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외 선생님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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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외를 시작한 이후로 난 수학보다
형에게 흥미를 더해가고 있었고
그런 형에게 너무 집중했던 탓 이었을까.
9월 첫 모의고사 때도 3등급.
10월 모의고사 때도 언제나 그렇듯 어김없이 3등급이 나왔다.
며칠 후
엄마와 단 둘이 마주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아들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엄마가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넌지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어?"
“성태 쌤 있잖아"
"어.."
"가르치는 건 좀 어때?"
"뭐가?"
"아니, 수학 잘 가르치냐구? (고개를 갸우뚱 하며) 상희엄마가 분명 잘 가르친다 그랬는데."
"어 이해하기 쉽게 잘 가르쳐줘. 내 오답노트 가져가서 취약한 유형이 뭔지도 잘 봐주고. 풀이나 계산 방법도 기초 원리부터 잘 정리해줘. 그리고 형이 엄청 꼼꼼.."
‘찰싹’
내 말을 도중에 자르더니, 갑자기 내 등짝을 때리곤
"아야..왜 그래!!!"
"아니 그렇게 잘 가르치는데 왜 또 수학이 3등급이야.. 어???"
"과외 받는다고 등급이 무조건 올라가면 다 과외 받고 서울대 갔게?"
"(말문이 막혀선) 아니..너랑 중학교 같이 나온 옆 동에 박민호 알지 너! 민호네 엄마가 그러는데 지금 민호도 서울대 학생한테 과외 받고 있는데 글쎄 두 달만에 외국어랑 수학 다 1등급 만들었다더라."
"그게 뭐..!? 민호 걔는 원래 중학교 때부터 공부는 꽤 잘했어.(고민을 하다가) 음.. 아님 나랑 수학이 잘 안 맞는 걸지도. 사실 내 머리로 수학 1등급은 무리야 엄마.."
"무리가 어딨어! 하면 되는거지! (정색을 하며) 아...(한숨을 쉬며) 뭐가 문제지?! (고민을 한 참 하더니) 음...(무언가를 결정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성태 쌤 과외는 이번 달까지만 하는걸로 하자. 성태 쌤한테는 엄마가 직접 이야기 할 게"
"성태쌤, 과외 시작할 때부터 내년 겨울방학 끝날 때 까지 하기로 이야기하고 약속도 다 했었잖아. 근데 갑자기 이번달 까지만 해달라고 어떻게 그래?"
"혹시 알아? 그 민호네 쌤 과외 받고 등급이 바로 올라갈지!? 그 쌤 한테 너 해줄 수 있는 시간 되는지 엄마가 한번 더 알아볼게. 그러니까 넌 성태 쌤이랑 이번 달 까지 하는 걸로 그렇게 알고 있어. 알았지?"
“난 성태 쌤 과외가 잘 맞는데..”
“아니 그 형이랑 해보지도 않고 잘 맞는지 안 맞는지 너가 어떻게 알어. 아무튼 엄마가 돈을 더 써 더라도 꼭 시간 맞춰서 데려와 볼테니까”
"엄마 ... 그냥 그 돈으로 우리 맛난 것 좀 먹으면 안돼? (나물을 뒤적거리며) 반찬이 이게 뭐야;; 진짜…"
“반찬이 왜. 평소 하지도 않는 반찬투정을 하고 그래. (나물을 먹으며) 맛있기만 하구만. 엄마가 너 혹시라도 수학 1등급 맞으면 성태 쌤 보너스로 100만원 챙겨줄려고 했는데..”
“100만원?(화들짝 놀라며)”
“그래 100만원!!! 1등급만 만들어주면 백만원이 뭐야. 엄만 이백만원, 삼백만원도 지불할 수 있어. 근데 아주 자랑스런 우리 아드님께서 3등급을 맞으시는 바람에 그럴 일이 없어졌지 뭐야. (화가 났지만 억지로 웃으며) 그래. 기분이다. 오랜만에 내일 너 좋아하는 갈비나 해 먹지뭐.”
“1등급을 만들어줘? 성태 형이 무슨 등급을 만들어주는 기계도 아니고...그리고 시험은 성태 형이 아니라 내가 보거든??”
“그래 기계 아니야. 그래도 제자는 어떤 선생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선생보다 더 나은 제자가 나올 수도 있어. 청출어람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줄 아니? 그나저나 너 요새 성태 쌤이랑 부쩍 친해진 것 같더라. 쌤도 아니고 자꾸 성태형 성태형 하는 것도 그렇고. 엄마가 너 심심할까봐 어디 형이랑 친구하라고 비싼 돈 들여서 과외 붙인 줄 알어!? 이게 다 너 대학 잘 가라고, 그것도 서울대 학생 중에서도 수소문~ 수소문해가지고 붙여 준 것도 모르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아니 근데 상희 걔는 어떻게 연대를 들어갔지...(고개를 갸우뚱하며)”
“과외하는 쌤이랑 친해지면 오히려 더 좋은거 아닌가? 모르는 거 부담 없이 물어볼 수도 있고”
“좋기는; 조금이라도 더 놀 생각만 하겠지. 암튼 이번 달 까지만 하는 걸로 알어!! 도현준, 너 내년 11월이 수능이야. 엄마 이번엔 절대 양보 못해!!”
“.....(할 말을 잃고는) 난 성태 쌤 좋은데. 진짜 안 돼..?”
“어 안돼! 절대!! 엄마 더 이상 이야기 안해! 이번 달 까지 끝! (단호하게)”
“(풀이 죽어선) 그럼... 내가 그냥 말 할게”
“뭘?”
“성태 쌤한테 내가 직접 말 하겠다고. 이번 달 까지 하는거,”
“그래?? (잠시 고민하더니) 그럼 그러던지. 안 그래도 과외받고 나서 너 성적도 더 떨어지고, 처음에 겨울방학때 까지 과외 부탁한거, 중간에 정리하는 것도 얼굴 보면서 말하기 좀 불편했는데, 잠깐만 있어봐. (안방에 다녀온 후 봉투를 건네며) 이거 이번 달 과외비! 이거 이번 주에 수업 받을 때 그냥 고대로 성태 쌤 드리면 돼.”
“(봉투를 받으며) 아..알겠어”
그렇게 방 안에 들어와서는 서랍 안에 봉투를 넣는데
‘겨울 까지 하기로 말을 했으면... 그냥 좀 ...하지. 그나저나 성태형 에겐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나’
이게 다 모의고사 수학 등급이 오르지 않은 내 탓 인 것만 같아 너무나 미안했다.
하지만 엄마의 단호한 표정과 불호령을 이길 순 없었다.
며칠 후
과외 당일
1시간 전, 갑작스레 전화가 울리는데 성태 형이었다.
보통 과외당일엔 연락이 잘 오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형이 오늘 개인사정이 생겨서 과외를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하며 사과전화를 건네고 있었다.
“아 네네.. 어쩔 수 없죠. 아 아니에요. 다음에 형 편하신 시간에 다시 잡아서 하면 되죠 뭐”
그렇게 통화를 끊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내 통화를 엿듣고는
“성태 쌤이야? 왜 갑자기 못 온다니?”
“아;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오기가 좀 힘들대. 다음에 추가로 더 보충..”
“(내 말을 끊으며) 아니.. 지금 너 과외하는 것 보다 급한 일이 뭐가 있니..? 성태 쌤 그렇게 안 봤는데...(고개를 갸웃거리며) 안 되겠다. 엄마가 한 번 전화해볼게.”
“(엄마 핸드폰을 뺏으며) 아우...됐어. 진짜 급한 일이래..그리고 수업 못 와서 정말 미안하다고 충분히 말했고, 다음에 보충수업 배로 해준다고 했으니까 따로 전화 하지마~~~”
그렇게 며칠 후 또 다시 찾아온 과외 당일
그런데 과외 수업 1시간 전에 한번 더 형에게 전화가 왔다.
“네 형. 안 그래도 지금 마트로 장 보러 나갈건데 혹시 과일 뭐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아 현준아 다른게 아니고.. 형이 정말 미안한데...”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러니까;; 정말 미안한데 과외수업 오늘도 가기가 좀 힘들 것 같아서 말야.. ”
“네? (잘못 들었나 싶어) 오늘도 못 오신다구요?”
날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오늘도 못 온다는 내 말에 갑자기 쥐고 있던 내 핸드폰을 휙 가로채며
“성태쌤! 안녕하세요~ (벌컥 화를 낼 것 같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톤이 확 바뀌며) 저 현준이 엄마에요”
“아 안녕하세요 어머니.”
“오늘도 못 오신다는 말씀이 무슨 말씀이실까요 선생님~? (차분하게 웃으며)”
“아.. 그게...”
“아무리 바쁜 일이라도... 우리 얘 과외를 하기로 하셨으면 수업을 최우선으로 해 주셔야죠. 그렇게 한 달에 서로 약속된 돈도 지불해 드리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것보다 급한 일이 뭐가 있으시다고. (잠시 생각하더니) 음.. 성태쌤이 급하게 다쳐서 응급수술을 해야 된다거나, 아니면 부모님이 정말 아프시거나 이런 중한 일이면 제가 이해를 할게요 쌤. (정적이 흐른 뒤) 근데... 그런거 아니신거잖아요. 그쵸..? 그런거죠?”
성태형이 알겠다고 대답을 했는지
“네네. 그럼 오늘 오시는걸로 알고 있을게요. 네네~~ 끊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종료되고..
“아..엄마! 쫌!!!! ”
“왜!!!”
“아니...오늘 안 되면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고, 아니면 다음 주도 있잖아...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만약에 정말 급한일이면 어쩌려고 그래?”
“한 번 이면 모를까? 과외하는 시간에 두 번이나 급한 일이 생기는 건 누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니? 그리고 너 오늘 과외 안하면 1주일 넘게 밀리는 거야.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다음 모의고사는 과외도 안 받고 그냥 치려고? 그러다 등급 더 떨어지면 어쩌려고? (흥분하며) 도현준 한 달에 너한테 들어가는 과외비랑 학원비만 (본인도 흥분을 했다는 걸 알았는지 잠시 말을 멈추며) 아니다 됐다. 아무튼 엄마가 말했지. 이번 달 까지 성태 쌤 과외 마무리 하는걸로.”
“....(할 말을 잃은 채로 고개만 떨궈선)”
“그러지 말고 오늘 아예 밀린 보충수업까지 다 받자. 이따 1시간 뒤에 쌤 온다고 하니까 넌 집에 있어. 아 그리고 쌤 오면 이번 달 까지 하는 거 오늘 꼭 말하고. 엄마 혼자 장 보러 갔다 올게.”
엄마는 장을 보러 나갔고
난 그때부터 형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최대한 맘이 상하지 않을까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이 집에 도착했다.
근데 형이 무슨 일인지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형;”
“어 현준아. 10월인데도 오늘 좀 많이 덥네. (셔츠를 잡아 흔들며)”
“형.. 어디 놀러 갔다 오셨어요...? 갑자기 안 쓰던 선글라스를..(벗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아....(선글라스를 집으며). 눈 옆에 상처가 생겼는데 보기가 좀 그래서 썼어.”
“아니 그때 눈 다친데 또 다친거에요? 뭘 그렇게 자꾸 다쳐요 형..조심 좀 하시지.”
“(날 들이밀며) 일단 들어가자”
그런데 방안에 들어오고 나서 5분이 지났는데도 형은 선글라스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건지 계속해서 쓰고 있었다.
"근데 형 선글라스 안 벗으실....(형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는데)"
그런데 내가 잘못 본 걸까.
형을 가까운데서 조금 더 자세히 보고 나서야
아까는 보이지 않던 눈 주변의 시퍼런 멍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자! 수업 시작하자. 저번 주 내가 내준 숙제는 다 했어!? 숙제한 거부터 체크해보자.”
형 답지 않게 급하면서도 무언가를 꼭 감추려는 듯한 저 모습.
차라리 선글라스에 가려진 채 형의 눈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였을까.
혹시라도 형의 아픈 눈 또는 슬픈 눈을 보게된다면, 정말이지 그때는 날 제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형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내 옆에 앉아있는데
선글라스 안 쪽 얼굴과 눈가 주위로 시퍼렇게 멍이든 형을 가만히 보고 있다 보니
과외를 할 때마다 거의 매번 목과 팔에 파스를 붙이고 오는 형에 대해 이제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별 생각없이 물어보면 팔이 저린다고 해서, 몸이 좀 욱신거린다고 해서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고
그리고 형은 과외뿐만 아니라 주말에 알바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해서오는 근육통이겠거니 하며 대수롭게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시퍼렇게 멍이 든 형의 눈을 보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형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단 걸 깨닫게 되었다.
도대체 누구한테 저렇게...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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