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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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생활을 했으며, 물질적으로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소유하게 될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이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었다. 영민이 원해서 갖고 싶은 것을 가질수록 가슴속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영민은 술을 배웠다. 담배도 그 무렵부터 배웠던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알지도 모르고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다 죽는 줄 알았다. 처음의 그 고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야지 하면서 끊지 못하는 게 마치 이쪽 생활이랑 비슷했다. 한때 담배를 끊기도 했었지만 흡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S 중공업에서는 오랜 기간 근무했기에 이런저런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하나하나 풀어 놓기가 힘들 만큼 영민에게 기회도 위험도 많았었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의 일이었다. 부서에서 1차 횟집에서의 자리가 끝나고 팀별로 나눠 2차를 갔었다. 호프 가게로 자리를 옮기고 맥주를 마시다 보니 화장실엘 자주 가게 되었다. 보통 맥주를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마시고 자리를 끝내서 일행들이 먼저 나가고 영민은 마지막에 혼자서 용변을 보러 가게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갔었다. 그곳엔 남녀 화장실이 따로 있어 소변을 한참 보고 있는데 한 남자가 급하게 들어왔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근데 꺼내 놓은 사내의 남근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굵기 또한 매머드급이었다. 영민은 술 때문에 정신이 약간 혼미했었지만 사내의 남근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것을 보고 놀라는 영민을 보더니 사내가 씨익 웃었다. 상대의 남근을 본 순간 영민의 그것은 이미 발기 해 있었고... 갑자기 끓어오르는 욕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사내가 소변을 다 보고 손으로 툭툭 털기 시작하자 영민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사내의 것을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사내가 놀라서 뒤로 물러 날려고 한걸음 뒤로 뺏었지만, 오히려 영민이 그의 양 허벅지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러자 사내가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영민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사내는 영민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당기며 엉덩이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어 댔다. 영민은 정신없이 계속 사내의 것을 입에 넣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가 영민을 손으로 일으켜 세웠다. - 형씨,집이 어딘가요? 여기서 나가요...! - 네...! - 형씨, 귀엽게 생겼네! 우리 나가서 한번 해요...! - 그… 그럼… 집으로 갈까요...? (영민은 자신의 기숙사를 말한 것이다) - 그래요! 우리 집으로 갑시다! 옥포인데 괜찮겠어요? (사내는 자기 집을 말한 것이다) - 옥포요...? (좀 먼 데…) - 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둘은 서로 옷매무새를 고치고 밖으로 나갔다. 일행들은 이미 다 뿔뿔이 흩어져 가버리고 난 후였다. 그가 자신이 사는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은 옥포였는데 장평에서 옥포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아니, 대도시로 치면 시간은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그곳에선 멀게 느껴지는 지역이었다. 장평에서 고현을 지나 20분을 넘게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마침, 영민의 차가 가까운 곳에 주차되어 있어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당시에 대리운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음주운전을 했었다. 일단, 영민은 사내를 조수석에 태우고 출발했다. 옥포를 가려면 장평에서 고현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좀 걱정이 되었다. 낯선 이를 따라가는 것도 그랬지만 현재 자신이 사원복을 입고 있어 신분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술을 마시고 장거리 운전을 한다는 게 좀 꺼림칙했었다. 운전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사내의 작업복을 보니 D사의 협력 업체 직원이었다. 더군다나 협력 업체 직원이라니! 사실 그게 더 신경이 쓰였었다. 영민의 신분이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고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협력 업체 직원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닙니다. ^^ 당시, S사나 D사에는 사원 제도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정사원이 있고 준 사원이 있고, 협력 업체(외주직원 포함) 직원이 있었다. 일용, 상용까지… 요즘 시대에 이해가 안 되는 시절이었다. 영민은 술을 마셨기에 천천히 차를 몰며 고현(신현)의 한적하고 어두운 곳으로 일부러 차를 돌렸다. 가면서 보니 사내는 그새 잠이 들어 있었다. 잘 됐다 싶어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공터에 차를 세우고 그를 흔들어 깨웠다. 영민은 일단 차 안에서 즐기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도 잠결에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모를 반응을 보냈다. 그래서 영민이 리드를 했다. 둘은 좁은 차 안에서 서로의 것을 교대로 입에 넣었다. 그러나 그는 술 때문인지 끝내 사정하지 못했었다. 사내는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사정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영민은 혼자 사정하고 말았다. 맘대로 사정이 안 되어 짜증이 났는지, 마침 그가 담배를 피우려고 차에서 내리는 것이다. 영민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사내가 차 문을 닫기 무섭게 라이트를 켜지도 않고(행여, 차 번호를 들키게 될까 봐) 바로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차를 몰아 달렸다. 어두운 곳에서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달렸으니 얼마나 위험했었을까? 다행히 공터(그곳은 건물을 지으려고 놀리는 땅이었다.) 주변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다. 멀리 시내 쪽의 불빛 들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지만 기숙사로 향하는 영민의 마음은 또 한 번의 후회와 미련이 뒤섞여 있었다.
영민이 현재의 애인을 만나기 전에 8년을 사귄 과거 속의 남자가 있었다. 이름은 김동규, 당시 그는 영민의 인생에 있어 기쁨이자 행복이었고 삶의 이유였었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그와 영민은 헤어지고 난 뒤 서로 사이가 좋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사랑하다 헤어지면 남이 되고 원수가 된다지만 영민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런 그를 만난 건 거제도에 있을 때였다. 영민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에서 첫 가게를 말아 먹고 두 번째 가게를 거제도의 회사 부근에 오픈했을 때였다. 맥주 가게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으로 알고 지내는 지인 몇 명과 대구에서 오프라인으로 첫 만남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때까지 오프라인이나 이반 바를 한 번도 뛴 적이 없는 영민으로서 큰 기대감과 함께 설렘, 그리고 약간의 불안감이 공존했었다. 돌아온 싱글인 그(그때는 돌싱이라고 했었다)를 처음 만난 건 대구에 있는 어느 바에서였다.
당시 알고 있는 일행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처음으로 대구에 있는 게이바(Gay Bar)를 찾아갔었다.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는 곳) 지금 영민이 운영하는 *얼라이브는 *원샷바였다. 이렇게 이반(게이들을 가리키는 은어)들이 이용하는 바는 평일에는 한가 하지만 주말에는 테이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터져 나간다. 지방뿐만 아니라 특히, 서울의 종로나 이태원은 그야말로 광란의 밤이 된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이반들로 인하여 종로의 거리는 활기가 넘쳐난다. 밤이 새도록 술에 취한 이반들로 거리는 북적이며, 외로운 사람들은 짝을 찾으러 헤매고 다닌다. 주말이면 종로의 호텔과 모텔은 일찍 불을 끈다. 대부분 만실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야 알았지만 게이바가 전국의 큰 도시에는 제법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대구는 영민의 고향이었으나 그때는 그런 바가 있는 것을 이반 일행들과 처음 가서 알게 되었다. 처음의 그 기분이란 두려우면서도 긴장되고 설레었었다. 과연 어떤 곳일까...? 그렇게 처음으로 간 대구의 바에서 영민은 자신의 첫 연인인 김동규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잘생긴 외모와 적당한 키에 마음씨도 좋아 보였다. 영민의 일행은 ㄷ 형태의 바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데, 건너편 바텐더에 혼자 앉아 있는 그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옆에는 빈 술잔이 놓여 있었는데 일행이 있다가 자리를 떠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를 본 후로 아무도 그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영민이 자꾸 그쪽에다 관심을 보이자, 같이 있던 일행 중의 한 명이 눈치 빠르게 바 직원을 조용히 불렀다. 일행과 직원은 뭔가를 귓속말로 속닥거리더니 직원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영민을 향해 빙긋이 웃고는 바텐더의 그 사내에게로 가서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 사내는 고개를 돌려 영민을 살짝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직원이 와서 영민을 앞의 자리로 안내했다. 영민은 쑥스러워 머뭇거리고 있는데, 일행들이 떠밀다시피 해서 하는 수 없어 그의 자리로 가서 결국 사내의 옆자리에 앉고 말았다. 그는 영민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며 반갑다고 말했다. - 반가워요! 어디서 오신 건가요? (동규가 먼저 말을 건넸다) - 아, 네... 거제도에서 왔습니다... 혼자인가 봐요? (영민은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 아... 좀 전에 친구가 먼저 갔어요! 일찍 들어가기도 뭣해서 혼자서 한 잔 더 마시던 중이었어요. - 아, 네... 아까부터 보았는데 인상이 참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계속 곁눈질로 봤습니다… (영민은 좀 쑥스러운 듯 웃었다) - 실은, 나도 형씨 올 때부터 봤어요. 그래서 친구가 같이 나가자는 거 먼저 보내고 혼자 남아 있었던 겁니다. 한데, 직원분이 연락을 주시더군요! (그는 빙긋이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 아! 네... 그랬었군요! 그럼, 내가 좀 더 버티고 있을 걸 그랬나 봅니다! 후후후...! 이런, 인사가 늦었네요. 전 김영민이라고 합니다. 지금 거제도에서 생활하고 있고요. 미혼입니다. - 반갑네요. 난 김동규라고 합니다. 같은 김 씨 네요... 지금은 혼자 구요. 대구에서 삽니다. 영민 씨도 인상이 참 좋아 보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따르시겠어요? ㅎㅎ -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오히려 동규씨가 인기가 많으시겠는데요? 영민은 솔직히 느낀 대로 말했다. 그는 정말로 인기가 많을 듯했다. - 아무튼 잘 봐줘서 고맙습니다. 하하하...! (그는 일부러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 근데,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요? ( 영민이 먼저 나이를 물었다) - 아마도 내가 영민씨 보다 한두 살 더 먹었을걸요...? - 그래요...? 무슨 띠인데요...? - 64년 용띠입니다. - 아, 네...ㅎㅎ 그럼, 오히려 나보다 한 살 어리네요! 난 63년 토끼띠인데요. (그러자 그가 놀라는 눈치였다) - 그래요? 정말 동안이시군요! 나보다 어린 줄 알았는데... 실례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미안했는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를 하려고 했다. ) - 에이, 뭘 그렇게 까지나! 사회에선 한 살이면 친구로 지내도 되는 걸 요. 뭐… - 그래도 그건 아니지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한잔 사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영민이 먼저 물었다. - 근데, 동규씨는 언제부터 이쪽을 알게 되었어요? - ..... 음… 난, 사실 이쪽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 그래요...? - 3년 전, 이혼하고 난 뒤에 우연히 회사 부근 목욕탕에서 첫 경험을 했었네요… 결혼을 하기 전부터 내 성향을 알았으나 실제 경험은 얼마 전, 목욕탕의 수면실이 처음이었지요… 첫 사람이 아까 다녀간 그 친구였네요. 실은 나보다 한참 어려요… 그 친구 땜에 오늘 이곳에 왔지만 사실, 이런 곳은 처음이랍니다.
- 그래요...? 하하하...! 나도 이런 곳은 처음입니다…! 오래전부터 어떤 곳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언젠가 기회 되면 한 번 꼭 와보고 싶었거든요… 뭐, 와서 보니 일반 술집과 별다를 게 없지만… - 나도, 이제는 좀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조금 전에 처음에 들어올 때는 혹시나 누구, 아는 분 만나지나 않을까 신경도 쓰이고 하더니... 술이 들어가니 뭐 괜찮네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동규는 아직 제대로 된 경험을 해보지 못했었다. 애인을 만든 적도 없었고 영민보다 더 초짜였던 셈이다. 그런 동규지만 왠지 누구보다 당당해 보였다. 그가 직원을 부르더니 21년산 위스키를 주문했다. 영민은 그제야 일행들이 생각나서 건너편을 보니 언제 나갔는지 다들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 화장실에 가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찾아보았으나 일행들은 자기들끼리가 버리고 없었다. 후에 알았지만 둘의 분위기가 좋아 보여 일부러 일행들이 자리를 피해 준 것이었다. ㅎㅎ 센스쟁이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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