이거 8번 답 찍은거야!?..그래도 답은 용케 맞췄네. 45분에 10문제 풀어서 맞춘건 7개. 비교적 난이도가 쉬웠던 문제인 걸 감안하면… 흠...너 수학 3등급이라고 했냐?"
"..네.."
“(팔짱을 끼며 잠시 무언갈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근데 넌 가고 싶은 대학이나 과는 정했어? 커서 하고 싶은게 뭐야?"
"아…. 아니요 아직…"
"(한숨을 쉬며)"
"…."
"얌마! 목표도 없는데 공부가 되겠냐! (오른편에 있는 작은 연습장을 들어선) 근데 이건 뭐냐..? (사물과 인물 등을 연습장에 스케치 한 걸 보곤) 너 미술도 하냐? (그림을 계속 보고는) 오...올~~~~ 잘 그렸는데!?"
"아.. 그건 그냥 취미로..."
"왜! 잘 그렸고만. 난 미술을 잘 몰라서 말야.. 이 정도면 취미가 아니라 특기 아닌가? 그러지 말고 잘 살려서 미대나 건축 디자인 쪽 해 보는 건 어때!? "
"부모님이 미대 쪽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셔서요..원래 고등학교도 예고 가고 싶었는데; ...일반고로 그냥 진학했어요."
"그냥은 또 뭐냐; (한숨을 쉬며) 에휴..근데 너도 참 고달프겠다.”
그렇게 첫 과외는 수업 중심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해야하나?
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훌쩍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자! (펜을 내려놓으며) 오늘 수업은 여기 까지”
"네 쌤"
"혹시 너 수학 오답노트 정리 해 놓은거 있어? 그거 형 3일만 빌려줄래!? 집에 가서 좀 보게…너가 어떤 유형이 약한지랑 문제는 또 어떤 식으로 푸는지 패턴이라던가, 그런 것 좀 봐두려구."
"아 네. 여, 여기.(오답노트를 건네며)"
"그래…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리고 딸 적당히 치고 임마. 칠 땐 존나 좋다가도 싸고 나서 휴지로 닦다보면 현타 씨게 오지 않어!? 그거 다 체력낭비다. 수능에서 문제 푸는 것도 체력 싸움이라고~오케이?(머리를 쓰다듬으며)"
"아… 쌤!! 저 진짜. 안 쳤다니까요…"
"(웃으며) 그럼 다음 수업 때 보자. 뭐 금방 정해지진 않겠지만 커서 뭐하고 싶은지는 좀 생각 해두고..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오케이?"
"네... 안녕히 가세요. 쌤"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쌤 쌤. 하는데 우리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앞으론 그냥 형이라고 해."
"네... 형"
"그래 쉬어라. (방문을 나가기 전, 갑자기 뒤를 돌아 몸을 돌이켜 본인의 바지 앞섶으로 주먹을 가져가 가볍게 쥐더니 아래 위로 흔들며) 그리고! 이거 좀 적당히 치고~~~(웃으며)"
저 형이 분명 저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사람은 안 변한다고 하지만,
저 형은 성격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아 진짜.....안했다니까요!!....(화가 난 표정으로)....”
"(웃으며) 나 간다(손을 흔들며)"
그렇게 형이 내 방문을 나서고, 그와의 첫 과외수업이 종료되었다.
난 수학과외를 받으면서 그 시간만큼은 죽어라 공부만 하겠구나 상상했었는데 뭔가 짓궂으면서도 장난스러운 형의 모습에 일단 안심을 했고 무엇보다 내 과외 선생님이 내가 이전에 알고 있었던 성태 형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레면서도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형과의 과외가 시작된 이후로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우리는 꽤나 막역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과외날]
(현관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와서는)
"오늘 다 어디 가셨어? 집이 조용하네?"
"어머니는 동창모임 가셨고, 아버지는 요새 탁구에 빠져서.. 탁구 치러 가셨어요. 두 분다 과외 끝날 때 까진 아마 안 들어오실 거에요."
"그럼 아무도 없는데(우리 둘 밖에 없는데도 목소리를 낮추더니) 우리도 한 번 칠까?"
"(흠칫 하고 놀라선) 뭐.. 뭘 쳐요..?"
내 연습장을 가져 가더니 그대로 노트 위에 글자를 끄적인다.
'ㄸ ㄸ ㅇ'
위 3개의 자음을 노트 위에 적고는
펜으로 글씨를 가리키며
“이거 치자고”
라고 하는데
난 그 글자를 보곤..
화들짝 놀래서는
"형 미쳤어요? 아무리 집에 아무도 없기로서니, 그걸 왜 쳐요.. 그것도 제가 형이랑….무엇보다 우리 집에서 ...이러시면 안 되는거잖아요."
어색해진 공기
“...? 뭔 줄 알긴 알고 지금 안된다고 하는거야..?”
“...그거자나요...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그거..딸...딸이..”
형이 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뭐지? 왜 웃는거지?
아니 사실 내 나이 남자 또래 한테
저렇게 ㄸ ㄸ ㅇ 자음 3글자를 보여주면 누구라도 다 저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크게 웃으며) 너 대체 무슨 생각 하는거냐?"
그리곤 ㄸ ㄸ ㅇ에 모음과 받침을 붙여 하나씩 글자를 채워가는데...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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